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의 우생학, 집시들의 고통
이 소설의 도입부는 오래전부터 내려온 집시에 대한 사람들의 편견으로 시작된다. "집시들은 언제나 골칫거리였다." 이어서 집시 출신의 스위스 시민 루보 라인하르트가 등장한다. 루보는 개인적으로 두 가지 비극을 경험한다. 아내가 살해된 사건과, 두 아이들이 경찰에게 납치돼 킨더 데어 란드스트스 조직에 넘겨진 일이다. '아이들이 지저분한 집시들과 있는 것보다는 위생적이고 안전한 곳에 있어야 한다'는 논리로 행해진 엄연한 아동 납치였다. 루보는 정의를 행하고 집시들을 구하고 싶다는 마음에 한 가지 복수 방법을 생각하게 된다. 바로 신분을 세탁해 많은 스위스 여성들을 유혹해 임신시키는 일이다. 그렇게 되면 스위스 여성들이 루보의 아이들을 낳게 되고 그렇게 아무도 모르게 집시의 혈통이 스위스에서 계속 흐르게 된다. 이것이 루보가 집시를 탄압하는 스위스에 할 수 있는 복수다.
위고도 이렇게 '루보의 복수 계획'에 따라 태어난 사람이다. 위고는 배다른 형제인 한스의 증언을 통해 첫 등장을 한다. 1972년 30살의 한스는 살인죄로 잡혀 자신의 인생을 고통스럽게 증언하는데 특히 위고와 관련된 증언을 한다. 한스는 "세상을 지배하는 것은 광기와 잔인한 본능이다"라고 말하며 세상에 대한 환멸을 나타낸다.
위고는 한스에게 보낸 장문의 편지에서 자신의 이야기를 한다. 한스와 위고의 긴장감 넘치는 증언은 킨더 데어 란드스트스가 얼마나 비열한 조직인지를 알려준다. 한스 사건을 맡은 판사에게 편지를 보낸 어느 경찰관은 이번 사건에 여러 가지 미심쩍은 점이 많다고 한다. 경찰관은 법의 수호자라는 자신의 역할이 보이는 한계, 인간 내면에 숨겨진 사악한 마음에 대해 생각해본다. 특히 경찰관은 루보의 인생, 루보의 반항심, 그리고 희극과 비극이 교차하는 의미 없는 복수를 끝내기로 한 루보의 결심에 깊은 인상을 받는다.
<씨를 뿌리는 남자>는 30년 가까이 이어져온 가슴 아픈 복수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읽을수록 스릴이 느껴진다. 내레이션 구성이 훌륭하고 문체는 군더더기 없이 명쾌하다. 특히 적절한 톤과 정교한 심리 묘사가 뛰어난 작품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독자들은 집시를 탄압하는 차별이 무엇인지 알게 되고 분노하게 될 것이다.
글/크리스틴 튈리시셰 Christine Tully-Sitchet
번역/이주영 ombre2@ilemonde.com
(1) Laurence Jourdan, '스위스의 집시 사냥',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1999년 10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