끊임없는 도전, 칠레의 '국보급 와이너리' 몬테스의 과거, 현재, 미래
아우렐리오 몬테스 주니어, "나라셀라와의 성공적 파트너쉽 비결은 신뢰"
‘와인은 몰라도 몬테스는 안다’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한국 시장에서 칠레 와인 몬테스의 위상은 압도적이다. 전 세계에서 인구 수 대비 판매량 1위를 대한민국이 차지할 정도로, 한국인들이 많이 찾는 몬테스의 한국 사랑은 각별하다. 한국에 수출하는 와인에는 ‘한글 레이블’까지 출시한 적이 있고, 창업주가 해마다 한국을 방문할 정도로 우리나라에 지대한 관심을 쏟고 있다.
칠레의 수도 산티아고에서 가까운 몬테스 와이너리는 지구본을 보면, 우리나라의 정 반대편에 위치해 있다. 우리와는 시간과 계절이 모두 정반대로 흘러가는 곳. 한국의 면적보다 약 7.5배나 큰 칠레는 남북으로 길게 뻗어 있어 지형과 기후의 다양성이 크다. 북쪽의 아타카마 사막에서부터 남쪽의 파타고니아 빙하, 그리고 안데스 산맥의 눈 덮인 봉우리까지. 이 모든 것이 한 국가 안에 존재한다는 것 또한 새삼 신기하게 다가올 뿐이다. 몬테스 와이너리는 계절적으로 우리와는 반대로 겨울을 막 지나 스멀스멀 봄을 맞이하며 포도밭의 푸르름이 짙어 지고 있다. 8월 내내 아침 저녁에 1~5도, 낮엔 14~20도로 비가 오는 날과 흐린 날이 많았는데, 9월 들어선 6~19도로 따사로운 날이 이어지고 있다. 콜차구아 밸리(Colchagua Valley)의 아팔타(Apalta)에 자리한 몬테스 와이너리에서도 봄 냄새가 점차 짙어 지고 있다.
<NARA> 취재진은 칠레의 국보급 와인메이커의 뒤를 잇는 후계자이자 실제로 몬테스 와이너리를 이끌어가고 있는 2세대, ‘아우렐리오 몬테스 주니어(Aurelio Montes Jr.)’에게 몬테스의 오늘과 내일을 들어보았다.
- 2003년 칠레대통령 방한 만찬 와인(리카르도 라고스 & 김대중 대통령)
- 2005년 부산 APEC 만찬 와인
- 2006년 부산국제영화제 공식 협찬 와인
- 2003년 세계지식포럼 초청 와인
- 2015년 세계 물 포럼 만찬 와인
- 2019년 칠레 대통령 방한 만찬 와인(세바스티안 피녜라 & 문재인 대통령).
칠레 대통령 방한시, 모두 만찬 와인으로 ‘몬테스 알파 M’이 지정된 것은 이 와인의 위상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얼마 전 서울에서 부친 아우렐리오 몬테스 시니어가 진행한 외인 시음회에 참석했는데, 이렇게 후계자분을 인터뷰하게 되어 의미가 새롭습니다.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저는 2대째 와인메이커로 일하고 있으며, 현재 와이너리의 기술 디렉팅을 담당하는 아우렐리오 몬테스 주니어입니다. 저는 양조학을 전공하고 농업 공학을 공부했습니다. 대학 학위를 마친 후 호주, 프랑스, 미국 나파 밸리, 아르헨티나에서 일하며 전 세계를 여행했습니다. 몬테스에 입사하기 전에는 칠레 와이너리에서 10년 가까이 근무하기도 했습니다.”
후계자 수업을 단단히 받으셨군요. 칠레에서 가족이 운영하는 와이너리는 몬테스가 유일하다는 점이 눈에 띕니다. 어떤 점이 지금의 몬테스를 특별하게 만들었을까요?
“저희는 칠레에서 가족이 대를 이어 운영하는 유일한 와이너리이지만, 창업자들이 함께 머리를 싸매고 최고의 품질을 갖춘 와인을 생산하기 위해 노력해온 게 가장 값진 유산이라고 생각합니다. 몬테스는 다양한 국제 와인 대회에서 수상을 하며 칠레 와인의 세계적인 명성을 높이는 데 큰 역할을 했지만, 그 과정이 처음부터 순탄하지는 않았습니다. 몬테스의 창업자들은 사업초기 포도밭을 사들이고 와인 제조 장비를 구입하는데 소요되는 비용을 감당하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모두가 가족을 부양하기 위해 다른 직업을 병행하면서 포도밭에서 돌을 골라내는 등 모든 와이너리 설립 과정에 직접 참여해야 했습니다. 몬테스 창업자들은 평지의 계곡 바닥이 아닌 가파른 경사면에 포도밭을 조성했으며, 시라(Syrah)와 같은 새로움 품종을 파격적으로 재배하기도 했습니다. 당시 주변에서는 창업자들의 선택을 ‘어리석음’, ‘실수’라고 내리 깎았지만, 결국 이들의 도전으로 탄생한 몬테스 폴리(Montes Folly)는 칠레의 가장 뛰어난 와인으로 자리 잡아 몬테스 개척 정신의 성공적인 출발을 알렸습니다.”
최고 품질의 와인을 생산하겠다는 철학을 어떻게 구현하고 있을까요?
“철학은 지금도 변함이 없으며, 몬테스는 강력한 글로벌 유통 네트워크를 구축했고 대담한 혁신으로 명성을 쌓았습니다. 칠레 최초로 가파른 경사면에 빈야드를 조성한 새로운 시도는, 필요할 때 최소한의 물을 공급하는 드라이 파밍(Dry Farming)과 사파야르(Zapallar) 같은 특별한 테루아에서 생산한 아우터 리미츠(Outer Limits) 와인 레인지 등 과감함 프로젝트로 이어졌다. 몬테스가 가장 최근에 진행한 프로젝트는 지금까지 아무도 포도나무 경작을 시도하지 않았던 칠레 남부의 메슈크(Mechuque) 섬에 빈야드를 조성하는 것입니다.”
회사에서 부친과 당신의 역할은 어떻게 나눠지는건가요?
“저는 매일 와이너리에 출근하는 기술 디렉터로서 전반적인 것부터 세세한 부분까지 모든 것을 신경 쓰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아버지와 제가 한 팀으로 일한다는 점입니다. 아버지는 회사의 최고 경영자이지만 우리가 좋아하는 와인 양조에 관여하는 것을 멈추지 않으세요.”
두 분의 업무 방식에서 비슷한 점과 차이점이 있을까요?
“물론 비슷한 점도 많지만 다른 점도 많습니다. 우리는 가족이며 항상 고품질 와인을 통해 몬테스의 안녕과 성공을 추구합니다. 물론 차이점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아버지는 보르도 와인의 팬이고 저는 부르고뉴 와인의 팬이기도 하고요. 저희 와인은 각기 다른 취향의 장점을 최대한 살려 숙성되는 셈이죠.”
부친이 일궈 놓은 최고명성의 와이너리에서 중책을 맡았을 때 어떤 느낌이 드셨어요?
“몬테스에 돌아왔을 때, 각오를 단단히 했어요. 하지만 도전은 첫날부터 시작되더군요. 2007년부터 와인메이커의 업무를 맡았는데 매년 새로운 각오를 해야 했어요. 몬테스가 직면한 가장 큰 도전은 와인의 품질과 명성을 항상 유지하고 향상시키는 일입니다. 기후 온난화의 영향 속에 날씨와 땅, 포도 재배의 상관관계에 늘 신경을 쓰고 최선의 결과를 얻기 위해 노력하는 게 쉽지 않습니다.”
부친이 성공적으로 일궈 놓은 몬테스 와이너리에서 당신만의 새로운 프로젝트가 있을까요?
“새롭게 보여줄 것이 많지만, 우선 종종 잊히는 클래식 품종에서 최고의 품종을 찾아내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카르메네르와 카버네 프랑은 제가 최근에 많이 집중하고 공들이는 품종입니다.”
와인메이커가 되는 것이 꿈이었나요? 아니면 다른 꿈이 있었나요?
“오래전부터 와인메이커가 되고 싶었던 것은 아니었어요. 인생이 저를 이 길로 인도했다고 생각합니다. 항상 땅과 더불어 사는 삶을 좋아한 까닭에 과일이나 와인을 다루는 일이 제 운명이 되리는 점을 어렴풋이 알고 있었어요.”
최근 몬테스 알파 카버네 소비뇽의 오래된 빈티지를 블라인드 테이스팅하는 영상이 많이 올라오고 있습니다. 숙성 잠재력이 뛰어나고 품질이 보장된다는 점을 보여주는 것 같아요. 몬테스 와인을 즐기기 위한 다른 팁이 있나요?
“몬테스 와인의 가장 큰 장점은 고농도의 품질을 갖추어 과일 향을 즐기려는 고객들에게 만족감을 주고, 적당히 숙성한 깊은 맛이 우아함과 섬세함을 안겨준다는 겁니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누구와 언제 어떻게 와인을 즐기느냐일 것입니다.
기후 변화, 와인 트렌드 변화 등 세상은 끊임없이 변화하고 있습니다. 이 시점에서 몬테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요?
”세상은 끊임없이 변화하며, 중요한 것은 최선의 방법으로 탐색하고 적응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지속 가능성의 추구는 더 나은 미래를 추구하는 몬테스를 이끄는 기둥 중 하나입니다. 우리가 가족의 이름으로 내리는 모든 결정이나 변화는 항상 이 세상을 개선하고, 지속 가능하고, 공정하게 거래하고, 재생 가능한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지난 6월 한국을 방문한 부친께서 나라셀라의 복합문화공간 도운에서 몬테스가 최근 출시한 몬테스 알파 소비뇽 블랑(Montes Alpha Sauvignon Blanc) 2023을 비롯해 4종의 아이콘 와인을 선보여 찬탄을 받았습니다. 특히 10년이 넘게 숙성된 레드 와인들은 몬테스 와인의 숙성 잠재력까지 보여주었고요. 아우렐리오 몬테스 회장이 웃음가득한 표정을 지으며 선보인 와인은 몬테스 퍼플 엔젤(Montes Purple Angel) 2008, 몬테스 알파 엠(Montes Alpha M) 2010, 몬테스 폴리(Montes Folly) 2010, 몬테스 뮤즈(Montes Muse) 2019였습니다. 그런데, 칠레에서 프리미엄 소비뇽 블랑이 생산된다는 사실이 흥미롭습니다.
“시장에 새롭게 출시하는 와인은 독특한 와인이어야 하고, 품질이 좋아야 하며, 매년 반복해서 마실 수 있어야 한다는 세 가지 조건을 충족해야 합니다. 몬테스 알파 소비뇽 블랑은 아콤카구아 코스타(Aconcagua Costa)의 포도밭 3군데에서 생산되는데, 이 포도밭은 모두 바다의 영향을 많이 받고 있습니다. 저희는 오랜 기간 생산지의 테루아 연구를 통해 이 세 포도밭의 포도를 혼합하여 매우 맛이 독보적인 와인을 만들어 냈습니다.”
한국에서는 몬테스 와인이 단일 브랜드로 올해 4월말까지 1,600만 병이 판매되어 ‘국민 와인’으로 불리고 있습니다. 이 타이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이 타이틀이 정말 마음에 듭니다! 한국에서 많은 분들이 몬테스를 사랑하고 즐겨주셨다는 뜻이니까요. 앞으로도 ‘국민 와인’에 걸맞게 좋은 품질의 와인으로 보답하겠습니다.”
와인메이커로서 따르는 개인적인 규칙이나 루틴이 있나요?
“좋은 와인을 만들기 위해선 지켜야할 많은 루틴과 규칙이 있습니다. 성공의 비결은 와인이 만들어지는 모든 과정에서 포도의 잠재적인 품질을 파괴하지 않으면서 모든 과정을 세심하게 관리하는 것입니다. 청결, 정확성, 그리고 헌신의 3박자가 중요합니다.”
몬테스맨으로서 몬테스 와인만 드실까요? 몬테스 와인 중에서 가장 자주 마시는 와인은 무엇인가요? 그리고 이 와인을 어떤 음식과 함께 즐기시나요?
“아니요, 저는 세계 각국의 와인을 마시고, 음미하고, 배우는 것을 좋아합니다. 좋은 와인을 만드는 와인메이커로서 당연한 자세라 생각합니다. 저는 와인을 곁들인다면, 모든 종류의 잘 차려진 음식을 다 좋아합니다. 또 양보다는 질을 더 좋아하고요. 하지만 생선과 퓨전 음식은 저와 잘 맞지 않더라고요.”
진부한 질문입니다만, 자녀에게 와인메이커의 길을 물려주고 싶으신가요?
“아직 자식들에게 와인메이커를 권할 생각은 없습니다. 제가 매일 생각하는 것은 어떻게 하면 아이들이 강요받지 않고도 이 세상을 사랑할 수 있느냐는 것입니다. 매사에 사랑으로 충만한 아이들을 보는 것은 참 행복한 일입니다.”
업무 외에는 주로 어떻게 시간을 보내시나요?
“저는 가족, 스포츠, 비행을 좋아합니다. 와이너리 밖에서는 가족들과 함께 나들이, 트레킹, 스키, 전용 헬리콥터 조종 등 다양한 활동을 합니다. 하지만 물론 친구들과 함께 좋은 이야기와 일화를 즐기는 것도 제 삶에서 매우 중요합니다. 기회가 닿으면 한국에 가서 친구도 만나고, 새로운 친구들도 만나고 싶습니다.” (나라셀라의 마태호 이사와는 각별한 친구사이다!)
몬테스, 와인의 대명사가 되기까지
몬테스(Viña Montes)는 1988년에 칠레 와인에 대한 인식을 바꾸기 위해 뜻을 모은 4명이 의기투합해 창립한 와이너리이다. 와인전문가 아우렐리오 몬테스(Aurelio Montes), 마케팅의 더글라스 머레이(Douglas Murray), 재무를 담당한 알프레도 비다우레(Alfredo Vidaurre), 그리고 기술적인 부분을 맡은 페드로 그랜드(Pedro Grand)가 그들이다. 목표는 명료했다. 바로 칠레의 훌륭한 기후와 토양에서 고품질 와인을 생산하는 것이었다. 계획은 아주 빠르게 실현되었고, 오래 지나지 않아 와인업계의 성공신화가 되었다. 몬테스는 자본력이 극히 취약한 상태에서 기술력이 기본인 스타트업기업처럼 오로지 품질 하나로 승부를 걸었다는 놀라운 성공사례로 기록된다. 칠레의 핵심 와인 산지인 쿠리코 밸리(Curico Valley)와 콜차구아 밸리(Colchagua Valley)에 각각 3개와 1개의 대지를 사들여, 약 300헥타르의 포도원을 개발했으며, 생산량의 약 95%를 116개국에 수출(2022년 기준. 주요 시장: 유럽, 북미, 아시아)하여 특히 해외에서 높은 명망을 얻고 있다. 특히 몬테스 알파 카버네 소비뇽은 2000년과 2002년에 미국 레스토랑을 대상으로 실시한 투표에서 미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칠레 와인 1위에 뽑혔다.
또한 호주에서도 가장 많이 팔리는 칠레 와인이며, 프랑스 보르도에서도 판매가 되고 있다. 이렇듯 몬테스의 와인은 칠레 특유의 강인한 생명력과 세련미를 함께 갖춘 우수한 와인으로서 찬사를 받고 있으며 그 정점에는 현재 칠레 최고의 와인으로 찬사 받는 몬테스 알파엠(M)과 시라(Syrah) 품종으로 만든 몬테스 폴리(Folly)가 있다.
또한 몬테스는 각국의 수입사를 쉽게 바꾸지 않는 회사로 유명하다. 몬테스의 한국 수입사는 나라셀라인데, 이 인연도 26년째다. 와인 사업에서 인내심이 중요한 것처럼, 사람도 포도처럼 오래 두고 봐야 한다는 철학은 몬테스의 핵심 가치 가운데 하나다. 마승철 나라셀라 회장은 나라셀라를 인수한 지 얼마되지 않아 칠레에 초청받았다. 나라셀라의 주인이 바뀌면서 몬테스를 노리는 국내 대기업의 견제도 있던 시기다.
아우렐리오 몬테스 시니어 회장은 마 회장과의 만남 이후 호감의 표시로 마회장의 장남을 인턴으로 받아들였고, 몬테스에서 장남은 묵묵하고 성실하게 일하며 몬테스가의 두터운 신뢰를 쌓았다. 마테호 이사가 그 주인공이다. 마태호 이사와 아우렐리오 몬테스 주니어는 각각 나라셀라와 몬테스의 2세로 착실하게 경영 수업을 쌓고 있는 공통점 때문에 서로에 대한 신뢰와 우정이 각별하다.
글/성일권, 사진/이생, 진행/장효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