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팔레스타인 사람들 쫓아내고 나무 심는다

팔레스타인 상징인 올리브 나무는 뽑히고, 예루살렘 소나무 심기는 확산

2024-10-31     아이다 델퓌슈 | 기자

1948년 나크바(Nakba, 팔레스타인 주민들의 강제이주 ‘대재앙’) 동안 주민이 추방된 아랍 마을들의 폐허를 이스라엘은 어떻게 지울 수 있었을까? 네게브 지역의 베두인들을 어떻게 강제 이주시킬 수 있었을까? 답은 나무를 심는 것이다. 유대민족기금(FNJ)의 임무 중 하나는 바로 이러한 방식의 조림이다. 자발적 조림은 이스라엘의 새로운 지리적 경계를 그리며, 팔레스타인 존재의 흔적을 지우는 역할을 한다. 이 과정에서 중요한 환경적 위험을 감수하게 된다.

 

2022년 1월 어느 날 아침, 이스라엘 남부 네게브 사막의 바람이 불어오는 가운데, 약 백 명의 베두인들이 모여 분노를 외쳤다. 수십 년간 이스라엘에서 가장 소외된 소수 민족 중 하나인 이들은 자신들의 조상 대대로 내려온 땅을 이스라엘이 폭력적으로 빼앗는 것에 항의해왔다.

이 봉기의 뿌리에는 오늘날 중단된 유대 민족 기금(FNJ)의 나무 심기 프로젝트가 있었다. 이 기관은 이스라엘 대부분의 숲을 관리하는 민간단체다. 베두인 권리 변호사이자 활동가인 칼릴 알아무르는 이렇게 회상했다.

“어느 날 아침, 그들이 사와(Sawa) 마을에 와서 집들 사이에 나무를 심기 시작했어요. 그곳에 숲을 만들려고 한 거죠. 말도 안 되는 일이었습니다.”

당시 현 극우 성향의 이타마르 벤그비르 국가안보부 장관이 이 프로젝트를 지지하며 마을 주변에 나무를 심기 위해 직접 방문하기도 했다. 네게브의 미승인 아랍 마을 지역 협의회(RCUV) 회장인 아티아 알아삼은 이 프로젝트를 두고 “그들은 우리의 몸에 암 덩어리를 주입하려 했다”라고 외쳤다. 

이 시위들은 이스라엘 경찰에 의해 폭력적으로 진압되었으며, 이는 팔레스타인 베두인 주민들을 쫓아내고 그들의 땅을 빼앗으려는 이스라엘의 오랜 정책에 맞선 투쟁의 연장선이었다. 이스라엘은 사막화를 막는다는 명목으로 이러한 정책을 정당화하고 있다. 알아무르는 “베두인 가족이 땅에서 쫓겨날 때마다, 그들은 그 땅에 다음 날 바로 나무를 심으러 옵니다”라고 설명했다.

 

이스라엘 최대 인공 숲 야티르, 폐허 도시에 명명된 흑역사

사와에서 몇 ㎞ 떨어진, 이스라엘에 의해 공식적으로 인정받지 못한 베두인 마을 움 알히란(Umm Al-Hiran) 역시 2003년부터 철거 위협을 받아왔다. 이스라엘 국가 계획 및 건설위원회가 같은 장소에 유대인 정착촌 건설을 승인했기 때문이다. 이 마을의 700명도 채 되지 않는 주민들 주변에는 이스라엘에서 가장 큰 인공 숲인 야티르 숲이 펼쳐져 있다. FNJ의 설명에 따르면, 이 숲은 “폐허가 여전히 남아 있는 레위 도시를 기리기 위해 명명된 것”이다.(1)

1964년에 처음 나무가 심어진 이후, 야티르 숲은 프랑스, 벨기에, 독일, 이탈리아, 남미에서 온 기부금 덕분에 확장되었다. 끝없이 펼쳐진 침엽수림, 피크닉을 즐기기 위한 시설, 하이킹 애호가들을 위한 산책로가 마련되어 있어 네게브 반사막 지대의 입구부터 유럽의 분위기를 자아낸다.

이 소나무 숲의 확장은 주변 베두인 마을들의 운명을 예고하고 있다. 수년 동안 야티르 숲에는 유대인 정통파 공동체가 거주하고 있고, 이들은 베두인들이 추방되기를 기다리며 히란(Hiran) 정착촌을 세워 네게브의 ‘유대화’를 이어가려 한다.

추방된 베두인 가족들은 현재 FNJ 미국 지부가 후원하는 카라반에서 살고 있다. 알아무르는 “FNJ가 단순히 나무를 심고 사막을 ‘꽃피우는’ 일을 한다고 하지만, 사실 그들은 이스라엘의 정착 정책과 식민화의 중요한 축이다”라고 주장했다.

나무 문제는 이스라엘-팔레스타인 갈등과 자주 연결되지 않지만, 뉴욕 버팔로 대학의 인류학자이자 법학 및 지리학 교수인 이루스 브라버만은 “사실 유대 민족 기금(FNJ)은 역사상 가장 중요한 시온주의 조직일지도 모른다”라고 말했다.(2)

유대인 민족 기금(FNJ)은 웹사이트에서 “19세기 말 이스라엘 땅에 도착한 첫 유대인 개척자들은 그늘조차 없는 황폐한 풍경을 마주했다”고 설명한다. 1901년에 설립된 이 비영리 단체는 지금까지 약 2억 5천만 그루의 나무를 심었다고 자랑하고 있다.

오늘날 FNJ는 이스라엘의 주요 토지 개발 조직이며, 국가의 가장 큰 산림 관리 기관이기도 하다. FNJ의 초기 목표는 “유대인을 정착시키기 위한” 토지 확보였으며, 그 근거로 구약성경 『레위기』의 구절(25:23)을 인용했다.

“땅은 영구히 팔리지 않는다. 땅은 내 것이다...”

1948년 이스라엘 국가가 설립되고 나크바(아랍어로 ‘대재앙’) 동안 팔레스타인 주민이 강제 추방된 이후, FNJ는 이미 10만 헥타르의 땅을 소유하고 있었다. 신생 이스라엘 국가는 “버려진” 땅을 점유하고 이를 FNJ와 이스라엘 토지 관리국(ILA)에 관리하도록 맡겼다.

 

이스라엘 숲의 아버지 ‘요세프 바이츠’, 팔레스타인 주민 강제 추방에 앞장서

조경가이자 활동가인 나다브 조페는 “1948년부터 국가적 사업 중 하나가 바로 대규모 나무 심기였다. 가능한 한 빠르게 대량으로 나무를 심어야 했다”라고 설명한다. 그는 ‘팔레스타인/이스라엘에서의 조림이 시온주의 프로젝트의 무기’로 활용되었다는 연구의 공동 저자다.

FNJ의 임무는 설립 이후 변하지 않았고, 그 규정에 따르면 유대인들을 위해서만 토지를 임대하고 개발하도록 되어 있다. “FNJ는 자신을 유대 민족만의 이익을 대변하는 기관으로 간주하며, 그 결과 토지는 유대인에게만 판매되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한다”고 한다. 이스라엘 인구의 약 25%가 유대인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정책이 유지되고 있다.

역사학자 일란 파페가 말한 바와 같이, FNJ는 진정한 “시온주의 식민화 도구”로 여겨지며, 1932년부터 1966년까지 FNJ를 이끈 요세프 바이츠는 ‘숲의 아버지’로 불렸지만, 동시에 팔레스타인 주민들의 추방을 주도한 ‘이주 위원회’의 핵심 인물 중 한 명이었다.(3)

“우리는 정화 작업을 시작했다. 잔해를 치우고, 마을들을 경작과 식민화를 위해 준비했다. 그중 일부는 공원이 될 것이다”라고 요세프 바이츠는 1948년 5월 30일, 이스라엘 국가가 설립된 지 15일 후 자신의 일기에 썼다. 나다브 조페는 “요세프 바이츠를 통해 자연 정비와 식민화의 연관성을 분명히 알 수 있다”고 분석했다.

2022년 FNJ의 공식 예산은 약 5억 달러에 달했으며, 이 기구는 유대인 디아스포라의 지속적인 후원을 받고 있다. 특히 블루 박스를 통해, 1904년부터 전 세계 수백만 유대인 가정에 배포된 이 파란 상자는 FNJ를 위한 기금 모금 도구로 사용되었다. FNJ는 또한 ‘투 비슈바트(나무의 새해)’라는 명절의 중요성을 강화하여 매년 이스라엘 가정들이 나무를 심도록 독려하고 있다. 조페는 “사람들은 이미 준비된 땅으로 셔틀버스를 타고 이동한 후 묘목을 심고 ‘내가 이스라엘에 나무를 심었습니다’라는 깃발을 들고 돌아간다”라고 설명했다.

 

팔레스타인 주민의 흔적을 지운 나무 심기

텔아비브와 예루살렘을 연결하는 1번 도로를 따라 펼쳐진 아얄론-캐나다 공원은 1,200헥타르 이상에 걸쳐 있다. 이곳은 자연 수영장과 수많은 하이킹 및 산악 자전거 코스로 매년 30만 명의 방문객이 찾는 인기 휴양지이다.

공원 곳곳에 설치된 정보 표지판은 방문객들이 이곳을 탐방하며 시대를 거슬러 올라가도록 돕는다. 여기에서는 제2성전(기원전 516년~서기 70년) 시기 유적과 로마 시대의 목욕탕과 수로가 발견되었다. FNJ가 국가 전역에서 적용한 공원 조성 모델에 따르면, 실비 프리드먼 인류학자는 “나무 심기는 과거의 존재를 상기시키고, 이 공간에 성경에서 따온 이름을 부여함으로써 창세기의 이야기를 환경에 재기입하는 방법”이라고 분석했다.(4)

그러나 이 표지판들은 1967년 이스라엘이 6일 전쟁 동안 점령한 지역에서, 팔레스타인 분할을 규정한 1948년 유엔 경계 밖에 있는 임와스, 얄루, 베이트 누바 등 팔레스타인 마을의 존재를 언급하지 않고 있다.

이 마을들에서 약 6,000명의 주민이 추방되었고, 그해 대부분의 집이 철거되었다. 5년 후, 1972년 공원이 공식적으로 개장하면서 새로 심은 나무들이 팔레스타인 주민들의 흔적을 완전히 지웠다. 가다 사사는 “모든 것이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결코 존재하지 않았던 것처럼 묘사된다”라고 말하며, 캐나다 맥마스터 대학교에서 팔레스타인의 ‘녹색 식민주의’에 대한 논문을 썼다.

아얄론-캐나다 공원의 역사는 고립된 사례가 아니다. 이스라엘의 공원, 숲, 자연 보호구역은 1948년 파괴된 약 200개의 팔레스타인 마을들을 포함하고 있다고, 팔레스타인 마을 파괴에 관한 책을 저술한 이스라엘 연구자 노가 카드만이 주장했다.(5)

 

식물 방벽으로 설계된 숲, 팔레스타인 주민의 귀환을 막아 

이 현대사의 흔적을 감추는 것 외에도, 조림은 추방된 팔레스타인 주민의 귀환을 막고 있다. 이스라엘의 존재를 유지하기 위한 식물 방벽처럼 설계된 숲은 식민지화된 지역의 경계를 설정하는 데 이용되고 있다. 브라버만은 “나무를 심는 것은 그 지역에 존재를 심는 것과 같다. 이는 직접적인 폭력적 소유 박탈과 연관되지 않고도 정착할 수 있게 한다”고 설명한다. “즉, 한쪽의 뿌리 뽑힘이 다른 쪽의 뿌리내림을 가능하게 한다”는 것이다. 일부 경우 나무는 주택이나 다른 기반 시설로 대체될 때까지 임시 점령 수단으로도 사용되었다.

이러한 고의적인 망각에 맞서 싸우기 위해, 이스라엘의 NGO인 조크롯(Zochrot)은 20년 넘게 나크바의 역사와 그 결과에 대한 이스라엘 대중의 인식을 개선하는 사명을 수행해오고 있다. 이 단체의 자원봉사자들은 나크바의 생존자나 후손들과 함께 이스라엘 공원에서 안내 투어를 진행하며, 이 지역들에 대한 대안 역사를 전달한다.

에이탄 브론스타인 조크롯 설립자는 “시온주의는 땅과 그 역사를 아는 것을 매우 강조하지만, 팔레스타인의 역사를 이야기하지 않으면 그 역사는 불완전하다”라고 설명했다. 2005년, 조크롯은 FNJ의 공원 안내 표지판 관행을 고발하며 이스라엘 대법원에 소송을 제기했고 승소했다. FNJ는 일부 표지판을 수정해야 했지만, 수정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일부 표지판이 신비롭게 사라졌다.

 

예루살렘 소나무를 심는 이유

가다 사사 연구자가 정의한 ‘녹색 식민지’인 FNJ가 심은 대부분의 숲은 소나무, 특히 예루살렘 소나무(핀스 알레포)로 이루어져 있다. 이 나무 선택은 우연이 아니다. 나다브 조페는 “이 나무는 시온주의 영토 확장의 야망을 실현하기에 이상적인 나무”라며, 건조한 기후에도 강하고, 빠르게 자라며, 연중 식생을 제공한다고 설명했다.

이 소나무는 이스라엘 국가 확장의 중요한 도구가 되었고, 동시에 경관을 변화시키는 역할을 한다. 브라버만은 “소나무는 유대-이스라엘이 그 땅을 통제하고 있음을 나타내는 상징이지만, 올리브 나무는 팔레스타인 주민들의 지역적이고 농업적인 존재를 상징한다”라고 말했다.

1967년 이후, 80만 그루 이상의 팔레스타인 올리브 나무가 이스라엘 당국과 정착민들에 의해 뽑혀나갔다. 최근 들어 올리브 나무는 이스라엘에 의해 점점 더 ‘수용’되고 있다. 비록 팔레스타인인들의 땅에 대한 애착을 상징하는 나무지만, 2022년 FNJ는 올리브 나무를 ‘올해의 나무’로 선정하며 “올리브 나무는 이스라엘에서 가장 상징적인 나무 중 하나로, 축복, 건강, 뿌리내림을 상징한다”라고 주장했다. 이제, 올리브 나무조차도 이스라엘의 전유물로 간주하려는 시도로 비친다.

비록 FNJ의 나무 심기 프로젝트가 “친환경적”인 것으로 소개되지만, 소나무 단일재배는 환경 보호 단체들 사이에서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가다 사사는 “일부 사람들은 이 숲을 ‘소나무 사막’이라고 부를 정도로, 생태계를 황폐하게 만들었다"고 지적한다. 소나무 잎이 숲 바닥을 덮어 토양을 산성화시키고, 이로 인해 토착 동식물이 자라지 못하게 만든다.

이 정책은 이스라엘의 주요 환경 보호 단체인 자연 보호 협회(SPNI)로부터도 강한 비판을 받았다. 이 협회에 따르면, ”자연 지역에 무분별하게 조성된 조림은 토양 보호와 기후 변화 완화에 기여하지 않으며, 오히려 화재 위험을 증가시킨다“고 한다.

2021년 8월, 예루살렘 인근에서 발생한 화재로 2,000헥타르 이상의 소나무 숲이 파괴되었다. 불길이 사그라진 후, 최근 숲에 묻힌 팔레스타인 마을과 농지의 흔적이 재로 드러났다. 오늘날 올리브밭과 그 농장을 가꾸는 팔레스타인 가족들은 서안지구와 예루살렘에서, 이스라엘 정착민들과 당국의 공격에 가장 취약한 대상이 되었으며, 2023년 10월 7일 이후 이러한 폭력은 더욱 극심해졌다. 2023년 올리브 수확 기간 동안 3,000그루 이상의 올리브 나무가 뽑혀 나갔다고 팔레스타인 당국은 보고하고 있다. 나무 전쟁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글·아이다 델퓌슈 Aïda Delpuech 
환경전문기자. 환경 문제, 국제 갈등과 같은 주제에 관심을 가지며 여러 매체에 탐사 기사와 분석을 기고하고 있다. 

번역·박순성
번역위원


(1) Ariel Dloomy, 「The ‘new Zionism’ is turning Negev Bedouin into a myth」, <+972 Magazine>, 26 juin 2015.
(2) 『Planted Flags : Trees, Land, And Law In Israel/Palestine, Cambridge University Press』, 2009.
(3) Ilan Pappé, 『Le nettoyage ethnique de la Palestine 팔레스타인의 민족 청소』, Paris, La Fabrique, 2024.
(4) Sylvie Friedman, 「Planter un arbre en Israël : une forêt rédemptrice et mémorielle 이스라엘에서 나무를 심는 것: 구속과 기억의 숲」, <Diasporas et jardins>, n° 21, Presses universitaires du Mirail, Toulouse, 2013.
(5) 『Erased from Space and Consciousness. Israel and the Depopulated Palestinian Villages of 1948』, Noga Kadman, Indiana University Press, 20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