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인터내셔널리즘

2012-10-14     프랑수아 미테랑

1974년 대통령 선거 직전, 좌파는 공동강령을 통해 모든 신식민주의적 사유에서 벗어나기를 표방하며 유엔과 연계해 국제적 차원에서 협력정책을 전개해나가겠다고 발표했다. 프랑스 사회당의 재집권을 계기로 당시 사회당 제1서기였던 프랑수아 미테랑 전 프랑스 대통령의 글을 싣는다.

공동강령(1) 채택에 앞선 사전 토론에서 좌파연합 대표들은 확신과 현실감을 가지고 다음 입법부 임기까지 그들이 수행하려는 정책 기본사항을 결정했다. 서로 간의 차이가 완전히 불식되지 않았지만, 사회당은 그 특유의 독창성을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이 부분에 대해서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데, 공동의 일관된 정치 행동 방식은 좌파연합 당사자들의 상호 신뢰 속에서 명확하게 결정된 것이다.

인류의 미래에 다가올 위험에 맞서, 사회당의 대외정책은 국민들 사이의 평화적 공존을 심화시키는 쪽으로 방향을 맞출 것이다. 국제적 중재, 군비 감축, 집단 안보를 통해 평화를 구축하는 데 필요한 방법을 정의하는 것이 중요하다. 사회당원들은 (인적) 유럽공동체(EC)에 애착을 가지고, 제3세계에 대한 개방정책의 시행을 요구한다.

오늘날 프랑스는 자국의 미래에 대해서나 모든 차원에서 자신들과 관계를 맺고 있고, 그 관계를 발전시켜나가야 하는 이웃 국가의 미래에 대해 독립적으로 생각할 수 없다. 이 부분에서 사회주의자들의 처지는 명확하게 표명된 몇 가지 원칙에 근거하고 있다. 국제주의의 소명을 따르지만 사회주의는 시대에 뒤처진 민족주의로 돌아갈 수 없다. 하지만 동시에 사회주의는, 현재 유럽경제공동체(유럽공동시장)가 그런 상황이라 할 수 있는데, 신자본주의와 기술관료주의를 바탕으로 하는 초강대국 건립을 그 목적으로 추구해서는 안 될 것이다. 그와는 반대로 국가적 차원에서 지리적·경제적 필요성, 또는 통화(通貨) 필요성을 고려해 공동 체제에 근거한 유럽을 건설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사회당은 유럽 회원국이 6개국에서 9개국으로 늘어난 것, 특히 영국이 유럽경제공동체에 가입한 것을 기뻐했다. 그것은 공동의 역량과 책임이 확장됨을 보여준다. 그러나 그것이 자본주의를 난관에서 구출하는 것을 주목표로 하는 유럽 정책의 보장이 될 수는 없다. 유럽을 건설하는 일은 프랑스에 사회주의를 이룩하려는 의지와 분리될 수 없다. 사회당은 노동자 조직 전체와 유럽 사회주의 운동과 함께 행동해나갈 것이다.

게다가 좌파 정부는 다른 유럽 국가들, 특히 코메콘(Comecon·동유럽경제상호원조회의)(2) 국가들과 협력해나가야 할 것이다. 좌파 정부는 새로운 국제체제와 국제무역 개편에 관한, 특히 저개발국을 고려한 공동의 입장을 정의하는 제안들을 공식화할 것이다.

유럽을 이루는 일은 프랑스에서 사회주의의 도래 와 분리될 수 없음은 물론이다.

사회당원들은 유럽경제공동체 차원에서 중기 경제계획을 점진적으로 시행하기 위해 활동할 것이다. 목표는 프랑스에서 시험될 경제모델과 비교할 만한 민주적 계획경제 모델을 향해 나아가는 것이다. 유럽정책을 구상하고 관리하는 기구들에 노동자들을 대표하는 인력을 강화해나감으로써 현재 유럽경제공동체 체제의 기술 관료적 성격은 제거될 것이다. 개발 불평등이 심화되는 세상에서 대부분의 개발도상국을 짓누르는 신식민주의의 착취 때문에 평화는 견고하게 정착될 수 없다. 발전을 위한 투쟁과 반제국주의 투쟁은 평화투쟁의 핵심 요소다.

제3세계 국가들이 사회주의를 향한 결정적 통로를 개척해나갈 수 있도록 좌파 정부는 전체적인 개발 전략을 시행하고, 주도적으로 행동해나가야 할 것이다. 현 정부가 시행하는 정책은 개발도상국 국민의 이익을 위한 것이 아니라, 이 국가들에 투자하는 대기업들의 이익을 위해 맞춰진 것이다. 개발 지원은 경제적 탈식민화를 위해 신식민주의적 협력 관계를 단절해야 한다. 지원 대책은 저개발국에서 이익을 올리는 프랑스 기업들을 위한 것이 아니라, 저개발국 국민의 이익과 관계된 것어야 한다. 또한 프랑스가 특권적 영향력을 행사하는 지역을 우선한다는 원칙을 포기하고 다원적 범주 내에서 개발을 조직화해나가야 할 것이다.  

진영 와해, 집단 안보, 그리고 점진적 군비 감축

글로벌 개발 정책에 통합되기 위해 세계무역은 이익과 투기만을 추구하는 법칙에서 벗어나야 한다. 좌파 정부는 중기적으로는 선진국의 구매력을 보장하기 위해 타 정부에 도움을 청할 것이다. 좌파 정부는 유엔 회원국 정부와 유럽경제공동체 지도부들에게 국민총생산(GNP)의 1%에 해당하는 지원을 즉각적으로 실행하는 방안의 수용을 촉구할 것이다. 이 1%는 오로지 실질적 지원 노력으로 간주되는, 완전히 이해관계를 떠난 사회적 성격의 출자와 공적 출자로만 이뤄져야 할 것이다. 좌파 정부는 프랑스 해외 영토와 해외 자치령에서 행해지는 흔히 야만적이고 무례한, 지나친 탄압과 선거부정을 행하는 경향이 있는 중앙집권 정책을 포기할 것이다.

사회당이 제안하는 모든 대책은 경제식민주의와 모든 형태의 제국주의를 오늘날까지 영속시켜온 정책과 완전히 단절하게 할 것이다.

유럽의 평화는 최근의 미-소 전쟁 이후 정착된 불안한 균형에 근거한다. 그러나 세계 정세의 변화로 프랑스는 양대 진영에 대해 자신이 자유롭게 선택한 공동체와 연대를 통해 독자 정책을 펼칠 가능성을 얻었다. 사회당원들은 미국인이 지배 전략을 펼 때마다 주저 없이 미국인을 고발하지만, 소련의 국제정책과 차이가 있음을 인정할 수밖에 없다. 또한 그들의 목적을 고발하는 것이 그릇되게 반소비에트주의와 동일시되고 있음을 확인할 수밖에 없다. 지난 30년 넘는 국제관계를 통해 드러난 것처럼, 사회당원들은 소련이라는 강대국의 이해관계와 국제사회주의운동의 이해관계가 어떤 상황에서는 상호 모순적인 것으로 드러난다는 사실을 정확하게 이해하고 있다.

좌파 정부는 군사 진영의 와해를 위해, 그리고 점진적이고 안정된 통제 가능한 군비 감축을 가능하게 해주는 유럽 집단 안보시스템 체제 확립을 위해 행동해야 한다. 미래의 정부가 될 현 사회당은 유럽 안보회담 개최를 지지할 것이다. 좌파 정부는 대서양조약과 바르샤바조약, 그리고 각 진영 내에서 맺은 상호 군사협력의 즉각적인 파기를 목표로 삼을 것이다.

지구인들은 불의와 핵무기를 보유한 산업권력의 과잉무장에서 발생한 증오의 폭발로 위협받고 있다. 좌파 정부는 군비 경쟁과 국제 무기거래 경쟁을 중단하고, 즉각적이고 통제 가능한 전반적 군비 감축에 도달하기 위한 노력을 목표로 삼을 것이다. 프랑스는 국제분쟁에 대해 민족자결권에 근거한 해결책들을 제안할 것이다. 프랑스는 모스크바조약(3)에 서명하고 핵확산방지조약에 서명할 것이다. 군비 축소에 관한 모든 회담에 참석할 것이며, 군비 축소를 위한 모든 제안을 지지할 것이다.

사회당원들은 모든 인도차이나 국민이 외세 간섭에서 벗어나 그들의 운명을 자유롭게 선택할 권리가 있음을 널리 포고하며, 미국인들이 베트남민주공화국(북베트남)과 라오스 폭격을 즉각 중단하고 무조건 미군을 철수시킬 것을 촉구한다. 이런 전제 조건이 수행되면 긍정적 협상이 시작될 것이고, 이는 점진적 평화 회복의 출발점이 될 것이다.

민족자결권에 근거한 해결책들

사회당은 유엔안전보장이사회가 1967년 11월 22일 체결한 결의안의 전면적 시행을 위한 근동에서의 유엔대표단 노력을 높이 평가한다. 최종적인 국경을 확정하고, 이스라엘이 존재하고 안전을 유지할 권리와, 팔레스타인 아랍 국가가 자유롭게 그들의 대표자들을 선택할 권리를 포함해 근동지방의 모든 국가들의 권리를 인정함으로써 지속적인 평화가 협상될 것이다.

프랑스는 시대착오적 식민주의나 인종차별적 체제를 영속시키는 국가들과 모든 정치적·경제적 관계를 단절할 것이며, 민족해방 운동을 지원할 것이다.

프랑스는 전 국민의 의지를 통해 자신의 영토와 자유를 수호할 줄 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군비 축소와 집단 안보를 위한 프랑스의 노력이 그 결실을 보지 못하는 한 좌파 정부는 국방을 소홀히 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좌파 정부는 현 정권이 추구하는 것과 근본적으로 다른 정책을 수행해나갈 것이다. 프랑스와 같은 보통의 민주사회주의 국가를 가장 훌륭하게 방어하는 것이 우리의 결의이다.

글•프랑수아 미테랑 François Mitterrand 1916~96년. 최초의 사회당 출신 프랑스 대통령(1981).

번역•김계영

(1) 프랑스사회당(PS), 프랑스공산당(PCF), 급진좌파운동(MRG)이 좌파 연합 전략의 일환으로 1972년 6월 26일 채택한 개혁 프로그램.
(2) 공산권 국가들 간의 상호 경제 원조를 목적으로 하는 기구.
(3) 1970년 8월 12일 모스크바에서 체결된 이 조약은 동독과 소련 간 외교 정상화와 양국 기존 국경의 평화적 존속을 확인하는 동방정책의 길을 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