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매시장에서 고급 주류를 득템하는 즐거움

‘이젠 와인과 위스키도 예술품의 반열에!’

2024-11-08     성일권


서울옥션이 진행한 2024년의 하반기 첫 경매에 와인과 위스키가 등장해 술을 사랑하는 이들의 비상한 관심을 끌었다. 7월 23일과 24일 이틀에 걸쳐 각각 라이브와 온라인 형태로 진행된 이번 경매에서는 ‘아트 라이브 밸런스’(Art-Life-Balance)라는 행사 명칭답게 미술품부터, 디자인 가구, 럭셔리품목, 와인과 위스키까지 최소 추정가 37억 원어치 규모의 작품 총 335점이 출품되었다. 

특히 주목할 것은 23일 열린 ‘Day1’ 경매의 ‘와인 앤 스피릿츠(Wine & Spirits)’ 섹션이다. 국내 미술계를 이끄는 박서보 작가와 이우환 작가의 작품들과 최근 각광을 받는 전광영 작가, 정영주 작가, 이배 작가의 작품들, 그리고 야요이 쿠사마, 살보 등 해외 유명 작가의 작품들에 뒤이어 국내에선 구하기 힘든 와인과 위스키, 꼬냑을 비롯한 주류 25점이 출품되었다. 이번 경매는 현장 참석자 없이 홈페이지를 통해 생중계되는 ‘라이브 경매’였음에도 불구하고 국내외로부터 전화 응찰, 서면 응찰 등이 끊임없이 들어왔다. 

예술 작품들의 공간인 줄만 알았던 서울옥션이 주류 경매에 나선 것은 최근 술을 좋아하는 사람들 사이에 주류가 명화와 명품만큼이나 가치가 높은 투자 대상으로 떠올랐음을 보여준다. 온라인 주류 경매에서는 응찰자들이 마치 익숙한 와인과 위스키, 브랜디를 고르듯 경매사의 호가에 자연스럽게 반응했다.

 

 

이는 경매 전 서울옥션 강남센터에서 선보인 프리뷰에서 응찰자들이 대부분 눈으로 확인했기 때문이다. 프리뷰에서는 미술 애호가들뿐만 아니라 일반인 또한 시중에서 보기 힘든 작품이나 경매 출품목을 직접 눈으로 보고 가까이 볼 수 있다. 이번 경매에서는 특별히 국내 주요 와인 수입사인 나라셀라에서 팝업 및 코냑 클래스도 진행하여 소비자들이 좀 더 쉽게 이번 경매의 특성을 이해할 수 있는 자리를 만들었다. 

 

옥션 프리뷰는 경매에 출품될 미술 작품들의 리스트와 작품 상태를 미리 확인해 보는 자리이다. 즉, 작품을 실물로 직접 볼 수 있고 작품의 색감, 예상 가격 등 작품에 대해 자세히 알아볼 수 있는 시간. 경매에 참여하지 않더라도 무료로 참여할 수 있어 현 미술, 예술품 시장의 트렌드도 파악할 수 있다. 또 컬렉터가 소장하고 있던 작품들(경매 회사에 위탁된 작품들)을 감상할 수 있어서 일반 미술관과 갤러리 관람과는 차별화되는 경험을 해볼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젊은 술꾼들뿐 아니라 미술 작품들을 보기 위해 프리뷰를 찾은 컬렉터들은 쉽게 만날 수 없는 럭셔리 위스키와 빈티지 와인이 이처럼 ‘예술’의 범주에 포함되자,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온라인 와인 경매에 참여했던 것으로 파악되었다. 이날 경매에서 주류 품목 25점(와인 16점, 위스키 7점, 꼬냑 2점) 중 취소 2점, 유찰 12점, 낙찰 11점으로 47.8%의 낙찰률을 보였다. 새로운 주인의 품 안에 안긴 주류들은 대개 1~2천만 원대였다. 

 

지난해 미국에서 가장 규모가 큰 소더비 경매에서 와인 및 주류 거래가 사상 최대 금액인 1억 5,900만 달러로, 전년보다 100만 달러 높게 집계되었다. 소더비의 주류 매출은 3년 연속 최고 기록을 경신했다. 고가 위스키의 경매거래도 활발했는데, 지난해 3,300만 달러를 기록해 2017년 400만 달러, 2022년 3,100만 달러에 이어 연속 상승 곡선을 그었다. 특히 발레리오 아다미(Valerio Adami) 라벨이 붙은 1926년산 맥캘란(Macallan) 위스키 한 병이 270만 달러에 거래되어 주류 경매의 새로운 기록을 남겼다. 

해외 경매시장의 열띤 활기를 볼 때, 거의 절반 가까이 낙찰된 주류 경매 성적은 최근의 국내 경제 침체를 감안한다면 오히려 낙관적이다. 해마다 거래액을 경신하는 해외 고급 주류 경매시장의 선례를 보듯, 소비 시장을 주도하는 30~40대 젊은 층의 높은 경매 참여에 힘입어 국내에서도 머잖아 고급 주류 경매시장의 활성화가 기대된다.

 

글·성일권
사진·서울옥션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