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곡숙의 시네마 크리티크] <윤시내가 사라졌다> ― 이미테이션 가수, 사라진 진짜와 가짜의 부활
1. <윤시내가 사라졌다>와 이미테이션 가수
<윤시내가 사라졌다>(김진화, 2022)는 이미테이션 가수 엄마와 유튜버 딸의 갈등을 그린 영화이다. 이 영화는 2022년 23회 전주국제영화제 한국경쟁 배우상, 2023년 10회 들꽃영화상 스태프상을 수상하였다. 이 영화는 전설적인 가수 윤시내의 이미테이션 가수 연시내로 20년간 살아온 엄마 심순이(오민애)가 윤시내의 실종으로 일자리를 잃어 윤시내를 찾아 나서게 된다. 유튜버 짱하로 활동하는 딸 장하다(이주영)는 하덕커플의 결별로 새로운 관심거리를 찾던 중 우연히 라이브 방송에 찍힌 엄마 연시내가 관심을 받자 윤시내를 찾는 여정에 동참하게 된다. 두 사람은 동료 가수 운시내로 활동하는 준옥(노재원)과 함께 떠나며 가시내, 윤신애, 윤사내를 만나며 진짜 윤시내를 찾는 여정에서 20년을 묵혀온 갈등이 터지기 시작한다.
2. 관종 유튜버: 유튜브 방송과 사생활 보호의 아이러니
장하다/김덕의 하덕 커플은 유튜브 방송과 사생활 보호의 아이러니를 그려낸다. 이 영화에서 장하다/김덕의 하덕 커플은 세 차례, 즉 김덕의 유튜브 영상 삭제 요구, 김덕의 유튜브 영상 시청, 김덕/심순이의 충돌과 영상 삭제로 나타난다. 전반부에서 장하다/김덕의 하덕 커플은 베스트커플상을 받을 정도로 관심을 받았으나, 사생활의 지나친 노출 문제로 현재 결별한 지 1년을 맞이한다. 김덕은 장하다에게 커플 영상의 삭제를 요구하고, 장하다는 지우기가 어렵다고 답변한다. 김덕이 헤어질 때 장하다의 가방에 숨겨둔 카메라를 발견하고 분노하며 떠나고, 카메라가 뒤로 움직이면서 나무 뒤에 숨겨놓은 또 하나의 카메라를 보여준다. 장하다는 김덕의 분노에도 불구하고 두 대의 카메라에 찍힌 영상을 편집해서 하덕 커플의 결별 1년 후 근황을 유튜브에 올린다.
전반부에서 김덕은 장하다의 이미테이션 클럽 실시간 라이브 방송 유튜브를 시청하다가 갑자기 커진 사운드에 놀라서 이어폰을 빼내며, 이 장면으로 결별 이후에도 계속 장하다의 유튜브를 시청하고 있음이 밝혀진다. 중반부에서 가시내 식당에서 김덕이 갑자기 나타나 라이브 방송할 때 상호명 주소를 노출시키면 안 된다고 충고하고, 장하다 엄마 심순이에게 ‘라이브 방송을 해서 엄마를 조롱거리로 만든다’며 경고하고, ‘너를 진심으로 대하는 사람의 뒤통수를 치지 말라’고 화를 낸다. 이에 심순이는 도리어 김덕의 뒤통수를 치며 혼을 내고, 김덕은 ‘장하다가 저렇게 사는 거 아는지’, ‘장하다가 여태까지 엄마가 없다고 말한 이유를 아는지’라며 큰 소리를 낸다. 결국 김덕은 장하다에게 ‘나쁜 년’이라고 욕을 하고, 장하다는 하덕 커플 영상을 삭제한다.
장하다와 김덕의 하덕 커플은 행동을 보면 두 사람 모두 계속 서로에게 관심이 있고 애정이 남아 있는 상태이지만, 장하다의 유튜브 활동으로 인한 지나친 사생활 노출로 갈등이 일어난다. 김덕은 헤어진 전여친의 근황을 계속 궁금해하고 걱정하고 조언하고 분노하며, 장하다는 커플 영상을 삭제할 때 미련을 보이고 김덕이 등장할 때마다 힘들어한다. 장하다는 유튜버 짱하로서 관심을 받을 수 있는 모든 영상을 올리고 영상에 집착하고, 하덕 커플의 지나친 사생활 노출로 인해 김덕이 힘들어하면서 하덕 커플이 깨어진다. 유튜버 짱하가 유튜브 방송을 성공시키기 위해서 자신의 사생활을 계속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하덕 커플의 유튜브 시청 빈도수가 올라갈수록 사생활의 문제가 커진다는 아이러니가 나타난다. 유튜브 시청률과 사생활 보호는 사생활을 적나라하게 올릴수록 사생활이 망가지고 몰래카메라까지 드러나면서 신뢰가 깨어진다는 점에서 두 가치 사이에서 아이러니를 보여준다.
장하다/심순이는 짱하/연시내의 유튜브 방송으로 연시내 활동에 대한 반감/호감의 대비를 드러낸다. 전반부에서 장하다는 남친과 헤어지면서 더 이상 하덕 커플이라는 인기 메인 테마가 없는 상황에서 엄마 연시내가 갑자기 들어와 관심을 끌게 되자 엄마를 몰래 촬영하기 시작한다. 그래서 장하다는 유튜브 방송을 위해서 엄마의 실종된 윤시내 찾기 여정에 동참하게 되면서 이미테이션 클럽과 이미테이션 가수들을 접하게 된다. 엄마 심순이는 김덕의 폭로에도 불구하고 장하다를 감싸지만, 자동차의 인형 뒤에 숨겨둔 카메라를 발견하게 되면서 장하다의 진심을 의심하게 되면서 갈등하게 된다.
우연이 필연을 만든다. 유튜버 짱하 활동에서 관심에 목말라 있던 장하다는 자신의 방에 우연히 들어온 엄마 연시내로 인해 새로운 관심 테마를 찾게 된다. 그래서 장하다는 엄마 심순이의 연시내 활동에 대해 반감을 느끼지만, 자신의 유튜브 시청률을 높이기 위해 연시내의 윤시내 찾기 여정에 동참하면서 연시내의 행적을 몰래 촬영한다. 장하다/심순이는 윤시내의 실종, 윤시내 찾아 나서기, 몰래카메라의 발각 등으로 갈등이 표출된다. 심순이는 김덕의 폭로를 믿지 않았지만 인형 뒤에 숨겨둔 카메라를 발견하게 되면서, 자신을 걱정해서 동행한 것이 아니라는 사실, 자신과 대화를 나누면서 지었던 표정이 전부 쇼라는 사실로 화를 낸다. 심순이가 장하다의 행동이 윤시내 선생님을 욕먹인다고 말하자, 장하다도 윤시내에 대한 연시내의 ‘대단한 사랑’에 격한 감정을 내보이게 되고, 마침내 두 사람의 동행은 이별로 끝난다. 관객은 장하다가 심순이의 연시내 활동을 ‘가짜’라고 비난하고, 윤시내에 대한 ‘대단한 사랑’에 울분을 내비치는 이유를 알지 못하면서 그 이유에 대해 호기심을 느끼게 된다.
3. 이미테이션 가수: 진짜와 가짜의 아이러니
윤시내/연시내는 이미테이션 가수를 통해 진짜/가짜의 아이러니를 드러낸다. 윤시내를 찾는 여정은 이미테이션 클럽 방문, 이미테이션 가수 찾기, 가시내 식당 방문이라는 사건으로 전개된다. 이미테이션 클럽은 처음에는 아무도 없는 공간에서 침묵이 흐르다가, 커튼 뒤에서 이미테이션 가수 연습생들이 갑자기 나타나서 줄을 지어 돌기 시작하는 난장판이 펼쳐지고, 장하다도 그 대열에 합류하게 되면서 유튜브 라이브 방송이 끊어지게 된다. 싸구려 조명, 싸구려 의상, 싸구려 무대에도 불구하고 이미테이션 가수 연습생은 흥겨운 끼를 발산하며 기쁨을 표출한다. 이러한 키치적 난장판은 진짜의 진중함과 가짜의 소란스러움을 대비시키지만, 이미테이션 가수의 행복한 끼를 드러내어 가짜를 무시한 장하다에게 생각할 여지를 제공한다.
윤시내를 찾는 여정은 연시내, 운시내, 가시내 등 이미테이션 가수들을 찾는 여정으로 이어진다. 운사내(준옥)는 이미테이션 가수이자 아이돌 연습생 출신 관종으로서 연시내(심순이)와 짱하(장하다)의 연결고리 역할을 수행한다. 장하다와 운시내는 식탁 밑 첫 만남, 윤시내 찾는 여정의 동행, 관종 장하다에 대한 이해, 이미테이션 가수의 진정성을 보여준다. 장하다가 식탁 밑에서 엄마 연시내를 몰래 찍고 있을 때 운시내가 바로 옆에서 불쑥 등장한다. 엄마 연시내는 윤시내 동영상을 보여주면서 이미테이션 연습을 하는데 집중해서 알지 못하는 반면, 운시내는 연시내를 찍고 있는 장하다에 대한 정보를 엄마 연시내보다 먼저 알게 된다.
운시내는 처음에는 같은 이미테이션 가수이면서 지명도가 있는 연시내 선배에 대한 존경심으로 윤시내를 찾는 여정에 동참하지만, 나중에는 연시내의 딸 장하다의 행동에 관심을 느끼고 관심을 받고 싶은 마음을 이해해준다. 운시내는 아이돌 연습생으로서 팬의 관심에 목말라했고, 10년 후에 아이돌을 포기하는 아픔을 겪어 유튜버 짱하의 관종을 이해하여 자신의 마음을 솔직하게 표현하라고 조언한다. 장하다도 운시내가 이미테이션 가수로서 클럽에서 노래 부르는 모습에 감명을 받아서 이미테이션 가수인 엄마 연시내에 대해서 좀 더 이해하게 된다. 운시내는 장하다의 자동차 유리에 ‘개씹 관종 뒈져’라는 욕설이 적힌 것을 보고 장하다가 상처받지 않게 보지 못하도록 막아서는 다정함을 보여준다. 연시내·장하다와 운시내의 만남과 헤어짐은 모두 우연적 요소로 이루어진다. 운시내는 우연히 선배 연시내와 마주쳐 윤시내를 찾는 여정에 동행하게 되고, 클럽 공연 후 장하다의 차가 사라짐으로써 그 여정에서 하차하게 된다.
가시내 백두리(김재화)는 시선을 두려워하는 이미테이션 가수이지만 이미테이션 가수의 진정성을 전달한다. 연시내는 윤시내와 친하게 지내는 이미테이션 가수 가시내를 찾아나선다. 장하다는 연시내와 운시내보다 먼저 놀이터에서 공연하는 가시내를 발견하지만, 쑥스러워하는 가시내로 인해 미끄럼틀 뒤에서 숨어서 공연을 관람한다. 가시내는 노래 부르기를 좋아하지만 타인의 시선을 부담스러워해서, 장하다, 운시내, 연시내 모두 미끄럼틀 뒤에 숨어서 관람하도록 요구하고, 지나가는 여성들이 옆에서 쳐다보며 관람하자 노래 부르기를 중단한다. 하지만, 가시내는 놀이터에서 노래를 계속 부르는 열정을 통해 이미테이션 가수의 진정성을 보여주면서 장하다가, 노래를 사랑하고 노래에 진심인 이미테이션 가수인 엄마 연시내의 열정과 진정성을 느끼게 만든다.
4. 엄마와 딸: 공적 일과 사적 관계의 아이러니
장하다·연시내의 윤시내를 찾는 여정은 윤시내와의 극적인 만남, 연시내에 대한 장하다의 옹호로 끝맺는다. 가짜 연시내와 진짜 윤시내의 만남은 두 차례 이루어진다. 전반부에서 공연을 위해 대기하던 연시내는 복도를 걷다가 대기실에 앉아 있는 윤시내와 시선이 마주치게 되면서 진짜의 아우라를 느끼게 된다. 후반부에서 연시내는 윤시내에게 드릴 술을 마치 윤시내를 대하듯 조심스럽게 들고 다니지만, 눈길을 계속 걷다가 지치고 추위를 느끼자 무거운 술을 모두 마셔버리면서 윤시내에 대한 집착에서 벗어난다. 후반부에서 연시내는 병원에서 의식을 차리지 못하고 누워 있는 이미테이션 가수를 병문안 가서 윤시내의 노래 ‘그대에게서 벗어나고파’를 부르고, 갑자기 나타난 윤시내를 보지만 자신의 노래를 끝까지 열창한다.
이 장면에서 연시내가 윤시내에 대한 추종으로 실종된 윤시내를 계속 찾아 나서지만, 정작 윤시내를 만나고도 윤시내의 노래를 끝까지 부르는 이유가 무엇인가? 연시내는 의식을 차리지 못하는 같은 이미테이션 가수에 대한 위로로 윤시내의 노래를 부르면서 이미테이션 가수의 회환을 표현한다. 이후 연시내는 이미테이션 가수를 병문안 온 진짜 윤시내를 마주하지만, 윤시내의 노래를 부르면서 윤시내의 이미테이션 가수로서의 진정성을 보여주고자 열창한다. 장하다는 처음에는 유튜버 짱하로서 진짜 윤시내가 등장하자 몰래 카메라를 켜서 생방송 라이브 방송을 시작하지만, 나중에는 딸 장하다로서 진정성을 담아 윤시내의 노래를 열창하는 엄마 연시내에게로 시선을 돌려 촬영한다.
장하다가 어린 시절 윤시내의 노래를 부르던 동영상이 교차편집으로 나오면서 진짜 윤시내, 이미테이션 가수 연시내, 연시내의 딸 장하다를 하나의 연결고리로 연결하며 모녀의 공감과 교감을 표현한다. 장하다는 떠나는 윤시내에게 “선생님을 정말 사랑하는 팬이 있어요. 그 사람도 선생님 세상이 아니예요? 정말 윤시내만 바라보고 사는 것밖에 없는 사람은요? 할 줄 아는 게 윤시내 좋아하고 윤시내 따라하는 사람.”라고 말하며 엄마 연시내를 만나달라고 부탁한다. 하지만 윤시내는 자신도 자신의 세계를 지키고 싶고 이미테이션 가수 연시내도 ‘그분만의 세상’이 있다며 조용히 떠나간다. 장하다는 이미테이션 가수인 엄마 연시내의 진정성을 윤시내에게 호소하고, 진짜 윤시내도 가짜 연시내의 독자적인 세상을 인정하면서 서로 교감한다.
장하다와 심순이는 공적 일과 사적 관계의 아이러니를 그려낸다. 장하다와 심순이의 오래된 갈등에 대한 단서는 전반부, 중반부, 후반부에 걸쳐 조금씩 제공되다가, 마지막에 모든 단서가 제공되어 관객의 호기심을 충족시킨다. 전반부의 과거 동영상에서 어린 장하다가 열심히 노래를 부르며 춤을 추는 장면이 나오지만, 이 영상에 대한 정보가 전혀 주어지지 않은 채 계속 반복해서 나온다.
전반부에서 장하다가 엄마 연시내의 옷장에서 연시내의 무대 의상을 보여주다가, 어떤 물체를 보고는 갑자기 얼굴이 굳는 장면이 나온다. 유튜브 방송에서 항상 지나치게 명랑하고 쾌활하던 장하다가 갑자기 표정을 굳히는 장면이 나와 관객의 관심을 집중시키지만 이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지 않는다. 뒤이어 유튜브 라이브 방송 영상이 갑자기 현실 영상으로 전환되면서 장하다의 뒤이은 행위를 보여준다. 장하다는 엄마 연시내의 옷장에서 비디오카메라 종이상자를 꺼내고 그 종이상자 안에 비디오카메라가 없이 텅 비어있다는 사실을 발견하고는 더 표정이 굳는다. 유튜브 영상과 현실 영상의 간극이 커서 유튜버 짱하와 현실 장하다가 극명하게 대비된다. 장하다는 유튜브 라이브 방송에서 명랑 쾌활한 모습이지만, 일상생활에서는 항상 불만스럽고 우울한 표정을 보여 무대 위와 무대 위의 차이가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특히 이 장면은 유튜브 라이브 영상에서 갑자기 현실 영상으로 넘어가기 때문에 더욱 강조되지만, 텅 빈 상자의 의미를 말해주지 않아 관객의 궁금증을 유발한다. 중반부에서도 장하다가 비디오카메라에게 계속 시선을 주게 되면서 비디오카메라에 찍힌 영상에 대해 궁금하게 만든다.
후반부에서 과거 장하다가 엄마 연시내를 기쁘게 하기 위해 윤시내의 노래를 부르는 모습을 녹화하지만, 엄마 연시내가 윤시내의 동영상 대신 딸 장하다의 영상이 녹화된 사실을 알고 짜증을 내는 모습에 상처를 입었다는 사실이 마침내 밝혀진다. 장하다는 자신의 동영상보다 윤시내의 동영상을 더 소중히 하는 엄마의 태도에 크게 실망하여, 엄마의 활동, 이미테이션 가수, 윤시내에 대한 추종 등에 대해서 계속 비난하는 태도를 보인다. 장하다는 유튜브 방송 때문에 윤시내를 찾는 엄마의 여정에 어쩔 수 없이 동참하지만, 윤시내를 추종하고 윤시내를 찾아나서는 엄마의 모습을 보면서 과거의 상처와 현재의 무관심에 다시 실망한다. 장하다가 엄마 연시내가 가짜라고 계속 무시하는 것은 자신의 엄마 연시내가 진짜 윤시내에 대한 추종으로 자신의 딸 장하다를 계속 잊어버리고 무심하게 행동하기 때문이다.
후반부에서 장하다는 마침내 엄마 연시내에게 자신의 속마음을 토로한다. 장하다가 “버리는 데 일가견이 있으신 분이 혼자 버려진 기분이 어땠어?”, “맨날 윤시내만 쫓아다니는 연시내로 살아가면 나는 어쩌라고? 거짓같은 인생 이름만 바꾸면 다 사라져?”라고 따지자, 엄마 연시내는 “심순이로 살아가면 아무것도 가진 게 없잖아. 아무것도.”라고 답변한다. 그러자 장하다는 “아무것도? 왜 없지? 그쪽 눈에는 정말 안 보이세요. 여기 나! 나 여기 이렇게 있는데.”라며 울분을 터트린다. 엄마 연시내에게 공적 일인 윤시내의 이미테이션 가수뿐만 아니라 사적 관계인 딸 장하다도 있다고 외치는 것이다. 마지막 부분에서 엄마 연시내도 “너가 엉덩이 실룩거리면서 재롱부리는데. 제대로 못 보고 무서워서. 너가 커서 나처럼 될까봐.”라며 자신의 마음을 솔직하게 말한다. 엄마 연시내는 장하다가 동영상을 녹화하는 바람에 윤시내 동영상이 지워진 것에 짜증을 낸 것이 아니라, 장하다가 자신과 같이 노래 부르기를 좋아하지만 아무것도 남지 않은 인생을 살까봐 두려워했다는 사실을 털어놓아 장하다와 진심으로 소통한다.
5. <윤시내가 사라졌다>: 사라진 윤시내와 부활한 연시내
<윤시내가 사라졌다>는 사라진 윤시내와 부활한 연시내를 대비시킨다. 이미테이션 가수 연시내는 전반부에 진짜 윤시내가 사라져 일자리를 잃게 되면서 윤시내를 찾아나서고, 중반부에 윤시내와 친한 이미테이션 가수들을 찾아나서면서 이미테이션 가수의 정체성과 진정성을 느끼고, 후반부에 딸 장하다와의 갈등과 소통으로 이미테이션 가수로서의 자신만의 세계를 깨닫고 부활한다. 이 영화는 친절하지 않다, 이 영화는 다양한 갈등과 많은 의문을 품게 하지만 영화 내내 관객이 스스로 생각하고 그 의문에 대한 해답을 찾아가는 적극적인 관람 행위로 이끈다. 두 인물은 딸 장하다와 엄마 심순이, 진짜 윤시내와 가짜 연시내, 유튜버 짱하와 이미테이션 가수 연시내 등 여러가지 면모를 보여준다. 최근 딸과 엄마의 갈등, 상처, 치유를 그리는 영화들이 많이 제작되고 있다. <윤시내가 사라졌다>는 딸과 엄마의 갈등과 상처, 진짜 가수와 가짜 이미테이션 가수 등을 통해 소통의 문제, 정체성의 문제를 제기하면서 다층적인 층위를 그려낸다.
사진 출처: 네이버 영화 <윤시내가 사라졌다>
글·서곡숙
영화평론가, 영화학박사, 청주대학교 영화영상학과 교수. 한국영화교육학회 부회장, 한국영화학회 대외협력상임이사, 계간지 『크리티크 M』 편집위원장을 역임하고 있으며, 부산국제영화제, 전주국제영화제, 부천국제영화제, 대종상 등의 심사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