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프카의 침묵을 둘러싼 이야기

마그달레나 플라초바의 『카프카 이후의 삶』

2024-11-29     도미니크 오트랑 | 전기 작가

프란츠 카프카의 사망 100주년을 맞아 수많은 출판물이 쏟아졌는데, 그중에는 독일 작가 라이너 스타크의 뛰어난 세 번째 전기이자 마지막 책(셰르슈미디 출판사)이 포함되어 있다.

스타크는 카프카의 첫 번째 약혼자였던 젊은 베를린 여성 펠리체 바우어에 자연스레 관심을 두었다. 카프카는 1912년부터 1917년까지 그녀와 오랜 서신 교환을 이어갔으며, 이는 두 차례 파혼을 거친 약혼으로 이어졌고, 『변신』과 『심판』을 포함한 그의 첫 주요 작품들이 탄생한 시기와 일치한다.

카프카의 편지 511통(1)은 남아 있지만, 펠리체의 편지는 우리에게 전해지지 않았다. 카프카와 결별한 후, 펠리체는 1919년에 14세 연상의 남성과 결혼하여 두 아이를 낳고, 독일을 떠나 1936년 미국으로 이주했다. 낯선 땅 미국에서는 마사지사와 화장품 판매원으로 일했고, 1960년에 세상을 떠났다.

그러나 이것들은 단지 사실일 뿐이다. 펠리체는 정말 누구였으며, 카프카는 그녀의 삶에 어떤 흔적을 남겼는가? 유일한 단서는 그녀가 1956년 미국 출판사에 카프카의 편지를 8,000달러에 팔기 전까지 약 40년간 보관했다는 것이다.

문학 교수이자 소설가인 마그달레나 플라초바는 펠리체의 ‘카프카 이후의 삶’에 대해 더 알고자 했다. 플라초바의 책은 10년간의 조사 끝에 나온 결과물이다. 그녀는 미국에서 펠리체의 후손들을 찾아냈고, 그녀의 아들 헨리를 만나 인터뷰했으며, 뉴욕의 정신과 의사인 손녀 레아와도 만났다.

이들이 그리는 초상은 현실적이며 관대하고, 사교적이며 근면한 여성의 모습이다. 하지만 플라초바는 많은 것을 알아내지 못했다. 펠리체는 카프카를 지우기로 결심한 듯 보였다. 그녀는 과거를 결코 언급하지 않았다고 했다. “할머니는 불쾌한 일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으셨어요”라고 레아는 고백했다.

플라초바는 이처럼 손에 잡히지 않는 현실을 상상하기로 했다. 이를 통해 그녀는 한 시대의 분위기에 생명을 불어넣었다. 1935년의 나치 독일을 피해 유대인들이 첫 임시 피난처를 찾은 곳인 파리에서, 이민 갈 나라를 선택해야 하는 어려운 결정의 시간, 뉴욕과 로스앤젤레스, 텔아비브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해야 하는 도전 등이 살아난다.

플라초바는 펠리체 주변에 카프카의 친구와 가족을 등장시키며, 맥스 브로트는 물론이고 펠리체와 카프카 사이에서 때로는 모호한 중재자 역할을 했던 그레테 블로흐도 포함한다. 그레테는 심지어 카프카와의 사이에서 아들을 두었으나, 7살에 죽었다고 주장했으며, 이후 몇 년간 이탈리아에서 비참한 망명 생활을 하다 1944년 아우슈비츠에서 생을 마감했다.

플라초바는 이탈리아에서 그레테의 소지품으로 추정되는 신비로운 가방의 흔적을 찾으려 했으나 실패했고, 그 가방에 그 아이에 대한 중요한 문서가 담겨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을 한다. 작가는 카프카의 아들임을 주장하며 모두를 귀찮게 하는 카시미로 아펠바움이라는 인물도 상상해 본다.

이 책은 이야기, 소설, 취재 일기로 현실과 허구가 대담하게 뒤섞여 있다. 동일한 인물들이 실제 이름이나 가상의 이름으로 등장하며, 이는 장면이 실제인지 허구인지에 따라 달라진다. 이 책은 한 남자의 사랑을 받은 여성에 대한 공감과 그녀의 삶을 되살려내는 강렬한 상상력으로 독자들을 매료시킨다.

펠리체는 “나는 문학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그 외에는 아무것도 아니고, 또 아무것도 될 수 없다”라고 말한 남자를 진정 사랑했을까?

 

 

글·도미니크 오트랑 Dominique Autrand
전기 작가

번역·아르망
번역위원


(1)  Franz Kafka, 『Lettres à Felice 펠리체에게 보내는 편지』, Gallimard, Paris, 197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