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의 여신상에 감춰진 피와 총의 역사

카트린 모리(글)·장 바티스트 오스타슈(그림)의 만화, 『옛날 옛적 아메리카가 있었습니다』

2024-08-30     아르노 드 몽주아 | 작가

1620년 11월 11일, 메이플라워호가 북아메리카 대서양 연안에 정박했다. 약속된 땅을 찾으리라 결심하고 ‘명백한 운명’이 신대륙이라 불리는 이 세계로 자신들을 인도하였다고 확신하며, ‘초대 교회의 이미지를 본받아 에덴동산 속 처녀지에 순결한 공동체를 설립하겠다’는 30여 명의 영국인 청교도가 승선해 있었다.

미국 건국 신화는 이들을 ‘필그림 파더스’라고 부른다. 아메리카 원주민 학살부터 추수감사절, 노예제도부터 ‘모두를 위한 자유’, 광활한 광야에서 분주한 도시에 이르기까지, 이들의 ‘운명’과 이 운명이 빚어낸 각양각색의 현실은 18세기 말부터 오늘날까지 미국 문학의 토대가 되었다.

카트린 모리(글)와 장 바티스트 오스타슈(그림)의 만화 『옛날 옛적 아메리카가 있었습니다』(1)는 19세기의 소음과 광분, 영롱한 광채 속에서 태어난 미국 문학을 소개하는 작품이다.

프랑스와 영국 사이 전쟁에서 도구화되었지만, 열광을 불러일으키기도 하는 아메리카 원주민들의 이야기를 담은 제임스 페니모어 쿠퍼(1826년 『모히칸 족의 최후』의 저자)로 시작해 세일럼의 옛 청교도 악마들을 다룬 나타니엘 호손(1850년 『주홍글씨』로 유명해진 작가), 시인이자 단편 소설가이며, 환상과 추리물의 시각을 제시한 에드거 앨런 포를 거쳐 잭 런던까지 다룬다.

그뿐만 아니라 헨리 데이비드 소로의 『시민 불복종』(1849), 『월든』(1854)과 허먼 멜빌, 에밀리 디킨슨, 마크 트웨인과 헨리 제임스까지도 만화에서 만나볼 수 있다. 신생국가가 안겨주는 흥분감, 그리고 그 국가의 현주소를 확인하는 데서 오는 씁쓸함 사이를 끊임없이 오가며, 긴장의 문학이 이렇게 모습을 나타낸다.

오스터는 스펜서 오스트랜더가 찍은 대량 학살지의 사진들로부터 신생국가 미국이 어떤 나라가 되었는지, 특히 국가의 폭력, 무기와 맺는 관계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2)

사진에는 버려진 장소, 사원, 학교, 보건소, “오스트랜더가 카메라를 들고 찾아가 우리의 집단적 슬픔에 묘비를 세워줄 때까지” 잊혔던 장소들이 담겨 있다. 그는 1950년대에 책, 영화, TV 채널이 어떻게 ‘총기(guns)’ 보편화에 우호적인 문화를 구축해왔는지 독자들에게 상기시킨다. 미국 헌법이 보장하는 권리로서 총기를 보유하고 휴대할 수 있다는 가능성, 더 나아가 그와 같은 명령은 사람들이 가진 실질적 혹은 허구적 공포심에 대한 해법이 되었다.

건국과 영토 확장 당시 소수의 사람에게만 필요한 것으로 여겨졌던 총이 어떻게 ‘미국식 삶의 방식(American way of life)’이자 공들여 연출되는 ‘민속문화’로 자리 잡았는지, 작가는 그 사고방식의 변화과정에 집중한다.

2021년 “미국에 거주하는 사람들이 보유한 총기 수는 3억 9,300만 정에 달한다. (…) 매년 4만 명의 미국인이 총기로 인한 부상으로 사망한다.”

이렇게 하여, “공화국의 시초부터 우리는 민주주의를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자유를 개인에게 보장하는 통치구조로 이해하는 부류와 우리가 현재 사회를 이뤄 살고 있으며, 서로가 서로에게 책임을 진다고 믿는 부류로 나뉘었다.”

여기에서 대두되는 질문은 바로 이것이다.

“우리는 어떤 사회에서 살기를 희망하는가?”

 

 

글·아르노 드 몽주아 Arnaud de Montjoye
작가

번역·김희은
번역위원


(1) Catherine Mory et Jean-Baptiste Hostache, 『Il était une fois l'Amérique. Une histoire de la littérature américaine, 1 : le XIXe siècle 옛날 옛적 아메리카가 있었습니다. 미국 문학의 역사 1: 19세기』, Les Arènes, Paris, 2024, 224 pages, 29.90 euros 
(2) Paul Auster, 『Pays de sang. Une histoire de la violence par arme à feu aux États-Unis. 피의 나라. 미국 총기 폭력의 역사』, Actes Sud, Arles, 2023, 208 pages, 26 euro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