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에서 아랍어 교육의 어려움

2012-11-12     에마뉘엘 탈롱

프랑스에서 두 번째로 많이 쓰는 언어가 아랍어이지만, 중등교육과정에서 계속 설 자리를 잃고 사설기관에서나 배우는 언어로 전락했다. 이러한 변화는 1980년 중반 공공장소와 매스컴에서 이민 문제를 종종 뜨거운 감자로 다루며 시작됐다. 아랍어가 이슬람과 빈민촌 딱지를 떼고 자신의 이미지를 바꿀 수 있을까?

2011년 2월 17일 '포퓰리즘'을 주제로 열린 파리 테아트르 뒤 롱포앵 공개토론 때, 당시 대중운동연합(UMP)의 2012년 대선 캠프 책임자인 농업장관 브뤼노 르메르는 "당신들이 공립 중학교에서 베일을 쓴 여성이 아랍어 교육을 하도록 방치한다면, 그건 포퓰리즘을 키우는 일이다"라고 주장했다. 토론장에 있던 그 누구도 이런 엉터리 주장의 심각성을 지적하지 않았다. 그의 발언은 아랍어 교육과 광적인 이슬람 포교 사이에 고착된 혼란을 호도하는 것이었다. 또한 이런 혼란이 공교육에서의 아랍어 교육 발전을 저해하고 있다.

정교분리를 상기시켜야 할까? 프랑스의 정교분리 원칙(프랑스 헌법 제1조)과 공공서비스의 중립성 원칙은 국가 공무원이 공무 중 자신의 종교적 신념을 드러내는 것을 금하고 있다. 법에 이 원칙의 위반자를 엄벌에 처한다고 명시돼 있어, 교육부나 법원은 이를 좌시할 수 없다.

프랑스에서 400만 명이 아랍어를 쓰고 있어, 아랍어는 프랑스 제2의 언어다. 그리고 자멜 드부즈(아랍계 영화배우. 영화 <아멜리에>에서 채소가게를 운영하는 순박한 아랍 청년 역을 맡음)의 예처럼, 아랍 사투리에 기댄 유머를 쓰는 코믹배우가 성공한 것만 봐도 실제 아랍어가 대중문화에 깊이 뿌리내렸음을 알 수 있다. 하지만 1999년 아랍어가 '프랑스 언어'로 인정됐음에도, 지역 언어 및 소수 언어에 대한 유럽 헌장 서명(여태까지 비준되지 않음) 이후 공교육장에서 아랍어를 선택해 공부하는 것은 아직도 가시밭길이다.

400만 명이 쓰는 프랑스 제2언어

프랑스 45개 지역에선 아랍어를 전혀 가르치지 않고 있다. 파리에서 아랍어를 가르치는 중학교는 단지 3곳에 불과하다. 이 3곳을 뺀 다른 108개 중학교에 다니는 학생은 고등학생이 될 때까지 기다렸다가, 토요일 오후나 수요일 저녁에 '학교 간 언어'(LIE·Langue Inter établissement) 교류 대책 프로그램을 이용해 아랍어를 제공하는 8개 고등학교 중 한 곳에서 아랍어를 배울 수 있다.

이같은 이유로 프랑스 전국 중·고등학교에서 아랍어를 선택한 학생은 겨우 6천 명을 웃도는 데 비해, 중국어·러시아어·포르투갈어는 각각 1만5천 명, 1만4천 명, 1만2천 명이 선택했다. 교육부는 언어 공급의 문제가 아니라, 오히려 중·고등학교에서 아랍어반을 꾸릴 수 없을 정도로 아랍어 수요가 적은 게 문제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아랍어 교사의 미충원(아랍어 교사 충원은 2006년 236명에서 2011년 218명으로 줄었다)과 중등교사임용시험(Capes)에서 아랍어 교사 자리의 감축을 정당화하는 정부의 분석은 재검토 대상이 됐다. 왜냐하면 1990년대 중반부터 사설 단체에서 아랍어를 배우는 젊은이 수가 폭증했기 때문이다. 내무부는 종교 색깔을 띠거나 그렇지 않은 공동체에서 아랍어를 배우는 사람 수가 학교에서 아랍어를 배우는 학생 수보다 10배 많다고 했다.

물론 아랍어 수업 개설을 희망하는 학부모들은 관할 교육청장에게 서면으로 아랍어 개설을 신청할 수도 있지만, 정보 부족이나 미흡한 프랑스어 실력 때문에 이들이 실제 신청하는 경우는 드물다. 파리 디드로고등학교의 영어 교사 크리스틴 코크불랭은 "아랍 학부모들은 수업을 개설해달라고 시위를 할 줄 모른다"고 했다. 심지어 관할 교육청이 이들에게 아랍어 신청을 유도하더라도 학교장이 이를 거절하면 그만이다. 2010년 관할 교육청장이 파리 리브고쉬(센강 좌측)에 위치한 중·고등학교 7곳에 아랍어 장려를 지시하는 서신을 보냈지만, 자발적으로 이를 따른 곳은 하나도 없었다. 이유는 다양했다. 중·고등학교에 이미 다양한 소수 언어가 제공되고 있다, 학교의 이미지 실추가 걱정된다, 이른바 '문제아'(아랍 학생)들이 몰릴까 두렵다, 유대인 학생 비율이 높은 학교 학부모들의 반응이 우려된다 등등.

몇몇 수치만으로도 아랍어 수요 부족의 논거를 무용지물로 만들 수 있다. 초등학교에서 4만 명의 학생들이 마그레브 3개국(북아프리카 3개국, 즉 모로코·튀니지·알제리)이 직접 교사를 채용해 임금을 주며 시행하는 엘코(ELCO·모국어와 고국 문화를 가르치는 교육 프로그램)를 통해 아랍어를 배우고 있고, 대학에서도 아랍어 수요가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날코 (INALCO·프랑스 국립 동양 언어 및 문화 연구소) 부소장 뤼크 드외벨스는 "이날코의 아랍어 수요가 10년 전보다 10배 이상 늘었다"라고 말했다.

따라서 아랍어 문제는 단지 중·고등학교의 문제인 것이다. 그 문제가 심각한 것은 청소년기를 구축하는 중요한 시기와 맞물려 있기 때문이다. 1985년 동양학자 자크 베르크는 '프랑스공화국 학교의 이민 문제'란 주제로 교육부 장관에게 제출한 자신의 보고서에서 "성공적인 사회 통합은 공교육장이 학부모의 모국어와 문화를 인정하는 문제와 직결돼 있다"고 강조했다.

자크 베르크의 보고서가 발간되고 30년이 지나 역설적으로, 이제 프랑스 사회에 연착륙한 이주민 자녀들이- 종종 세대 간 아랍어 전수 비율이 감소하는 중에도- 그간 단절됐던 고국 문화와의 연을 다시 잇기 위해 나서고 있다. 하지만 정부는 이런 요청을 거절함으로써 사람들이 퇴치 대상으로 여기는 폐쇄적인 아랍 공동체만 키우고 있다.

파리 볼테르고등학교 아랍어 교사 제이나브 게인은 비록 일부 가정이 자녀를 회교사원이나 공동체에 등록시켜 언어뿐만 아니라 종교 교육도 하고 있지만, 이들이 별다른 뜻을 가지고 그러는 것은 아니라고 주장한다. "아랍 부모들은 자녀가 학교에서 영어와 스페인어를 배우는 것을 선호하지만, 자녀의 방과 후 시간도 관리해야 하기 때문에 이들을 학교 밖 아랍어 강좌에 등록시키고 있다."

이런 주장을 곧이곧대로 믿을 수만은 없다. 왜냐하면 학생들이 거주하는 사회(프랑스)의 코드와 다른 코드를 추종하는 외국인 교사들이 주로 코란학교의 강의를 담당하고 있거니와, 이 학교의 교사와 학생 간 구시대적 권위적 관계나 아랍어의 이데올로기화와 신화화는 공교육장의 교육과 뚜렷한 차이를 보이기 때문이다. 아랍어 교수 야히야 셰이크는 "대다수 아랍 공동체들이 마그레브 전통 교육 방식에 따라, 아랍어 1시간 30분 교육에 30분간 이슬람 교육을 병행하고 있다"고 했다.

1530년 서구 유럽 국가 중 처음으로 왕립학교(현 콜레주드프랑스)에 아랍어 교수를 채용했던 프랑스인데, 왜 아랍어 교육을 민영화했을까? 루이 14세 때, 콜베르는 오스만제국과의 외교 및 무역 교류에 필요한 통역관을 양성할 목적으로 이날코의 전신인 청소년언어학교를 세웠다. 그리고 1906년 아랍어 교수임용시험이 생겼다.

아랍어의 민영화를 이해하려면 1980년대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1983년 리옹 외곽 맹게트 구역에서 발발한 폭동은 '평등 및 인종 차별에 대한 행진', 이른바 국가적 차원의 '뵈르(Beur·프랑스 이주민 부모에게서 태어난 마그레브 출신 젊은이를 일컫는 비어) 행진'으로 번졌다. 그리고 1989년 이란의 혁명 지도자 아야톨라 루홀라 호메이니는 <악마의 시>의 작가 살만 루시디를 이슬람 모독죄로 처형하라는 파트와(Fatwa·종교적 판결)를 내렸다. 또 같은 해, 파리 교외 크레이의 무슬림 여중생 3명이 히잡을 벗으라는 학교의 지시를 어겨 퇴학당했다. 이같은 사건들이 언론에 대서특필되며 프랑스 무슬림 공동체의 이미지를 좋지 않은 쪽으로 바꿔놓아, 마그레브인들의 이민 문제가 국가적 쟁점이 됐다. 교육부의 국가 교육을 총괄하는 장학관이자 프랑스 아랍문화원(IMA)의 이사회 회장 브뤼노 르발루아는 "이때부터 사람들은 학생들로 붐비던 아랍어 강좌를 폐쇄하기 시작했다. 대부분의 학교장들과 교육청장들은 프랑스에 거주하는 모든 아랍인과 대면하는 것조차 겁냈다. 아랍어를 배우는 사람이 바로 그들이었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계속 증가하는 아랍어 인력의 필요성

아랍어 문제가 토론의 화두가 됐다. 예컨대 거의 3억 명의 세계인이 사용하고 있는데다 유엔의 6개 업무 언어 중 하나지만, 프랑스에선 아랍어 하면 우선 이민 언어란 인식 때문에 사소한 일에도 빈민가·아랍민족주의·이슬람과 연관된다.

아랍어는 프랑스 식민지 역사의 상징적인 전염병에도 시달리고 있다. 사람들은 프랑스공화국을 쪼갤 수 없는 하나로 결속시키기 위해 식민지 언어인 아랍어의 자리(아랍어 사용자 수)를 좀더 축소할 길을 모색하고 있다. 수세기 전 이미 지역 언어에 악영향을 끼친 바 있고, 현재는 아랍어에 악영향을 끼치는 군주제와 혁명의 산물인 단일 언어 이데올로기가 부각되고 있는 것이다.

1999년 발드마른 지역 출신 국회의원 자크 알랭 베니스티는 이주가정 자녀와 범죄 간 연관성을 다룬 범죄 예방에 관한 예비 보고서를 당시 엘리제궁(프랑스 대통령궁) 비서실장 도미니크 드빌팽에게 전달했다. 그는 보고서에서 "아동의 '일탈 행동'을 방지하려면 이주가정 자녀들이 단일 언어(프랑스어)에 익숙해지도록 이주여성 엄마들에게 집에서 의무적으로 프랑스어만 쓰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교육 전문가들의 혹평으로 이 보고서가 수정되긴 했지만, 프랑스의 단일 언어 이데올로기의 면면을 잘 보여준 사례다. 이 보고서의 작성자는 심지어 모국어를 쓰는 사람들을 '방언을 쓰는 사람들'로 규정했다. 사실 배척받고 있는 아랍어는 활어(活語)보다는 지방언어에 더 가깝다. 우리에겐 친숙하면서도 낯선 언어가 바로 아랍어이기 때문이다.

2008년 니콜라 사르코지 전 대통령은 자신의 바람대로 '아랍 언어와 문화'를 주제로 한 첫 공개토론이 열리자, 토론장엔 참석하지 않은 채 "아랍어는 미래, 진보, 과학, 현대의 언어다. (중략) 나는 이 공개토론이 프랑스에서 아랍어 교육 발전에 대한 구체적인 물꼬를 터주기 바란다"는 메시지를 보냈다.

2012년 학기 시작과 함께 아랍어반 몇 개가 개설됐다. 하지만 망시(市) 교육청의 교육관이자 지역 장학사인 미셸 네이르뇌프는 이같은 시도가 성공을 거두고 있다고 했다. "우리가 망시 중앙에 위치한 한 중학교에 2개 국어를 사용하는 반을 개설했을 때, 25명 모집에 40명이 지원했다."

아랍어가 세계화로 살아남을 수 있을까? '직업과 경제적 수단인 아랍어'란 주제로 언어박람회가 열렸을 때, 박람회장 원탁회의에 참가한 패널들은 급성장하는 이슬람 금융권에 많은 인력이 필요해 아랍어를 할 줄 아는 인력을 양성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빼어난 아랍어 실력이 외교 분야 및 호텔과 식당(특히 중동의 유명 호텔)의 일자리를 제공할 가능성도 있다. 그리고 아랍어 정보 분야의 폭발은 방송언론계에 투신할 사람들의 전망을 밝게 해준다.

만약 정치계가 한 약속을 행동으로 옮긴다면, 아랍어를 아랍인들에게만 가르쳐야 한다는 장벽은 무너지게 될 것이다. 코페는 <BFM TV>와의 인터뷰 때 '자녀들에게도 아랍어를 배우라고 장려할 것이냐'는 기자의 질문에 "난 아랍문화권 사람이 아닌데 그럴 리가!"란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프랑스에서 중국어를 배우는 수천 명의 학생 중 중국 문화권 출신이 몇 명이나 된단 말인가? 무엇보다 아랍어에서 '이민 언어'의 이미지를 도려내고 프랑스 학교에서 아랍어 교육을 장려하는 것이야말로, 출신이나 종교와 무관하게 이 언어를 배우고 '이 프랑스 언어'(아랍어)를 공유하고 싶어 하는 모든 이에게 배움의 길을 터주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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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에마뉘엘 탈롱 Emmanuelle Talon <카날 프랑스 앵테르나쇼날>(CFI)의 리비아 코디네이터

번역 조은섭 chosub@ilemond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