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정 노동을 매매하는 파견업체들

2024-12-31     알렉시 모로 | 기자

공적 자금을 지원받으며, 임시직 고용으로 막대한 부를 축적한 억만장자들이 대형 언론으로부터 호의적인 시선을 받는다. 이들의 이야기는 종종 가족 경영의 성공 신화로 왜곡되어 보도된다.

 

가족 신화로 포장된 임시직 산업의 성공

임시직 고용 산업은 자신들의 이미지를 긍정적으로 포장하기 위해 ‘가족 신화’를 차용한다. 마치 가족의 희생과 헌신을 통해 성취를 이룬 특정 기업의 소통방식을 기업의 본질적 이슈를 가리기 위한 홍보 전략으로 삼는 것이다. 무(無)에서 출발한 몇몇 개척자들이 이룩한 성공을 산업의 대표적 사례로 제시한다.

예를 들어, 프로망(Proman)을 창립한 롤랑 고메즈는 2023년 41억 유로의 매출을 기록한 성과와 자신의 어린 시절을 종종 이야기한다. 그는 프로방스에서의 유년기, 여행, 그리고 1990년 비정규직 파견업 에이전시를 시작했던 경험과 2007년 아들 롤랑 주니어에게 사업을 넘긴 과정을 자주 회고한다.

또 다른 사례로, 사무엘 튀알은 프랑스기업인연합회(Medef) 부회장이었던 부친 제라르 튀알이 설립한 악튀알(Actual, 연간 16억 유로 매출)의 대표다. 그의 아버지 제라르는 과거 카라반 판매업자였다. 그는 2016년 6월 시사 월간지 <누벨 우에스트(Nouvel Ouest)>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임시직 고용은 일자리를 찾는 개인, 즉 노동자의 필요를 충족시킴과 동시에 자신의 경제적 필요를 해결하려는 기업, 즉 사용자의 요구를 만족시키는 중간 다리 역할을 하는데, 이것은 가족적 소명이죠.”

 

임시직 산업의 민낯: 값싼 노동력과 그 대가

튀알 가족은 이러한 사업을 통해 3억 1천만 유로의 자산을 축적했으며, 이는 고메즈 가족의 13억 유로 자산(2024년 Challenges 프랑스 부자 순위에서 98위)에 비해 4분의 1 수준이다.
이러한 가족 사업 그룹들은 네덜란드의 랜드스타드(Randstad), 미국의 맨파워(Manpower), 스위스의 아데코(Adecco)와 같은 외국계 대기업들과 경쟁하고 있다.

이들 대기업의 프랑스 지사는 컨설팅 경력자나 경영대학 졸업자들이 이끌고 있으며, 주주들의 이익을 위해 일하는 평범한 “고용 용병”들로 구성되어 있다. 예컨대, 랜드스타드는 지난 3년 동안 이익의 90% 이상을 배당금으로 지급했으며, 그 총액은 20억 유로를 초과했다.

임시직 고용 산업은 값싼 노동력을 대규모로 착취하며 연간 300억 유로의 수익을 창출하고 있다. 프랑스에는 73만 명 이상의 임시직 노동자가 있으며, 이들은 주로 노동자 계층에 속하고, 육체 노동을 하는 경우가 많다.(1)

 

1980년대 대량 실업 확산 속에 급성장한 임시직

전체 임금 노동자 중 임시직의 비율은 소수에 불과하지만, 매년 300만 명이 최소 한 시간 이상 임시직 노동을 수행한다. 이들 중 61%는 35세 미만이며, 65%가 남성이다.(2) 임시직은 주로 건설업, 제조업, 운송업 등에서 이루어진다.

최근 한 저서에 따르면, “임시직은 물류 창고에서 약 25%의 고용을 차지하며, 일부 창고에서는 90%에 달하기도 한다.” 자동차 제조업체에서는 “하청 공장의 경우 임시직 비율이 50%를 초과하는 곳도 있으며, 전체 고용의 약 3분의 1을 차지한다”고 한다.(3)

1970년대 말까지 좌파는 임시직 고용을 다루는 에이전시를 “노예상인”에 비유하며 강하게 비난했다. 1979년, 프랑스 사회당(PS)은 임시직 에이전시를 금지하고 임시직을 관리하는 고용 공공서비스를 설립하자는 법안을 제출하기도 했다.

그러나 사회학자 도미니크 글레이만은 이렇게 설명했다. “1980년대에 접어들며 대량 실업이 확산되는 가운데, 1968년 5월 대규모 파업으로 충격을 받은 경영계가 노동자 집단을 약화시키려는 움직임을 보이며 이 산업이 급성장했다.”

그 결과, 현재 프랑스의 임시직 노동자 수는 1970년대에 비해 7배로 증가했다.(4)

 

임시직 고용의 양면성 : 유연성인가, 착취인가

기업 입장에서 임시직 고용은 몇 가지 장점을 제공한다. 유연성, 인건비를 에이전시로 외주 처리하는 구조, 그리고 순종적인 노동력을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한편, 임시직 노동자들은 불안정 수당(총수입의 10%)과 미사용 휴가의 금전화 덕분에 더 높은 임금을 기대할 수 있다. 하지만 실제로는 에이전시나 사용자 기업의 부주의로 인해 13번째 월급 같은 금전적·비금전적 혜택을 놓치는 경우가 많다.

이 산업의 로비 단체는 자신들이 실업률 완화에 기여한다고 주장한다. 2005년에는 큰 승리를 거두었다. 이른바 ‘보를로 법(Borloo law)’이 제정되어 공공 고용 서비스의 독점권이 종료되었다. 이에 따라 에이전시는 단순 임시직 계약뿐 아니라 정규직 또는 기간제 계약을 통해 구직자를 채용할 수 있게 되었고, 이로써 독립적인 인재 채용 주체로 자리 잡았다.

임시직 에이전시는 기업들에게 노동력을 판매하며, 임시직 노동자의 임금 외에도 ‘계수(coefficient)’를 추가로 청구한다. 이 계수는 일반적으로 노동자 급여의 1.7~2.5배 수준이다. 이에 대해 세카피 컨설팅 회사의 파트너 장크리스토프 베르토는 이렇게 설명했다.

“이 계수는 운영 비용(사무실, 정규직 직원 등)을 충당하며, 일정 수준의 이익을 보장한다. 임시직 산업의 영업 이익률은 45%로 비교적 낮은 편이다. 이익은 대규모 운영을 통해 얻는 것이다.”

이 산업의 핵심 수익원은 1993년 이후 계속 확대되어 온 저임금 근로자에 대한 사회보장 분담금 감면이다. 베르토는 이렇게 말했다.

“임시직 노동자들은 대부분 최저임금(SMIC) 수준의 임금을 받는다. 이것이 이 산업이 사회보장 분담금 감면의 최대 수혜자 중 하나인 이유이다. 감면이 없다면 이 산업은 수익성을 유지할 수 없을 것이다.”

내부 데이터에 따르면, 2019년에서 2022년 사이에 랜드스타드(Randstad)는 감면 혜택으로 10억 유로라는 막대한 금액을 받았다. 이 혜택이 없었다면 2022년 기준 이 회사의 이자 및 세전 이익은 –9,320만 유로로 대폭 적자였을 것이다. 하지만 이 감면 덕분에 이익은 +1억 9,290만 유로 흑자로 변신하면서 급등했다.

 

사고 위험에 노출된 임시직 노동자의 현실

프랑스 노조원들은 노동자를 위험한 환경에 노출시키는 산업에 공적 지원이 이뤄지는 현실에 분노를 표한다. 2019년, 고객주문 처리원으로 카스토라마(DIY 및 홈 인테리어 전문 소매점 체인)에서 일하던 임시직 노동자 필리프는 무거운 상자가 떨어져 무릎 골절상을 입었다. 그는 몇 달간 일을 쉬고 극심한 통증에 시달렸지만, 프로망 측은 산재로 인정하기를 거부했다.

“사고 신고가 24시간을 넘겼다는 이유를 들었지만, 제 팀장은 사고 당일에 이미 알고 있었다.” 필리프는 관련 문서를 제시하며 이렇게 주장했다.

임시직 노동자들은 위험한 작업 배정, 고위험 산업 집중, 긴급한 작업 환경 등으로 인해 사고 위험에 노출되기 쉽다. 더불어 에이전시가 제공하는 안전 장비는 종종 품질이 낮다. 절반에 가까운 임시직 노동자들이 안전화에 불만을 느끼며, 거의 4분의 1은 원래 고용주가 부담해야 할 보호 장비를 직접 구입해 사용한다.

임시직 노동자의 산업재해 발생률은 전국 평균보다 두 배나 높다.(5) 이는 임시직 노동의 열악한 근무 환경과 고용 조건이 안전을 위협하는 주요 원인임을 보여준다.

 

 

글·알렉시 모로 Alexis Moreau
기자

번역·이윤진


(1) 「임시직 고용」, 연구·통계 활성화국(Dares), 프랑스 노동고용부, 2024년 11월 7일. https://dares.travail-emploi.gouv.fr
(2) 「임시직의 주요 통계」, 임시직 및 채용 관측소, http://chiffres-cles.observatoire-interim-recrutement.fr
(3) 블랑딘 바를레, 루이-마리 바르니에, 엘레나 마스코바, 아르노 미아스, 장-마리 피용, 루카 트랑샹, 『임시직의 조건』, La Dispute, 파리, 2024년.
(4) 라시드 벨카셈, 카텔 코르니그, 프랑수아 미숑, 크리스토프 노스본, 『임시직 변화와 노조화』, 로렌 대학교, 낭시, 2014년 1월.
(5) 장-미셸 슈바이처, 『임시직에서의 개인 보호 장비 제공에 관한 연구』, 임시직 사회행동기금을 위한 연구 보고서, 2017년, 블랑딘 바를레 외 참고, 앞의 책(op. ci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