프랑스 산림, 위험에 처한 공공재

프랑스 숲 생태계 보호 실패 사례 늘어나

2024-08-30     피에르 퓌쇼 | 언론인

프랑스는 전체 산림의 4분의 3이 여전히 민간 소유로 남아있다. 대개 중구난방식의 무분별한 방식으로 개발되고 있다. 고원지대에 자리한 오래된 숲이 점차 소실되고 있다. 심지어 대도시 소재 전체 산림면적에서 차지하는 이 숲의 비율이 2~3%로 급감했을 정도다. 하지만 나이 든 숲은 분명 기후변화에 맞서 지속가능한 환경·생태계 보존의 방도를 알려줄, 다양한 지식과 유전학적 자원을 보유한 소중한 공간이다.

 

한쪽에는 산불에 휩쓸린 벌거숭이산이 휑하게 펼쳐져 있다. 반면 다른 쪽에는 유럽 최대 생물종이 서식하는 수천 년 역사가 서린 울창한 산림이 자리한다. 2023년 봄 피레네오리앙탈에 소재한 알베르 산악지대는 온갖 모순과 선택이 집약된 결정체에 해당했다. 무분별한 산림 개발과 병충해 피해, 외래종의 침입, 고사, 가뭄, 산불, 폭풍…

현재 프랑스의 숲은 이같이 온갖 악재로 시름하며, 더 이상 이산화탄소 저장 역할을 온전히 해내지 못하고 있다. 하필 인간에게 가장 절실한 이때에 말이다. 가령 2022년 프랑스 산림의 이산화탄소 저장량은 2,760만 톤에 불과했다.

반면 지금으로부터 10여 년 전에는 연평균 4,000만 톤, 그보다 10여 년 전에는 무려 6,000만 톤에 달했다. 특히 그랑테스트 지역의 경우 일부 숲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심지어 흡수량을 능가할 정도였다.(1) 2005~2013년, 2012~2020년 동안, 나무의 고사율도 54%가량 증가했다.(2)

이런 종말론적 풍경 앞에 마산숲으로 향하는 우회로는 가장 비관적인 기후학자들에게조차 희망의 불씨를 되살려준다. 이 자연보호구역 입구에서 잠시 뒤를 돌면 세베르에서 바뉠까지 펼쳐진 해안도로가 내려다보인다. 바뉠의 수목은 이미 전부 한 줌 연기로 사라진 지 오래다. 2023년 4월 중순 발생한 산불로 인해 1,000헥타르 이상이 화마에 소실된 것이다.

하지만 이곳 600미터 고도 위의 세상은 전혀 딴판이다. 고강도 자연보호구역에 속하는 이 지대는 ‘마산의 친구들’이 관리를 맡고 있다. ‘마산의 친구들’은 국립과학연구센터(CNRS)와 소르본 대학 산하 바뉠쉬르메르해양학관측소 소속 과학자들로 구성된 단체다. 대체 피레네 끝자락에 위치한 이 외진 숲에 이토록 뜨거운 관심을 보이는 이유는 무엇일까?

 

‘마산숲’, 유럽에서 생물다양성의 성스러운 보고

프랑스 전체 산림 1,730만 헥타르 속에 잠겨 보이지도 않는 저 손바닥만 한 336헥타르의 숲에 도대체 무엇이 있기에? 과학자들에게 마산숲은 ‘단순한’ 숲이 아니다. 그곳은 수천 년의 역사가 서린 성소이자, 노천 실험실에 해당한다. 이 숲에는 자그마치 1만 2,500종의 동식물이 서식하고 있다. 보존 규모에 있어서 단연 유럽의 독보적인 생물다양성의 보고(寶庫)인 셈이다. 이러한 생태계가 조성될 수 있었던 비결은 오랜 연한에 더해, 인간의 개발 손길이 비교적 적게 미친 덕분이다.

게다가 이베리아반도, 유럽대륙, 지중해의 영향이 교차하는 지리적 중심지에 바다까지 접하고 있다. 하지만 그것이 전부는 아니다. 산림 엔지니어들이 150년 전 마산의 상부 계곡을 보호하기로 결정한 뒤 인간의 활동에서 자유로울 수 있었던 숲의 신비도 자리하고 있다. 만일 숲 구석구석을 개발했더라면, 보호구역의 능선에서 시작해 해안으로 흘러들어가는 작은 강이 아랫마을에 산사태 위험을 가중할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개발에서 보호된 숲은 땅의 침식을 막고 산사태를 방지했다.

숲이 인간을 보호할 수 있게 숲을 보호해야 한다는 생각은 얼핏 구태의연한 것처럼 느껴지기도 하지만, 생각보다 훨씬 더 정치적이다. 산책자에게는 열려 있지만 상업 세계와는 철저히 차단된 마산숲은 인간의 개발을 피해갔다. 이곳에서는 벌채도, 땔감 수집도 모두 금지됐다. 숲 대부분이 숲 자신을 위해 남겨졌다. 땅 위에 쓰러진 나무, 고사한 나무줄기 모두 자연 상태 그대로 남겨졌다. 이른바 잘 ‘관리’된 다른 프랑스 숲들에서는 결코 찾아볼 수 없는 풍경이다.

사실상 마산숲 관리자들은 이것이 문제의 핵심이라고 생각한다. 바뉠해양학관측소 소속 연구 엔지니어이자 마산보호구역관리협회 부회장인 엘로디 마냐누는 이렇게 설명한다.

“나는 랑드 지역에서 자라났다. 어린 시절 숲으로 산책을 가자는 소리를 자주 듣곤 했다. 하지만 그곳은 진정한 의미의 숲이라고 볼 수 없었다. 숲생태계의 자연적 기능은 무시한 채 개발용 수목들이 줄줄이 심어진 나무밭 혹은 조림지에 가까웠다. 프랑스에서는 개발용 산림(인공림)과는 성격이 전혀 다른 마산숲을 비롯해 오래된 산의 중요성이나 복잡성을 제대로 이해하는 사람이 거의 없다.”

대체 둘 사이에는 어떤 차이가 있는 것일까? 마냐누는 “개발용 산림(인공림)은 모든 나무를 일제히 밀어낸 뒤 수령이 같은 나무를 심는다. 동일 품종의 나무가 대부분을 차지하며, 수목의 생명 주기를 무시하고 40세가 되면 조기에 수목을 베어낸다”라고 설명했다.

이런 임업 관행은 역설적인 상황을 연출한다. 가령 프랑스의 전체 산림면적은 19세기 말 이래로 무려 두 배나 확대됐지만, 사실상 “생태학적 균형이 잘 실현됐다고는 말하기는 힘든 상태”라는 게 세계자연기금(WWF) 프랑스 지부 소속 전문가 다니엘 발로리의 설명이다.

“우리 프랑스의 숲은 젊다. 30년째 끝없이 수목 개발 연령을 낮춰왔기 때문이다. 그로 인해 큰 나무가 줄어들었고, 그만큼 수목의 탄소 저장량도 저하됐다. 오늘날 산불, 폭풍 등으로 인해 에스트나 랑드를 비롯한 일부 지역에서 산림 자본이 급감하고 있다. 다시 말해 매년 성장하는 수목보다 개발하는 수목의 규모가 점점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프랑스의 숲은 수목 비율이 1ha당 평균 200㎡가량에 달한다. 만일 지금과 다른 개발 방식을 적용한다면, 마산숲처럼 충분히 3분의 1은 더 많은 수목이 자라날 수 있을 것이다.”

 

“숲이 자연스럽게 나이 들도록 가만히 두지 않는 게 문제”

2021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마산숲은 놀랍도록 다양한 생물이 서식하는 풍요로운 숲이다. 전문가들이 시료 채취를 통해 측정한 일부 수목의 연령은 1840년까지도 거슬러 올라간다. 그 밖의 다른 수목의 나이도 수백 살에 달한다. 토양에서 채취한 일부 목탄은 이 숲이 최소 8,000년 전부터 이곳에 존재해왔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기후변화의 시대에 수목의 진화나 회복탄력성을 이해하는 데 있어 매우 귀중한 보고인 셈이다. 보호구역 관리책임자 디안 소렐은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문제는 우리가 숲이 자연스럽게 나이 들도록 가만히 내버려 두지 않는다는 데 있다. 숲의 생애 리듬은 인간의 삶의 속도나 혹은 목재 생산 속도와는 전혀 다르다. 그러니 숲을 개발하는 과정에서 모든 게 약화될 수밖에 없다. 숲의 토양도 보존되지 못한다. 벌목 작업으로 인해 특히 미생물 호흡 등을 통해 토양에 저장됐던 탄소가 밖으로 유출되고 있다.” 

마산숲에서는 모든 개체가 각자가 처한 환경적 속박에 따라 나름의 뿌리 체계를 갖추고 있다. 마냐누는 이렇게 자문했다.

“왜 랑드 지역에서는 폭풍이 발생할 때마다 매번 모든 것이 도미노처럼 무너지는가? 그것은 바로 모든 수목이 동일한 크기로 일렬로 식재됐기 때문이다. 반면 이곳 마산숲에서는 2009년 폭풍 클라우스 때 사실상 바람에 쓰러진 나무를 찾아볼 수 없었다.”

폭풍에 대한 강한 저항력만이 마산숲의 유일한 장점은 아니다. 산책객이 마지막 떡갈나무숲을 건너는 순간 눈앞에 너도밤나무숲이 펼쳐진다. 그리고 그 가운데를 가로지르는 강물이 보인다. 2023년 4월, 전문가들은 비정상적인 강수면 하락에 큰 우려를 나타냈다.

그런가 하면, 봄철에 갈색빛으로 물든 나뭇잎 물결이 가을의 풍광을 연출하는 일도 있었다. 2023년 최종 강수량은 연평균 강수량 1,200㎜에 훨씬 못 미치는 480㎜에 불과했다. 사실상 이 지역에서는 지속적으로 강수량이 감소 추세를 보이고 있다. 이 숲의 너도밤나무는 열악한 조건에서 자라나고 있는 셈이다. 사실상 이 지역 기후는 고온 건조한 데 반해, 너도밤나무는 서늘하고 습한 환경을 좋아한다. 

 

“이 숲의 장점은 인간이 개입하지 않는다는 데 있어”

그럼에도 현재 이곳의 너도밤나무들은 벨기에나 퐁텐블로숲에서 자라는 너도밤나무에 견주면 비교적 고사의 징후를 덜 드러내는 편이다. 이런 회복탄력성은 대체 어디서 기인하는 것일까?

첫째, 이 숲을 연구하는 전문가들에 따르면, 숲의 리듬을 존중해준 덕분이다. 마산 보호구역은 이른바 ‘자연 진화’ 산림(천연림)에 속한다. “이 숲의 장점은 인간이 개입하지 않는다는 데 있다. 인간의 인공적인 선택 기준과는 거리가 먼, 자연선택에 의해 작동하고 있는 것이다.”라고 마냐뉴는 설명했다. ‘자연 진화’란 다채로운 행위를 아우르는 폭넓은 개념이다.

“과연 자연 진화가 모든 인간의 요소를 제거한다는 사실을 의미할까?”

소렐은 자문했다.

“자연 진화는 안타깝게도 기후 변화나 오염 등 인간이 통제할 수 없는 요소를 고려한 일종의 선택에 해당한다. 마산숲의 경우 우리는 산림 관리에 직접 개입하지 않으면서도, 덩치 큰 초식 동물의 부재를 대신할 만한 일부 전통적인 작업을 계속 유지하는 방법을 선택했다.”

산림 연구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에게 자연진화숲(천연림)의 발견은 모든 통념을 깨부수는 혁신에 해당한다. 죽은 수목의 관리가 더없이 훌륭한 예다. 개발숲(인공림)에서는 숲 환경의 중요한 요소인 죽은 나무가 추방된다. 고사한 나무들이 개울을 막는 등 각종 장애물이 될 것을 우려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소렐은 실은 그와는 정반대라고 설명한다.

“물가에 이른 나무는 빠른 속도로 분해된다. 하안 지대의 나무는 개울이 기능하는 데 있어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수많은 동물과 작은 벌레(배좀벌레조개 등)들이 나무를 섭취해, 나무의 물질을 분해한다. 순환하는 자연 속에는 모두에게 각자의 자리가 있는 것이다.”

토양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흙 속에 사는 각종 균류와 유기체, 박테리아 등이 편형동물류, 윤충류, 완보류 등 이른바 미소동물(meiofauna)의 먹이를 제공한다. 요컨대 숲의 분해자 역할을 하는 이 수많은 요소가 나무가 죽은 뒤에도 땅에 자양분을 제공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마산숲 연구자들에 따르면, 죽은 나무에는 보호구역에서 관찰되는 생물종의 거의 절반 가까이가 서식하고 있다!

“만일 당신이 죽은 나무를 없앤다면, 생물다양성의 50%를 파괴하고, 생태계 전체를 교란하는 것과 같다.” 소렐이 조금 더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그것은 흡사 매일 한 끼의 식사를 건너뛰는 것과 같다. 분명 숲은 더 연약해질 것이고, 더 많은 나무가 질병에 시달리거나, 폭염에 취약한 상태가 될 것이다. 사실 오늘날 프랑스의 숲 대부분에서 우리가 하고 있는 짓이 바로 그것이다!”

물론 구구절절 옳은 소리다. 하지만 죽은 나무가 혹 산불 발생에 나쁜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닐까? 하지만 이 마산숲 관리자는 “지금까지 마산 숲에 산불이 일어난 적은 없었다”고 증언했다.

“오히려 죽은 나무는 스펀지처럼 기능한다. 습기를 흡수했다 배출하는 것이다. 흡사 정원사가 짚을 쌓아두는 것과 같은 일을 숲은 오랫동안 죽은 나무를 통해 똑같이 해왔다고 보면 된다.”

보호구역에서 일하는 연구원들의 주장은 전문성에 바탕을 둔다. 1999년 이후 연구원들은 면밀히 지도화한 총 28헥타르의 보호 지대 가운데 9.6헥타르에 달하는 너도밤나무숲 주변에 울타리를 치고, 각각의 수목에 대해 유전체 분석을 실시했다. 전부 합해 7만 그루나 되는 수목에서 시료를 채취했다!

한편 길이 50㎝, 직경 10㎝ 이상 되는 죽은 나무에 대한 데이터도 체계적으로 정리했다. 이런 방대한 작업에 더해, 1년에 2~3차례씩 수목의 변화를 살피는 후속 연구도 실시했다. 이렇게 쌓인 수많은 데이터는 숲의 변화와 특히 기후변화가 수목에 미치는 영향을 엄밀히 연구하는 바탕이 됐다.

“어느새 숲의 환경은 너도밤나무에게 너무나도 혹독하게 변했다. 우리는 산정상 부근 초지에 한정해 조방형 목축을 허용하는가 하면, 숲 밖으로 젖소들을 몰아내 너도밤나무의 재생을 도왔다.” 마냐누가 설명했다.

이처럼 수목의 연령과 유전체를 다양화하기 위한 작업은 기후변화에 대응해 마산숲이 놀라운 회복탄력성을 보여주는 이유를 부분적으로 설명해준다. 하지만 그것이 전부는 아니다. 연구원들은 이 지대에서 나무에 혹 모양의 벌레집을 만들어 끝눈의 발아를 방해하는 혹벌의 존재를 발견했다.

사실 중국에서 들여온 이 생물종은 아르데슈의 밤나무숲에 큰 피해를 입혔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아르데슈는 밤나무혹벌의 천적인 중국긴꼬리좀벌을 들여왔다. 마냐누는 이것이 최악의 패착이었다고 지적한다.

“외래종은 다른 곤충들까지 공격할 위험이 있다. 반면 마산숲에서는 풍요로운 생물다양성 덕분에 별다른 노력 없이도 2년 만에 외래종을 제어할 수 있었다.”

마냐누는 생태계란 모든 것이 면밀히 연결된 극도로 복잡한 거미줄과 비슷하다고 생각한다. 어딘가 작은 압박(외래종, 가뭄, 기후변화)에 구멍이라도 뚫리면, 거미줄 전체가 망가질 수 있다는 것이다.

“마산숲처럼 극도로 강력한 조직망이 존재한다면, 외래종이 비집고 들어갈 빈틈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외래종이 번식하는 게 사실상 불가능하다. 반면 개발숲(인공림)처럼 극도로 인위적인 공간에서는 비집고 들어갈 생태학적 틈새가 무수하다.”

 

나이 든 숲 보호 법규 마련은 아직도 요원해 

나이 든 숲은 생물다양성이 풍부하고, 환경 이상(대기오염, 인간의 압박, 외래종 등)이나 기후변화에 대해 뛰어난 저항력을 보인다. 그런 만큼 나이 든 숲은 생태계나 생물다양성 보존에 매우 긴요한 역할을 한다. 하지만 오늘날 나이 든 숲은 거의 자취를 감춰버렸다. 마산숲을 비롯한 자연진화숲(자연림)은 오늘날 전체 프랑스 산림면적의 기껏해야 0.24%에 불과하다. 나이 든 숲의 보존은 ‘2030년 생물다양성 국가 전략’ 속에도 공식적으로 명시되어 있다.

하지만 정작 나이 든 숲을 보호하기 위한 구체적인 법제 마련은 요원하다. 가장 뼈아픈 예가 지롱드 지역에 소재한 시롱 산악지대다. 서유럽에서 가장 오래된 숲으로 통하는 시롱 산악지대는 이 지대가 어떤 식으로 기후변화로부터 살아남았는지를 이해할 유일한 단초였다.

시롱 산악지대는 프랑스 농업·식량·환경 국립연구소(INRAE) 소속 연구 엔지니어 알렉시스 뒤쿠소에 의해 1991년 우연히 발견됐다. 프랑스 전체 산림의 4분의 3이 그러하듯, 이 숲도 전체가 사유지에 속했다. 우연히 이 너도밤나무숲을 발견한 뒤쿠소는 ‘자신의 생태학 지식이 단숨에 무너지는 것’을 느꼈다. 첫 유전학 연구 결과 이 숲은 다른 유럽의 모든 너도밤나무숲과는 차이가 있음이 여실히 드러났다.

 

“빙하시대에 이미 너도밤나무가 존재했다!”

또 다른 연구를 통해, 노르망디의 너도밤나무는 발칸반도에서 자라는 너도밤나무종이 주류를 이루는 반면, 시롱의 너도밤나무숲은 서로 다른 종이 혼재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그 밖의 또 다른 ‘이상성’도 발견했다. 시롱의 너도밤나무들은 서로 간에 교배를 했다. 그 같은 고온 기후에 그 같은 종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도저히 설명할 길이 없었던 연구원들은 결국 임분(forest stand, 수종과 수령의 구성이 비슷한 나무들의 집단—역주)의 역사를 주목하게 됐다.

“정말이지 놀라웠다. 빙하시대에 이미 너도밤나무가 존재했다!”

뒤쿠소가 감탄하며 말했다. 시롱 계곡에서는 목탄 시료를 이용한 연대 측정 결과 가장 오래된 수목이 4만 3,000년 전의 것으로 밝혀졌다. 사실상 오늘날 너도밤나무숲은 유럽에서 거의 사라지다시피 했는데 말이다. 하지만 시롱의 너도밤나무는 빙하기에서부터 출발해, 이론적인 서식 기후에 견줘 훨씬 고온에 해당하는 현대의 기후로 이행한 것이다.

이처럼 시롱의 너도밤나무숲은 수천 년의 장대한 역사를 견뎌냈지만, 결국 절단기의 법칙에 무릎을 꿇고 말았다. 1991년 강물을 따라 35㎞나 펼쳐졌던 시롱의 너도밤나무숲은 어느새 4.5㎞로 줄어들었다.

뒤쿠소의 설명에 따르면, “너도밤나무숲의 중심부는 여전히 그대로 남아있다. 하지만 주변의 모든 크고 작은 개체가 전부 사라졌다. 모든 유전학적 원천이 소실되는 동시에, 이 계곡에 다시 너도밤나무가 재생될 잠재적 가능성이 사라진 것이다.” 그렇다면 이런 손실은 대체 어디서 기인하는 것일까? “개인의 벌목 행위, 폭풍, 그리고 활엽수에서 침엽수로의 수종 갱신이 원인”이라고 이 연구원은 설명했다.

‘나투라 2000 구역’(유럽연합 생태보호 구역—역주)으로 지정된 민감 산림 보호구역인 시롱숲은 해당 도가 조금씩 부지를 매입한 끝에 이제는 어느새 대중과 학자들에게 널리 알려진 숲이 됐다고 보르도 농업·식량·환경 국립연구소(INRAE) 소속 연구원 제롬 오제는 설명했다. 숲과 기후변화 사이의 상호영향을 연구하는 전문가인 오제는 미기후(microcliamte)에도 관심이 많다.

특히 수변에 조성된 숲의 중심부에 해당하는 풍부한 생물다양성을 보이는 시롱의 하안림(riparian forest, 하안에 조성된 숲—역주)에 각별히 주목하고 있다.

“여름 폭염 발생 때 이 랑드 고원의 작은 수목 지대와 강변 사이에는 온도 차가 무려 4도나 벌어진다. 두 지대의 거리는 100미터가 채 되지 않는데도 말이다. 이는 엄청난 차이다. 게다가 습도 차는 무려 15%에까지 이른다.” 오제가 설명했다.

세밀하게 구분되는 미기후의 차이는 프랑스 숲의 미래를 좌우할 중요한 열쇠이다. “우리는 이상 기후와 관련한 우려스러운 일화들을 극복할 해법을 찾아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가령 하안림과 같은 지대는 현재 사라져가는 활엽수들을 보호할 작은 쉼터가 되어줄 수 있을 것이다. 다양한 종의 유전학적 유산을 보존하고, 최대한 많은 생물의 멸종을 막기 위해, 미기후 분야에 절대적인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연구원들은 시롱의 중요성이 단지 유전학적 풍요로움과 미기후에만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개벌(산의 모든 나무를 밀어버리는 벌채법. 숲을 없애고 경작지로 사용하거나 한 종류의 나무를 심기 위해 주로 행해진다—역주) 방식의 경우처럼 정지 작업이나 개간 작업을 거치지 않은 시롱숲 등의 토양은 막대한 양의 탄소를 저장할 능력을 갖추고 있다. 이런 나이 든 숲의 토양은 그 속에 저장된 탄소가 배출되지 않도록 가급적 손을 대지 않아야 한다.” 오제가 설명을 보탰다.

또한 연구원들은 자연적 방화 능력 등 하안림의 각종 긍정적 역할을 발견해냈다.

“주변에 촘촘한 완충지대를 갖춘, 더 넓고 건강한 하안림일수록, 방화 능력이 우수하다.” 오제가 조금 더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따라서 개벌이나 목재 생산을 위한 조림 사업을 규제해, 하안림을 보호하고 대규모 산불 확산을 방지할 필요가 있다.”

 

시롱숲에서 여전히 자행되는 벌목 행위들

탄소 흡수, 미기후, 대기와 물의 정화, 방화 효과… 하지만 이러한 모든 덕목에도 불구하고 시롱숲은 현재 아무런 실질적인 보호도 받지 못하는 실정이다. 시롱숲에서는 여전히 산림개발이라는 명목 아래 개벌을 포함한 온갖 벌목 행위가 지속되고 있다. “사실 그것이 합법적인 벌목인지 여부를 확인하기란 불가능하다. 물론 20ha 이상 소유지는 벌목 규제에 관한 산림관리안을 준수해야 할 의무가 있지만, 사실상 일반인이 해당 문서에 접근해 확인하기란 매우 어려운 일이다.”

그럼에도 2023년 12월 14일 이후, 행정문서접근위원회(CADA)는 “열람을 요구하는 사람은 누구나” 사유림 관리계획안의 일부 구절을 확인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다. 사유림지역센터(CRPF)도 해당 문서의 열람을 허용하는 한편, 원칙적으로 해당 문서를 관리 감독할 책임도 맡고 있다.

하지만 “아키텐 지역의 경우 해당 서비스를 제공할 인력이 극도로 부족하다”고 뒤쿠소는 설명한다. “CRPF이 겪고 있는 인력난은 흡사 공공림 관리를 책임지는 국립산림청(ONF)의 문제를 고스란히 떠올리게 한다. 국립산림청의 인력은 2000년 1만 2,800명에서 오늘날 8,000명까지 급격히 줄었다.”

“만일 이 나이 든 숲들을 보호하지 못한다면, 제아무리 에마뉘엘 마크롱이 발표한 것과 같이 2030년까지 10억 그루의 나무를 심더라도 별다른 효과를 누리지 못할 것이다.” 마산숲 관리책임자 소렐이 설명했다.

“나이 든 숲들은 우리 모든 숲의 기억이 담긴 역사적 기록에 해당한다. 만일 우리가 나이 든 숲을 파괴하고, 기존의 나무를 모조리 밀어내고 한층 더 연약한 성질을 지닌 단일 수종(원문은 ‘클론’으로, 접목, 삽목, 취목, 조직배양 등으로 무성번식된 단일 개체들의 집합체를 의미-역자)으로 수종을 갱신한다면, 결국 병충해나 이상기후에 직격탄을 맞는 등 끔찍한 재앙을 자초할 것이다. 심지어 이러한 상황은 어떤 인간의 정책으로도 결코 바꿀 수 없을 것이다.”

 

산림 파괴의 주범으로 지목된 ‘알리앙스 포레 부아’

그러므로 어떤 의미에서 나무 심기는 비생산적이라고도 할 수 있다. 그도 그럴 것이 탈코로나 회복프로그램(1천만 그루 나무 심기를 목표로 숲에 1억 5천만 유로를 투자)의 일환으로 식재된 나무의 일부는 기존 수목을 전부 베어서 밀어버리는 개벌 작업을 거쳤다! 게다가 비정부기구 ‘카노페 포레 비방트’(임금노동자 5명, 구성원 3,000명)의 폭로에 따르면, 식재된 나무는 기후변화가 아닌 상업적 목적에 더 적합한 더글라스 전나무가 대부분을 차지했다.(3)

결국 나랏돈이 고스란히 토양을 망가뜨리고, 저장된 탄소를 방출하고, 숲을 척박하고 연약하게 만드는 데 직접적으로 기여한 셈이다. 카노페는 특히 핵심 협동조합, ‘알리앙스 포레 부아’를 원흉으로 지목했다. 카노페는 한 연구 조사(4)에서 이 산림조합의 ‘시스템’을 낱낱이 분석했는데, 특히 비엔(약 20ha)이나 지롱드의 생레제르드블라종(2.5ha)에서 개벌 작업이 이뤄진 사실을 확인한 뒤 연구에 돌입했다. 그냥 두면 자연 재생될 수 있었을 다양한 수종이 자라는 숲을 조합이 모두 밀어버린 것이다.

카노페의 캠페인 담당자 브뤼노 두세는 “개벌은 극히 드문 방식에 해당한다”고 운을 뗐다. “IGN에 따르면, 전체 산림피복(forest cover)의 최소 50% 이상을 베어내는 벌목 작업은 연평균 8만 5,000ha로, 총 목재생산림의 0.5%에 불과하다.(5) 하지만 점점 그 비율이 증가하고 있고, 국가정책으로도 자리매김하고 있다. 특히 이러한 임목 벌채 방식을 토대로 경제 모델을 구축한 산림조합 ‘알리앙스 포레 부아’가 정부의 정책 수립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그들이 표방하는 정책은 현재 고위 정부 기관 차원에서 강제되고 있다.”

한편 개벌의 참담한 영향을 함께 연구한 공동 저자, 제롬 오제도 “문제는 구조적이다”라고 평가했다.(6)

“오늘날 임업 활동에 있어 모든 정책을 좌우하는 것이 조합이다. 많은 산림소유자(산주)가 직접 숲을 관리하는 대신, 산림경영이나 생산 계획에서 토지 개간 및 식림까지 모든 것을 대리자에게 맡기고 있다. 그런데 이 모든 활동을 관장하는 게 바로 조합이다. 사실상 이해충돌 위험이 높다고 볼 수 있다.”

사실 산림법은 독립관리자들이 동시에 여러 산림 소유주들에게 경영 컨설팅을 제공하거나, 각종 산림 작업을 수행하거나, 목재를 판매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하지만 정작 조합은 이러한 규정에 저촉을 받지 않는다.

‘알리앙스 포레 부아’는 각종 자료(7)를 통해 이미 확인되기까지 한 카노페의 지적을 일부 부인하며, 진실을 반박하는 장문의 성명서를 발표했다.(8) 그럼에도 어쨌든 조합은 “생레제르드발송과 관련한 산림작업이 전적으로 올바르게 이뤄진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것은 극히 최소한도 수준에서(‘나투라 2000’ 지역에 속하는 산림 1ha) 이뤄졌다”라며 일부 진실을 시인했다.

한편 조합은 이해충돌과 관련한 비판에 대해서는, 조합은 “민간  산림 소유주들에 의해, 그리고 민간 산림 소유주들을 위해 설립된 조직으로, 산림 소유주들이 조합의 운영을 책임진다”고 답변했다. 그러면서 “조합은 산림 개발자가 아닌 산림 관리자에 해당한다. 둘은 차이가 크다. 우리는 대개 곳곳에 고립되거나 산재되어 관리가 어려운 중소 규모의 산림을 소유한 산주들을 돕고 있다. 우리가 책임지는 세 가지 임무는 (....) 어디까지나 조합원들이 총체적인 산림 관리나 철저한 개인 맞춤형 지원의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돕기 위한 것이다. 산림 소유주들에게는 일종의 좋은 기회인 셈이다.”

 

“다들 쉬쉬하지만, 식림 정책의 실패 사례가 점점 늘어나”

이러한 시각은 농업식량주권부 장관실도 공유한다. 장관실에 따르면, 산림조합은 “사유림을 위한 국립산림청(ONF)에 해당한다. 두 기관 모두 산림 작업과 목재 판매를 바탕으로 산림 소유주들이 벌어들이는 소득으로 재정을 충당한다. 하지만 산림 소유주들의 경우 반드시 목재를 사고팔아야 할 필요성이 없다. 거래 때 발생하는 마진으로 이익을 챙기는 산림 개발업자와는 전혀 다른 것이다.”

심지어 장관실은 ‘AFB에 할당된 기금’이 개벌 작업에 쓰였다는 사실을 반박하며, “AFB를 통해 산림 소유주들에게 지원된 보조금은 재해를 입거나, 약화되거나, 경제적 가치가 낮은 산림 지대를 개선하는 데 쓰였다”고 설명했다.

현행 규정으로도 막을 수 없는 이 구시대 벌목 관행으로부터, 우리가 산림과 토양을 보호할 방법은 무엇일까? 옥시타니 지방의 경우처럼 주목할 만한 숲을 발굴하기 위한 대대적인 작업을 실시해, 아직 살릴 수 있는 것들을 살려낼 필요가 있다.

또한 ‘프로 실바’와 같은 단체가 표방하는 산림개발 방식을 활용한다면, 숲의 토질을 지나치게 악화시키지 않고도 간벌(불필요한 나무를 솎아 베어내는 벌채법—역주)을 통해 숲이 자연 재생되는 것을 도울 수 있을 것이다.(9)

보르도 농업·식량·환경 국립연구소(INRAE) 소속 연구원 제롬 오제는 “다들 쉬쉬하지만, 식림 정책의 실패 사례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 왜냐하면 열악한 미기후 조건에서, 환경에 적합하지 않은 수종을 심은 탓이다. 오늘날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조금 더 구속력 있는 법률과 규범이다. 강제적인 법률을 통해 하안림과 나이 든 숲을 보호하는 한편, 다양한 수종을 심는 조림 방식을 널리 활성화할 필요가 있다”라고 강조했다.

 

 

글·피에르 퓌쇼 Pierre Puchot
언론인. 주요 저서로 『Islam et politique 이슬람과 정치』(Tempus Perrin, 2019)
가 있다.

번역·허보미
번역위원


(1) 2023년 Secten 보고서, www.citepa.org/wp-content/uploads/publications/secten/2023/Citepa_Secten_ed2023_vl.pdf.
(2) 2023년 10월 12일 발표된 국립지리산림연구소(IGN) 산림 목록, https:// foret.ign.fr.
(3) Canopé Forêts vivantes 유튜브 채널에서 확인 가능, www.youtube.com/watch?v=iRhMjCqEkkc.
(4) 2023년 7월 7일, www.canopee.ong.
(5) 2023년 국가 산림 목록, https:// inventaire-forestier.ign.fr/IMG/pdf/memento_2023.pdf.
(6) Jérôme Ogée, Laurent Augusto(sous la dir. de), 「개벌이 물리적 환경에 미치는 영향(Effet des coupes rases sur le milieu physique)」, www.gip-ecofor.org.
(7) 유튜브 확인 가능, www.youtube.com/watch?v= HSz9CYWQmGA&t=71s.
(8) 「비엔 산림소유지 기록(Chronique d’une propriété forestière dans la Vienne)」, www.allianceforetsbois.fr.
(9) Gaëtan du Bus de Warnaffe, 『생태주의적 산림 관리를 위해(Pour une gestion écoloique des forêts)』, Terre vivante, Mens, 20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