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윤진의 문화톡톡] '오징어게임 시즌2'에서 찾아본 거버넌스의 실체

2025-01-06     이윤진(문화평론가)

그건 제 돈이 아닙니다. 여기서 죽은 사람들의 목숨값입니다. 저기 저 돈도 마찬가지고요.”

아니 뭐 그렇게가지 생각하실 필요 있나요? 그 사람들을 선생님이 죽이신 것도 아니고 그러신다고 해서 죽은 사람들이 살아돌아오는 것도 아니고”

당신이 마지막에 엑스만 눌렀어도 최소한 여기 있는 사람들은 살아서 나갈 수 있었습니다.”

맞아요. 제가 마지막에 동그라미를 눌렀죠. 그렇지만 저 말고도 여기 남으려는 사람들이 182명이나 더 있었고요”

여기서 나가려고 했던 사람들도 182명이 있었습니다.”

제가 선생님 말대로 엑스를 눌러서 여기를 나갔으면 사람들이 정말 좋아했을까요?”

2024년 12월 26일에 공개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한국 드라마 ‘오징어게임 시즌2’에서 3년 전 의문의 서바이벌 게임에서 1등을 했던 성기훈이 미국행을 포기하고 게임의 배후들에게 복수를 다짐하며 다시 한번 그 게임에 참가한다. 455명의 새로운 게임 참가자들과 함께 또 한번 목숨을 걸게 된 기훈의 등 번호는 지난 번과 같이 456번이다.

 

‘오징어게임 시즌 2’의 참가자 거버넌스

'오징어게임 시즌 2'는 전 세계적으로 큰 인기를 끌며, 인간 본성과 사회적 구조에 대한 깊은 질문을 던진다. 시즌 1에 이어 시즌 2도 생존을 위한 치열한 경쟁을 그리지만, 그 속에서 단순한 생명 경쟁을 넘어 사회적 책임과 거버넌스의 복잡한 논리를 펼쳐 보인다. 특히, 이 드라마에서 주인공인 성기훈이 주도하는 게임은 단순한 서바이벌을 넘어, 인간관계와 집단 내에서 어떻게 협력하고 의사결정을 내리는지에 관한 중요한 교훈을 준다. 기훈이 다른 참가자들에게 경험을 공유하고, 그들이 생존할 수 있도록 돕는 모습은 거버넌스의 핵심 원칙인 투명성, 윤리적 행동, 이해관계자 이해 존중, 그리고 인권 존중을 실천하는 과정으로 해석될 수 있다.

 

▲오징어게임

첫 번째 게임에서의 거버넌스: 투명성과 협력의 가치

여러분 여기 좀 보세요. 여기 주목! 지금부터 제가 하는 말 잘 들으세요. 이건 그냥 게임이 아닙니다. 게임을 하다 걸리면 죽습니다! 움직이다 걸리면 죽습니다. 어디선가 총을 쏠거에요. 저기 앞에 서 있는 인형의 눈이 동작감지 장치에요. 정신 바짝 차려야 해요. 제 말을 믿으셔야 합니다.”

첫 번째 게임인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는 참가자들이 술래 인형의 눈을 피해 움직이는 전통적인 어린이 게임이다. 하지만, 이 게임에는 참가자의 생명이 걸려 있다. 성기훈은 게임이 시작되기 전에 다른 참가자들에게 게임의 규칙과 위험성을 설명하며, 생존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자신이 알고 있는 정보를 투명하게 공유한다. 기훈은 술래 인형의 눈을 피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상세히 알려준다. 관객은 그가 제시하는 방법을 따라 참가자들이 협력적으로 움직이며 첫 번째 게임을 성공적으로 통과할 것으로 예상한다.

하지만 기훈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탈락자들이 발생하고 그들은 게임장 주변에 배치된 저격수의 총에 맞아 죽는다. 탈락자가 발생하는 상황에서 기훈은 게임의 규칙을 계속해서 설명하고, 참가자들이 더 나은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돕는다. 기훈의 행동은 거버넌스의 중요한 요소인 ‘투명성’을 실천하는 장면으로, 참가자들이 생존 가능성을 높일 수 있도록 의사결정에 중요한 정보를 제공하고자 했다. 게임의 진행 방식과 위험을 미리 알리며 기훈은 협력적인 거버넌스를 이루려고 했고, 이는 기훈 중심의 거버넌스가 어떻게 참가자들의 생명과 미래에 영향을 미치는지 잘 보여준다.

난 이 게임을 해봤어요! 난 이 게임을 해봤다고요. 내가 첫 번째 게임에 대에서 알고 있는 건 이 게임을 해봤기 때문입니다. 3년 전에 여기서 게임을 했었고, 그때 같이 게임을 했던 사람들은 전부 다 죽었습니다!”

아저씨가 진짜 우승자면 차라리 잘 됐네. 아저씨가 우리한테 노하우를 알려 주면 되겠다.”

선생님이 이 게임을 해보셨다면서요. 저 아까 선생님때문에 동그라미 눌렀어요. 아 사실 저도 겁이나서 그만두고 나가려 그랬는데, 선생님 얘기 듣고서는 딱 한게임만 더 해볼까 그 생각 했거든요. 선생님 다음 게임 아시죠?”

게임이 계속될수록 기훈은 의사결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게 된다. 두 번째 게임에서는 참가자들이 게임의 속행 여부를 투표로 결정하며, 183명이 게임을 계속하겠다고 결정한다. 기훈은 이미 첫 번째 게임에서 죽음을 목격했기 때문에 게임의 위험성을 잘 알고 있었지만, 여전히 참가자들은 그가 제공하는 정보를 믿지 않거나 그에 대한 희망을 품고 다른 선택을 한다. 001번 참가자 영일(프론트맨)의 사악한 의도도 영향을 미쳤지만, 일부 참가자들은 기훈에게서 얻은 정보를 통해 한 번 더 게임을 해볼까 하는 마음을 가졌다.

이러한 상황에서 기훈이 자신의 경험을 다른 참가자들에게 공유하고, 올바른 의사결정을 할 수 있도록 돕는 장면은 기훈이 단순히 정보를 전달하는 것을 넘어, 그들이 생존을 위해 협력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리더십을 발휘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Governance

거버넌스와 거번먼트: 기훈과 정대의 차이

“365명이 다 성공하면은 상금은 한 푼도 안 늘어나...저, 지금 들은 얘기는 여기 모인 사람들끼리만 아는 걸로 합시다.”

“:안됩니다. 제가 지금 이 얘기를 하는 건 모두를 살리기 위해서입니다. 다음 게임이 뽑기라는 게 확실해지면 제가 알고 있는 사실을 모든 사람들에게 알려 줄 겁니다.”

거버넌스는 의사결정의 문제를 누가, 어떻게 다루느냐를 포괄하는 개념이다. 거버넌스(governance)의 어원은 그리스어로 '배(배의 키)를 조종하다(Steer, Pilot)'는 뜻인 'kubernáo'이다. 플라톤은 이 단어를 은유적으로 정부 통치에 적용해 '통치체제의 설계'를 뜻하는 용어로 사용했다. 이 단어가 라틴어 'guberare(guide)'로 변하고, 영어로 거버넌스가 되었다. 

본래는 배에서 노를 저어가는 행위, 나아가 방향을 정하는 행위 등을 의미하지만, 현실에서는 의사결정의 기관이나 과정, 절차 등을 뜻한다. 단,  G(거버넌스)는 E(환경) 및 S(사회)와 다르게 구체적인 내용 범위가 정해져 있지 않다. 

‘거버넌스(governance)’와 ‘거번먼트(government)’는 서로 다른 의미를 가진 개념이다. 거버넌스는 의사결정과정에서의 참여, 투명성, 협력 등의 가치를 중요하게 여긴다. 반면, 거번먼트는 권력을 집중시키고, 정보를 독점하며, 강제적 결정을 내리는 방식이다. 오징어게임에서 기훈의 거버넌스는 협력적이고 평등한 원칙을 따르지만, 정대를 중심으로 한 거번먼트에 가까운 거버넌스는 권력 집중과 정보 은폐를 특징으로 한다. 기훈은 게임의 규칙을 다른 참가자들과 공유하고 협력할 수 있도록 돕지만, 정대는 이러한 정보를 비밀로 하여 자신의 이익을 추구한다.

이 두 거버넌스 모델은 참가자들이 어떻게 협력하고 생존할지에 큰 영향을 미친다. 기훈 중심의 협력적 거버넌스는 참가자들이 서로 협력하며, 정보를 공유하고 공평하게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게 도와준다. 반면, 정대 중심의 거버넌스는 신뢰를 무너뜨리고, 경쟁을 강조하는 위계적 구조를 만들어, 참가자들이 개별적으로 생존하려는 상황을 초래한다. 이같은 거버넌스와 거번먼트의 대립은 오징어게임의 중요한 주제 중 하나로, 바람직한 거버넌스의 부재가 어떻게 사회적 불안을 초래하고, 공정한 결정을 방해하는지 잘 보여준다.

기훈이 자신의 경험을 다른 참가자들에게 공유하고 올바른 의사결정을 하도록 돕고자 노력하는 장면은 ESG의 거버넌스 핵심 원칙 중 ‘투명성’, ‘윤리적 행동’, ‘이해관계자 이해 존중’, ‘인권 존중’ 등과 연결된다. 기훈은 자신이 알고 있는 중요한 정보를 숨기지 않고 다른 참가자들에게 공개하며, 게임의 진행 방식을 명확히 알려주었다. 이렇게 의사결정에 중요한 정보를 투명하게 제공하는 것은 참가자들이 어떤 방식으로 게임을 진행할지 이해하고 준비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이 과정에서 기훈 중심의 거버넌스는 성별, 연령, 건강상태 등의 다양한 조건의 참가자들의 이해를 존중하고 고려하고자 했고, 최대한 윤리, 생명, 인권을 인식하고 규범을 존중하고자 했다고 볼 수 있다.

ISO26000 핵심 요소인 거버넌스

ESG를 구체화했다고 볼 수 있는 국제표준화기구(ISO)의 ‘사회책임에 관한 가이드라인(ISO26000)에서는 조직의 사회적 책임에서 거버넌스를 가장 핵심 요소로 바라본다. ISO 26000은 규모나 위치에 상관없이 모든 형태의 조직에 대한 지침으로, 조직의 사회적 책임을 인식하고 이해관계자들을 참여하도록 하기 위한 기본 원칙(7개), 사회적책임 관련 핵심 주제(7개)와 쟁점(37개), 조직에 사회적으로 책임 있는 행동을 통합하는 방법에 대한 지침을 제공하고 있다.

 

▲ISO26000의

ISO26000의 7대 핵심 주제는 조직 거버넌스(Organizational governance), 인권(Human rights), 노동관행(Labour practices), 환경(The Environment), 공정운영관행(Fair operating practices), 소비자 이슈(Consumer issuses) ,지역사회 참여 및 발전(Community involvement and development) 등이다. 

모든 핵심 주제가 상호 관련되고 보완적이지만, 효과적인 거버넌스는 조직이 나머지 다른 핵심 주제와 쟁점에 대한 행동을 취하고 사회적 책임 원칙을 실행하도록 하면서 핵심 주제들을 총체적으로 살펴본다. 즉 하나의 쟁점에 집중하기 보다는 모든 핵심 주제와 쟁점 그리고 이들의 상호의존성을 고려하도록 한다는 점에서 거버넌스가 핵심 중의 핵심이라고 볼 수 있다.  

사회적 책임의 7가지 기본 원칙으로 설명책임, 투명성, 윤리적 행동, 이해관계자 이해존중, 법치존중, 국제행동규범 존중, 인권 존중 등이 있다. 앞서 말한 거버넌스의 핵심 원칙인 투명성, 책임성 등이 여기서 비롯됐다. 

항목별로 살펴보면, 책임성으로 번역되기도 하지만 명확하게는 설명책임인 Accountability는 이해관계자들에게 조직의 의사결정과 활동에 대해 답변할 수 있는 상태를 의미한다. 즉 모든 조직은 자신이 경제, 사회 및 환경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설명할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이다. 이 원칙은 조직이 외부로부터 적절한 감시를 수용하고 이러한 감시에 대응할 의무를 인정하는 것으로부터 시작된다. 또한 조직을 경영하는 경영진이 이해관계자의 요구에 답변할 의무와, 조직이 관련된 법과 규정에 대해 법률 당국에 답해야 하는 의무를 포함하고 있다. 그리고 잘못이 발생했을 때 그 잘못을 개선하는 적절한 조치를 하고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하는 책임도 받아들여야 한다고 정의하고 있다. 이 외에도 책임을 지는 정도는 권한의 범위나 넓기에 항상 부합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투명성(Transparency)은 조직은 사회, 경제 및 환경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자신의 정책, 의사결정 및 활동을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윤리적 행동(Ethical behavior)이란 조직은 인간, 동물 및 환경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윤리적으로 행동해야 한다는 것을 뜻하며, 이해관계자 이해 존중(Respect for stakeholder interests)은 조직이 이해관계자의 이해를 존중하고, 고려하며, 대응해야 한다는 것을 말한다. 법치 존중(Respect for the rule of law)과 국제행동규범 존중(Respect for international norms of behavior)은 말 그대로 조직이 모든 법적 의무를 인식하고, 법치 존중이 의무적이라는 것을 받아들이고 동시에 국제행동규범을 존중해야 한다는 것을 뜻한다. 마지막으로 인권 존중(Respect for human rights)은 조직이 국제인권장전에 규정된 권리를 존중하고, 인권의 중요성 및 보편성을 인식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오징어게임에서 기훈의 거버넌스 실천은 ISO 26000의 원칙과 크게 다르지 않다. 기훈은 자신의 경험을 솔직하게 공유하고, 게임에 대한 중요한 정보를 숨기지 않는다. 이러한 태도는 이해관계자들에게 중요한 의사결정 정보를 제공하며, 참가자들이 무엇을 해야 생존할 수 있을지 명확히 인식할 수 있도록 돕는다.

드라마에서 기훈의 거버넌스는 단지 정보를 나누는 수준을 넘어서, 참가자들이 각자의 상황과 이해를 존중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예를 들어, 기훈은 자신이 알고 있는 게임의 규칙을 정확히 알리고, 각 참가자가 위험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이는 ‘이해관계자 이해 존중’과 ‘인권 존중’의 실천이다. 기훈은 참가자들이 각기 다른 배경과 능력을 가지고 있음을 인식하고, 그들의 조건을 존중하는 태도를 보여준다.

반면, 거버넌스가 결여된 상황에서는 참가자들이 서로를 경쟁자로만 보고, 생존을 위한 협력보다는 자신만의 이익을 추구하는 경향이 강화된다. 이런 태도는 정보의 불평등, 권력 집중, 강제적 결정을 초래하며, 게임을 더욱 위험하고 불안정하게 만든다. 이는 거버넌스의 부재가 어떻게 사회적 불안을 초래하고, 공정한 결정을 방해하는지를 보여준다.

‘오징어게임 시즌2’는 단순히 서바이벌 게임을 묘사하는 것이 아니라, 현대 사회에서의 거버넌스와 사회적 책임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참가자들이 생존하기 위해서는 협력과 신뢰가 필수적이고, 이는 투명성과 윤리적 행동에 기반한 의사결정을 통해 이루어진다. 기훈의 지도력은 협력적 거버넌스의 좋은 사례로, 그가 보여주는 투명성, 윤리적 행동, 그리고 사람들의 생명을 존중하는 자세는 우리가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방법에 대한 중요한 교훈을 제공한다.

시즌2는 세번째 게임 이후 참가자가 네번째 게임 진행을 위한 재투표를 앞두고 기훈을 중심으로 한 참가자들의 반란으로 막을 내린다. 필사의 저항의 과정에서 프런트맨으로 복귀한 영일에 의해 기훈 일행은 위기를 맞이한다. 시즌3에서는 어떤 거버넌스를 그릴지 기대해 본다. 

 

 

글‧이윤진
문화평론가. ESG연구소 대표 겸 지속가능청년협동조합 바람 이사장. ESG연구자 겸 운동가, ESG 모든 분야를 자유롭게 넘나드는 하이브리드형 연구자 겸 운동가가 되고 싶어 계속해서 공부하고 다양한 경로로 집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