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북에서 활개치는 친이스라엘 검열관
2016년부터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의 소유주인 메타의 이스라엘 및 유대인 디아스포라 정책 담당 조다나 커틀러 이사는, 전직 이스라엘 정부 고위 관료였다. 마크 저커버그의 회사에 합류하기 전, 커틀러는 워싱턴 주재 이스라엘 대사관에서 홍보 담당 및 비서실장으로 근무했다. 그는 2009년 리쿠드당 선거 운동에 참여했고, 이후 4년 동안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의 자문을 맡았다.
독립적인 비영리 언론사 <디인터셉트(The Intercept)>가 지난해 10월 21일 처음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커틀러는 공식적인 내부 절차를 밟아 ‘팔레스타인 정의를 추구하는 학생들(Students for Justice in Palestine, SJP)’ 인스타그램 계정들을 검열했다. SJP 학생 단체들은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에서 벌이는 전쟁에 반대하는 운동을 미국 대학가에서 펼치고 있었다.
커틀러는 최소 4개의 SJP 게시물과 네타냐후 정부를 비판하는 여러 게시물을 메타의 콘텐츠 관리팀에 신고했으며, 메타의 “위험한 조직 및 개인” 지침을 근거로 삼았다. 메타는 수천 개의 단체를 비밀리에 관리하고 있다. 이 단체들에 대한 칭찬 또는 옹호 내용은 금지되지만, 일반적인 사회 토론이나 정치적 논의, 또는 중립적인 입장에서 이야기하는 것은 가능하다고 규정했다.(1)
메타(페이스북, 인스타그램) 외 다른 소셜 미디어 플랫폼들도 상황은 비슷하다. 자신들의 플랫폼에 올라오는 게시물 등 여러 콘텐츠를 검토, 관리하고 있는 것이다. 관리 대상의 게시물들에 대한 최종 처리 결과는 메타의 공개 거부로 알 수 없다.
메타의 한 임원이 특정 국가의 이익을 대변하는 위치에 있으면서, 그 국가나 자신에게 불리한 내용의 콘텐츠를 삭제해달라고 요청할 수 있다는 사실은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국제 디지털 권리 옹호단체 액세스나우(Access Now)의 마르와 파타프타는 “이건 완전히 편향된 잘못이다”고 말했다. 그는 “이 사람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아내는데 점쟁이가 될 필요도 없다”라고 잘라 말했다. 커틀러와 그의 상사들은 본지의 인터뷰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
“메타에서 이스라엘 목소리 되겠다”
2016년, 당시 이스라엘 정보부 장관이던 길라드 에르단은 커틀러가 메타에 합류한 것을 환영하며, 이를 “이스라엘과 페이스북 간의 더 나은 대화”의 신호로 봤다. 취임 이후, 커틀러는 자신을 일종의 연락 담당자로 설명해왔다. 2020년 <예루살렘 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나는 이스라엘에서 페이스북을 대표하고, 페이스북에서 이스라엘을 대표하기 위해 여기 있다”고 말했다. 이 인터뷰는 “페이스북에서의 우리의 대사”라는 부제로 실렸다.
몇 주 후 이 신문사의 유튜브 채널에서 방송된 인터뷰에서 더 자세히 설명했다. “내 역할은 이스라엘 국민과 정부의 목소리가 되어, 그들의 우려 사항을 회사 내부에 전달하는 것이다.” 진행자가 “그럼 그들은 당신의 말을 듣나요?”라고 묻자, 그는 “물론이죠! 메타의 정책을 만드는 데 참여하고, 논란이 되는 사건이나 이슈가 발생했을 때 이스라엘의 관점에서 설명하고 해석할 수 있다는 점이 제 업무의 매력이다”라고 답했다.(2)
메타는 많은 나라 정부들과 관계를 맺고 있고 각국 의회에 로비스트들도 보내고 있지만, 이스라엘처럼 회사 고위층에 전담 대표를 둔 나라는 거의 없다. 특히 팔레스타인 입장을 대변할 만한 커틀러급의 직위는 전혀 없다. 중동과 북아프리카의 수많은 사용자는 정책 담당자 한 명에 의존하고 있고, 7억 명이나 되는 동남아시아 사용자들도 정책 담당자가 한 명뿐이다.
유엔 인도주의업무조정국(OCHA)의 보고에 따르면, 이스라엘의 공격으로 가자지구에서 4만3,000명이 넘는 사람들이 목숨을 잃은 전쟁 관련 소식을 다룰 때, 메타 내에서 이스라엘 측의 의견만 강하게 반영될 수 있다는 점은 매우 심각한 문제가 될 수 있다.
검열, 팔레스타인 문학작품까지 표적
<디인터셉트>가 확인한 문서에 따르면, 커틀러가 삭제를 요구한 SJP 게시물 중 하나는 메타가 테러 조직으로 분류한 두 팔레스타인 조직, 팔레스타인해방민주전선(FDLP)과 팔레스타인해방인민전선(FPLP)과 연관된 저자들의 추천 도서 목록을 포함하고 있었다. 미국 국무부가 1999년에 FDLP를 테러 활동의 부재로 인해(3) 해외 테러조직 목록에서 제외했음에도 불구하고 메타는 FDLP를 자사의 관리 대상 목록에 계속 포함시켜 두었다.(4)
이 사안에 정통한 한 소식통에 따르면, 커틀러는 팔레스타인 작가 가산 카나파니의 글귀들을 특별히 주시했다고 한다. 카나파니는 『태양 속의 사람들(Men in the Sun)』(1963) 등의 작품이 여러 나라의 언어로 번역되어 널리 읽힐 정도로 세계적으로 유명한 작가다. 그는 팔레스타인해방인민전선(FPLP)의 대변인으로 활동하다가 1972년 베이루트에서 이스라엘 정보기관 모사드에 의해 살해됐다.
대학생 SNS까지도 검열
캘리포니아 대학교 로스앤젤레스 캠퍼스(UCLA) 학생이자 SJP 회원인 모나(성은 밝히길 원치 않음)는 그들의 지부가 인스타그램 계정에 게시하거나 공유하는 콘텐츠가 정기적으로 차단되고 있다고 전했다. 단체는 이러한 장애를 메타의 강압적 조치 때문이라고 보고 있다. 비슷하게, 지난해 8월 컬럼비아 대학교 SJP 지부도 자신들의 계정이 아무런 설명 없이 비활성화된 사실을 알렸다.(5)
이 단체의 한 회원은 여러 게시물이 카나파니를 인용했었다고 기억했다. 커틀러는 학생들의 목소리를 억압하는 것에 그치지 않았다. 2024년 10월 1일, 이란의 대이스라엘 미사일 공격 다음 날, 그는 가자지구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기쁜 모습이 담긴 인스타그램 동영상들을 신속히 신고했다. 또한 레바논 위성 방송 <알마야딘(Al Mayadeen)>이 암살된 헤즈볼라 지도자 하산 나스랄라를 추모하자, 해당 방송 계정에 대한 여러 차례의 검열 시도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2017년까지 페이스북의 중동·북아프리카 정책 이사였던 아슈라프 제이툰은 커틀러의 행동을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이런 행동은 말 그대로 전형적인 커틀러다운 모습이다. 그가 자신의 권한을 넘어섰다는 점은 모두가 인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제이툰은 다른 지역 담당자들은 이런 특별한 대우를 전혀 받지 못한다고 설명했다. 요르단 출신인 그는 “내가 요르단 정책 이사였을 때 만약 TV에 나가서 ‘메타에서 요르단의 이익을 대변한다’고 말했다면, 바로 해고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런 식으로 한 국가의 이익을 대변하는 것은 보통 정치인들이 임명한 정부 관료가 하는 일”이라고 덧붙였다.
2017년에 이미 페이스북 직원들은 커틀러가 차지한 자리에 대해 우려를 표명하며 “그가 실제로 누구의 이익을 대변하는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다.(6) 제이툰은 서안지구를 지칭하는 용어를 둘러싼 상징적인 논쟁을 기억한다. 커틀러는 유엔이 공식적으로 인정한 ‘점령된’ 영토라는 표현 대신 페이스북이 ‘분쟁’ 영토라는 명칭을 채택하도록 로비했다.(7)
메타의 이중잣대, ‘평등 처리’ 아닌 숨은 차별
메타가 “모든 내부 신고를 출처와 상관없이 동등하게 처리한다”고 주장했지만, 제이툰은 이 말을 믿지 않았다. 그가 메타에서 일할 때 자신의 요청은 즉시 고위층으로 전달됐던 경험이 있었기 때문에, 지금 전쟁이 시작된 이후에는 커틀러의 요청도 같은 방식으로 처리될 것이라 생각하며 “커틀러가 올리는 모든 것은 최우선으로 처리될 것”이라고 확신했다.
워싱턴의 연구기관 애틀랜틱 카운슬에서 일하는 연구원 에머슨 브루킹은 커틀러의 사례를 인도의 비슷한 사례와 비교했다. 인도도 메타에 자국 대표를 둔 몇 안 되는 나라 중 하나로, 페이스북(현 메타)의 인도 정책 담당 이사였던 앙키 다스는 자신이 지지하는 힌두 민족주의 집권당을 비판하는 혐오성 게시물들을 페이스북 정책에 따라 삭제해야 했음에도 일부러 그대로 두었다. 이 사실이 2020년 <월스트리트저널>의 보도로 드러나면서 직권 남용 논란이 일었고, 결국 다스는 자리에서 물러나야 했다.(8)
“메타는 세계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는 플랫폼이지만, 플랫폼 내에서는 모든 목소리가 동등하게 전달될 기회를 얻지는 못한다는 것이 분명하다”라고 브루킹은 인터뷰에서 밝혔다. 제이툰도 이 견해에 동의한다.
“세계 어느 정부도 이스라엘과 인도처럼 메타에 압력을 가할 수 있는 강력한 네트워크를 구축하지 못했다.”
스탠퍼드 법학대학원의 콘텐츠 조정 전문가인 에블린 두엑 교수는 현안의 심각성을 고려할 때 커틀러의 개입이 “극도로 우려스럽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다고 말한다. “팔레스타인을 위한 학생 시위는 미국에 깊은 균열을 만들었는데, 특히 캠퍼스 내 표현의 자유에 어떤 제한을 둘 것인가를 두고 그렇다. 이러한 논쟁이 조정되는 방식에서 외국의 이해관계가 불균형적으로 대표되는 것은 우리를 우려하게 하기에 충분한 이유가 된다.”
글·샘 비들 Sam Biddle
기자
번역·성지훈
(1) Sam Biddle, 「메타가 논란이 된 ‘위험한 조직’ 검열 정책을 전면 수정하다」, 2023년 8월 30일, https://theintercept.com
(2) Shoshana Miskin Perez, 「이스라엘 BDS 지지자들에 대한 결과」, 2016년 6월 16일, www.israelnationalnews.com; Zev Stub, 「정책 책임자가 이스라엘과 디아스포라 유대인들의 페이스북 연결을 돕다」, <The Jerusalem Post>, 2020년 9월 20일; 조르다나 커틀러, 페이스북 이스라엘 및 유대인 디아스포라 공공정책 이사, <The Jerusalem Post> 수석 기고 편집자 Herb Keinon과의 인터뷰, 2020년 11월 1일, www.youtube.com
(3) 「해외 테러 조직, 국무장관의 지정」, 미국 국무부 아카이브, 1999년 10월 8일, https://2001-2009.state.gov
(4) Sam Biddle, 「폭로: 페이스북의 ‘위험한 개인 및 조직’ 비밀 블랙리스트」, 2021년 10월 12일, https://theintercept.com
(5) Michael Starr, 「컬럼비아 대학교 반이스라엘 단체, 인스타그램에서 금지돼」, <The Jerusalem Post>, 2024년 8월 27일.
(6) Ryan Mac, 「이스라엘-팔레스타인 폭력 사태 속에서, 페이스북 직원들이 자사의 아랍인과 무슬림에 대한 편향성을 고발」, 2021년 5월 27일, www.buzzfeednews.com
(7) Jonah Valdez, 「ICJ 판결은 팔레스타인인들이 57년간 말해온 것을 확인」, 2024년 7월 19일, https://theintercept.com
(8) Newley Purnell, 「페이스북 인도 최고 공공정책 임원이 사임」, <The Wall Street Journal>, 뉴욕, 2020년 10월 27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