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동들이 고산지대에서 계급투쟁을 하는 이유
휴가나 주말도 없이 일하나 남은 건 힘든 고독뿐
목동들은 육식 동물들의 공격과 외로움에 맞서며, 열악한 임금과 거주 환경 속에서 일을 한다. 새로운 세대의 목동들이 목동 노조에 가입해 일상 개선을 위해 싸우고 있지만, 고용주인 목축업자들은 협상에 나서지 않으려 한다.
랑탱은 한계에 다다랐다. 지난 10년 동안 프로방스에서 돌보던 양들을 뒤로 한 채 떠났다. 그러고 나서 그의 트럭은 시골 도로를 달렸다. 계기판에는 ‘산의 투쟁’에 관한 잡지인 누나타크(Nunatak) 한 권, 프랑스 밴드 라 뤼 케타누(La Rue Kétanou)의 CD, 그리고 도로 지도가 뒤엉켜 있다. 일을 그만두기 전까지 그는 11월부터 3월까지 주 7일, 한 달에 1,500유로를 받으며 일했다. 휴가나 주말도 없이 일했고, 트럭에서 생활하면서 물, 연료, 가스는 모두 본인이 직접 준비해야 했다. 심지어 양치기 개들의 의료비도 본인 부담이었다. 10대 시절 이 일을 시작한 발랑탱은 그 고됨을 이미 알고 있었다.
“양 떼에게 한 번 매혹되면 그때부터 중독돼요.” 그가 웃으며 말했다. “힘든 일이라는 것은 알고 있었어요. 젊을 때는 괜찮았는데, 이제는 점점 받아들이기 힘들어요. 열정만으로는 다 해결되지 않더라고요.” 결국 그는 여름에 일할 다른 고용주를 찾았다.
곰과 늑대의 위협, 생필품의 부재
이러한 근무 조건은 목동들에게 흔한 일이다. 여름철에는 곰과 늑대의 위협 때문에 밤낮없이 양 떼를 지켜야 하며, 목축업을 하는 고용주나 목장을 소유한 지자체, 혹은 국가가 제공하는 목동용 오두막에서 지내야 한다. 2021년부터 2023년까지 노동청 조사에 따르면 알프스 남부 지역의 목동 숙소들은 노후하고 단열이 되지 않았으며, 위생 시설이 없고 더러운 침상과 위험한 난로가 있는 경우가 많았다. 또한, 조사관들은 목동들이 견뎌야 하는 정신적 부담도 파악했다. 홀로 지내며 몇 달간 연속으로 일하고, 늑대의 위협, 세면과 식사의 어려움, 식료품을 사거나 고용주인 목축업자들의 생필품 공급이 원활하지 않아 겪어야 하는 힘든 상황들이 그 예다.
정부 기관의 이러한 조사 결과는 알프스드오트프로방스(Alpes-de-Haute-Provence) 지역의 주요 농업인 협회인 FDSEA(Fédération Départementale des Syndicats d'Exploitants Agricoles)의 불만을 샀다. 고용주들이 소속된 이 단체는 2022년 11월에 사냥꾼들과 함께 딘-레-뱅 도청 앞에서 “너무 많은 규제, 너무 많은 처벌을 부과하는” 정부에 항의했다. 압박 속에서 도지사는 목초지 오두막의 규제 준수를 유예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정부의 규제 의지는 농업 직종의 항의에 후퇴하여 결국 덜 강압적인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다”고 도지사는 말했다. 2022년과 2023년의 조사 이후, 일부 고용주들은 목동들에게 계약서에 명시된 주 35~44시간의 근무시간을 기록한 서류에 서명을 요구했다. 그러나 노동 감독관은 실제 근무 시간대로 기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여러 목동의 손으로 작성된 근무시간표와 다수의 증언은 주당 60~80시간의 노동이 빈번하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산업화 초기, “목동은 광범위한 목축업의 단순한 부속품이 되었다”고 민속학자인 기욤 르보디(Guillaume Lebaudy)는 목축업의 변화에 대해 이렇게 설명한다. 1950년대까지는 취약한 계층의 목동들이 이 직업의 고된 노동을 감수해야 했지만, 이후로는 좀 더 도시적이고 학력 높은 사람들이 이 분야에 들어왔다. “오늘날의 목동들은 일반적으로 농업 출신은 아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분야에 대한 지식이 풍부합니다”라고 르보디는 말한다. “그들은 확고한 교육을 받았으며, 더 강한 정치의식을 지니고 있습니다.”
새로운 세대의 대표적인 인물인 목동 겸 수의사 미셸 디디에(Michel Didier)는 2013년에 이젤(Isère) 지역에 최초의 목동 조합(SGT, Syndicat de Gardiens de Troupeaux)을 설립했다.(1) 3년 후, 그는 자신의 임시 계약(CDD)을 정규직(CDI)으로 재분류하는 데 성공했고, 해고 수당도 받을 수 있었다.
그 이후로 대부분의 산악 지역에서 여러 조합이 설립되었다. 아리에주(Ariège), 오트피레네(Hautes-Pyrénées), 피레네-아틀란티크(Pyrénées-Atlantiques), 그리고 프로방스알프코트다쥐르(PACA) 등 다양한 지역에서 목동 조합들이 만들어졌다. 2022년과 2023년에 이젤의 멩(Mens)에서 열린 여러 모임을 통해 이들 조합은 FNAF-CGT(Confédération Générale du Travail의 전국 농업 및 산림 연합)와 연계되어 2023년 5월에 전국적 협상을 시작하는 데 성공했다. 2024년 2월에는 남부 프랑스의 대규모 목축업자들이 모이는 생마르탱드크로(Saint-Martin-de-Crau) 축제, 4월에는 이젤 지역의 농업인이 모이는 보크로아상(Beaucroissant) 축제에 참여하여 자신들의 근무 조건에 대한 대중의 관심을 촉구하려 했다. 그러나 축제를 즐기는 가족들, 산양과 최신 트랙터, 그리고 사냥 부스 사이에서 목동들의 노조 투쟁은 주목받기 어려웠다.
설립된 지 얼마 되지 않아, SGT는 직업의 특수성을 노동협약에 반영하기 위한 지역별 집단 협상을 요청했다. 노동자 조합, 노동청, 농업계 대표가 함께하는 노사공동위원회에는 FNSEA(Fédération Nationale des Syndicats d’Exploitants Agricoles)가 독점적으로 참여했지만, 그들은 협상에 나설 의지가 거의 없었다.
사부아(Savoie)의 공동위원회에서, 이젤의 SGT에 소속된 목동인 조프루아 모로(Jeoffroy Moreaux)는 협상이 얼마나 힘겨운지 알게 되었다. 그는 “FDSEA는 페이스북에서 목동들이 고용주를 비판하는 게시물을 찾아내, 우리 조합이 공개적으로 그들을 비난하지 않으면 협상을 중단하겠다고 요구했습니다”라고 분노를 표했다. 반면, 사부아의 FDSEA 소속인 베르나르 디네즈(Bernard Dinez)는 “우리는 진전하고 싶지만, 이 조합으로부터 공격을 받고 있습니다. 이건 소규모 단체에 불과합니다!”라고 주장했다. SGT의 제안은 목축업자들에게 “정당하지 않다”는 평가를 받았다. 특히, 같은 목장에서 다시 고용될 우선권에 대한 부분에서 “우리는 좋은 목동들을 다시 고용하지만, 그들은 자유롭게 움직이고 싶어합니다. 저는 초보자를 선호합니다. 그들에게 어떻게 일해야 하는지 가르치는 것이 더 쉽습니다”라고 말했다.
2023년 3월, 조합에 소속된 목동들은 단지 4m² 크기의 휴대용 오두막에서 여름을 보내야 하는 상황을 비판하는 랩 영상을 제작했다. 이에 대해 FDSEA 사부아(Savoie)는 CGT에 요청하여 그 중 한 명의 목동이 협상에서 더 이상 자리를 차지하지 못하도록 했다. 피레네(Pyrénées) 지역에서는 아리에주 조합(SGT)의 공동 설립자인 다미앙(Damien)이 FDSEA와의 불화로 인해 협상이 심각하게 악화되었다고 말했다. 그는 조합에 가입한 이후 익명의 협박 전화까지 받았는데, “첫 번째 총알은 (당신의) 개를 위한 것이다”라는 위협까지 받았다고 한다.
때때로 FDSEA는 협상에 참여하지 않는 전략을 택하기도 한다. 이젤의 SGT 소속 에멜린 타비용(Mme Emmeline Tabillon)이 목동들에게 장비 보조금을 지급하는 것의 필요성을 주장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을 때, 그녀의 이메일함이 울렸다. 예정된 협상은 이틀 전에 취소되었다는 소식이었다. FDSEA 38은 “프랑스 3 채널에서 SGT가 거짓말과 비방을 일삼았기 때문에” 협상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했다. 타비용은 “그들은 두 번 중 한 번은 회의를 취소합니다. 마치 언론에서 그들이 겪는 일이 우리가 일하면서 겪는 일과 같기라도 한 것처럼...”이라고 한숨을 쉬었다. 2월 초에도 SGT가 발표한 성명에 “명예훼손적이고 모욕적”이라는 이유로 회의가 취소되었다. 연초의 농업 시위에서 이 조합은 FNSEA를 “가장 후진적인 농업계 경영자 단체”로, “노동법 준수에 관심이 없는 단체”라고 규정했기 때문이었다.
아리에주(Ariège)에서는 2023년 11월에 FDSEA가 제안한 합의안이 조합에 의해 거부된 이후 협상이 중단되었다. 알프스드오트프로방스(Alpes-de-Haute-Provence)에서는 협상이 연기되었고, 새로운 일정은 아직 잡히지 않았다. 오트알프(Hautes-Alpes)에서 예정된 4월 8일의 협상은 “불리한 기상 조건” 때문에 FDSEA에 의해 취소되었다. 날씨 예보에 따르면 흐린 하늘, 돌풍, 약간의 소나기만 예고되었기에 FNSEA가 협상에 참여하려는 진정성을 의심케 했다. “우리가 협상할 수 있는 여지가 좁습니다. 본사에서 4월 23일 위원회에 참석하지 말라고 했지만, 제가 강행했습니다”라고 FDSEA 38의 기 드랑(Guy Durand) 씨는 인정했다. FNSEA는 문의에 응답하지 않았다.
목축업에 미래가 있을까?
PACA 지역의 FNSEA 지부 부회장이자 최근 7월에 사회당 소속 의원이 된 마리 조제 알레망(Marie-José Allemand) 씨는 각자의 의무를 명확하게 규정할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목축업자들이 협상에 소극적인 이유를 재정적, 행정적 어려움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녀 자신도 서류 작업, 규제, 수입 사이에서 “압박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우리 산지에서의 목축업에는 더 이상 미래가 없어요”라며 한숨을 쉬었다. 2023년 양 농가의 평균 수입은 2만9,200유로로 2016년의 평균 수입과 비교하여 25% 감소했다.(2) 현재, 양 목축업자 가구의 23.6%가 빈곤선 아래에 살고 있는데, 이는 전체 인구의 14%와 비교되는 수치다.(3)
목축업자들은 늑대와 곰으로부터 양떼를 보호하기 위해 유럽연합의 공통농업정책(PAC) 지원에 의존하고 있다. 이 보조금은 년 말이나 이듬해 년 초에 지급되며, 기지출된 고정 비용(목동 임금, 보호견, 전기 울타리 등), 방목 기간, 가축 수 등에 따라 금액이 달라진다. “어떤 고용주들은 아직도 이전 PAC 지원금을 받지 못했습니다. 우리도 6,000유로가 부족해요. 설명도 없이 말이에요”라고 마리 조제 알레망은 지적했다.
이러한 문제는 국가적인 차원에서도 존재한다. 2016년 노동법은 직종별 분류를 줄였으며, 2020년에 농업 생산 분야에 대한 전국 단위의 집단 협약이 어렵게 체결되었다. 이를 위해 14번의 회의가 필요했고, 간단한 원칙이 채택되었다.
목동 조합은 목동들만을 위한 특별 부칙을 얻기 위해 협상 개시를 요청했다. 2023년 11월 첫 번째 회의 이후, 고용주들은 계속 협상에 소극적이었다. “가르(Gard), 로테가롱(Lot-et-Garonne), 앵(Ain)에서는 고용주들이 지역 협약을 적용하는 것을 거부하는 상황입니다”라고 FNAF-CGT의 사무총장인 디안 그랑샹(Diane Grandchamp)는 우려했다. 협상이 교착 상태에 빠지자, 농업 조합들은 농업부의 감독하에 협상을 진행할 것을 요청했다. 3월 7일로 예정되었던 두 번째 협상은 FNSEA에 의해 취소되었다. 이에 대응하여 목동들은 농업 박람회에서 농업부 부스를 점거하는 시위를 벌였다. 이 행동을 통해 3월 12일에 농업부와의 면담을 얻어냈고, 이 협상에 참여하지 않는 세 지역에 대한 해결책을 찾겠다는 약속을 받았다.
르보디는 이러한 협상의 어려움이 고용주들이 목동을 바라보는 ‘낡은 시각’에서 비롯된다고 본다. 그들은 목동의 전문성을 종종 무시하며, ‘상징적 폭력’이 여전히 존재한다고 말한다. “그들이 진정한 직업을 수행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습니다. 고용주들은 목동을 고용할 때 그들을 휴가 보내는 것으로 생각합니다.” 르보디는 “양고기 가격이 수십 년 동안 제자리걸음을 하면서 고용주들도 스스로를 존중받지 못한다고 느낀다”고 가설을 제시한다. 따라서 고용주들의 좌절감이 그들의 직원들에게 반영된다는 것이다. “고용주들도 규제, PAC, 기후 변화에 적응해야 했는데, 이로 인해 스트레스를 받습니다. 그들도 상징적인 폭력에 시달리고 있는 것입니다.”
목동 조합원들은 FNSEA가 2월 시위에서 얻은 지위의 이점을 활용하고 있다고 판단한다. 정치권의 농업인에 대한 지원에도 불구하고, 이들 농업 노동자에 대한 지원은 여전히 미미하다. “계급 투쟁은 농업에도 존재합니다”라고 타비용은 말한다. “농업 운동의 요구 사항을 보세요. 소규모 고용주를 위한 약속은 전혀 없어요. 모두 우리가 고통받고 있다는 걸 알지만 아무도 신경 쓰지 않습니다”라고 알레망은 덧붙였다.
푸이 드 돔(Puy-de-Dôme) 지역의 공산당 국회의원 앙드레 샤세뉴(André Chassaigne)는 2023년 12월에 계절 노동자들을 위한 법안을 제출했다. 농업인들의 지지자로 알려진 그는 이제 그들의 직원들의 권리를 옹호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그러나 FNSEA가 대형 곡물 재배자부터 소규모 목축업자인 고용주까지 모두를 포함하고 있어 이익이 너무나 상반된 이 조직을 어떻게 유지할 수 있는지 의문을 제기한다.
주요 농업 조합은 종종 주거 문제나 근로 시간에 덜 까다로운 외국인 노동자를 고용하겠다고 위협한다. 2월의 농업 시위 이후, 가브리엘 아탈(Gabriel Attal) 총리가 FNSEA에 약속했던 대로, 3월 2일에 발표된 법령은 목축업자들을 ‘인력 부족 직종’ 목록에 추가하여 다른 국가에서 온 계절 노동자를 고용할 수 있게 했다.
이는 협회의 내부를 분열시키는 문제였다. “절대 안 됩니다!”라고 이젤 FDSEA의 회장인 제롬 크로자(Jérôme Crozat)는 주장했다. 그러나 튀니지와 모로코와의 협약 덕분에 FNSEA는 자체적으로 마그레브 출신 노동자를 농업인에게 공급하는 서비스를 시작했다. PACA 지역의 라 크로(La Crau)라는 건조한 지역에서는 몇몇 목동들이 과도한 노동을 강요받고 때로는 임금을 받지 못하며, 텐트에서 물, 전기, 위생 시설도 없이 생활하는 루마니아 노동자들과 함께 일했다고 주장한다.
그들의 직업이 제대로 인정받을 때까지, 발랑탱과 같은 일부 목동들은 답답한 현실을 벗어나 다른 곳을 찾을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글·모랑 케리넥 Moran Kerinec
언론인
오리안 몰라레 Oriane Mollaret
언론인
번역·김미선
(1) Michel Didier, ‘Les bergers, prolétaires de l’élevage(목동들, 목축업의 프롤레타리아)’,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2015년 8월.
(2) 『양목장의 수익 - 2023』, 목축업 연구소(Idele), 2024년 5월. https://idele.fr
(3) 『농업 및 식품 소비의 변화』, Insee References. 2024년판 », 국립 통계 및 경제 연구소(Insee), 몽루즈, 2024년 2월 27일.
(4) ‘농업 계절 노동자들에게 존엄 있는 근로 및 거주 조건을 보장하기 위한 법안’, n° 1967, 2023년 12월 5일, www.assemblee-nationale.f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