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이 아랍국가들의 ‘미묘한’ 균형 노선

이스라엘에 접근하면서도 대(大)이스라엘주의를 경계하는

2024-11-29     아크람 벨카이드 | 아랍 전문 기자

팔레스타인 영토와 레바논에서 벌어지는 비극적인 상황에 대해 근동 및 걸프 국가들이 취할 수 있는 선택지는 다음 세 가지다. 아무런 행동도 취하지 않거나, 외교적으로 행동하는 척하거나, 아니면 이스라엘과 관계를 강화하는 것이다. 그러나 모두가 이스라엘이 이란까지 갈등을 확장할지 모른다는 우려를 품고 있다. 영토 확장을 목적으로 하는 이스라엘의 야욕이 과도할 경우, 자칫 아랍 국가들에까지 번질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는 것이다.

 

사태는 이미 어느 정도 결론이 난 듯하다. 민간인들에 대한 전례 없는 폭력과 도시 기반 시설의 파괴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아랍 국가들은 팔레스타인 주민들을 돕지 않을 것이다. 가자지구, 서안지구, 레바논에서도 마찬가지다.(1) 1970년대에 이집트와 이스라엘 간의 관계 개선 후 형성된 옛 ‘거부 전선(front du refus, 근동과 중동에서 이스라엘과 평화 협정을 반대하거나 서방의 영향력에 반대하는 아랍 국가나 세력의 연합—역주)’은 각국의 상황으로 인해 분열된 상태다. 알제리의 경우는 지리적 거리, 이라크, 리비아, 시리아, 예멘 등의 경우는 내전이나 국가 붕괴로 인해 전선이 해체되었다. 걸프 왕국들은 유엔(UN) 내 외교적 연대나 미묘한 침묵을 통해 표면적인 연대를 보여주지만, 이곳 지도자들은 이스라엘에 대한 접근, 군사적 열등감 등 복잡한 감정 등이 얽힌 상황에서 자국의 전략적 이익을 지키려는 의도를 동시에 품고 있다.

 

이스라엘과 우호 관계 유지하면서, 팔레스타인에도 인도적 지원

예를 들어, 아랍에미리트(UAE)는 트럭을 통해 가자지구에 대한 대규모 인도적 지원에 나서고 있다. 그러나 전쟁 이후 가자 관리를 위한 군사 투입을 제안하면서도, 그들의 주요 목표 중 하나는 이스라엘과 좋은 관계를 계속 유지하는 것이다. 2020년 8월 13일 미국의 주도로 체결된 아브라함 협정을 통해 이스라엘과의 관계 정상화를 확인한 아랍에미리트는 이스라엘과 함께 신기술, 방위, 관광 등의 분야에서 공동 프로젝트를 계속 확대하고 있다. 이는 이스라엘의 공습, 가자 및 베이루트의 비극적인 재앙에도 불구하고 굳건히 유지되고 있으며, 아랍에미리트 지도자들은 이와 같은 상황에도 동요하지 않는다. 소셜 미디어에서 큰 플랫폼을 보유한 지식인들은 하마스가 자국민의 이익을 해치면서 전쟁을 촉발했다고 비판하고 있는데 이는 사우디 지도자들과 동일한 논조를 보인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이스라엘에 공공연한 애착을 드러내진 않지만, UAE와 파트너이자 경쟁자로서 미묘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사우디는 공식적으로 이스라엘과의 관계 정상화를 위한 협상을 중단했다고 발표했지만, 이는 상징적인 조치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 사우디 왕실은 여전히 이스라엘과의 조심스러운 외교적 접근을 유지하며, 미국의 강력한 동맹국으로서 아랍 지역 내 영향력 확대와 경제적 협력을 통한 장기적인 전략적 목표를 우선시하고 있다. 한편, 사우디 내 일부 고위 관리들은 팔레스타인을 공개적으로 지지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이스라엘을 향한 조심스러운 접근을 병행하며 미묘한 균형을 유지하고 있다. 이는 사우디 국민과 아랍권의 여론을 의식한 행보로 보인다. 그러나 가자지구와 레바논에서의 인도적 위기와 더불어 이란이 개입할 가능성이 언급되면서, 사우디를 포함한 걸프 국가들은 더욱 신중한 자세를 취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선택지가 제한적인 걸프 국가들

걸프 국가들은 이란과의 잠재적 충돌을 피하고 싶어 하며, 이스라엘의 군사력이 확대될 경우 자국 안보가 취약해질 가능성에 대해서도 깊이 우려하고 있다. 결국 이처럼 복잡한 상황에서 걸프 국가들이 취할 수 있는 선택지는 제한적이며, 이들은 외교적 수사나 제한된 인도적 지원을 통해 책임을 피하려 하거나, 이스라엘과의 관계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움직일 가능성이 크다.

물론 사우디아라비아는 이스라엘에 대한 애정이 이웃 국가보다는 덜하다. 이웃 국가 이스라엘은 사우디에게는 협력 파트너이면서 동시에 경쟁자 역할을 하고 있다. 공식적으로 사우디아라비아는 이스라엘과의 관계 정상화 협상을 중단했으나(2), 사우디의 주장과 달리, 안보 측면에서의 직접적인 접촉은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인구 50만 명의 국민과 250만 명의 외국인이 거주하는 아랍에미리트는 이스라엘에 대한 적대감을 표현하지 못하도록 쉽게 억제할 수 있지만, 사우디아라비아는 3천6백만 명의 인구 중 상당수가 팔레스타인 지지 성향을 가지고 있어 이를 신경 써야 한다. 최근 사우디아라비아 당국은 이스라엘을 비판하는 설교를 한 여러 이슬람 성직자들을 체포했다. 이들 일부 이맘의 설교는 반유대주의적 성향을 띠기도 했다. 한편, 아브라함 협정에 서명한 사우디아라비아를 추종하는 바레인은 국민적 분노를 진정시키기 위해 이스라엘과의 상업적 교류를 일시적으로 중단했다. 이러한 조치는 2011년과 유사한 민중 봉기가 발생할 가능성을 낮추기 위한 것이다.(3)

사실상 이 세 경우 모두에서 지도자들은 지역 내 세력 균형의 변화를 관심 있게 지켜보고 있다. 하마스와 헤즈볼라가 동시에 약화되는 것은 팔레스타인 정당 하마스가 속한 무슬림 형제단과, 이란 이슬람 공화국과 동맹을 맺은 시아파 민병대인 헤즈볼라에 모두 적대적인 이들 아랍 군주국들에게 유리하게 작용한다. 2017년 11월, 레바논 내에서 ‘헤즈볼라(하나님의 당)’에 맞설 수 있는 수니파 무장 세력을 결성하여 내전을 유발하라는 요구를 거부했던 사드 하리리 전 레바논 총리가 사우디의 리야드에서 감금되었다가 그 뒤 프랑스의 중재로 풀려난 사건이 이런 맥락에서 인용된다.(4) 당시 사우디 위성 방송인 알아라비야(Al Arabiya) 화면에 초췌한 얼굴로 나타난 하리리는 헤즈볼라가 레바논 정치에 미치는 지배력을 비판하며 “이란의 영향력이 레바논 지역에서 제거될 것”이라고 선언했다. 이 예언은 주로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의 집착을 반영한 것으로, 이 예언은 7년 후 이스라엘 군대 덕분에 실현되었고, 이는 걸프 왕국들에게 큰 만족을 주었다. 특히 하마스와 무슬림 형제단과의 관계로 자주 비판받는 카타르조차도 이란의 영향력이 약화되는 것을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있다.

하지만 이들 걸프 왕국들은 이스라엘이 테헤란을 공격해 “작업을 마무리”하는 것을 바라지 않는다. 특히 아랍에미리트를 필두로 한 각국은 그로 인해 자신들이 감수해야 할 위험이 너무 크다는 것을 알고 있다. 만약 이란이 공격을 당한다면, 이란 혁명수비대는 걸프 이웃 국가들에 보복할 것이며, 몇몇 미사일만으로도 두바이 같은 도시를 전기와 식수가 부족한 상태로 만들 수 있다. 이는 두바이의 관광 산업에 큰 타격을 줄 것이며, 그로 인해 두바이 경제는 심각한 피해를 입게 될 것이다. 이러한 이유로 모든 걸프 국가들은 미국이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의 전쟁 열망을 억제해주도록 요구하고 있다. 아랍에미리트의 무함마드 빈 자예드 왕세자는 이와 관련해 9월 23일부터 26일까지 워싱턴을 공식 방문했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이 방문 기간에 아랍에미리트를 미국의 주요 방위 파트너로 격상시켰고, 아랍에미리트 언론은 이를 자국이 세계 무대에서 전략적으로 중요한 위치에 있다는 인정으로 받아들였다.(5)

 

이집트,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식민지화를 가장 경계

이집트에서도 같은 우려가 존재하지만, 상황에 대한 전략적 접근은 다르다. 2023년 10월 7일 저녁, 이집트는 가자지구에서 이스라엘의 군사 개입이 있을 때마다 그랬듯이, 즉각적으로 휴전을 위한 중재를 제안했다. 이집트 지도부는 수십만 명의 팔레스타인 난민이 시나이 반도로 추방되는 것을 막기 위해 모든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카이로에서는 중동 지역 다른 곳과 마찬가지로, 긴 역사의 기억이 여전히 남아 있어 이들 난민이 가자지구로 돌아오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점을 잘 이해하고 있다. 이같은 상황은 이집트에 정치적 문제, 나아가 정권에 불안을 초래할 수도 있다. 압델 파타 알시시 이집트 대통령과 그의 정부가 하마스의 ‘모험주의’를 비판했지만, 그 붕괴를 기뻐만 한 것은 아니다. 이집트의 입장은 실용적이며, 하마스를 대체할 정치적 세력이 없는 가자지구 상황에 기반을 두고 있다.

이집트 지도부는 팔레스타인 자치 정부에 대한 신뢰가 완전히 사라졌음을 알고 있으며, 그들의 영향권에 속한 지역에 국제적 평화 유지군이 개입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이집트의 관점에서 하마스의 존재는 이스라엘을 ‘억제’하고, 중재 능력을 통해 카이로에 전략적 역할을 부여하는 긍정적 요소로 작용해 왔다.

그러나 2023년 10월 7일 벌어졌던 팔레스타인의 공격이 지난 지 1년, 이스라엘은 가자 남쪽 국경을 장악했고, 이는 이집트와 몇십 년 동안 없었던 새로운 대치 상황을 만들었다. 만약 이스라엘 정착민들이 다시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 정착한다면, 이스라엘 네타냐후 정부는 국경 안전을 더욱 강화할 것이고, 이집트는 이러한 요구에 순응해야 하는 불편한 상황에 놓이게 될 것이다.

 

이스라엘의 대이스라엘주의, 시나이 반도에 전쟁 먹구름 부를 수 있어

사실, 이집트를 가장 우려하게 만드는 것은 이스라엘의 과도한 야망이다. 리쿠드당과 극우 정당의 일부 구성원들이 가자지구를 식민지화하고 ‘대이스라엘’을 건설하자는 집회를 열었다는 소식은 카이로에서 우려를 자아냈다. 이스라엘의 이타마르 벤그비르 국가안보부 장관과 베잘렐 스모트리치 재무장관이 이러한 주장을 반복해 온 점도 마찬가지다. 이들은 각각 국가안보와 재정을 책임지는 이스라엘 네타냐후 총리의 장관들로, 성경 해석에 따라 레바논, 시리아, 이라크, 요르단, 사우디아라비아의 일부, 그리고 시나이 반도를 포함한 이집트 동부를 아우르는 국가를 주장하고 있다. 최근 몇 주 동안, 여러 이집트인들은 대이스라엘 지도를 그린 휘장을 착용한 가자지구에서의 이스라엘 군인들의 이미지를 캡처해, 소셜 미디어에 공유했다.

이라크나 사우디아라비아에서는 이스라엘인들이 자국 영토 일부를 병합하려는 꿈을 꾸고 있다는 사실에 당장은 큰 반응이 없지만, 레바논에서는 여전히 초기 시오니즘 운동이 남부 레바논을 포함시키려 했던 기억이 남아 있다. 이집트에서는 더욱이 이스라엘과 1970년대 말 평화 협정을 맺은 것을 여전히 수용하지 못하는 엘리트층이 많으며, 일반 대중의 많은 부분에서도 이스라엘에 반감을 갖고 있는 상황이다.(6) 이집트 엘리트들은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의 극단적인 전쟁 행보와 이스라엘 동맹들이 주장하는 새로운 영토 정복 요구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 현재 이집트 군부의 수뇌부에서는 방어 강화의 필요성에 대한 논쟁이 일어나고 있으며, 이는 잠재적으로 시나이 반도의 사전 재무장을 동반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중동에서 전쟁의 전선은 확대될 준비가 되어 있는 듯하다.

 

 

글·아크람 벨카이드 Akram Belkaïd
알제리 출신의 언론인이자 작가. 주요 저서로는 『알제리를 향한 조용한 시선(Un regard calme sur l’Algérie)』 (2005)와 『오늘날 아랍인이라는 것(Être Arabe aujourd’hui) 』(2011) 등이 있으며, 주로 중동과 북아프리카 지역의 정치 및 사회적 문제를 다루고 있다. 

번역·아르망
번역위원


(1) 「아랍의 침묵」,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프랑스어판, 2024년 3월호.
(2) Hasni Abidi와 Angélique Mounier-Kuhn, 「리야드-텔아비브, 정상화에 제동」,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프랑스어판, 2023년 11월호.
(3) Marc Pellas, 「바레인을 지배하는 납의 군주국」,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프랑스어판, 2021년 11월호.
(4) Marie Jordac, 「사드 하리리의 기묘한 감금」, <마니에르 드부아르> 프랑스어판 174호, <레바논, 1920~2020, 격동의 한 세기>, 2020년 12월~2021년 1월호.
(5) Fatiha Dazi-Heni, 「중동에서 아랍에미리트의 위험한 승부수」, 2024년 10월 14일, https://orientxxi.info
(6) Marwa El-Shinawy, 「네타냐후, 대이스라엘 계획을 부활시키다」, 2024년 10월 15일, https://www.dailynewsegypt.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