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정론지 <하레츠>의 외로운 투쟁
이-팔 분쟁, 객관·균형보도 '편파언론들과 대조'
가자 만행 자국 정부와 '평화진영' 신랄한 비판
이스라엘 지도자인 치피 리브니(카디마 당)와 에후드 바락(무늬만 노동당)은 이미 몇 달 전 가자에 대한 자신들의 목표를 발표했다. 하마스를 무력화시키고 적들에게 '잊을 수 없는 교훈'을 줄 것이며, 대량 살상과 막대한 인명 피해도 불사하겠다는 것이다.
공격이 개시된 이후 언론에서는 계속해서 이 전략을 지지했으며, 끔찍한 파괴 장면이 전 세계 TV브라운관에 방송되었다. 이 장면들이 방송되지 않은 건 오직 이스라엘 TV 뿐이었다. 이슬람 사원과 학교, 병원 폭격이 내부에 무기고가 있었기 때문이라든가, 혹은 팔레스타인 유격대의 사격으로 인한 것이라는 등 군 당국 대변인의 모든 해명은 논평 없이 그대로 나갔다.
이스라엘 언론의 편파 보도
이 같은 이스라엘 언론의 태도가 새로운 건 아니다. 어떤 협정 하나가 깨지면 그에 대한 책임이 있는 건 늘 팔레스타인 쪽이었다. 따라서 '일시적 평정'(타흐디아: 정전 또는 휴전 등을 의미)을 위해 이집트 주재로 하마스-이스라엘 간 간접회담이 있었을 때, 이스라엘 기자들은 '테러범들이 모든 협정을 위반할 것'이라고 주장하며 이 회담을 격렬하게 비판하고 나섰다. 또한 저들의 행동에 종지부를 찍어줄 유일한 방법은 군사적 해법뿐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일은 순조롭게 진행되어 2008년 6월 19일 휴전협정이 조인됐다.
그로부터 5일 후, 이슬람 지하드는 스데로트에 2발의 카삼 로켓을 발사했다. (인명피해는 없었다.) 이에 곧 이스라엘 언론은 한 목소리로 이슬람 지하드를 비난하고 나섰는데, 이슬람 지하드는 공동성명을 통해 이 공격이 이스라엘 특별 부대의 이슬람 지하드 조직원 두 명 약식 처형에 대한 보복행위였음을 밝혔다. 그 가운데 한 명은 타렉 아부-갈리라는 이름의 고위 지휘관이었다고 발표했다.
이스라엘의 한 일간지인 <하레츠>는 이스라엘 측 행동에 대해 몇 줄 정도만을 할애하며 "군 당국이 팔레스타인의 보복 공격을 예상했었다."고 설명했다.1) 하지만 진정성 있는 언론으로 여겨지며 유일하게 이-팔 분쟁에 대한 균형적이고 올바른 시각을 보여주려 노력하는 이 신문 또한 다른 신문들과 마찬가지로 '지하드, 가자 휴전협정 위반'이라는 기사 제목을 달았다. 하마스가 규정을 준수하고 다른 팔레스타인 조직들에게도 이를 요구함에 따라 결국 휴전협정은 지켜졌다.
상황 악화의 불씨를 당겨 전쟁의 포문을 열어준 건 11월 4일 가자에 대한 이스라엘의 군사 공격이었다.2)
<하레츠>의 혜안과 소신
'생각 있는 사람을 위한 신문' <하레츠>의 판매 부수는 (주간판매량 6만부) 이스라엘 일간지 가운데 가장 낮은 수준이다. 다소 '엇나간 경우'는 있었으나, 그래도 <하레츠>는 자신의 혜안과 소신을 지킬 줄 알았다.
이스라엘 사람들과 결혼한 점령지 팔레스타인 사람들에게 영주권과 시민권이 부여되지 못하도록 하는 수치스러운 법(2003년에 채택)의 연장에 관한 의회 토론이 시작됐을 때, <하레츠>의 사주인 아모스 쇼켄은 '인종차별국가가 되지 않기 위하여'라는 제목의 기사를 실었다.3) 히브리어로 발행하는 다른 세 일간지4)의 그 어떤 사주도 감히 사용하지 않았던 단어였다. 아모스 쇼켄은 팔레스타인 점령지에 대한 정부 방침을 규탄하는 기사를 자주 내보내고 있다.
총선 사흘 전, '나는 메레츠(이스라엘 시온주의 진영 극좌파)당에 투표한다'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그는 자신의 입장을 확실히 정했다. "투표는 외교적 전망, 인물, 교육, 환경, 헌법구조를 고려해야 한다. 이 모든 면을 감안할 때 유일한 선택은 메레츠 뿐이다."5)
<하레츠>의 편집진 가운데 기데온 레비라는 인물은 손꼽히는 점령지 전문가임에 의심의 여지가 없는 사람이다. 점령 상태에 있는 팔레스타인 국민들의 불행과 궁핍한 삶에 대해 매주 장문의 기사 하나라도 쓰는 사람은 이스라엘 언론계에 기데온 레비가 유일하다. 가자에 대한 이스라엘의 공격을 비난했던 것도 기데온 레비밖에 없었으며, 또한 작가 A.B. 예호수아의 편지6)에 대해 신랄한 내용의 답장을 보내기도 했었다.
기데온 레비 기자의 '쓴소리'
기데온 레비는 여호수아에 보낸 답장에서 가자 공격을 승인했던 '평화 진영'에 다음과 같은 쓴 소리를 뱉었다.
"무척이나 존경 받는 작가인 당신께서 우리의 뇌를 잠식하고 마비시키고 세뇌시켜 버린 잔인한 세력의 희생양이 되셨습니다. 당신은 이스라엘이 이제껏 단 한 번도 시도하지 않았던 가장 난폭한 전쟁을 정당화하셨고, 따라서 가자 점령이 끝났다는 생각을 간접적으로 받아들이신 셈입니다. 당신은 방어할 힘도 없는 사람들에게, 정당한 대의를 위해 부적절한 수단으로 저항운동을 하는 사람들에게, 그러나 우리가 그 정부와 군대를 허용하지 않는 그 사람들에게, 가자 점령은 끝났다는 판결을 내리셨습니다. 스스로를 민주적이고 인도주의적이라고 여기지만 난폭하고 잔인한 정복자임이 판명된 이 나라와 똑같은 기준으로 말입니다. 이스라엘 사람으로서 저는 팔레스타인 지도자들을 호되게 꾸짖을 수가 없습니다. 그런데 우리의 손은 피로 뒤범벅이 되었군요…"
1) <하레츠> 2008년 6월 25일
2) 도미니크 비달, '거짓말이 커질수록…',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2009년 2월호
3) 2008년 6월 27일
4) 다른 일간지로는 <Maariv>와 <Yediot Aharonoth>가 있으며, <Israel Hayon>이라는 무가지가 있다. 히브리어 이외의 언어로 쓰인 국영지는 다루지 않는다. 우파 및 민족·애국 성향의 <The Jerusalem Post>(영어로 발간)는 기본적으로 이스라엘에 사는 외국인을 대상으로 하는 신문이다. 러시아어로 발행하는 신문도 있으나, 구소련 이민자 백만 명을 대상으로 하는 이 신문은 극단적 민족주의 성향을 띠는 데다 아랍계에 대해 공개적으로 적대적 입장을 보여주는 매체이다. 끝으로 유일하게 아랍어로 발행되는 일간지가 하나 있는데, 1944년 이후로 한 번도 발간이 중단된 적이 없는 공산당 기관지인 이 신문은 이스라엘 및 점령지의 아랍-팔레스타인 계 시민들에 대한 권력찬탈을 강력하게 비판하고 있다.
5) 2009년 2월 6일
6) <하레츠> 2009년 1월 16일과 18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