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표지가 달라진다

공급망 실사 등 겹쳐 환경정보 투명성 접근성 강화 움직임

2024-12-26     안치용

"에코테크라벨을 통해 우리는 투명성의 새로운 시대를 위한 길을 만들고 있다."

독일 지멘스 '인사 및 지속가능성 부문 최고 책임자'(CPSO) 주디스 위즈의 이 발언[1]을 마케팅용 발언만으로 볼 건 아닌 듯하다. 지멘스가 지난 3월 발표한 '지멘스 에코테크라벨'은 기존 환경라벨(EcoLabels)의 환경정보 제공 기능을 업계 최고 수준으로 높여 투명성과 지속가능성 제품 라벨 접근 방식에 새로운 기준을 제시하겠다는 포부를 담았다.
 

▲ 지멘스 에코테크라벨 목록 ⓒ Siemens Homepage


지멘스의 '에코테크라벨'은 제품의 생애주기 성능을 평가하기 위해 EPD(Environmental Product Declaration, 제품 환경성 선언)에 포함된 광범위한 데이터를 활용한다. 평가는 제품의 전 생애주기(Life Cycle)에 걸쳐 '지속가능한 재료의 최적 사용, 가치 회수, 순환성'의 세 가지 주요 측면에서 이뤄지며 각각 에코디자인 기준을 따른다. 에코디자인에는 지속가능한 포장, 에너지 효율성, 내구성, 순환성 지침 및 재활용 가능성 등이 들어 있다. 지멘스는 에코테크라벨을 통해 재료, 디자인, 사용 단계 및 생애 주기 종료 등과 같은 단계에서 제품의 성능을 비교하여 제공한다. 업계에서 그 어떤 기업보다 더 많은 데이터를 투명하게 제공한다고 설명한다.[2]

제품의 생애주기 정보를 라벨의 QR코드를 스캔하면 알 수 있게 해, 정보의 질을 높이면서 접근성을 강화한 것이 특징이다. 저탄소 재료 사용, 부차적 재료, 패키징, 최소한의 재료 사용, 주의 물질 포함, 제품 수명(내구성), 보수 관리, 에너지 효율성, 재활용성, 수리, 업그레이드, 회수, 순환성/분해성, 물질규제 준수 등의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예를 들어 3월 출시된 지멘스의 전자회로 보호 장치(ECPD) '센트론(Sentron)'과 산업용PC '시마틱(Simatic)' 등에 적용된 에코테크라벨을 통해 센트론 1개로 기존 제품 10개를 대체할 수 있어 금속 및 플라스틱 재료를 최대 80% 줄인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무게로는 1.53KG이고 탄소배출량은 약 50% 줄어들었다. 시마틱은 이전 모델보다 에너지 효율이 30% 이상 높아졌다. 에코테크라벨이 적용된 지멘스의 모든 제품은 100% 재생가능에너지를 사용한 생산시설에서 제조됐다.[3]

환경라벨 유형

국제표준화기구(ISO)는 환경라벨을 3개의 유형으로 구분한다. ISO14020에서 제품 환경 라벨과 관련한 일반적인 원칙 및 요건을 정하고 ISO14024는 제1유형 환경라벨, ISO14021는 제2유형 환경라벨, ISO14025는 제3유형 환경라벨을 규정했다.

제1유형 환경라벨의 명칭은 '환경표지(Eco-labels)'이다. 제품의 환경성 및 품질 기준을 설정하고 이 기준에 맞으면 환경표지 사용을 인증하는 제도. 기업이 자발적으로 제3자 인증을 받은 환경표지를 선택하여 발급받는다. 동일 제품군 중에서 환경성과 품질 등이 탁월한 상품에 환경표지 사용을 인증하는 방법으로, 기준은 통상으로 상위 20% 정도를 포함하도록 한다. 유럽연합(EU)의 '환경라벨(EU Ecolabel)', 독일의 '블루 엔젤(Blue Angel), 북유럽의 환경라벨(Nordic Swan) 등이 여기에 속한다.

제2유형 환경라벨은 '환경성 자기주장(Self-declared environmental claims)'이다. 제품의 생산자가 자체적으로 제품의 환경성에 관해 주장할 수 있는 방법, 조건 등을 정하지만 제3자 검증이 필수는 아니다. ISO14021에서 제품의 환경적 특성 주장방법, 조건 등을 규정하여 생산자의 무분별한 환경성 주장에 따른 소비자 기만행위 및 혼란을 예방하고 있다. 지멘스 에코테크라벨은 전과정평가(LCA)를 통한 다양한 EPD 데이터를 포함하고 있지만 제3자 검증을 거치지 않아 이론상 제2유형 환경라벨에 속한다.
 

▲ 글로벌 환경라벨 ⓒ Circular Regions


제3유형 환경라벨은 국내에서 '환경성적표지'로 통칭되는 EPD다. EPD의 근간은 LCA[4]로 EPD는 제품의 전과정(원료물질 취득, 제품 생산, 유통, 사용, 폐기)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탄소배출량) 등 환경영향을 정량적으로 공개하는 제도다. 자원발자국, 탄소발자국, 오존층영향, 산성비, 부영양화, 광화학스모그, 물발자국 등 여러 환경성 정보가 포함될 수 있다. 특히 온실가스 배출량(탄소발자국) 정보를 포함하고 있어 국제 탄소규제 대응을 위한 중요한 수단으로 부각된다.

제3유형 환경라벨은 독립된 제3자의 검증이 필수다. 이용자에게 제품의 환경영향 정보를 정확하게 제공함으로써 이용자의 환경적 수요에 맞는 제품의 소비/이용을 유도하고, 제품 생산으로 인한 환경영향을 계량화함으로써 장기적으로 생산단계의 계량적 환경관리체계 구축을 이끌어낼 수 있다. 영국의 카본트러스트, 미국의 UL EPD, 프랑스의 PEP-ecopassport, 스웨덴의 The International EPD 등이 대표적이다.[5] [6]

EPD 제도는 1992년 미국에 처음 도입된 이래 EU 회원국인 스웨덴(International EPD), 독일(IBU), 프랑스(Inies, PEP ecopassport), 이탈리아(EPD-Italy), 스페인(Global EPD), 덴마크(EPD Denmark) 등 6개국, EU 비회원국인 영국(BRE), 노르웨이(EPD-Norway)로 확대됐다. 아시아에서는 한국(환경성적표지제도), 일본, 중국, 태국 등에서 국가별 EPD 제도를 운영한다.

LCA와 공급망 관리

기업들이 LCA에 집중하는 배경에는 EU의 공급망 실사법[8]이 있다. 공급망 관리는 꾸준히 강조됐지만,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중요성이 더 커졌다. 공급망 실사법이란, 원청 기업으로 하여금 기업 활동이 공급망 전체에 대해 인권과 환경 등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평가하고 관리할 의무를 지게 하는 제도다.

효율성을 우선시한 과거 공급망 관리와 달리, 공급망 실사법에 따라 공급망에 속한 모든 기업이 제품의 구매, 생산, 유통 등 전 과정에서 노예 및 아동 노동, 임금 착취, 온실가스 배출, 환경오염, 생물다양성과 생태계 훼손, 산업 재해, 직원 건강 등의 위험 등이 발생하지 않도록 적절한 감시 체계를 수립/시행할 것을 요구하며, 파리기후협약의 기후 목표의 준수를 비즈니스 모델과 경영전략 등에 반영해야 하는 제도다.[7]

최근까지 이러한 문제의 해결이 기업 자율에 맡겨왔지만, 공급망 실사법의 시행은 실사를 통해 점검하고 이를 구속력 있는 법안으로 규제하는 체제로의 전환을 의미한다.[9] 지멘스 관계자는 "공급망 실사 지침을 비롯해, 세계 제품 선언 규정 등 현존하는 EU 규제에 맞춰 에코테크를 개발했다"고 말했다.
 

▲ LCA ⓒ Swiss Federa Office for


혁신적인 지속가능 환경 라벨

'소비효율등급 표시제'와 같은 기존 라벨링은 소비자에게 효율성이 좋은 제품을 선택하게 한다는 의의가 있지만 소비 전력량, 이산화탄소 배출량, 세부 제품정보, 연간 에너지비용 등 5가지의 정보만 제공하여 소비자가 알 수 있는 정보가 한정적이다. 또 1~5로 소비효율등급을 표기함으로써 소비자가 직접 자세한 정보에 대해 판단할 수 있는 권한의 영역이 크지 않다.

이에 따라 더 구체적이고 더 많은 정보를 담는 방향으로 환경 라벨링이 발전하고 있다. 건물 에너지 효율 등급제, 환경마크, EU 에코라벨, MSC에코라벨 등 다양한 라벨이 고안되었고, 근래 온실가스 관리 체계가 사업장 중심에서 전 과정 중심 관리로 변화하면서 전 세계에서 LCA가 중요한 핵심 개념으로 떠올랐다. 기업들은 지멘스처럼 LCA 체계를 구축에 노력하고 있다.

건국대학교 화학공학부 허탁 명예교수는 "제품의 환경성이 대두되는 요즘, 제품의 환경성을 나타내는 제도는 '라벨링'이다. 라벨링 등을 통해 제품의 환경성을 보고 무역(수출)이 결정되기도 하는데, 그 라벨링의 기반이 LCA"라며 "제품에 라벨을 붙이기 위해서는 LCA를 통해야 하고, LCA는 제품의 생산부터 유통 폐기까지 전 과정에 관여를 하기 때문에 LCA에 기반한 환경라벨은 의의를 가진다"라고 말했다.

지멘스는 자사 제품 중 'EPD 제2유형 환경라벨' 이상의 제품에 '에코테크라벨'을 적용한다. 에코테크라벨이 ISO의 '제2유형 환경라벨'에 해당하지만 제3유형 환경라벨에 적용되는 EPD 데이터를 쓴다는 뜻이다.[10]

EPD를 기반으로 한다는 것은 LCA를 통해 기후 변화, 오존 고갈 및 수생 환경 손상(부영양화)과 같은 여러 환경 영향 주요 성과 지표(KPI)에 관한 정보를 포함한다는 의미이다. 기존 제3유형 EPD 와 같은 제품에 대한 EPD 인증 자체는 제품의 환경 성능이 나쁨, 보통, 좋음 등과 같이 비교적 단순한 결과를 보여준다는 한계가 있다. 다른 라벨들도 마찬가지다. 시장의 다른 제품과 비교해 얼마나, 어떻게 이 제품이 환경 성능이 좋은지를 표시하지 않기에 결국 판단과 선택의 소비자의 몫이다.

지멘스의 에코테크라벨은 이러한 문제점을 보완하도록 설계되었다. 지멘스 에코테크라벨은 LCA와 EPD를 기반으로 하면서 시장의 표준과 다른 제품 혹은 이전 제품과 비교하여 더 우수한 환경 성능을 가졌음이 인증된 제품에 한해 라벨을 부착한다. 이 라벨을 통해 지멘스의 고객사를 포함하여, 많은 기업이 지속가능성에 동참하는 시스템을 형성하게 되며, 소비자에게도 정보로 지속가능한 선택지를 제시한다.
 

▲ 지멘스 에코테크 프로필 예시 ⓒ Siemens Homepage


사실 소비자가 발 벗고 찾아 나서면 EPD 인증 문서를 통해 직접 제품의 환경 성능에 관한 세부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수십 쪽(평균 50페이지 내외, EPD International)에 달하는 EPD 문서를 일일이 읽고 많은 표식과 전문적인 내용을 해석하기란 일상에서 쉽지 않은 일이며 또한 앞서 언급하였듯 EPD만으로 제품의 환경 성능을 온전히 판단할 수 없다.

지멘스의 에코테크라벨이 바로 그 문제점을 해결하고자 EPD와 제품 환경 성능에 대한 소비자의 정보 접근성을 높이고, 소비자의 지속가능성을 고려한 소비를 도울 수 있다. 정보의 투명성과 접근가능성이란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으려는 시도다.

우리나라 '환경성적표지제도'

한국은 EPD에 해당하는 '환경성적표지제도' 도입을 위하여 1998년부터 제품의 전과정목록분석(LCI) 모듈개발에 착수하여 총 167개 DB를 구축하였다. 2000년 2월에 '환경기술개발 및 지원에 관한 법률'에 제도 시행의 근거를 마련하였고, 2001년 2월부터는 환경성적표지제도를 본격 시행하고 있다.

2002년 5월가정용 냉장고(LG전자), TFT-LCD 모니터(삼성전자), CRT용 유리(삼성코닝), PDP TV(LG전자, 삼성전자) 등 5개 제품이 국내에서 최초로 환경성적표지 인증을 받았다.[11] 2024년 10월 31일 현재 환경부 환경성적표지제도 인증 유효 제품 수는 552개 기업 2,733개 제품이다[12].
 

▲ 한국의 EPD 라벨: 환경성적표지 ⓒ 환경부


환경부 산하 한국환경산업기술원은 11월 12일 노르웨이 오슬로에서 노르웨이 및 스웨덴 제품환경성선언(EPD) 인증기관인 '이피디-노르웨이'와 상호인정 협정을 체결했다. 국내 환경성적표지 인증이 유럽에서도 인정받게 된 셈이다. 이피디-노르웨이는 인증제품 규모가 전 세계 상위권인 기관으로 EU 회원국 등 다수의 국가와 제품환경성선언(EPD) 상호인정을 체결하고 있다.

국내 환경성적표지 인증 제품은 노르웨이 인증 취득과 동일한 효과를 얻게 되며, EU에서 EPD 인증을 받게 되면 유럽연합의 배터리법(배터리 전과정에 대한 탄소배출량 공개 등 탄소발자국 보고 의무(2026년 하반기 시행예정)) 및 에코디자인법(디지털제품여권, 제품의 전생애주기 정보(물질, 사용, 재활용, 환경성 등)를 전자적 방법으로 수집・저장하고 이해관계자에게 투명하게 공유하는 디지털 인증서(2027년 시행예정)) 등 제품의 탄소배출량 제출을 요구하는 제도 이행 부담이 줄어든다.[13]

호서대학교 빅데이터AI학과 편제범 교수는 "최근 글로벌 기업들은 2030년 혹은 2050년까지 탄소 배출 0을 목표로 하는 넷제로를 시행 중으로, 그 방법으로 LCA 기법과 이제 막 자리를 잡아가는 공급망 관리법을 토대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전에도 EU 에코라벨 등 LCA 기반 라벨은 있었다. 하지만 전술하였듯 기존 라벨들은 인증 표시로 소비자들이 단지 제품의 좋고 나쁨을 구별할 수 있는 마크의 역할에 불과했다. 지멘스는 디지털화가 지속가능성의 핵심이라고 보고 라벨을 디지털화했다.[14] 지속가능성에서 더 나아가 제품의 추적 가능성과 데이터 검증에 집중함으로써 고차원의 라벨을 고안해 냈고, 이 라벨은 또한 관련 생산 작업과 공급망에서 환경에 미치는 기술적 영향도 고려한 결과이다.[15]

지속가능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정보량과 접근성을 늘리는 라벨링의 변화는 앞으로 IT기술과 접목해 더 활성화할 전망이다.

 

글: 이윤진 ESG연구소 대표, 김세영·표성훈 기자(동국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안치용 아주대 융합ESG학과 특임교수

 

 

[1] Siemens Homepage

[2] (Oct.30.2024). Environmental Product Declarations (EPDs) and Life Cycle Assessments (LCAs) for Siemens electrical products, Simens

[3] (Oct.30.2024). Environmental Product Declarations (EPDs) and Life Cycle Assessments (LCAs) for Siemens electrical products, Simens

[4] LCA란 ISO 14040~49의 국제평가표준에 기반한 제품의 전과정평가(Life Cycle Assessment)이다. 전과정평가 혹은 전생애평가라고도 불리는데 제품의 원료 및 가공, 제조, 수송, 유통, 사용, 재활용, 폐기물 관리 등 제품이 제조되는 과정 처음부터 끝까지 소모되고 배출되는 에너지 및 물질의 양을 계량화하여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평가하는 방법이다.

[5] 환경부 환경성적표지제도 운영현황

[6] (2023.7.6.) 국내외 EPD 제도, esgandeconomy.com.

[7] 허탁, 환경경영과 전과정평가, scienceON, 제9권 3호, 2022, p.33~37

[8] 이윤진, “유럽발 지속가능성 실사,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한국사회책임네트워크(KSRN), 제1회 지속가능성과 ESG포럼, 2024.06.28’

[9] 편제범김대수 나진성, EU공급망실사법의이해전략적대응에대한고찰, 한국생산관리학회지, 제34권 4호, 2023년 11월 P.502

[10] SIEMENS Homepage

https://www.siemens.com/global/en/company/sustainability/siemens-ecotech.html

[11] 환경부 환경성적표지제도 운영현황

[12] 소비자24(공정거래위원회의 소비자종합지원시스템)

[13] 환경부 보도자료. (2024.11.10), 우리나라 환경성적표지 인증제품, 유럽시장에서도 인정받는다.

[14] https://www.arcweb.com/blog/siemens-ecotech-environmental-product-performance-label-designed-drive-sustainable

[15]https://www.arcweb.com/blog/siemens-ecotech-environmental-product-performance-label-designed-drive-sustainab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