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식 스캔들, <나체 수업>
"나의 시선과 호기심은 갑자기 어디로 향하고 있는가? 나의 시선과 호기심은 무엇을 즐기고 있는가? 나의 감성과 지성은 하루 종일 어디로 쏠리라는 것일까? …이에 대한 답은 아마 하나밖에 없을 것이다. 시선, 호기심이 집중하는 것은 나체의 멋진 남자. 그래서 선택의 여지가 없다. 그래서 첫 소설에서 남성의 나체를 다루었는지도 모른다."
<나체 수업>에 나오는 내레이터는 저자의 이름과 똑같은 발터 시티로 피사대학에서 문학을 가르친다. 그리고 단단한 허벅지와 상반신의 남자 육체에 매혹되는 동성애자다. 그는 남성의 멋진 육체 사진이 나오는 잡지를 모은다. 그리고 아령 경기나 보디빌더 대회에서 실제 남성의 육체를 구경했다. 남성의 육체에 대한 열정이 지나친 나머지 내레이터는 노골적이면서 희한한 행동을 한다. 크롬과 니켈 도금 작업을 하는 회사에서 일하는 노동자 15여 명의 옷을 자연스럽게 홀랑 벗길 수 있는 위생부 직원 행세를 하기에 이른다.
<나체 수업>은 포르노 같은 감성을 느끼게 하는 인체탐험 매뉴얼 같은 책이다. 7권의 소설과 비평 에세이를 집필한 저자는 작가 파솔리니와 작품을 전공했고, 유명 대학의 교수이자 이탈리아에서 주요 작가로 평가받고 있다. 현재 65살인 저자는 프랑스의 여러 잡지에 기고했지만 이상하게도 그의 작품이 프랑스어로 번역돼 출간된 적은 없었다. 그러나 다행히도 1994년 출간된 첫 소설 <나체 수업>이 프랑스어로 번역 출간됐다. 저자가 12년이라는 시간 동안 집필에 몰두한 이 소설은 600쪽이 넘고, 출간 당시 엄청난 반향을 일으켰다.
이 소설은 종교적 신성함, 대중적 산문, 시, 에로틱하고 강렬한 느낌, 지적 구절이 모두 버무려 있다는 점에서 '문학의 혁명'이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이탈리아에서는 처음 등장하는 '오토 픽션' 장르 소설이다. 오토 픽션이란 작가와 내레이터의 경계가 무너지는 자전적 소설을 말한다. <나체 수업>은 자전적 부분과 픽션이 섞인 장르로 토스카나라는 작은 세상에서 일어나는 소소한 싸움을 그리는데, 이는 변화하는 이탈리아를 비유한 것이다. 전쟁 이후 이탈리아에서는 국민주권적 민주주의를 표방하는 이탈리아 기독교 민주당이 쇠퇴하고 실비오 베를루스코니의 시대가 다가오고 있었다. 베를루스코니는 1994년 이탈리아의 총리가 되었다. 파솔리니의 <석유>가 1980년대의 이탈리아를 그린 작품이라면, <나체 수업>은 1990년대의 이탈리아를 그리고 있다. 1990년대의 이탈리아는 부패, 광고 홍수, TV의 지배, 쾌락주의, 과도한 소비, 인체의 상업화 등의 부작용으로 몸살을 앓았다. <나체 수업>은 자기 증오와 세상이 일으키는 분노를 표현한 작품이라 할 수 있다. 독자는 저자의 냉소와 탁월한 풍자에 이끌리게 된다. <나체 수업>은 환희와 현대에 나타나는 삶에 대한 혐오를 이야기한다.
글•뤼시 제프루아 Lucie Geffroy
번역•이주영 ombre2@ilemond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