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연안 초토화하는 유럽 어업

2012-11-12     장세바스티앵 모라

세계 제1의 생선 수입국 유럽연합(EU)은 소비자들의 엄청난 식욕(EU 연간 1인당 생선 섭취량 22.3kg, 세계 평균 16kg)을 만족시키기 위해 공동어업정책(CFP)을 마련했다. 겉으로는 ‘천연자원 보호’를 내세우면서 대규모 산업식 어획을 장려하는 CFP로 아프리카 어장이 초토화되고 있다.

해양자원 고갈에 대한 경고는 일부 생태주의자들 '믿음'의 소산이 아니다. 20세기 말 캐나다 뉴펀들랜드의 대규모 어장에서 돌연 대구가 사라질 것을 예측한 사람은 없었다. 이 일로 전세계는 충격에 휩싸였다. 15세기 바스크인들이 잡기 시작한 이 한류 생선은 갈수록 남획되어 멸종 위기까지 오게 되었다. 1992년 캐나다 정부가 대구 어획 전면 금지 조처를 내렸음에도 사라진 대구는 다시 돌아오지 않았다. 그리고 이제 다른 바다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거대 수산회사들은 남은 어획량을 조금이라고 더 확보하기 위해 남극 연안까지 진출하고 있다. 남태평양 어장에서는 불과 20년 사이 전갱이 개체 수가 3천만 마리에서 300만 마리 이하로 급감했다. 같은 기간, 서아프리카 바다의 농어 수는 80% 이상 줄었다.

"우리는 앞으로 물고기 없는 바다를 보게 될지도 모른다."(1) 프랑스 해양개발연구소(Ifremer) 연구원 필리프 퀴리의 말이다. 그는 현재 세계 어업이 발전된 기술과 각종 보조금 덕분에 어획 적정량의 2배 반에 해당하는 물고기를 잡아들이고 있다고 경고한다. 야생 어종 보호는 종 다양성과 생태 보호를 떠나 인간 생존을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 생선은 지방산 등 영양이 풍부한 식품이다. 방글라데시, 감비아, 세네갈, 소말리아, 시에라리온 등 남반구 국가에서 섭취하는 동물성 단백질의 50%가 생선에서 공급된다. 아프리카에서는 가뭄이 닥쳤을 때 생선이 대안 식량으로 큰 몫을 한다. 가령 1974~75년 소말리아의 농업경제가 붕괴됐을 때 생선의 가치는 빛을 발했다. 그러나 유럽, 러시아, 한국, 일본 등의 대형 원양어선들이 아프리카 연안 열대 바다로 몰려오면서 현지 어업은 타격을 입었고, 식량 자급이 위협받게 되었다.

생산제일주의의 전형

2006년 12월, 캐나다 델하우지대학 보리스 웜교수가 이끄는 연구팀은 지금 추세대로라면 21세기 중반 인재로 인해(남획·생태파괴·오염) 주요 어종이 멸종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웜은 어류 남획을 기후변화나 화석연료 고갈만큼 심각한 문제로 보는 북미의 신세대 연구자들 중 한 명이다. 일반적으로 알려진 사실과는 달리 어업을 중단한다고 해서 사라진 물고기가 다시 돌아오는 것은 아니며, 특정 어종의 지속적인 생존이 산란량에만 달려 있는 것도 아니다. 생태학계에서 명성 있는 프랑스 출신의 해양생물학자 다니엘 폴리(브리티시컬럼비아대학 어업센터 책임자)(2)는 과도한 어획이 모든 먹이사슬에 영향을 미쳐 열대 해양생태계 전체를 돌이킬 수 없는 방식으로 파괴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바다는 마치 카드로 지은 집과 같아서 물고기가 사라져버리면 금세 독성을 띤 해초와 해파리들로 가득한 지저분한 물 웅덩이처럼 되어버린다. 일부 지역에서는 이미 시작된 현상이다."

지난 20년간 중국의 어획량 증가로 아시아가 세계 어업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현격히 증가했음에도 유럽은 여전히 어업 강국의 자리를 유지하고 있다. 유럽은 지구상에서 규모가 가장 큰 어장과 14만1천 명의 어부, 8만5천 척의 어선을 보유하고 있다. 지상에서 근무하는 어업 관련 종사자는 100만 명을 헤아린다. 마리아 다마나키 EU 집행위원회 어업담당 집행위원은 "재앙이 멀지 않았다"고 경고한다. "EU 어장의 88%가 과도한 어획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전세계 평균 25%보다 훨씬 높은 수치다. 수수방관하다간 내 나라 그리스 같은 꼴이 되고 말 것이다." 2011년 7월, 다마나키 집행위원이 제출한 EU CFP 개혁안이 2013년 1월 1일 발효를 앞두고 있다. EU 집행위원회는 2015년까지 EU 지역 해양 자원의 4분의 3을 '지속 가능' 수준으로 회복하겠다는 목표를 설정했다. 2002년 요하네스버그 세계정상회의에서 결의한 내용에 준하는 조처다. CFP는 1970년 처음 출범할 당시부터 생산제일주의를 좇는 농업 모델에 기초했기 때문에 어업에 적용하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가령 EU 집행위원회가 규정한 어획 허용량은 과학자들의 권고량보다 평균 48% 많았다. 1993~2008년, EU는 낡은 어선 폐기를 촉진하기 위해 13억 유로의 예산을 투입했지만 어업 노력(Fishing Effort)(3) 감축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다. 오히려 장비 현대화 덕분에 매년 3%씩 증가하는 추세다.

지난 10월 9일, 그리스 사태가 EU의 신자유주의적 편향을 폭로하는 시점에서, 개정 CFP의 기본 규정들은 유럽의회(EP)에서 무난히 통과될 것으로 보인다. 지나치게 비대해진 유럽의 어업 규모를 축소하기 위해 EU 집행위원회는 시범 조치로 시장에서 판매가 가능한 어업이용권(TFC) 도입을 제안했다. EU 처지에서는 비용이 한 푼도 들지 않는다는 장점이 있지만, 수산자원이 사유화되고 쿼터가 금융 투기의 대상이 되고, 재래식 어업이 사라질 위험이 있다. 유럽 녹색당 소속 의원 장폴 바세는 "집행위원회는 과도한 어획에 역사적 책임이 있는 기업식 어업의 손을 들어줬다"고 지적한다. 법적 차원에서 보면 어자원은 로마인들이 'Resomnis'라고 부르던 것으로, 모든 이들에게 속한 공동 재산이다. 수산자원 보호단체들의 연합인 오션2012의 스테판 보셰는 "접근권을 사유화하는 순간 자원은 사유화된다"고 경고한다.(4) 덴마크는 2003년 양도 가능한 어획쿼터제를 도입한 이후 덴마크 언론에서 '쿼터의 큰손들'이라고 이름 붙인 대기업 몇 곳이 어부들의 쿼터를 모조리 사들이는 사태가 발생했다. 2011년 7월 현재, 원양어업 분야에서 6억4400만 유로어치의 쿼터를 보유한 8개 어선이 덴마크 어획량의 4분의 1을 차지했다. EU 어장 내에서 각 회원국은 경쟁을 넘어 충돌을 벌이기도 한다. 유럽 전체 어선의 80%, 어업 분야 고용의 65%를 차지하는 스페인은 TFC를 유럽 어획 쿼터 확보를 위한 수단으로 여기고 있다. EP 의원들은 어업 이용권의 양도 가능성을 제한하는 개정 입법안 통과를 서두르고 있다.

다마나키 집행위원은 어획 쿼터가 한 곳으로 집중되는 것을 방지하고 소규모 어업을 지키기 위한 다양한 보호책이 준비돼 있다며 반대자들을 설득하기에 나섰다. 다마나키는 1973년 학생 활동가로서 그리스 독재 정부에 대항한 봉기에 참여한 전력이 있다. 그러나 지금은 대규모 선주들(EU 농업협의회 COGECA, 유럽수산기업연합 Europeche 등)의 입김에 흔들리는, 자유주의 성향이 강한 집행위원회 내부에서 고립된 신세다. 사실상 재래식 어업에 대한 실질적 대책이 부재한 상황에서 이 조직들은 집행위원회의 결정에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한다. 로비 규모에서 벌써 차이가 난다. 가령 재래식 어업을 지원하는 세계어업종사자원조협회(ICSF)는 EU에 단 한 명의 대표자만 파견한 상태다.

다니엘 폴리에 따르면, "어획량이 과도하게 증가하면서 어선들은 조업 범위를 지속적으로 확대할 뿐 아니라 저생생물들(5)까지 잡아들이게 된다. 이는 비용 증가, 지원금 의존도 상승이라는 결과를 초래한다." 그는 미국에선 연방정부가 나서서 과학적 조처의 엄격한 적용을 통한 경쟁 제한 노력으로 지속 가능한 어업을 보장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그러나 유럽에서는 지원금의 80%가 에너지 소비량은 가장 높은데 생산성은 가장 떨어지는, 어자원 남획의 주범인 어업 모델을 위해 쓰이고 있다. CFP의 개혁은 각 회원국의 이익 다툼만 초래하는 근시안적인 사회·경제적 해법을 지양하고 환경학적 개념으로 접근해야 한다. 연안어업 종사자 단체들은 양도 가능한 어획 쿼터 대신 환경·사회적 기준에 근거한 방법론을 제안한다. "가령 100t의 대구를 잡았다고 할 때 그것이 고용, 해양생태계, 이산화탄소 배출 등에 얼마큼 영향을 미칠지 계산하는 것이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이런 식의 접근 방법을 용납하지 않는다. 업계 대표들은 여전히 극도로 생산주의적 어업 모델을 고집한다." 스테판 보셰의 설명이다. "EU는 몇 척의 대형 어선에 쿼터를 몰아줄 것인지, 아니면 수산자원의 지속 가능한 관리와 지역 발전을 동시에 꾀할 수 있는 어업 방식을 유지할 것인지 선택해야 한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유럽의 어업 관련 논의에서는 생태계의 지속 가능성보다는 정치적 이해관계가 더 중요시된다. 좋은 예로, 프랑스 어업 담당 장관으로 임명된 프레데리크 퀴비예는 불로뉴-쉬르-메르의 거물급 선주들의 측근이다.

각 어선들은 특정 어종을 잡기 위해 해당 구역에서 특정 장비로 조업하지만 항상 '불필요한 어종'을 함께 잡을 수밖에 없다. 트롤선에 동승해보면 수많은 물고기, 갑각류, 새끼 상어들이 갑판에 가득 쌓여 있다가 바다로 버려지는 장면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2002~2005년 영국의 연구자 로버트 에니버의 통계에 따르면, 영국의 트롤선에 잡히는 물고기 세 마리 중 두 마리는 죽은 채로 바다에 버려진다고 한다. 시장의 압력이든 보조금 때문이든 트롤망은 세계에서 가장 많이 쓰이는 어업 도구다. 바다로 버려지는 전체 생선의 72%가 이 트롤망 조업 방식 때문에 발생한다. 수년 전부터 과학자들은 어부들과의 긴밀한 협력을 통해 좀더 섬세하게 어종 선별이 가능한 장치들을 개발하고 있다. 스코틀랜드와 노르웨이는 '폐기율 제로'를 목표로 한 규정이 도입되어 좋은 효과를 거두고 있다. 규정을 제대로 준수한 어선에 추가 쿼터 제공, 선상 감시카메라 설치, 어부·과학자·공공기관의 긴밀한 공조 등 다양한 노력이 진행되고 있다.

두 번째로 도입될 시범 조처는 비용이 전혀 들지 않는다는 장점이 있다. EU 집행위원회는 바다에 생선을 버리는 것을 금지하는 대신 불필요한 생선을 모두 양식용 사료로 만드는 방안을 내놓았다. 피니스테르 지역 어업위원회 서기 장피에르 카르발은 이 제안에 발끈하며 "어부들에게 실질적 이익을 돌려줄 수 있는 유도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해양개발연구소 연구원 장파스칼 베르제는 잡은 생선을 모두 실어 나르게 될 경우 장비 수명, 선상 작업 안전, 식용 생선의 위생 등에 문제가 생길 수 있음을 경고한다. 그린피스 활동가 프랑수아 샤르티에는 이 조처가 "해양자원 보존과는 아무 상관없는 가짜 해결책"이라고 비판한다. "유럽 당국이 양식업자들의 로비에 넘어간 결과"라는 게 그의 생각이다. 지난 7월 말, EU 각료 회의는 이 조처를 점진적으로 도입하겠다며 신중한 자세를 보였다. 그러나 생선 폐기 문제를 해결할 다른 대안은 나오지 않고 있다.

불법조업 봐주다 못해 장려하는 EU

EU 집행위원회가 이 조처의 이행 여부를 어떻게 확인할 것인지도 문제로 남는다. 실질적 관리 권한이 각 회원국에 맡겨져 있기 때문이다. 특히 프랑스나 스페인 같은 국가에서는 위법 사항을 슬쩍 눈감아주는 사례가 많다. 2011년 말, EU 사법 당국은 의무 사항 불이행을 이유로 프랑스에 5770만 유로의 벌금을 부과했다. 스페인에서는 2009년 갈리시아 지역 항구 두 곳에서 집행위원회의 감시원들이 고초를 겪는 사건이 발생했다. 그들은 호텔 주차장에 세워둔 자동차 바퀴가 모조리 구멍이 난 사실을 발견했지만, 10여 척의 어선에 대한 조사를 강행해 하루 대구 어획량이 200t에 달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그전 한 달 동안 해당 항구 두 곳에서 신고한 어획량은 620t에 불과했다.

생선과 해산물은 이제 국제무역에서 중요한 수출품이 되었다. 1975년에는 전체 어획량의 24%가 수출된 반면, 지금은 그 비율이 37%까지 상승했다. 다니엘 폴리는 세계화에서 비롯된 사회적·지정학적 패러독스를 지적한다. "생선을 많이 필요로 하지 않는 부유한 국가의 주민이 전체 어획량의 80%를 소비한다." 1979년부터 EU는 만성적인 과잉생산을 해결하기 위해 남쪽 국가로 생산시설을 이전하고, 아프리카 지역의 국가 구조가 허약한 틈을 타서 영리 목적이 강한 시장을 확대했다. 1979년부터 유럽과 아프리카 국가 사이에 양자 간 어업 협력 협정이 체결된 덕분에 가능한 일이었다. 기니(코나크리), 마다가스카르, 세이셸 등 아프리카·카리브·태평양 지역 15개국과 맺은 협정으로 유럽 총어획량의 약 8%(상업적 가치는 훨씬 크다)에 적용된다. 2011년 12월, EP는 모로코와의 어업 협정 갱신을 불허했다. 식량 안보 등의 문제 때문이 아니라 서사하라의 법적 지위가 명확하지 않기 때문이다. 지난 7월 말 갱신된 EU-모리타니 어업 협정의 내용을 보면 EU 공동어업 정책의 문제점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모리타니의 전 어업부 장관 셰이크 울드 아메드 바야는 경쟁관계에 놓인 EU와 중국의 틈바구니에서 실속을 챙기는 데 성공했다. 이제 EU는 매년 모리타니 정부에 세계 최고 수준인 1억1300만 유로를 지불해야 한다. 그 대가로 유럽 어선들은 모리타니 해역에서 거의 무제한으로 물고기를 잡아들일 수 있다. 이 협정으로 현지 재래식 어업은 큰 타격을 입게 됐다. 이론적으로는 EU의 연간 어획량은 30만7400t으로 제한되지만, "EU 집행위원회는 각 지역의 법적 제한 준수 여부를 감시하기 위한 활동을 제대로 진행하지 않고 있다." 공정어업협정연대(Cape) 활동가 베아트리스 고레스의 설명이다. 다른 협정 체결국들과 마찬가지로 모리타니는 유럽의 어선들을 감시·통제하기 위한 기술적·물적 수단을 갖추고 있지 못하다. 인구의 절반이 절대빈곤 상태인 모리타니에 EU가 지불하는 대가는 가장 큰 국가 수입원 노릇을 한다. 그러나 지난 10년 동안 모리타니 주민 1인당 해산물 소비량은 11kg에서 9.5kg으로 감소했다.

양자 간 어업 협정으로 지불되는 대가가 현지 고용 증진을 보장하지 못한다는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모리타니 북부의 누아디부만은 버려진 200여 척의 외국 폐선들로 몸살을 앓고 있다. 반면 멀리 수평선 쪽을 바라보면 거대한 스페인 트롤 어선이 조업하는 모습이 자주 눈에 띈다. 늙은 어부 살림 우에르다니는 "EU의 돈은 우리 어업 발전에 쓰여야 한다. 그러나 이곳에는 유럽의 거대 어선들뿐"이라고 말한다. 부패가 일상화된 이 나라에서는 무함마드 울드 압델 아지즈 정권의 측근들이 어업권과 관세 등의 관리 권한을 모두 장악하고 있다. 과거에는 프랑스의 유명인들이 연루된 비리사건이 신문지면을 장식하기도 했다. 장크리스토프 미테랑(미테랑 전 대통령 아들. 아프리카담당 대통령 자문관 역임)이 수산회사 이퀴드를 통해 불법자금을 세탁하다가 적발됐으며, 일명 '정어리 데데'(앙드레의 애칭)로 불리던 앙드레 겔피는 모리타니 정부를 상대로 사기 행각을 벌이기도 했다. 2008년 8월 6일 아지즈 장군이 쿠데타를 일으켜 대통령 자리에 오른다. 한편 유럽평의회는 2009년 한스게오르그 게르스텐라우어 위원의 입을 빌려 모리타니의 헌정 질서가 회복됐으므로 유럽과 "전면적인 협력이 가능하다"고 선언했다.

누가 소말리아 어부를 해적질로 내몰았나?

고레스는 양자 간 어업 협정이 여러 가지 득실이 있음에도 "선주들을 통제하는 최소한의 장치 구실을 한다"고 지적한다. "EU는 어업권 대가 지불 과정에 선주들의 더 많은 참여를 유도하는 식으로 자유주의적 정책을 확대하고 있다. 이런 식으로 갈 경우 EU는 이들에 대한 통제권을 완전히 상실하게 될 것이다." EU과 어업 협정을 맺지 않은 국가들의 상황은 더 좋을 것도 없다. 모리셔스와 앙골라는 세네갈과 마찬가지로 2006년부터 EU와 어업 협정 갱신을 중단했다. 그 후로 양국은 이른바 '세네갈화'라고 불리는 현상에 직면했다. 세네갈화란 어선들이 세네갈 국기를 달고 있어도 실제 소유주와 운영자는 외국인인 경우를 말한다. 보셰는 "지역 어부들이 식량 자급보다는 수출을 위한 어종을 잡기 시작하면서 지역 시장 공급에 큰 차질을 빚게 됐다"고 지적한다. 어업 협정과 세네갈화 현상으로 인해 지난 20년간 주요 어종(넙치·만새기·흰농어·날가지숭어) 개체 수가 75%나 감소했다.

소말리아처럼 국가가 붕괴한 경우는 더욱 심각하다. 유럽 어선들은 허가 없이 조업하거나 카타르에 적을 둔 마피아 기업들이 내주는 위조 허가증을 사용하기도 한다. 스페인의 거대 수산회사 페스카 노바, 브르타뉴의 냉동선 회사(Cobrecaf) 등이 이 시스템을 통해 큰 이익을 보고 있다. 이들은 인도양에서 한 해에 7만여t의 참치를 잡아들인다.(6) 키스마유, 베르베라, 모가디슈 등지에서는 라디오에서 끊임없이 '말라이'(소말리아어로 '생선'이라는 뜻)라는 말이 들린다. 대부분 소말리아 해역을 침범한 외국 어선들을 고발하는 내용이다. 영국 왕립국제문제연구소(Chatam House)의 로저 미들턴에 따르면, "외국 어선들의 어획량은 소말리아인의 생존까지 위협한다. 서구 어선들의 하루 어획량은 현지 어부들의 연간 어획량에 맞먹는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800여 척의 외국 선박들이 소말리아 해역에서 잡아들이는 참치·새우·바닷가재 등을 상업적 가치로 환산하면 연간 3억~4억5천만 달러에 달한다. 소말리아 과도정부의 연간 예산은 1억 달러에 불과하다. 해군 병력도 없다. 이런 상황에서 3300km에 달하는 해안선을 관리하고 외국 선박의 해역 출입을 통제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어업 지원금은 약탈 지원금"

모가디슈의 구항에서 만난 어부 압둘 자마는 "펀틀랜드의 소말리아인들이 어업을 포기한 것은 자신의 바다를 지키고 생존해나가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었다"라고 말한다. 그리고 그들은 해적이 되었다. 바스크 지역 소속의 대형 참치 냉동선, 알라크라나호와 아리자호가 각각 2009년, 2010년 해적의 공격을 받은 곳이 소말리아 배타적 경제수역 안이었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다. 그러나 소말릴랜드(미승인 독립국)의 베르베라 어업협동조합장 후쿤 후세인 유수프의 말은 아이러니가 느껴진다. "해적 덕분에 외국 선박들이 물러갔지만 그들은 이제 우리 주머니를 털기 시작했다." 지난 수년간 민병대 출신, 항해기술자, 사업가들이 어부 출신 주민들과 함께 만든 조직이 5개, 총인원이 1천 명에 이른다. EU는 이에 대한 대응책으로 2008년 12월 1억5천만 유로의 예산이 투입된 '아탈란타 작전'을 개시했다.(7) 스페인과 프랑스 해군은 순양함과 정찰기 등을 대거 투입하는 등 작전에 적극 협조했다. 그러나 이 작전의 목적은 해적 소탕이지 유럽 어선의 불법 조업 근절은 아니었다. 작전 지휘를 맡은 영국의 피터 허드슨 사령관은 불법 조업 감시는 자신의 역할도, 임무도 아니라고 못박았다.(8)

스페인 갈리시아 지방의 리베이라에 적을 둔 선주회사 비달 아르마도레스의 사례는 원양어업과 관련한 좋은 거버넌스가 얼마나 절실한지 보여준다. 2008년 4월 발생한 사건이 가장 전형적이다. 뉴질랜드 해양 당국은 나미비아 국적의 급속냉동선 팔로마 V호에 대한 수색작업을 벌였다. 이 배에는 북한 국적의 칠보산33호, 블랙문호, 스페인 국적의 벨마호, 갈래시아호가 잡아들인 생선이 실려 있었다. 이 네 척의 어선은 사실상 모두 비달의 소유였다. 이 사건으로 편법적 관행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블랙문호는 그때까지 7년 동안 도리타에서 시작해 매그너스, 에올로, 레드문, 이나마카, 갤럭시, 마지막으로 블랙문까지 6번이나 이름을 바꾼 것으로 밝혀졌다. 같은 기간 우루과이에서 시작해 세인트빈센트 그레나딘, 북한, 적도기니 등 국적도 계속 바꾸었다. 그러나 비달은 아무 처벌도 받지 않았다. 그러기는커녕 스페인 정부에서 360만 유로의 지원금까지 받았다. 그중 260만 유로는 '어업 분야 연구' 지원금 명목이었다. 그린피스 스페인 지부의 에스테 몬테로는 "어떻게 하면 더 많이 자원을 약탈하고 항만 당국을 더 부패하게 만들지 연구하는 데 쓰라고 준 지원금"이라며 분노한다.

EU는 일부 어업 협정을 손보는 동시에 관세 철폐, 교역 자유화를 목적으로 한 경제협력협정(EPA) 추진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EPA에 포함된 어업 관련 사항은 기존 어업 협정보다 더 많은 문제점을 내포한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EU가 수산물 수입 장벽을 계속 유지하겠다고 선언하자, 2007년 말 상당수 아프리카 국가들은 임시 어업 협정을 거부하고 나섰다. 그러나 EU는 물러서지 않았다. 여러 단체와 크리스티안 토비라(현 프랑스 법무장관) 같은 국회의원들(9), 유엔 식량권 특별조사위원 올리비에 드 쉬터 같은 이들은 "EU가 '개발원조' 중단 위협까지 동원하며 제3국에 압력을 행사하고 있다"고 비판한다.(10) 또한 코트디부아르 같은 국가에 특혜를 제공하는 등의 방법으로 반대국의 분열을 조장하고 있다. 그러나 EU는 물고기가 하나의 '생산물'이기 이전에 야생동물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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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장세바스티앵 모라 Jean-Sébastien Mora 언론인

번역 정기헌 guyheony@gmail.com

(1) Philippe Cury & Yves Miserey, <물고기 없는 바다>, Calmann-Levy, 파리, 2008.
(2) 그는 여러 국제 상을 받았다. 2005년에는 ‘생태학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코스모스 상을 받았다.
(3) 특정 해역에서 일정 기간 어선 한 척이 동원하는 모든 어획 수단을 말한다.
(4) Stéphane Beaucher, <30년 내에 물고기가 모두 사라진다면? 어류 남획과 해양생태계 파괴>, Les petits matins, 파리, 2011.
(5) 저생생물(底生動物·benthos)은 바다나 하천 밑바닥에서 사는 동식물을 통틀어 이르는 말이다.
(6) Mohamed Abshir Waldo, ‘The two Priacies in Somalia’, <Africa Analysis>, 2009년 1월 8일, africaanalysis.co.za.
(7) 필리프 레마리, ‘국제사회, 소말리아 해적과의 전쟁’,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2008년 12월호.
(8) Radio France Internationale, 2009년 8월 2일.
(9) Marie Bazin, ‘EU의 공세’, Billet d‘Afrique, n°214, 파리, 2012년 6월. ‘어업 협정: 정치가 국제 비즈니스와 한패가 될 때’, Christiane Taubira 보고서, 스트라스부르, 2008년 6월 16일.
(10) ‘Development: small island states stand up to EU’, Inter Press service(IPS), 로마, 2007년 8월 6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