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에서 무너져가는 프랑스의 성(城)
세계 지정학(geopolitics)이 재편되는 가운데 프랑스가 새로운 전환점을 맞고 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의 특사이자 전 장관인 장마리 보켈이 아프리카 주둔 프랑스군 재편에 관한 보고서를 제출하려던 2024년 11월 말, 파리는 뜻밖의 소식을 접했다. 과거 프랑스의 식민 지배를 받았던 세네갈과 차드가 프랑스와 맺은 방위협정을 끝내기로 결정한 것이다.
또 두 곳이 줄어 이제 세 곳이 되었다. 지난해 11월 28일 단 몇 시간 만에 프랑스군은 아프리카 대륙에서 두 거점을 더 잃었다. 하나는 200년 동안 한 번도 떠난 적 없고 아직도 350명의 병력이 주둔한 세네갈이고, 다른 하나는 40년 넘게 주둔해온 차드다.
특히 차드는 현재 천 명의 병력이 있으며 프랑스가 가장 많은 해외 군사 작전(1968년 이후 여섯 차례)을 펼친 곳이다. 이 두 나라에서 1,350명의 프랑스 군인들이 철수하고 나면 프랑스는 아프리카에 지부티, 코트디부아르, 가봉 세 곳의 군사기지만을 보유하게 되며, 병력도 2022년 8,500명에서 2,000명 미만으로 대폭 줄어들게 된다.
이는 프랑스에 큰 타격이다. 지난 3년간 프랑스의 정치·군사 지도자들이 사태를 주도하지 못하고 끌려다녔기 때문이다. 이번에는 2022년과 2023년 말리, 부르키나파소, 니제르에서처럼 수천 명의 현지 시위대가 청백적색 국기를 불태우며 비난하는 가운데 쫓겨난 것은 아니다.
이번 철수는 위에서 차분하게 결정됐다. 파리는 세네갈의 바시루 디오마예 파예 대통령이 프랑스 언론과 가진 인터뷰를 통해 이 소식을 접했다. 프랑스군 철수는 파예 대통령이 속한 정당 ‘노동·윤리·우애를 위한 세네갈 아프리카 애국당’(파스테프, PASTEF)의 주요 요구사항 중 하나였지만, 파리의 낙관론자들은 세네갈의 새 정부를 설득해 프랑스군의 철수 시기를 미룰 수 있을 것이라 기대했었다.
프랑스군, 이미 아프리카 ‘경찰’ 역할을 상실
차드의 경우, 프랑스 외무장관 장노엘 바로가 수도 은자메나를 막 떠난 시점에 단순한 성명으로 발표된 이 결정은 충격파를 던졌다. 처음에는 아무도 이를 믿지 않았다. 한 프랑스군 고위 장교가 ‘이상적인 항공모함’이라고 표현했듯이 차드는 오랫동안 아프리카 대륙의 전략적 요충지로 여겨졌을 뿐만 아니라, 수십 년간 특별한 관심을 받아온 믿음직한 동맹국이었다.
특히 1990년부터 집권해 온 데비 왕조는 무장 반군에 맞서 여러 차례 프랑스의 항공력과 정보력 덕분에 위기를 모면했다는 사실을 잊지 않고 있었다. 1960년 독립 이후 약 50차례의 해외 작전(‘오펙스’)을 수행하며 오랫동안 아프리카의 ‘경찰’로 불린 프랑스군에게 이러한 세력 손실은 역사적 전환점이 되고 있다.
프랑스군은 2013년 1월 말리에서 지하디스트 무장단체의 공세를 저지하기 위해 긴급 투입된 ‘세르발 작전’처럼, 이제는 수 시간 안에 아프리카 대륙에 개입할 수 있게 해주던 수단과 편의를 더 이상 가질 수 없게 된 것이다.
2023년 2월, 프랑스 대통령은 사하라 이남 지역의 프랑스 군사 체제를 끝내지는 않더라도 전면적으로 재검토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현재와 같은 군사기지 형태가 더 이상 우리의 모델이 되어서는 안 된다”라고 마크롱은 ‘프랑스-아프리카 관계’를 주제로 한 연설에서 밝혔다. 그는 프랑스군 병력을 상당 수준 줄이고 현지 협력국들의 존재감과 참여를 강화하겠다고 발표했다.
프랑스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군사 쿠데타로 말리와 부르키나파소에서 쫓겨난 직후였다. 서아프리카 곳곳에서 프랑스의 정책을 반대하는 시위가 잇따르고 있었다. 프랑스의 간섭을 더 이상 용납할 수 없다는 현지 군 장교들의 입장 때문에, 프랑스의 군 수뇌부와 정치 지도자들은 (마침내) 현지 주민들과 해당 국가들의 군대를 대하는 태도를 시급히 바꿔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프랑스의 아프리카 정책 딜레마… 패러다임의 전환
마크롱 대통령의 연설 이후, 행정부와 군 고위 장교들, 대통령 진영의 국회의원들은 더 큰 ‘신중함’과 ‘경량화된 주둔’, 나아가 ‘패러다임의 전환’을 약속했다. “오늘날 우리는 협력 관계를 완전히 뒤바꾸고 있습니다. 협력국이 자신들이 하고 싶은 일을 결정하는 것입니다”라고 에르베 피에르 장군은 2023년 5월 하원의원들 앞에서 밝혔다. “우리의 주둔은 그들의 기대에 부합할 때만 의미가 있습니다”라고 티에리 부르카르 프랑스군 합참의장도 2024년 1월 하원의원들 앞에서 강조했다.
수 개월간 프랑스군 수뇌부는 두 가지 필수 조건을 충족하는 새로운 체제를 연구했다. ‘협력국’이라 불리는 현지 지도자들의 의지를 반영하면서도 영향력을 유지할 수 있는 수단을 보존하는 것이었다. 실현하기 까다로운 균형이었다. 프랑스의 전략적 구상에서 특별한 지위를 차지하며 1,500명의 병력을 주둔시킨 지부티 기지는 필수적이라 여겨져 제외되었고, 나머지 모든 기지는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겪어야 했다.
프랑스군 병력은 기지당 수십 명만 남기고, 기지를 반환하는 대신 주둔국과 공동 관리를 제안할 예정이었다. 핵심은 지켜져야 했다. 기지의 완전 폐쇄는 전혀 고려 대상이 아니었다. 장미셸 자크 하원의원은 2023년 5월 제출한 보고서에서 이러한 기지들이 “우리의 군사력을 투입할 수 있는 능력을 유지하는 데 핵심적”이라고 설명했다. 마크롱 진영의 국방위원장은 “대통령이 제시한 새 전략 덕분에 아프리카에서 우리의 군사 주둔과 영향력을 전면 포기해야 하는 위험을 피할 수 있게 됐다”라고 강조했다.(1)
프랑스의 전략 전환, “다른 방식으로 잔류하기”
아프리카에서의 프랑스 국방 정책을 다룬 보고서에서, 토마 가시루 하원의원은 파리의 지배적인 입장을 “다른 방식으로 잔류하기”라고 요약했다. 정계 진출 전 프랑스 육군에서 복무했던 이 엘리제궁 측근은 프랑스의 운명이 “아프리카의 운명과 맞닿아 있다”면서, 이 때문에 “전략적 밀착 관계를 새롭게 구축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그는 “강력한 대응이 없다면 우리는 위상이 떨어지고 프랑스어권 아프리카에서 우리의 영향력이 더욱 약화되는 위험에 직면할 것”이라고 강조했다.(2)
부르카르 프랑스군 합참의장은 “역풍이 불 때는 향후 복귀를 전제로 한 일시적인 후퇴도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우리는 신속하게 규모를 축소하고 현지 상황에 조용히 적응할 수 있어야 합니다. 나중에 우리의 체제를 재정비하더라도 말입니다. 우리의 체제는 현지 군 당국과의 관계를 유지하고, 해상과 항공을 통한 전략적 접근로를 확보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춰야 할 것입니다.”
프랑스는 계속해서 아프리카의 향방에 영향력을 미쳐야 한다. 2023년 5월 프랑스와 아프리카의 ‘새로운 관계’를 특집으로 다룬 월간지 <국방 리뷰(Revue Défense nationale)>에서 제롬 펠리스트랑디 장군은 포기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TV 출연을 자주 하는 이 고위 장성은 “오히려 지금이야말로 다른 방식으로 행동해야 할 때입니다. (…)영향력을 행사하는 전략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합니다”라고 힘주어 말했다.(3)
같은 호에서, 퇴역 장군인 브뤼노 클레망볼레는 프랑스의 ‘사명’은 “야심 차고 견고하며, 현실적인 전략을 결정하고 실행함으로써 강대국으로서의 지위를 되찾는 것”이라고 주장했다.(4)
군사 협력 방식 전환, 아프리카 영향력 지속 추구
이는 국제사회에서의 위상, 특히 프랑스어권 아프리카에 대한 영향력을 근거로 정당화되어 온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지위와 관련된 문제다. 이는 단순한 영향력의 문제만은 아니다. 군부에게 아프리카는 군인과 장비를 훈련시키기에 완벽한 환경(특히 반사막 지역)이며, 높은 수당과 빠른 승진 기회, 공유된 유산, 그리고 모험의 땅이다.
“우리 군사 문화에는 아프리카에 대한 애착과 향수가 깊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새로운 체제로 인해 군 경력의 매력도가 떨어지지 않을까요?”라고 공화당의 장루이 티에리오 의원은 국회에서 열린 부르카르 청문회에서 우려를 표명했다.
이에 군사 협력 방안을 새롭게 할 필요가 있다. 주둔 규모를 줄이면서 잃는 것은 협력 강화를 통해 (다시) 되찾아야 한다. 마크롱 진영의 또 다른 의원이자 전직 군인인 레티시아 생폴은 이를 필수 ‘후속 조치’라고 강조했다.
협력은 탈식민지 시대 이후 프랑스 전략의 핵심이었다. 프랑스 지도부가 정치적 갈등을 군사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주요 수단으로 해외 작전을 활용하기 시작한 것은 1970년대부터다. 이는 ‘재규어 외교’(1973년 실전 배치된 전투기의 이름을 따온)시대의 시작이었다. 이러한 시대는 2022년 ‘바르칸 작전’(프랑스가 2014년 8월부터 사헬 지역에서 시작한 대규모 군사 작전.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세력 타격)의 실패와 함께 막을 내렸을 수 있다.
군사기지를 아카데미로 전환, “중대한 전환점” 평가
프랑스는 이제 현지 군대와의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협력을 현대적 방식으로 재정비하려 하고 있다. 군사기지를 반환하는 대신, 이를 학교나 아카데미로 전환해 프랑스와 해당 국가가 공동으로 운영하는 ‘국립지역전문학교(ENVR)’로 변모시키겠다는 구상이다. 이 계획은 새로운 것이 아니라 1990년대로 거슬러 올라가며, 현재 코트디부아르, 세네갈, 베냉, 가봉, 카메룬 등 아프리카 전역에 19개가 운영 중이다.
이들 학교는 매년 약 3,000명의 아프리카 장교와 부사관을 양성하며, 이를 통해 ‘특별한 유대’를 형성하고 있다. 프랑스는 이러한 ENVR 시설을 적극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이 임무를 담당하는 곳은 프랑스 외교부 산하 ‘안보 및 방위 협력국(DCSD)’으로, 주로 아프리카를 대상으로 활동하고 있다.
2023년 기준, 해외에 파견된 313명의 협력 요원 중 대부분이 아프리카 대륙, 특히 과거 프랑스의 ‘특권 지대’로 불리던 지역에 집중되어 있다. 지난해 7월 9일, DCSD 국장 레지스 콜콩베 장군은 가봉 수도 리브르빌에서 ‘국방군 행정학교(EAFDL)’ 개교식을 열었다. 이 기지는 환경 및 천연자원 보호 아카데미도 함께 포함하고 있다. 콜콩베 장군은 연설에서 이를 “역사적 진화”이자 프랑스-가봉 관계의 “중대한 전환점”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이러한 학교들의 목적은 단순히 아프리카 군인들을 훈련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프랑스 상원 의원들 앞에서 장마리 보켈은 지난해 5월, 이 학교들이 “해당 국가들에 대한 물류, 인적, 물질적 접근을 유지하기 위한 수단”이라고 밝히며, 이는 “유사시를 대비한 발판을 확보”하려는 의도라고 설명했다.
니콜라 사르코지 정권 당시 프랑스-아프리카 관계의 단절 선언으로 잘 알려진 전 장관 장마리 보켈은 이 문제에 오랜 관심을 가져왔다. 그의 아들이 2019년 말리에서 프랑스군 복무 중 사망한 개인적 경험 또한 그에게 영향을 미쳤다. 지난해 2월, 마크롱 대통령은 그를 아프리카에서 프랑스 군사 배치 재구성을 논의할 특별 대사로 임명했다. 그의 역할은 아프리카 각국 정상들과 협의하고, 군사 배치 재편에 대한 제안서를 작성하는 것이었으며, 이는 차드와 세네갈의 발표 사흘 전에 제출되었다.
“어정쩡한 절충안을 선택했다”는 비난도
보켈의 임명은 그의 이력을 반영한 논리적 선택이었다. 2013년 10월, 당시 상원의원이었던 그는 동료 제니 로르죄와 함께 작성한 「경쟁의 중심에 선 아프리카에서 프랑스의 역할」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현재 프랑스 전략의 핵심을 요약했다. 보고서에서 그는 “프랑스는 그곳에 있어야 할 의무가 있다”라고 주장하며, 아프리카에서의 군사적 존재가 프랑스의 미래 경제 성장에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프랑스의 군사적 주둔에 아프리카적 정체성을 부여해야 한다”고 제안하면서도, 당시 운영 중이던 8개의 군사 거점은 “유지되어야 한다”라고 결론지었다.(5)
그러나 그것은 과거의 이야기였다. 당시 프랑스는 말리에서 세르발 작전을 성공적으로 수행하며 다수의 아프리카 국가로부터 지지를 받았고, 중앙아프리카공화국에서는 상가리스 작전을 준비하고 있었다. 그 시절 프랑스는 어느 정도 긍정적인 평가를 받는 위치에 있었다.
하지만 11년이 지난 지금, 프랑스는 오히려 외면받는 존재가 되었다. 티에리 비르쿨롱 연구원 은 “프랑스-아프리카 관계를 군사적 관계에서 벗어나게 하기보다는, 새로운 군사 협력 모델을 만들려고 하면서 프랑스 정부는 결국 누구도 만족시키지 못할 어정쩡한 절충안을 선택하고 있다”고 지적한다.(6)
프랑스군의 주둔은 가봉과 코트디부아르에서 주요 대선 쟁점으로 부상할 가능성이 크다. 가봉에서는 2023년 9월 쿠데타로 봉고 가문이 축출되었고, 코트디부아르에서는 2025년 대선이 예정되어 있다. 이러한 상황을 고려할 때, 프랑스가 결국 이들 국가에서도 철수하게 될 가능성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
글·레미 카라욜 Rémi Carayol
저널리스트
번역·성지훈
(1) 장미셸 자크, 「국방 및 군사 위원회 명의로 작성된 보고서, 2024~2030년 군사 계획법 및 국방 관련 다양한 조항」(보고서 번호 1234), 프랑스 하원, 2023년 5월 12일 제출.
(2) 토마 가시유, 「프랑스의 아프리카 방위 정책에 관한 위원회 청문 기록」(보고서 번호 2461), 프랑스 하원, 2024년 4월 10일 제출.
(3) 제롬 펠리스뜨랑디, 「쓰러지는 나무가 자라는 숲보다 더 큰 소리를 낸다」, <국방리뷰(Revue Défense nationale)>, 제860호, 파리, 2023년.
(4) 브루노 클레망-볼레, 「프랑스, 진정한 균형 강대국으로 돌아가다」, <국방리뷰(Revue Défense nationale)>, 제860호, 2023년.
(5) 제니 로르죄, 장마리 보켈, 「경쟁 속 아프리카에서 프랑스의 존재’에 대한 작업 그룹의 정보 보고서」(보고서 번호 104), 외교·국방·군사 위원회 명의, 프랑스 상원, 파리, 2013년 10월.
(6) 티에리 비르쿨롱, 「프랑스-아프리카 군사 관계의 딜레마, 재구성할 것인가, 단절할 것인가?」, 프랑스 국제관계연구소(Institut français de relations internationales), 2024년 11월 18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