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민주주의를 위해, 체포에 동의했던 ‘룰라’
저항할 것인가, 항복할 것인가?
2018년, 세르지우 모루 판사는 부패 사건 ‘라바 자토’(2014년에 수사가 시작된 브라질의 국영 석유 회사인 페트로브라스·Petrobras 관련 부패 사건)로 유죄 판결을 받은 전 대통령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실바의 구속을 명령했다. 좌절감에 빠진 룰라의 주변 사람들은 그가 항복해야 할지, 저항해야 할지에 대해 분열되었다. 룰라는 580일간의 수감 생활 끝에 무죄로 풀려났다. 작가 페르난두 모라이스는 얼마 전 출간된 『룰라: 노조 투쟁에서 정치적 싸움으로(Lula. De la lutte syndicale au combat politique)』에서 이 잘 알려지지 않은 사법적 고난의 뒷이야기를 상세히 다루었다.
2018년 4월 5일 목요일, 상파울루 주 상베르나르두 두 캄푸 금속노조 본부.
2층에서 룰라가 도착하자, 그가 노조 본부에서 밤을 지낼 것이라는 결정이 만장일치로 내려졌다. ABCD 금속노조 위원장 모이세스 셀레르제스는 그를 위해 즉석에서 숙소를 마련했다. 그는 지하실의 접근이 어려운 방에 매트리스, 베개, 줄무늬 시트, 초록과 파란 꽃무늬의 면 이불을 놓았다. 노조 위원장은 룰라의 아파트에 가서 갈아입을 옷 두 벌을 갈색 비닐봉지에 담아 가져왔다. 노조 본부에서 전 대통령을 위해 마련된 방 옆 방에는 햄과 치즈 샌드위치, 탄산음료, 맥주, 물이 놓인 작은 테이블이 준비되었다.
그러나 체포 명령에 어떻게 대응할지에 대한 중요한 결정에서 룰라의 측근들은 명확히 나뉘었다. 린드베르그 파리아스 상원의원, 글레이시 호프만 상원의원, 변호사 루이스 에두아르도 그린할기 등 룰라와 오랜 동료였던 사람들, 그리고 조앙 페드로 스테딜레와 기예르메 보울루스 같은 활동가들은 세르지우 모루 판사의 명령을 무시하고 문제를 상대에게 돌려야 한다고 주장했다.(1)
이들의 구호는 단 하나, “저항”이었다. 이들은 보안군이 노조 본부를 보호하는 군중을 학살할 만큼 무모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믿었다. 이들은 이러한 대치 상황이 세계 곳곳에 그들의 동료가 겪고 있는 박해를 폭로할 기회가 될 것이라고 여겼다.
그러나 변호사 발레스카와 자닌은 이 제안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그들은 룰라가 법의 희생양이 되었다고 믿고 있지만, 체포 명령에 따르지 않으면 룰라가 도망자로 간주되고 구속될 것이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룰라의 개인 경호팀장 발미르 모라이스는 언제나처럼 침묵을 지키며 논의 내용을 불안하게 지켜봤다. 그는 연방 경찰이 군중을 해산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었고, 작은 총격전이라도 대량 학살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노조 본부 건물과 주변 거리는 점점 더 붐비기 시작했고, 모루 판사가 준 24시간이 흐르면서 어느 누구도 룰라가 저항할지, 아니면 경찰에 자진해서 체포될지 알 수 없었다.
2018년 4월 6일 금요일. 밤이 깊어가자 룰라는 자신의 보좌관인 마르코 아우렐리오 산타나 히베이루를 조용히 끌어당겨 빈방으로 데려갔다. 그는 방 안에서 문을 잠그고 불을 꺼 방을 어둠 속에 잠기게 했다. 그러고 나서 마르콜라에게 조용히 말했다.
- 마르콜라, 끝까지 나를 따라줄 거야?
- 네, 대통령님, 물론이죠.
- 그럼 이곳에서 주목받지 않게 떠나, 가방을 싸서 쿠리치바로 가는 비행기 표를 사. 거기 도착하면 우리 변호사인 루이스 카를로스 다 호샤와 마누엘 카에타노를 만나고 기다려.
모라이스 외에는 아무도 모루 판사의 체포 명령을 따르겠다는 룰라의 결정을 정확히 알지 못했다. 심지어 급진적 해결책을 주장했던 사람들조차 현실을 직시했다. 만약 거리에 10만이나 20만 명의 사람들이 있었다면 저항할 수 있었겠지만, 그렇지 않으면 저항은 불가능했다.
“내 무죄를 증명하고 돌아오겠습니다”
2018년 4월 7일 토요일, 노조 본부.
룰라는 여전히 연방 경찰 본부에 자진해서 가지 않았지만, 그는 체포를 받아들이기로 결정했다. 다만, 한 가지 조건을 내걸었다. 노조 본부에서 아내 마리사 레티시아의 1주기 미사를 열고, 노조원들과 마지막 인사를 나눈 후에야 경찰에 자진해서 체포되는 것이었다.
- 나는 저지르지 않은 범죄로 기소되었습니다. (…) 하지만 나는 그들의 명령을 따르기로 했습니다. 왜냐하면 그들이 내게 모든 책임을 떠넘기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들은 나를 체포하기로 결정했지만, 전사의 죽음이 혁명을 막지는 못할 것입니다.
- 항복하지 마! 항복하지 마! 항복하지 마!
사람들의 외침이 이어졌지만, 룰라는 이별의 시간이 다가왔음을 알리는 목소리로 계속해서 말했다.
- 나는 꿈을 꾸는 사람입니다. 이 나라를 위해 꿈을 꿨습니다. 수백만의 가난한 사람들이 경제에 참여하고, 대학에 입학하며, 이 나라에 수백만의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을 것이라고 꿈꿨습니다. 어린이들이 매일 먹을 수 있도록 우유, 콩, 쌀을 제공해 유아 사망률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꿈꿨습니다. 빈민가의 학생들을 이 나라 최고의 대학에 입학시켜 우리가 엘리트에게만 속하지 않는 판사와 검사들을 가질 수 있을 것이라고 꿈꿨습니다. (…)
거의 오후 1시, 마지막 순간이 다가왔다.
- 동지들, 여러분이 내게 보여준 이 모든 따뜻함과 존경에 나는 어떻게 감사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 그래서, 동지들, 나는 여러분을 포옹합니다. 이 목은 굽히지 않을 것입니다. 내 어머니가 이미 이 목을 짧게 만들어 굽히지 않도록 했습니다. 나는 당당하게 나아갈 것입니다. 내 무죄를 증명하고 돌아오겠습니다. 동지들, 여러분께 깊이 감사드립니다. 친구들, 정말 고맙습니다.
2019년 11월 8일, 룰라는 감옥에서 석방되었다.
글·페르난두 모라이스 Fernando Morais
작가
번역·김희동
번역위원
(1) 편집자 주: 2018년에 기예르메 보울루스는 무주택자 운동(MTST)의 지도자였다. 그는 현재 사회주의와 자유당(PSOL) 소속의 국회의원이며, 2024년 상파울루 시장 선거에 좌파 후보로 출마했다.
두 세계의 대립을 드러낸 베네수엘라 대선 대선 부정 개표 논란이 계속되고 있는 베네수엘라에서 대법원이 지난 8월 22일 니콜라스 마두로(61) 대통령을 당선인으로 확정한 선거관리위원회(CNE)의 개표 절차에 “문제가 없다”고 결정했으나 야당은 계속하여 반발하고 있다. 카리슬리아 로드리게스 베네수엘라 대법원장은 이날 “7·28 대선과 관련해 선관위에서 내놓은 개표 결과와 제반 자료를 검증한 결과 투표기기 집계에 이상이 없다”면서 해당 집계표는 선관위 당선인 발표를 객관적으로 뒷받침하며, 전국 집계 센터의 데이터베이스와 완전히 일치한다”라고 말했다. 베네수엘라 국영 TV방송(VTV)에서 생중계한 이날 결정문 발표에서 로드리게스 대법원장은 “선관위에 대선과 관련한 관할권이 있음은 명백하고, 선관위의 당선인 발표는 유효하다”며 ‘마두로 3선 성공’을 재확인했다. 하지만 야당은 이번 선거가 역사적인 ‘부정 선거’였으며, 민주주의가 점차 억압받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마두로 정부는 지난 7월 28일 대통령 선거에서의 승리를 강력히 주장하며, 야당이 미국의 사주를 받은 ‘극우파’와 ‘범죄 집단’이 벌이는 테러리스트 폭력을 지지하고 있다고 비난하고 있다. 마두로 정부의 이 같은 주장은 반미 성향의 국제 정치전문가들과 라틴 아메리카와 유럽의 일부 좌파 세력들로부터 지지를 받고 있다. 10명의 후보가 경쟁한 이번 선거는 10년 넘게 미국의 제재 속에서 고통받고 있는 베네수엘라의 정치적 위기를 해결하지 못했다. 오히려 이번 선거는 지구촌의 정치적 분열, 특히 서구와 그 지지자들 대(對) 글로벌 남반구 간의 대립을 드러냈다. 미국을 비롯해 아르헨티나, 코스타리카, 에콰도르, 파나마, 페루, 우루과이는 에드문도 곤살레스 우루티아 후보의 승리를 공식적으로 인정한 반면, 약 40여 개국은 마두로 대통령의 승리를 축하했다. 여기에는 볼리비아, 쿠바, 온두라스, 니카라과, 세르비아, 알제리, 앙골라, 콩고공화국, 이란, 터키, 사우디아라비아와 같은 아프리카와 중동 지역의 20여 개국, 그리고 중국, 인도네시아, 베트남과 같은 아시아 국가들과 러시아가 포함된다. 러시아는 마두로 대통령을 오는 10월 카잔에서 열리는 브릭스(BRICS, 브라질·러시아·인도·중국·남아프리카공화국) 정상회의에 초대하기도 했다. 워싱턴은 브라질과 콜롬비아의 제안을 받아들이고 있는데, 이들 국가는 야당과 마두로의 승리를 인정하지 않으며, 새로운 선거를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이 옵션은 베네수엘라의 주요 정치 세력들에 의해 단호히 거부되고 있다. 한편, 멕시코는 최종 승자를 결정할 베네수엘라 최고법원의 결정을 존중할 것이라고 밝혀, 8월 22일 나온 베네수엘라 대법원 판결을 받아들일 것으로 보인다. 마지막으로, 캐나다, 칠레, 과테말라, 스페인, 프랑스, 이탈리아, 영국, 유럽연합 등 일부 국가들은 7월 28일 선거 결과의 상세한 공개와 이 결과에 대한 공정하고 독립적인 검증을 요구했다.
글·크리스토프 벤투라 Christophe Ventura *야권 대선후보였던 에드문도 우루티아 곤살레스는 9월 7일 스페인으로 정치적 망명을 떠났다-편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