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한 생각

2024-11-29     브누아 브레빌 |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프랑스어판 발행인

긴축이라는 이름은 이제 너무 불신을 사서 아무도 입에 올리려 하지 않는다. 지난 6월, 유럽연합(EU)이 7개국(프랑스, 벨기에, 이탈리아, 헝가리, 몰타, 폴란드, 슬로바키아)에 대한 초과 재정적자 시정 절차(EDP-Excessive deficit procedure)를 시작하며 재정 건전성을 회복하지 않으면 제재(GDP의 0.1% 벌금 부과 등)를 가하겠다고 했다.

이에, 파올로 젠틸로니 유럽연합 경제 담당 집행위원은 강력히 변명했다. 그는 “적자와 부채가 높은 국가(EU 재정준칙-재정적자 GDP의 3%, 국가부채 60% 이하 유지)들이 지출관리에 신중해야 하는 것은 당연하나 그것이 곧 긴축 정책을 말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Il Messaggero>, 2024년 6월 20일).

몇 달 후, 프랑스 정부는 2025년 재정 계획 관련 공공 지출의 400억 유로 감축을 발표하면서 이를 “재정 회복”, “책임 예산”, “진실 예산”이라 표현했다. 이탈리아 정부도 향후 7년간 매년 130억 유로씩 삭감할 계획에 “조정의 궤도”라는 표현을 사용키로 했다. 심지어 캐나다의 퀘벡에서도 일부 부처 고용 동결을 발표했지만 재무 장관은 “긴축이 아니다”라고 강하게 부인했다.

 

슬그머니 돌아온 긴축 정책

그러나 긴축은 돌아왔다. 요란스럽지 않게 조용하고 슬그머니 돌아온 것이다. 2008년 금융 위기 이후 남유럽에 가해진 긴축의 상처는 뼈아픈 교훈을 남겼다. 그리스에서 실업, 자살, 약물 중독, 영아 사망률 증가 등과 같은 결과가 이어졌고, 사람들은 자국이 부유한 유럽인을 위한 에어비앤비 단지로 변해가는 모습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15년이 지난 오늘날에도 긴축은 여전히 유통되고 있다. 그리스의 GDP는 금융 위기 이전보다 4분의 1이 줄었고 평균 임금도 회복되지 못했으며, 공공 부채는 2007년의 103%에서 현재 무려 160%로 증가했다.

독일도 상황이 크게 다르지 않다. 예산 규제로 투자가 줄어들어 다리가 무너질 지경에 이르렀고, 도이체 반의 기차가 정시에 도착하면 사람들이 놀랄 정도다. 독일은 1932년 하인리히 브뤼닝 총리의 정책 이후 긴축이 “위험한 생각”이라는 것에 공감해왔다. 긴축은 문제를 일으키지 않은 사람들에게 해결책을 제시하는, 한마디로 당위성도 효과도 없는 처방일 뿐이다.(1)

 

러-우 전쟁 비용 조달하려고 서민 경제 압박 

하루하루 불확실성이 커지는 세상에서, 당장이라도 3차 세계대전이 터질 것 같고 기후 변화로 미래가 불안해지는 상황에서, 기약 없이 허리띠를 졸라매며, 그것도 불확실한 결과를 기다려야 한다는 건 고통일 뿐이다.

무엇보다 시민들은 더 이상 ‘유일한 선택’이라는 말을 믿지 않는다. 2008년 금융 위기 이후, 유럽중앙은행(ECB)은 국채를 대거 매입했고, 영국과 아이슬란드는 은행을 국유화했으며, 키프로스는 10만 유로 이상의 예금을 강제 징수했다.

코로나19 팬데믹 초기에는 EU가 재정 규칙을 전면 중단했고, 프랑스 정부는 수백만 명의 노동자에게 실업수당을 지급했으며, 미국 의회는 가구당 1,200달러를 지원했다. 이처럼 위기 속에서 고정된 규칙과 교리가 무너졌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에너지 가격 상한제를 초래했고 프랑스는 국방 예산을 40% 증액, 2030년까지 총 4,130억 유로를 지출할 예정이다. 정부는 이를 ‘전쟁 경제’라 부른다. 그리고 그 자금은 실업자, 연금 수급자, 공무원, 그리고 공공 서비스 이용자들에게서 가져오려 한다.

 

 

글·브누아 브레빌 Benoît Bréville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프랑스어판 발행인

번역·김민영
번역위원


(1) 마크 블라이스, 『Austerity. The History of a Dangerous Idea 긴축: 위험한 생각의 역사』, 옥스퍼드 대학교 출판부, 20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