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곡숙의 시네마 크리티크] <시집가는 날> 다시 읽기 ― 바꿔치기 혼인의 희극정신과 풍자·해학의 낙관적 세계관

2024-09-02     서곡숙(영화평론가)

1. 서론: 바꿔치기 혼인과 <시집가는 날>

 

<시집가는 날>(이병일, 1956)은 바꿔치기 혼인을 테마로 한다. 이 영화는 작품성을 인정받아 한국 영화 최초로 해외영화제에서 수상했을 뿐만 아니라 엄청난 흥행으로 조미령과 김승호를 스타와 국민배우로 만든 작품이다. 맹진사는 자신의 갑분과 김판서댁의 미언의 혼인 약속을 성사시키지만, 미언이 절름발이라는 소문에 딸 갑분 대신 하녀 입분을 결혼시키지만, 늠름하고 당당한 미언을 보고 절망한다. 이 영화를 보면 다음 세 가지 점에서 의문이 생긴다. 첫째, 맹진사는 결혼의 방해자 역할이 아니라 방해자/조력자 역할을 모두 하면서 부정적/긍정적 인물의 이중성을 보여주는 이유는 무엇인가? 둘째, 바꿔치기 혼인은 현재 웹툰과 웹소설에서 인기 있는 테마인데 이 영화에서는 어떤 양상을 보여주는가? 셋째, 영화에서 선한 인물인 입분의 ‘진정’과 미언의 ‘참된 의미’는 작가의 어떤 세계관을 보여주는가?

 

2. 맹진사의 이중성: 풍자·해학의 희극정신과 낙관적 세계관

 

<시집가는 날>에서 맹진사의 이중성은 풍자·해학의 희극정신과 낙관적 세계관을 나타낸다. 이 영화는 ‘부정적 기성세대가 청산되기를 바라는 단호한 의지와 민족의 미래에 대한 희망적 세계관’[1]을 보여주고, ‘역전/재역전의 장치를 통해 사건 전개의 단조로움을 방지하고 팽팽한 긴장감을 부여하는 희극적 장치’[2]를 보여준다.

 

맹진사의 이중성은 비판적 풍자와 포용적 해학을 통해 낙관적 세계관을 드러낸다. 맹진사는 돈으로 진사 감투를 사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밀어붙여 명문가문인 김판서댁과의 결혼을 성사시킨 속물같은 인물이라는 점에서 적대자 역할이지만, 부친에게 모든 사건에 대해서 계속 알려주고 부친의 말을 따른다는 점에서 효자 역할을 하며, 나중에 바꿔치기 혼인이라는 자신의 계책으로 인해 딸 갑분이 아니라 하녀 입분이 김판서댁 아들 미언과 결혼하게 되어 후회하는 인물로 나온다. 그래서 맹진사는 속물적이고 돈만 밝히는 인물이라는 점에서 비판적 풍자의 대상이 되지만, 자기 행동을 후회하고 뉘우치는 인물이라는 점에서 포용적 해학의 대상이 된다는 점에서 낙관적 세계관을 보여주는 인물이다. 맹진사에 대한 풍자적 비판으로 부정적 기성세대가 청산되기를 바라는 단호한 의지를 보여주면서 동시에 해학적 웃음으로 민족의 화합과 민족의 미래에 대한 희망적 세계관을 표현한다.

 

맹진사의 희화화와 권선징악은 풍자의 징벌·교정과 해학의 포용·화해를 통한 희극정신과 슬픔의 유머를 통한 공감을 표현한다. 맹진사는 해학성이 뛰어난 희화화된 인물이라는 점에서 희극적 분위기를 고조시키고, 거짓의 계책과 실패로 인해 웃음의 대상 즉 비판의 대상이 된다. 이 영화는 전반부에 맹진사댁과 김판서댁의 혼인이 성사되는 행복을 표현하고, 중반부에 김판서댁의 아들 미언이 절름발이라는 점이 밝혀지면서 역전되는 불행을 표현하고, 후반부에 바꿔치기 혼인으로 입분이 결혼하게 된 미언이 늠름한 청년이라는 점이 밝혀지면서 재역전이 되어 행복(입분-미언)과 불행(갑분-맹진사)의 대비를 보여준다. 이러한 역전/재역전 장치는 사건 전개의 단조로움을 방지하고 팽팽한 긴장감을 부여하는 희극적 장치가 된다. 맹진사에 대한 풍자적 웃음은 부정적 기성세대에 대한 징벌과 교정의 의지를 보여주고, 맹진사에 대한 해학적 웃음은 미래의 화합을 위해 부정적 기성세대를 포용하는 화해 정신을 보여준다. 이 영화의 희극정신은 웃음을 통해 비판정신과 화해정신을 동시에 담음으로써 암울한 시대 상황을 극복해 나가고자 하며, 아이러니의 극명한 대조는 인간 본성에 대한 통찰을 제공하고 슬픔의 유머를 통해 공감을 표현한다.

 

3. 바꿔치기 혼인: 거짓의 아이러니와 가면 벗기기

 

<시집가는 날>의 바꿔치기 혼인은 거짓의 아이러니와 가면 벗기기를 나타낸다. 이 영화는 ‘민속의례 형식과 조선적인 것의 로컬리티의 극대화로 전통이 내면화되고 분열되는 지점’[3]을 보여주고, ‘혼인 약속과 위기로 인한 문제 해결을 위해 바꿔치기 혼인이라는 계책을 사용하는 혼인장애담’[4]이고, ‘실체와 외용 사이의 불일치와 가면 벗기고 조롱하기로 무지한 관객을 일깨우는 해학적 풍자’[5]를 보여준다.

 

결혼 의례와 거짓 소문은 민족의 내면화와 분열을 드러내고, 실제/외양의 불일치로 간계의 긴장감을 유발하고, 가면 벗기기와 조롱으로 해학적 풍자를 나타낸다. 이 영화는 조선의 혼인 습속을 보여주는 결혼 의례로 전통의 내면화와 분열을 드러내고, 결혼 의례의 축제와 신랑 신체의 거짓 소문으로 기존의 질서를 무너뜨린다. 맹진사는 돈으로 진사를 샀기 때문에 가문의 신분적 열세를 극복하기 위해 김판서댁과 사돈을 맺기 위해 노력하지만, 김판서댁과의 혼인과 절름발이 사위와의 혼인이라는 딜레마에 빠진다. 맹진사는 김판서댁과 혼인하고 싶지만 절름발이를 사위로 삼고 싶지는 않은 딜레마를 해결하기 위해, 바꿔치기 혼인을 통해 김판서댁과 혼인하지만 딸(갑분)이 아니라 하녀(입분)를 절름발이 사위와 혼인시켜 딜레마를 해결하고자 한다. 하지만, 결국 사위가 절름발이가 아니라 정상인이라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맹진사의 가면이 벗겨지고 조롱당하지만 후회하는 모습도 함께 보여줘 풍자와 해학을 결합한 해학적 풍자를 보여준다. 바꿔치기 혼인은 실제/외양의 상반성을 드러내고 간계를 조롱함으로써 긴장감과 희극적 아이러니를 보여준다.

 

맹진사의 바꿔치기 혼인 계책은 미언-갑분의 혼인을 방해하는 방해자이면서 미언-입분의 혼인을 성사시키는 조력자가 되면서 조롱의 대상이 된다. 혼인을 주제로 하는 코미디영화에서 마지막은 혼인으로 끝나고 과정에서 신부의 아버지가 적대자, 장애물 역할을 한다. 이 영화는 특이하게 신부의 아버지가 내놓은 계책인 바꿔치기 혼인으로 여주인공 입분과 주인공 미언이 결혼하게 된다는 점에서 혼인장애담이 오히려 혼인담으로 바뀌게 된다. 원래 신부 갑분의 아버지 맹진사가 그 혼인을 저지하기 위해서, 즉 원래의 역할인 혼인의 적대자 역할을 수행함으로써 바꿔치기 혼인의 신부 입분이 결혼하게 되는 역할을 한다. 즉 맹진사는 원래 혼인에서 적대자 역할을 수행하여 갑분-미언의 혼인을 방해하기 위해서 바꿔치기 혼인을 추진하고, 그 결과 바꿔치기 혼인에서 입분-미언의 혼인에서 조력자가 되는 아이러니를 보여준다. 코미디영화에서는 방해자(보통 신부의 아버지)에 의한 혼인 성립의 위기를 극복하고 마지막에 가서 결혼에 성공한다. 이 영화에서 방해자는 신랑의 작은아버지와 신부의 아버지이며 두 사람에 의해 미언-갑분의 혼인 성립에서 위기가 닥치고, 문제 해결을 위해 바꿔치기 혼인(갑분/입분)을 계획하여 미언-입분의 혼인을 성립하게 된다. 결국 신랑의 절름발이 이야기가 거짓 소문이라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맹진사는 미언-갑분(딸)의 혼인에서 방해자가 되고 미언-갑분(하녀)의 혼인에서 조력자가 되는 아이러니를 통해 혼인의 성사를 좌우한 방해자/협력자의 이중성을 보여준다.

 

4. 새 시대의 진정성: 기득권 청산의 인과응보와 화합의 민족주의

 

<시집가는 날>에서 새 시대의 진정성은 기득권 청산의 인과응보와 화합의 민족주의를 나타낸다. 이 영화는 ‘혼돈의 시기에서 가문이나 자본의 세력으로 움직이는 사회가 아니라 진정성이 하나로 뭉쳐서 살아가는 세상을 소망하며, 친일파와 같은 부정적 기득권자들의 청산, 선과 악의 대립적 이분법 구조로 민족의 화합과 긍정적 가치관을 나타낸다.’[6]

 

새 시대의 진정성은 부정적 기득권의 청산이라는 인과응보를 통해 신분과 계급의 질서를 무너뜨리는 의미를 나타낸다. 1950년대는 사회의 혼돈, 가치관의 혼돈, 무질서한 사회적 상황, 불안스러운 삶, 불확실한 미래 등 혼돈의 시기이다. 긍정적 인물(미언·입분)은 민족을 위해 희생하며 일하고 희망적인 세상으로 이끈다는 점에서 진정성을 보여준다. 미언의 진정성은 신분과 계급에 상관없이 진정성이 있는 여성과 결혼함으로써 진정성의 세상을 만들어 나가려는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고, 입분의 진정성은 신체의 불구 여부와 상관없이 외로운 남편을 공경하며 살겠다는 마음이라는 점이다. 미언은 자신이 절름발이라는 거짓 소문을 퍼뜨려 맹진사댁의 맹진사와 신부(갑분)의 진정성을 시험한 것이다. 직위와 신분, 가문의 명성 면에서 차이가 많이 나는 집안의 혼사가 이루어진 이유가 이상하며, 특히 양반댁 자제인 미언이 입분이 하녀임을 밝히고 자신도 입분의 신분을 아는 상태에서 결혼한다는 것이 개연성이 떨어진다. 맹진사는 돈, 신분, 직위에 집착한다는 점에서 전근대적 인물이고, 미언은 돈, 신분, 직위에 연연하지 않고 신분사회에 반기를 든다는 점에서는 근대적 인물이다.

 

부정적 기득권에 대한 인과응보와 권선징악은 선과 악의 이분법으로 청산과 화합으로 해학적 정서를 나타낸다. 이 영화에서 미언은 새 시대에 필요한 가치관을 실천할 수 있는 인물이라는 점에서 거짓 소문을 통해 맹진사댁 같은 부정적 기득권자들을 청산한다. 미언-입분과 맹진사-갑분처럼 선과 악이 대립하는 이분법적 구조를 통해 거짓말이라는 매개로 선의 인물이 승리하고 악의 인물이 몰락하는 해피엔딩으로 긍정적 가치관을 보여주며, 부정적 세력을 청산하려는 의지와 민족의 화합을 지향한다는 점에서 해학적 정서를 보여준다.

 

5. 결론: 바꿔치기 혼인과 풍자·해학의 희극정신

 

<시집가는 날>은 맹진사의 역할, 바꿔치기 혼인, 참된 마음을 통해 풍자·해학의 희극정신, 가면 벗기기와 조롱, 새 시대의 진정성을 나타낸다. 첫째, 맹진사의 이중성은 부정적 기성세대의 청산, 희화화된 인물과 권선징악을 통해 풍자·해학의 희극정신과 낙관적 세계관을 나타낸다. 둘째, 바꿔치기 혼인은 혼인장애담이 혼인실패담(갑분)과 혼인성공담(입분)으로 바뀌면서, 실제/외양의 불일치로 가면 벗기기와 조롱을 나타낸다. 셋째, 참된 마음은 민족을 위해서 희생하고 있는 긍정적 세력들, 민족주의의 인과응보, 부정적 기득권 세력의 청산을 통해 새 시대의 진정성을 나타낸다. 

<시집가는 날>은 고전적 영화문법과 다양한 재현양식을 보여주며, 숏 크기와 인물의 감정이입, 장면전환의 새로운 시도, 롱테이크의 미학을 보여준다. 오영진은 ‘다양한 재현양식의 시나리오 창작을 통해 스토리 위주의 시나리오가 갖는 형식적인 미숙함을 극복하여 한국 영화의 가능성을 모색한다.’[7] 숏 크기는 입분·미언의 클로즈업과 갑분·맹진사의 미디엄숏을 대비시켜 주인공/적대자의 차별성으로 감정이입의 대비를 표현한다. 페이드아웃은 자연스러운 장면전환에 사용되고 와이퍼 기법은 급박한 상황의 장면전환에 사용하는 등 그 당시 새로운 장면전환 기법을 선보인다. 고정된 카메라와 멀어지는 인물은 풀숏, 롱숏, 익스트림롱숏으로 롱테이크의 미학을 보여준다.

 

 

[참고문헌]
[1] 김진태, 「오영진 시나리오의 대중성 연구: 「시집가는 날」과 「인생차압」을 중심으로」, 계명대학교 석사논문, 2011.
[2] 이형직, 「맹진사댁 경사에 나타난 희극성 연구」, 명지대학교 석사논문, 2005.
[3] 김윤미, 「오영진의 1940년대 초기 시나리오에 나타난 ‘민속’의 의미 -'배뱅이굿'과 '맹진사댁 경사'를 중심으로」, 『현대문학의 연구』, 39호, 한국문학연구학회, 2009.
[4] 윤일수, 「「맹진사댁 경사」 에 나타난 바꿔치기 혼인 설화의 계승 양상」, 『한국연극학』, 7권 1호, 한국연극학회, 1995.
[5] 안숙현, 「오영진과 고골의 풍자극에 나타난 연극적 놀이 비교 연구」, 『새국어교육』, 101호, 한국국어교육학회, 2014.
[6] 김진태, 「오영진 시나리오의 대중성 연구: 「시집가는 날」과 「인생차압」을 중심으로」, 계명대학교 석사논문, 2011.
[7] 이준희, 「오영진 시나리오의 재현 양식 연구」, 서울대학교 석사논문, 2016.

 

사진 출처: 네이버 영화 <시집가는 날>

 

 

글·서곡숙
영화평론가, 영화학박사, 청주대학교 영화영상학과 교수. 한국영화교육학회 부회장, 한국영화학회 대외협력상임이사, 계간지 『크리티크 M』 편집위원장을 역임하고 있으며, 부산국제영화제, 전주국제영화제, 부천국제영화제, 대종상 등의 심사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