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CF 철도원들, “우리는 대체품이 아냐!”
근무 관리 소프트웨어 ‘오리옹’에 대한 분노
애초에 그건 철도원들에게 필요가 없었다. 몇 해 전부터 채용이 줄어든 탓에 근무 환경은 이미 심각할 정도로 나빠져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인력 관리 소프트웨어 ‘오리옹’의 도입으로 상황은 더 악화됐다. “항상 근무 전날에야 근무 시간과 장소가 정해진다. 불과 몇 시간 전에 정해진 적도 있었다. 아이를 한 명 키우면서 이렇게 일하는 건 너무 힘들다. 오리옹 때문에 상황이 더 안 좋아졌다!” 익명을 요구한 RER 기관사 나탈리의 말이다.
기관사들의 근무 시간표를 계획하는 이 소프트웨어는, 2021년 6월부터 생라자르역의 트랑실리앵(일드프랑스 지역 열차 및 RER노선)에 시범 운영 중이다. 예전에는 업무 분장을 담당하는 인력 관리 매니저(GM)들이 전적으로 맡았던 일인데, 이제 오리옹이 이 과정을 ‘합리적으로 처리’한다.
이 프로그램은 전체 기관사의 근무 시간표를 근무일 바로 전날이나 심지어 몇 시간 전에도 변경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직장에서 한 시간 거리에 살고 있는 나탈리도 다음날 근무 시작 시간이 오전 5시가 아닌 오전 3시 30분으로 바뀌었다는 사실을 잠자리에 들기 직전 알게 될 수 있다.
“우리는 언제든지 대체할 수 있는 숫자에 불과”
나탈리의 퇴근이 파리에서 북서쪽으로 28km가량 떨어진 세르지(발두아즈) 구역으로 예정됐다고 하더라도, 실제로는 파리에서 서쪽으로 57km에 위치한 망트라졸리(이블린) 구역에서 퇴근하게 될 수도 있다. “우리는 언제든 대체할 수 있는 숫자에 불과한 존재가 돼버렸다.” 철도 노동자 조합 연맹 ‘쉬드 라이’의 조합원이자, RER J 노선(파리 생라자르발 에르몽-오본행, 지조르행, 망트라졸리행, 베르농-지베르니행 노선)을 운행하는 니콜라 에몽이 지적했다.
예전에는 기관사들이 개인적으로 중요한 문제가 생겼을 때, GM을 찾아가면 GM이 최대한 기관사 사정을 고려해서 일정을 조정해 줬다. 지금은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다. 알고리즘과는 대화가 불가능하니 말이다. 게다가 운행 횟수에 따라 계산되는 500~1,000유로 가량의 ‘연장’ 수당, 야간 근무 수당, 생라자르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서 근무가 끝나 다른 지역에서 잠을 자고 올 수밖에 없는 경우에 지급되는 ‘출장’ 수당 등 기관사들이 받아 왔던 여러 수당을 더는 받지 못한다.
에몽은 불만을 토로했다. “오리옹은 시간을 절약하고, 운행 횟수를 줄이는 것을 목표로 계산한다. 그러니 결국 우리가 받을 수 있는 수당도 줄어든다.” 게다가 임금은 8년째 변함이 없는데, 프랑스 국영철도 SNCF 경영진은 2022년 급격한 인플레이션을 고려한 고작 몇 %의 인상만을 제안했다. 인력 부족을 이유로 철도원들이 7월과 8월에는 휴가를 쓰지 못하도록 제한하기까지 했다. 철도원들의 불만이 쌓여갔고, 차고지에는 이의를 제기하는 목소리들이 커졌다. 그 결과, 6월 13일과 23~24일, 파업이 이뤄졌다.
그러던 중 2022년 6월 27일, 결국 오리옹의 업무 편성이 발표되었다. 반발은 점점 더 커져갔고, 6월 29일과 30일, 파리 생라자르역 철도원들은 열차 운행을 거부했다. 전체 직원 중 70% 이상이 파업에 동참한 것이다! 이들은 니콜라 사르코지 정권 때 도입해, 파업 48시간 전에 파업 참여를 미리 알리도록 한 ‘개인 의사 표시’ 없이 ‘가방 놓기’ 즉, 갑작스럽고 단호한 운행 중단을 결정했다. 쉬드 라이의 조합원 레미 베피에르에 따르면 “기관사는 파업 당일에 승강장의 전화기 앞에 가방을 놓고, 열차 운행량을 관리하는 동료 담당자들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게 끝이었다!” 경영진은 이를 두고 용납할 수 없는 ‘우발적 파업’이자 ‘불법적 움직임’이라 지적했다.(1)
베피에르는 “오리옹은 SNCF가 캐나다 운송회사 지로에게서 매우 비싼 가격에 구입한 소프트웨어 Hastus를 트랑실리앵 버전으로 만든 것이다.(2) TGV, TER, Intercité 등 SNCF에서 운영하는 다른 열차에도 각기 고유한 버전의 Hastus가 도입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SNCF 트랑실리앵 경영진들은 소프트웨어 비용에 대한 언급은 회피한 채, 문제가 있는 이 프로그램을 사용하는 이유에 대해 원론적인 답변만을 내놓았다. “오리옹은 여러 가지 주요 기능을 단 하나의 프로그램으로 통합해, 열차 관리 및 기관사 스케줄 관리의 간소화 및 단일화를 가능하게 한다. 가장 중요한 기능은, 운송 계획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요소들을 최대한 예측해 대비할 수 있다는 점이다. (…) 프로그램을 모든 노선에 도입하기 전에, 초반 버그들을 조정 및 수정하고, 실무에서 철도원들의 사용성이 개선될 수 있도록 시범 노선에 도입해 몇 달 동안 시험 중이다.” 그러나 과연 일선 철도원들이 반기고 있다고 할 수 있을까…….
SNCF 철도원들, 오리옹 소프트웨어의 폐지를 요구
노조에게 이 시범 소프트웨어는 근무 유연성을 높이고 인력 부족을 보충할 수도 있는 수단이다. 전국적으로 부족한 기관사 인력은 약 1,200명으로 전체 철도원의 10%에 달하는 수치이기 때문이다.(3) 하지만 여객 전문 운송 자회사 ‘SNCF Voyageur’의 CEO 크리스토프 파니셰는 “운송 계획을 위태롭게 하는 긴장된 상황”을 인정하면서도 인력 부족에 대해서는 수긍하지 않았다.(4)
경영진에서 임금과 근무 환경을 이유로 신규 채용을 거의 실시하지 않는 것 외에도, 노르 지역의 에리크 보케(공산당) 상원의원이 2020년 12월에 이미 지적한대로, 인력 부족에는 또 다른 이유가 있다. “2019년에만 퇴사자수가 40% 증가했다. 유례가 없는 수치다! 대규모 퇴사의 원인은 바로 SNCF 경영진이, 민간 분야로 이직을 시도하는 철도원들에게 퇴사를 권유해 공기업 직원으로서의 지위를 잃게 만든 뒤, 임금 상승을 조건으로 민간 기업 직원 신분으로 재고용하기 때문이다.”(5)
모든 기관사는 1년간의 교육을 이수해야 한다. 한 기관사는 자신이 3주마다 파리-투르 왕복 노선을 운행하던 당시의 일과를 들려줬다. 하루 8시간 현장에서 근무하고, 집에 돌아와 3시간 동안 과제를 해야 한다. “또한, 성공 기회를 얻기 위해서는 주말까지 반납해야 한다.” 그 후 정식으로 채용이 된다하더라도 “처음 받는 급여가 1,626유로에 불과하다. 그러니 수당에 기댈 수밖에 없다. 평일 저녁이나 주말을 희생하고 싶은 마음이 사라진다.”
하지만 경영진은 이런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보다는 오리옹을 통해 인력 문제를 해결하길 바라고 있다. SNCF 트랑실리앵의 언론 담당 책임자 아이메리크 앙슬랭은 이렇게 설명했다.
“이 두 가지는 완전히 다른 문제다. 코로나19로 비롯된 보건·경제·사회 위기 때문에 채용과 직원 교육이 지연된 것뿐이다. 현 2,650명 기준 약 50여명이 부족한 것으로 추산되는 기관사 부족 문제로, 몇몇 노선에서 주간 운행이 감축될 수 있다.”
2022년 초여름, 철도원들은 모든 문제를 종합해, 소프트웨어 오리옹의 폐지 및 최소 3주 전 작업 스케줄 확정, 채용, 임금 인상 등을 요구했다. 파리 생라자르역 기관사들의 ‘가방 놓기’는 7월 4일에 파리 동역 기관사들에게, 그 이튿날에는 파리 북역 기관사들에게로 퍼졌다. 파업이 ‘불법’적이든 아니든, 경영진들은 결국 한발 물러났다. 근무 내용에 변경이 있을 경우 의무적으로 철도원들의 동의를 받도록 했고, 1,000유로 상당의 수당 지급 및 2023년까지 ‘휴가 매뉴얼’ 폐지 등을 약속했다.
그러나 근본적인 문제는 해결되지 않았다. 여전히 운영 중인 오리옹 프로그램은 전국으로 확대 될 우려가 있고, 근무 환경도 여전히 해로우며, 인력 부족도 심각한 수준이다. SNCF 직원 노조인 ‘Unsa-철도’에 따르면, 2018년에서 2021년 사이, 6,500개의 일자리가 감축됐고(6), 프랑스의 대표 노조 CGT에 따르면 8년간 전체의 12.6%에 해당하는 일자리 2만 개가 줄어들었다.(7) 열차 고장, 운행 지연 및 취소, 안전설비 부족 문제, 열차 사고 등 인력 감축으로 인한 영향은 올 여름에 더욱 두드러졌다. 이 모든 문제의 배경에는 결국 철도 시장 개방으로 인한 경쟁, 하도급 문제, 막대한 비용의 고속철도 노선 개발, TER 민영화, 지방 연결 노선 폐지 등이 자리한다. 요컨대, 공공 서비스가 분해된 것이다.
글·셀림 데르카위 Selim Derkaoui
기자. <르몽드 디플로마티크>와 <메디아파르> 등에 사회적 현안을 기고하고 있다.
번역·김자연
번역위원
(1) Sud Rail Paris Saint-Lazare, 2022.6.30.
(2) 「La SNCF choisit Hastus pour son réseau ferroviaire transilien en Île-de-France SNCF가 일드프랑스 트랑실리앵 철도망에 Hastus 소프트웨어를 도입하다」, Giro 웹사이트, 2018.2.28.
(3) Franck Bouaziz, 「Trains supprimés faute de conducteurs : la SNCF cherche à pourvoir 1200 postes 기관사 부족으로 사라진 열차들: 1,200 명을 채용하려는 SNCF」, <리베라시옹>, Paris, 2022.8.26.
(4) Ville Rail & Transports 인터뷰, Paris, 2022.8.31.
(5) 에리크 보케(Nord-CRCE) 의원 서면 질의 n° 19509, <관보>, 프랑스 상원, 2020. 12.10.
(6) 「SNCF : Bilan social 2021. Et ça continue encore et encore… SNCF: 2021 고용 현황 보고서. 문제는 여전히 계속 된다…….」, Unsa ferroviaire, Paris, 2022.5.6.
(7) 「SNCF : Réduire les effectifs n'est pas sans conséquences SNCF: 인력 감축에는 결과가 따른다.」, CGT 홈페이지, 2022.9.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