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까지 미국을 기쁘게 할 것인가?

2024-12-31     브누아 브레빌 |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프랑스어판 발행인

가슴을 펴고 배꼽춤을 출 수 있을까? 예술적 관점에서 이는 권장되지 않는다. 가슴의 경직됨이 허리의 유연성을 방해하여 우스꽝스러운 동작이 되기 때문이다. 외교적 측면에서도 결과는 그리 좋지 않다. 도널드 트럼프의 당선을 허세와 복종이 뒤섞인 태도로 맞이한 유럽의 지도자들은 곧 이를 깨닫게 될 것이다.

이 공화당 후보의 승리는 구대륙의 외교가에 공황을 일으켰다. 모두가 그의 공약 이행을 두려워하고 있다.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공급 중단, 미국의 안보 우산 철수, 전통적 동맹 관계 재검토, 공격적인 보호무역주의…. 이러한 조치들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구축된 국제 질서를 뒤흔들 것이며, 유럽연합은 이에 대비가 되어 있지 않다.

하지만 파리에서 브뤼셀에 이르기까지 정치 지도자들은 허세를 부린다. 유럽연합 집행위원회 위원장 우르줄라 폰 데어 라이엔은 “우리는 단결했을 때 유럽이 자신의 운명을 손에 쥘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라고 자랑했고, 에마뉘엘 마크롱은 ‘전략적 자율성’을 갖춘 “더욱 단결되고, 더욱 강력하며, 더욱 주권적인 유럽”의 도래를 선언했다. 하지만 이제는 누구도 이런 멋진 말들을 진정으로 믿지 않는다.

과거에도 이러한 약속은 이미 여러 차례 있었기 때문이다. 과거 베를린 장벽 붕괴 때, 미군의 이라크 개입 이후, 2008~2009년 금융위기 때, 트럼프의 첫 임기 초기에도 역시 그러했다. 그러나 유럽인들의 종속 상태는 전혀 변하지 않았다.

유럽의 ‘친구’라고 여긴 사람이 백악관을 차지하고 있을 때조차도 그들을 짓밟는 일은 계속되었다. 조 바이든은 미군의 아프가니스탄 철수를 가속화하여 프랑스와 영국을 혼란스러운 대피 상황으로 몰아넣었다. 그는 프랑스를 배제한 채 영국, 호주와 군사 협정을 체결하여, 캔버라에 잠수함을 공급하기로 한 560억 유로 규모의 계약을 파리에서 가로챘다. 또한, 그의 친환경 산업 발전 계획이 구대륙 경제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전혀 신경 쓰지 않았으며 캐나다가 오히려 더 많은 고려를 받았다.

다른 한편으로는 유럽인들이 그들의 야망을 실현할 수단이 없기 때문이다. 만약 워싱턴이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을 중단하거나 축소한다면, 유럽은 이를 대체할 능력이 없다. 미국의 군사 산업 단지, 특허, 노하우, 부품, 물류 인프라, 정보 시스템, 생산 능력에 대한 수십 년간의 의존에서 쉽게 벗어날 수는 없다.

그렇게 되면 우크라이나는 미국과 러시아 간에 협상된 평화 조건을 수용할 수밖에 없을 것이며, 이는 영토 손실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오로지 우크라이나의 승리를 유일한 가능한 결과로 제시하며 막대한 자금과 정치적 자산을 쏟아부은 유럽 지도자들에게 이는 엄청난 모욕이 될 것이다.

그래서 그들은 트럼프가 위협을 실행하지 않도록 필사적으로 그의 요구를 들어주려 하고 있다. 어느 날은 EU의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이 미국산 가스 구매 확대를 제안하고, 다른 날에는 독일 장관 아날레나 베어보크가 국내총생산(GDP)의 3%를 목표로 군사비 증액을 제안하며, 또 다른 날에는 차기 EU 외교·안보 고위대표 카야 칼라스가 미국의 수사(修辭)를 모방하여 중국을 ‘체제적 경쟁자’로 규정할 것이다.

어떠한 단결도 기대할 수 없을 것이다. 유럽인들은 국제형사재판소(ICC)가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를 ‘전쟁범죄’와 ‘반인도적 범죄’로 기소한 후에도 강력한 단일 목소리를 내지 못했다. 오스트리아, 헝가리, 체코는 ICC의 이 결정을 거부한다. 반면에 벨기에, 아일랜드, 스페인은 이를 지지한다. 프랑스와 독일은 난처한 상황에서 더 이상 관여하지 않는채 “주목한다”는 입장만 표명한다. 미국을 기쁘게 할 것인가, 아니면 국제 정의를 존중할 것인가, 끔찍한 딜레마다.

 

 

글·브누아 브레빌 Benoît Bréville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프랑스어판 발행인

번역·아르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