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저 씨, 당신 제정신입니까!”
니콜라 텐저는 윤년을 특히나 좋아한다. 2024년 2월, 이 전문가는 29일 하루 동안 방송 출연을 세 번이나 더해 그달 들어 누적 출연 횟수를 33회에서 36회로 늘렸다. 그의 개인 웹사이트에 꼼꼼히 기록된 방송 출연 일정을 보면 지난해 11월에는 30일 동안 무려 41번이나 출연했다. 4년 전 2월만 해도 그가 마이크 앞에 선 것은 고작 여섯 번이었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그의 미디어 노출을 대폭 늘렸고, 그가 택시를 타고 <BFM TV>, <프랑스 앵포>, <LCI> 방송국으로 향하는 빈도가 잦아졌다. 그는 시청자들의 주의가 쉽게 흐트러지는 이들 방송의 특성과 짧은 방송 시간에 맞춰 자신의 주장을 늘어놓는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우리의 전쟁”이며, 블라디미르 푸틴은 “인류의 적”이고(<RFI>, 2024년 4월 30일), 러시아인들의 태도는 “그들과의 어떠한 협상도 영원히 불가능하게 만든다”(X, 2024년 12월 14일)는 것이다. 또한 “현재의 러시아는 나치 독일과 다를 바 없기 때문에”(<레코>, 2024년 2월 1일) 서방은 1945년 연합군이 베를린에서 했던 것처럼 모스크바에 ‘항복’을 강요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러시아 트롤(troll-거대한 괴물)들과 달리, 텐저가 자신이 싫어하는 사람들을 히틀러에 비유해도 사람들은 난처한 웃음을 지을 뿐이다. 에콜 노르말 쉬페리외르(국립 고등사범학교), 시앙스 포(정치대학), 국립행정학교(ENA) 출신이라는 이력 때문인지, 그의 터무니없는 발언도 실제보다 더 의미심장하게 받아들여지는 듯하다.
하지만 어떤 이들은 이에 속지 않는다. 지난해 12월 7일, 텐저는 <프랑스 퀼튀르(France Culture)>에서 니콜라 사르코지의 전 장관이자 외교 정책 전문가인 피에르 를루슈와 토론했다. 둘 다 열렬한 대서양주의자들이다.
그러나 를루슈는 우크라이나 전쟁의 책임이 모스크바뿐만 아니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에도 있다고 판단했다. 크렘린과의 공모 혐의를 받을까 두려워 기가 죽은 토론자들을 상대하는 데 익숙한 텐저는 마치 연습문제 풀 듯 자신의 주장을 늘어놓았다.
“도대체 무슨 말씀을 하시는 겁니까, 텐저 씨?” 를루슈가 투덜거렸다. “누가 러시아의 무조건 항복을 받아내겠다는 겁니까? 이게 무슨 농담입니까? 20억 명의 사망자를 낼 핵전쟁을 촉발시키자는 말씀을 하고 계시니, 이는 치명적인 농담이네요.”
조건반사처럼, 텐저는 <프랑스 앵테르>, <르푸앙>, <LCI>가 사용하는 입막음용 논리를 들고 나왔다. “그건 러시아식 담론입니다.” 이에 즉각적인 반박이 튀어나왔다. “제가 러시아 스파이라는 말씀이신가요? 저는 평생 친 CIA 인사로 여겨졌고, NATO 의회 의장을 지냈으며, 평생 대서양주의자로 여겨져 왔습니다!”
그때 텐저는 또 다시 진부한 신보수주의적 논리를 늘어놓았다. “아우슈비츠와 마리우폴을 잇는 긴 역사가 있습니다. 그리고 오늘날 우리가 직면한 진정한 문제는 뉘른베르크(뉘른베르크 전범 재판, 1945~1946)에서 제기되었던 그 질문입니다. 의도적으로 극악무도한 짓을 저지르는 정권과 과연 평화를 이룰 수 있습니까?”
를루슈는 수단에서 벌어지는 전쟁과 똑같이 치명적인 다른 전쟁들이 현재 진행 중인 점을 지적하며(두 토론자 모두 이스라엘을 지지하므로 가자는 언급하지 않음), 러시아의 잔혹성이 특별하다는 텐저의 주장을 반박했다.
텐저는 고집을 꺾지 않았다. 물론 “세계 핵전쟁의 위험이 항상 존재하지만, 우리가 우크라이나에서 물러선다면 우리가 다음 목록에 오를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따라서 NATO를 투입해, 우크라이나 영토에 주둔한 러시아군을 제거해야 합니다.”
를루슈가 “당신은 러시아와 전쟁하기 위해 우크라이나에 들어가자고 하는데, 왜 당신이 직접 가지 않습니까?”라고 말하자, 텐저는 “그건 소셜 미디어의 저급한 트롤들이나 하는 말입니다”라며 으스댔다.
이번에는 를루슈가 참지 못했다. “이제 제가 트롤이란 말입니까?! 잠깐만요, 당신 같은 사람과는 토론이 불가능할 뿐만 아니라, 당신은 그냥 미쳤어요! 혼동론자, KGB, 트롤이라니, 정신 차리세요! 당신과 다르게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는 걸 인정할 수 없나요?”
왜 그가 인정하겠는가? 이 주제에 대해서라면, 2월 29일이라도 방송 스튜디오에서 진정한 반대자를 만날 위험은 거의 없다. 2028년에 다시 만나기를 기원한다. 물론 그때까지 텐저가 핵전쟁을 일으키는 데 성공하지 않는다면 말이다.
글·세르주 알리미 Serge Halimi & 피에르 랭베르 Pierre Rimbert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언론인
번역·성지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