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국제 쌀 시장 패권에 도전

2009-03-02     자비에 몽테아르 | 특파원

물론 미소를 머금은 채 말했지만, 태국 쌀수출협회가 자리한 방콕의 조용한 건물 안에서의 사린 한수베싸이의 목소리는 단호하다. "논을 사우디아라비아에 임대한다고요? 절대 아닙니다. 세계 언론이 말하는 것을 믿지 마십시오. 그런 계획은 태국에서는 아무런 장래성이 없어요. 물론 투자가들은 가난이 목에까지 차오른, 예컨대 캄보디아 같은 나라에 농지를 확보할 수는 있겠지요. 그렇지만 여기 태국에서는 어림도 없는 일입니다." 2008년 5월, 태국의 백만장자이자 전 수상인 탁신 시나바트라의 선동으로 사우디의 사업가 대표단이 수판버리의 평야를 방문했다. 그 이후 탁신은 부패 혐의로 2년 형을 선고 받고 도피했으며 그의 동료들은 정부에서 배제되었고,정부는 다시 보수주의자와 국수주의자들로 공고해졌다. 이런 조건하에서는 감히 어느 누가 경작이 가능한 전체 농지 210만 헥타아르의 절반을 절단할 위험성을 무릅쓰겠는가?
 게다가 비 태국인을 차별하는 내용을 담은 2006년의 '대외교역법'이 이를 허용하지도 않는다. 차린은 "벼농사는 외국인에게 개방되어 있지 않는다."면서 "우리는 외국 투자를 환영하지만 우리의 독립과 살아가는 방식을 위협하지 않는다는 조건 하에서만 가능하다."고 재삼 강조했다.
 
 세계 최고의 쌀 수출국
 쌀은 태국인의 삶을 구성하는 주요한 부분이다. 매일, 매끼 식사마다, 사무실에서도 우의를 다지며 휴식시간에 먹는 야자 열매와 끈끈한 쌀로 만든 과자의 일종인 카놈 같은 요리에서도 쌀은 필수적이다.
 매일 아침 식사를 얻어가는 승려들의 보시 그릇에서도, 매일 아침 학교에 가져가는 아이들의 대나무통으로 만든 도시락 가방에서도, 일하러 갈 때 가져가는 농부들의 점심에서도, 쌀은 여전히 가장 주요한 부분이다. 프랑스와 거의 맞먹는 6천300만 명의 인구가 기본적 삶의 수단으로 매년 탈곡 전 기준 2천만 톤의 쌀을 먹어치운다.
 1980년대 이래로 태국은 총 생산량의 20~30%가 시장에서 교환되는 콩이나 밀과는 달리, 오직 5~6%만이 교환될 만큼 편협하고 집중된 특성을 지닌 쌀 교역 시장에서 수출국으로서 수위를 달리고 있다. 2008년 탈곡된 양으로 볼때 약 1천만 톤이 팔려 나갔다.
 이는 2007년에 이어 전 세계 쌀수입 및 수요량의 약 1/3에 달하는 것이다. 이와 같은 태국의 시장 장악은, 농업을 포기하고 재갈을 물리는 정책을 취함으로써 수입에 의존하는 등 식량의 불안정성에 노출된 여느 국가들의 혼란과 크게 대조적이다. 2008년 1/4분기와 2/4분기에 쌀 가격이 폭등하여 예년에 비교해서 약 두 배에 달하는 60억 달러에 달할 만큼 태국의 수출은 기록적 수준에 이르렀다.
 
 '고품질과 제품 다양화' 과시
 15년 전부터 이 '미소의 나라'에 거주하고 태국어를 유창하게 말하는 영국인인 크리스토프 커슨은 드러내놓고 불만을 말하지는 않는다. 중개인으로 유명한 그는 "우리의 활동은 금융 '해적질'과는 전혀 상관이 없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그의 회사인 에스티 프라서트는 아프리카와 중동, 러시아에 쌀을 수출하고자 하는 중·소기업의 중개자의 역할을 한다.
 "우리는 약탈을 하려는 것이 아니라, 쌀 제품을 다양화하는 데 기여하려는 것입니다. 주목할 만한 것은 몇 년 전부터는 거대 식품산업 재벌들이 지배하는 분야에서 새로운 주체들이 출현한다는 것입니다."
 이 새로운 주체중 하나는 토미 인터레이드이다. 이는 외관상 가족회사라고 하지만 주문량은 2008년에도 줄어들지 않았으며, 향을 추가한 쌀 수출업자 중 세계 20위권에 해당한다. 불과 5년 전에 뛰어든 이 회사는 원래는 수출에는 관여하지 않았으나, 금년부터는 방콕항을 경유해서 콘테이너당 5만 톤의 쌀을 수출했다고 한다.
 이 회사는 주로 북부 농민들로부터 쌀을 사들여 항구로 아동하기 전에 수도에서 80킬로 정도 떨어진 파툼타니로 옮긴다.
 통풍이 잘 되는 열린 창고에는 새가 먹지 않도록 그물을 쳐놓았다. 신선하게 말려진 곡물은 며칠 혹은 몇 주까지 저장되며, 이후 행거로 옮겨져서 기계를 거쳐 도정되어 포장된다. 이 기업의 핵심 장비인, 한국에서 수입한 초정밀 선별기계 옆에는 태국 국왕의 인자한 초상화가 작업을 하는 노동자들을 내려다보고 있다.
 위생문제는 수출업자들이 신경을 쓰는 조건 중의 하나다. 정부의 협력·관변 단체인 태국 쌀포장협회의 삼록 탕피루텀은 제품의 품질에 최대한의 주의를 기울인다고 강조했다. 그는 "위생 검사와 훈증 소독 후에 오염 검사를 거치며 이웃 나라의 제품에서는 자주 발생하는 이물질 검사도 완료한다"고 소개했다.
 이 말은 물론 중국 제품을 겨냥한 것이며, 베트남에서 나오는 쌀과 비교해도 자국의 자스민, 홈말리, 파툼타니 같은 향기가 첨가된 쌀 제품이 훨씬 우수함을 부각시키려는 의도다.
 
 경쟁국 베트남을 제압하다
 주 경쟁 국가인 베트남도 분발하고 있다. 2008년 450만 톤을 수출, 세계 제2위의 수출 국가로 랭크된 베트남은  낮은 임금의 노동력 덕분에 태국보다 20%나 싼 가격으로 공급할 수 있다.
 커슨에 따르면 다양한 태국의 쌀이 국제적 기준으로 간주되고, 구매자들이 그들이 시장 가격을 지불할 수만 있다면 태국 제품을 선택할 것이기 때문에, 베트남의 경우 품질이나 약속된 주문량에 있어서도 그다지 낙관적이지는 않다.
 사장 가격이라는 것은 물론 일차 식품거래소인 태국 미래 농산품 교역소의 가격일 것이다. 방콕의 중심가 현대식 건물의 35층에 위치한 이 거래소에서는 농산품 교역을 마치 자동화된 증권 거래처럼 인식한다. 화면은 매입하고 매도하고 투자할 가격의 변동을 끊임없이 보여준다.
 "우리 교환소는 태국이 세계 제 1위 수출국을 고수하고 있는 고무도 거래합니다. 왜냐하면 고무 시장은 완전히 자유화되었기 때문이죠. 유감스럽게도 쌀에 대해서는 그렇지 못합니다. 태국의 중앙은행인 태국은행이 특히 외국인에게는 많은 서류를 요구합니다. 지금으로서는 이것이 가격을 지지할 위험성이 많은 것은 아니지만, 어떻게 구매자나 판매자가 정부가 이끄는 정책에 따라서만 사업을 하기를 바라겠습니까?"

세계 제1위 수출국, 내수 강화와 공세적 수출 전략
품종 다양화, 비료 남용, 우수 관개시설이 경쟁력
사우디 자국투자 허용 '있을 수 없는 일' 강력 부인


 유리한 생산조건, 가격지지정책
 2008년 11월 1일 정부는 현행 내수 시장보다 높은 가격으로 850만 톤의 쌀을 구매함으로써 시장에 개입했다. 수요 공급의 메커니즘에 대한 정부의 간섭에 대해서 분석가들은 '포퓰리즘적 교역정책'이라고 말하기도 했으나, 생산자 보호는 태국의 오랜 전통이었다.
 세계무역기구의 법률전문가인 안투완 소트네는 태국이 1995년 이 기구에 가입할 때 개도국에게 주어지는 유예 혜택을 누리고 있어서 교역이 증가함에 따라서 보조금을 지급할 수 있다고 한다. 세계 식품산업 개방을 위한 국제협력센터의 프레데릭 란슨과 멘데스 델 빌라는 공권력이 쌀 정책을 도시와 농촌 간, 그리고 분야 간 불균형을 시정할 지렛대로 사용하고 있다고 한다.
 실제로 농지를 소작 부치는 대지주들과 매일 날품을 파는 일용 노동자들, 그리고 소생산자들에게 위생 소독 제품이나 트랙터를 사용 가격으로 임대하는 사람들의 관계가 대등한 것인가 혹은 종속 관계인 것인가? 반대로 이 나라는 수많은 단체가 존재하면서 거대한 영향력을 갖는 단일 문화는 존재하지 않는다. 그만큼 평가나 분석이 어렵다는 이야기다. 두 사람 중 한 사람이 농업 분야에서 일하며 국민의 2/3가 시골에 거주한다. 체계적인 관개시설, 비료의 남용과 다양한 종자의 선택이 이 나라 생산 라인의 3대 구성요소다. 이는 전 세계의 다른 국가에서는 그다지 중시되는 요소가 아니다. 유전자 변형 종자는 아직 언급될 시점이 아니다. 이런 특징으로 인해 하나의 역설이 발생하는 데 그것은 세계 제 1위의 수출국가의 수익성이 세계에서 가장 낮다는 점이다.
 마찬가지로 이런 역설로 인해 태국은 유리한 위치에 있다고 할 수 있다. 개발 연구소의 클로드 하메커에 따르면 현재 3가지 도전이 있다고 한다, 살충제나 비료 같은 위생·소독 제품의 사용을 줄이고 노동 시간을 줄이며 생산을 규격화하는 것이 그것이다. 태국은 태국만의 독특한 모델로 인하여 이와 같은 도전에 더 잘 대응할 조건을 갖추고 있으며 지속가능한 발전의 길에 접어들 수도 있다.
 
 국제 시장 메커니즘 주도
 이를 지속시키기 위해 필리핀 로스바노스의 유명한 국제 쌀 연구가 카나차이 고메즈는 8년 전 왕국의 후원으로 타이 쌀협회를 창설했다. 이 협회는 정부 관변 단체와 사업가, 소 생산자들을 서로 연결시키는 것을 주요 목표로 한다. 왜냐하면 "만일 신경을 쓰지 않으면 태국의 모델은 시간이 지나면 노쇠할 것이고, 쌀은 우리의 피이기 때문" 이라는 것이다.      
 태국인들은 공허한 몽상가들은 아니다. 농업 환경의 변화들을 감시할 위성도 소지하고 있다. 그런데 수 세대 전부터 정부와 유착해 온 쌀 생산의 진짜 주인들인 '캐피탈 라이스'나 '차로엔 인터레이드' 같은 대 재벌들은 불확실성으로 가득한 '캠페인 2009'를 발족시켰다. 이는 세계무역기구의 권고에 따르기 위해 기초 식품을 수입해야만 하는 국가들에게 비싼 가격으로 팔겠다는 것이다.
 그런데 세계적으로 식량 공급이 불안하고 재정적 신용 공급이 막혀버린 상황에서는 이와 같은 작업은 자칫 어긋나게 진행될 위험성이 있다. 아직 개발 도상에 있는 아프리카 국가들이 태국 정부가 쌀 생산자들에게 할인 대출 같은 변형된 지원을 하고 있다고 무역기구에 제소할 위험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소트네는 우려했다.
 이미 비축한 물량에 대한 좋은 가격을 유지하기 위해서 정부는 동남아시아 정상(ANASE)회담에 기대하고 있다. 2월 말 후아인에서 열린 이 회담은 회원국 10개국의 식량 안전을 보장할 지역기금의 창설을 제안했다. 태국은 세계 제 1위의 수출국답게 먼저 1백만 톤의 쌀을 내놓았다. 이제 다른 국가들이 말을 할 차례인 것이다.              


 

 

 

번역·이진홍

*'CIA 특수작전단'(2009년 4월 출간예정)의 저자

* 파리 7대학 불문학 박사. <자살>, <여행 이야기>등의 저서와 <진보와 그의 적들> 등의 역서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