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는 왜 작고한 카터를 부관참시하고 싶을 정도로 미워할까?

공화당 출신의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은 연일 "민주당의 카터가 터무니 없이 넘겨준 파나마 운하 통제권을 다시 가져와야 한다"는 발언을 쏟아내고 있다.

2025-01-02     김시래 경제전문기자

 최근 100세를 일기로 별세한 카터 전 대통령(민주당·9일 장례식 예정)은 1977년  취임하자 마자 파나마와 '토리호스-카터조약'을 체결했다. 미국이  관리운영하던 파나마운하의 통제권을 1999년 12월31일까지 완전히 넘겨준다는 내용이었다. 

  파나마운하는 미국이 상업 및 군용 선박의 통행을 위해 1914년 건설했다. 선박이 태평양과 대서양을 오가는데 남아메리카를 돌아가야 하기 때문에 2주정도가 걸리던 것을 하루도 아닌 단 9시간만에 통과할 수 있게 됐다. 당시로서는 미국 역사상 가장 큰 비용인 3억달러(약 4420억원)를 투입한 뒤, 완성해 운하의 운영권을 소유한 건설프로젝트였다. 

카터가 인도적차원서

파나마 운하를 넘겨줘

 하지만 1964년 1월 9일 운하 일대 고등학교에서 파나마 국기를 게양하려던 군중과 미군간 충돌로 학생 20여명과 미군 4명이 사망하는 유혈사태가 벌어졌다. 파나마는 1월9을 '순교자의 날'로 정할 정도로 양국간 관계가 악화됐다. 이후 인권을 최우선으로 앞세운 카터 대통령이 취임하자 한국에는 미군 철수를 협박하면서 인권개선을 요구했고, 파나마에는 인도적 차원에서 서로 충돌을 피하기 위해 운하를 아예 파나마 정부에 이양하기로 조약을 맺었던 것이다.  공교롭게도 카터의 장례식날인 1월 9일은 파나마의 '순교자의 날'이다. 이에 앞서 호세 라울 물리노 파나마 대통령은 지난 12월 31일 '파나마 운하 통제권 이양 25주년' 행사에서 이례적으로 최근 작고한 카터 대통령을 칭송하는 연설을 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파나마 운하 통행료를

최근 36%나 올려 논란 

  문제는 파나마 정부가 운하의 통행료를 최근 무려 36%나 올렸다. 이는 파나마가 극심한 가뭄으로 운하를 통과하는 선박수가 36%나 줄어 그만큼 통행료를 올렸다는 주장이다. 

 파나마 운하의 통행료는 선박의 크기와 화물량,화물 종류에 따라 다르지만 선박 한척당 최대 50만달러(약 7억2475만원)씩 부과하고 있다. 지난해 기준 25억달러(약 3조6215억원)의 통행료를 거둬들였다. 파나마 정부 연간 수입의 20%를 차지할 정도다. 

  이에 공화당의  장삿꾼(?) 출신인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은 연일 "민주당의 카터가 인도주의를 앞세워 터무니 없이 넘겨준 파나마 운하 통제권을 다시 가져와야 한다"는 발언을 쏟아내 양국간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트럼프는 애리조나주 지지자 연설에서 "미국이 다른 나라에서 당하는 것처럼 파나마에서도 당하고 있다. 파나마가 운하 통행료를 터무니 없고 매우 불공평한 방법으로 징수하고 있다. 만약 파나마 정부가 통행료를 내리지 않는다면 우리는 운하 통제권 반환을 요구할 것"이라고 강하게 경고했다. 현재 파나마 운하 이용 선박의 국적을 보면 미국이 74.7%, 중국이 21.4%,일본 14.6%, 한국 9.4%,칠레 8.3% 순이다.

 파나마 운하를 둘러싼

 미·중 갈등까지 불거져  

  특히 중국과 날선 대립을 하고 있는 트럼프는 "파나마 운하에서 중국 영향력이 커지고 있다"며 "우리에게 매우 중요한 이 운하를 잘못된 사람의 손에 절대 넘겨줄 수 없다"고 덧붙였다. 파나마 운행 통행료 수익의 일부가 중국쪽으로 넘어가고 있다는 지적이다. 중국은 파나마 운하의 관리 통제권은 없지만, 홍콩에 본사를 둔 CK 허치슨 홀딩스의 자회사가 운하 양끝에 있는 2개의 항구를 관리하고 있다는 사실을 트럼프가 언급한 것이다. 

패러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