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유희의 문화톡톡] 새로운 야구 팬덤의 구축
프로 야구 구단의 유튜브 콘텐츠
2024년, 야구의 인기가 뜨거웠다. 정규 시즌 누적 관중 수는 1088만 명을 돌파했다. 한국시리즈까지 성황리에 시즌을 끝마쳤다. 사실 2024년 시즌은 여러 가지 문제점들이 대두되었다. 야구 팬들이 가장 걱정했던 점은 TVING에서 독점 중계가 이뤄지면서, 이전의 팬들이 기존의 야구를 즐기는 통로를 잃는 점이었다. 하지만 우려에도 불구하고 야구에 대한 관심은 2024년 내내 지속되었다. 총 720경기 중 221경기가 매진이었다.
2024년 유독 두드러졌던 야구의 인기 요인은 어디에서 찾을 수 있을까. 기본적으로 야구는 구단에 대한 골수팬들이 존재한다. 특히나 대를 이어서 하나의 구단을 좋아하는 경우가 많다. 아이들을 데리고 야구장에 가는 문화가 익숙하기 때문이다. 야구장은 가족 친화적이다. 아이들을 위한 유니폼도 쉽게 구할 수 있으며, 구단마다 어린이를 위한 행사도 많이 열고 있다. 이로 인해 대를 잇는 유구한 야구의 가풍이 형성된다. 따라서 가족이 함께 좋아할 수 있는 스포츠로 자리매김한 지 오래다.
물론 야구가 꾸준히 인기를 얻은 것은 아니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 이후 코로나와 여러 가지 문제들로 인해 야구에 대한 인기가 시들해졌다. 하지만 <최강야구>와 같은 프로그램을 통해 야구를 알게 되면서 프로야구에 대한 관심이 늘어나기도 한다. ‘야구’라는 종목에 대해서 알게 되면서 외연이 확장된 것이다. 또한 야외에서 경기를 즐기는 ‘직관’을 경험하면서 야구라는 새로운 방식의 놀이 문화가 정착된 것도 야구의 인기에 큰 영향을 끼쳤다. 보통 3시간의 경기 시간 동안 야구 팬들은 골수팬이 아니더라고 경기를 관람하는 내내 응원을 하고 느슨한 유대감을 통해 공동체를 경험한다. 같은 유니폼을 입고, 에너지를 발산하면서 야구 스포츠 자체에 대한 매력과 야구팀에 대한 소속감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최근의 야구 팬덤에서 가장 눈여겨 보아야 할 점은 구단이 운영하는 유튜브를 통해서 팬들이 유입되고 확장된다는 점이다. 많은 스포츠 중에서 ‘야구’이어야 하는 이유를 프로야구 구단의 유튜브 채널은 자체 콘텐츠를 통해서 입증하고 있다. 야구라는 스포츠, 그리고 구단과 선수에 대한 영상을 제작하면서 ‘친밀감’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한다.
팬덤 진화적인 채널의 운영
구단명 | 유튜브 채널명 | 구독자 수 | 첫 동영상 게시 | 업로드 개수 |
한화이글스 | Eagles TV | 35만 | 2013년 | 3,521 |
기아타이거즈 | 갸티비 | 31.1만 | 2014년 | 2,394 |
롯데자이언츠 | Giants TV | 28.1만 | 2015년 | 5,634 |
LG트윈스 | LGTWINSTV | 24.6만 | 2016년 | 3,399 |
삼성라이온즈 | LionsTV | 25.2만 | 2016년 | 2,737 |
두산베어스 | Bears TV | 23.1만 | 2015년 | 5,845 |
SSG랜더스 | SSG랜더스 | 15.2만 | 2011년 | 3,665 |
키움히어로즈 | 키움히어로즈 | 11만 | 2012년 | 4,142 |
NC다이노스 | NC다이노스 | 10.2만 | 2011년 | 4,295 |
KT위즈 | kt wiz - 위즈TV | 10만 | 2013년 | 3,606 |
2024년 12월 기준 한국 프로 야구 10개 구단은 모두 유튜브 채널의 구독자 수가 10만명이 넘어섰다. 특히 한화이글스의 이글스티비의 경우 한·미 프로야구 팀 최초 30만 구독자를 달성하기도 하였다. 특히 흥미로운 지점은 구단의 구독자 수가 야구 성적과 비례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동시에 야구 구단에서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평가받는 구단의 순위와도 유튜브 구독자 순위는 차이가 있다. 또한 업로드된 동영상 개수도 구독자 순위에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는다. 구단 별로 선보이는 콘텐츠의 차이에서 기인한다고 할 수 있다. 시류에 맞는 아이템들을 빠르게 발굴하고 있기 때문이다.
기본적으로 각 구단의 유튜브 채널에서 비슷하게 운영하는 콘텐츠는 다음과 같다. 우선 승리한 날의 더그아웃을 촬영한 콘텐츠, 2군 선수들을 소개하는 콘텐츠, 훈련 영상을 담은 콘텐츠, 마무리 캠프 혹은 스프링 캠프 콘텐츠, 선수들과 인터뷰를 하는 콘텐츠가 있다. 각각 구단 별 이름은 다르지만 비슷한 방식으로 구성된다. 구단 관계자가 직접 촬영하는 방식 외에도 선수들에게 브이로그를 요청하며 그들의 일상을 가깝게 접할 수 있도록 하며, 일반적인 방송 인터뷰와는 다른 편안한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또한 타 유튜브 채널과 협업을 통해 새로운 콘텐츠를 구성하기도 한다. 특히 Eagles TV의 경우 소셜미디어 콘텐츠 업체 '딩고'와의 협업을 통해 '킬링보이스' 콘텐츠를 선보였고, 좋은 반응을 얻었다.
이외에도 각 구단은 팬들과의 적극적으로 소통한다. 특히 LGTWINSTV의 경우 <엘튜브는 소통을 하고 싶어서>라는 코너를 통해서 단장이 팬들과 라이브로 소통하는 콘텐츠를 구성하며 지금까지 유지하고 있다. 실시간 소통뿐만 아니라 야구 팬들이 원하는 빠른 소통이 이뤄지기도 한다. 댓글을 통해서 팬들의 반응을 확인하며 이를 반영한다. 야구 팬들의 니즈를 완벽하게 파악하여 콘텐츠를 제작하고 있는 것이다. 경기에서 승리한 날은 더그아웃의 상황을 재미있게 편집하여 승리를 더욱 강조한다. 더그아웃의 분위기를 통해 ‘팀’의 승리를 되새김질 할 수 있는 셈이다. 심지어 콘텐츠 업로드도 빠르다. 보통 승리한 날 늦은 밤이나 다음 날 새벽에 업데이트 된다. 혹여나 조금 늦더라도 공지를 통해 업로드 일정을 공지한다. 이로인해 팬들은 유튜브 채널에 대한 친밀감을 쌓을 수 있게 된다. 각각의 구단들은 딱딱한 채널명과는 달리 귀여운 이름으로 자신들을 지칭하며, 팬들 또한 채널명보다 애칭을 부른다. 팬들과 유튜브 채널 사이에 유대감이 형성되며, 오히려 유튜브 채널을 공유하여 야구를 만나는 것이 익숙해진다.
팀 스포츠로서의 야구
유튜브를 통해서 구단은 이익을 얻는다. 홍보 효과도 확실하다. 야구 팬덤의 충성도를 높이고, 확장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그러나 명암은 존재한다. 구단의 콘텐츠는 결국 ‘야구 선수’가 주가 될 수밖에 없다. 물론 예능 프로그램이 아니기 때문에 억지로 캐릭터를 부여하지는 않지만, 콘텐츠가 쌓이면서 선수 개인에 대한 관심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 야구 선수 입장으로는 야구는 당연히 잘해야 하고, 구단의 유튜브 콘텐츠에서도 존재감이 있어야만 인기를 얻을 수 있는 부담이 생길 수 있다. 야구를 잘 할수록 구단의 콘텐츠는 성적이 잘 나온 선수를 주목할 수밖에 없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야구 콘텐츠를 즐기는 팬들은 야구 경기에 관심을 갖기보다, 매력적인 ‘선수’에 대한 충성도가 높아질 수 있다. 콘텐츠를 통해 야구 선수들을 주목하면서 선수의 개인팬이 늘어나게 되는 것이다. 최근 야구팬들이 말하는 ‘아이돌 팬’이 유입되어 야구 팬덤을 망가뜨리고 있다는 의견 또한 비슷한 맥락이다. 단순히 야구 선수가 아이돌보다 ‘덕질’하기가 좋아서 야구 팬덤에 유입되었다고 평가하는 것은 섣부르다. 이미 ‘선수’에 대한 콘텐츠가 충분히 쌓여 있기에 ‘덕질’이 가능한 수준에 이르렀기에, 개인 팬들이 늘어날 수 있는 환경이 이미 제공되어 있다는 점도 살펴볼 필요가 있다. 따라서 야구 팀의 일원으로서가 아닌, 선수 자체에 열중하는 현상이 발생할 수 있는 것이다.
특정한 선수에 치우친 팬덤 성격의 변화는 팀 스포츠라는 점을 고려할 때 장기적으로는 악재일 수 있다. 야구는 결국 선수 혼자 잘해서는 절대 이길 수 없기 때문이다. 구단의 야구 콘텐츠는 ‘야구’를 위해서 존재한다. 아마 2025년에도 더 좋은 콘텐츠들로 야구 팬들을 충족시킬 것이다. 하지만 ‘선수’만큼 야구팀, ‘야구’에 집중할 수 있는 새로운 콘텐츠를 통해 야구에 대한 관심을 증폭할 때, 야구의 인기가 지속될 수 있을 것이다.
글·한유희
문화평론가. 제 15회<쿨투라> 웹툰부문 신인상으로 등단. 2021년 만화평론 공모전 우수상 수상. 경희대학교 국제캠퍼스에서 글쓰기를 강의하며, 경희대 K-컬처 스토리콘텐츠 연구원으로 웹툰과 팬덤을 연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