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유해도서 금지, 과연 아이들을 보호할까
1949년 7월 16일 제정된 ‘청소년 문학 규제법’은 여러 차례 개정됐는데, 미성년자가 볼 수 있거나 읽을 수 있는 성인용 서적도 이 법의 적용 대상이다. 실제로 처벌받는 경우는 드물지만, 대신 자기검열이 그 역할을 대신하고 있다. 출판사들은 신고당할 수 있는 내용은 아예 처음부터 수정하는 걸 택한다. 이게 과연 아이들을 보호하는 걸까, 아니면 특정한 도덕관을 지키려는 걸까?
2023년 7월 17일, 티에리 마니에 출판사가 청소년 문고에서 낸 책이 미성년자 판매 금지 처분을 받았다. 이 문제의 책은 1년 전 출간된 마누 코스의 『너무 작아(Bien trop petit)』였으며 그때까지 책의 판매량이 많지 않았는데, 이 판매금지 명령이 오히려 예상치 못한 홍보 효과를 가져왔다.
소설가 니콜라 마튜가 인스타그램에서 팔로워들에게 어린 시절 독서 체험을 이야기해달라고 요청하자, 청소년 도서인 『너무 작아』가 청소년에게 판매 금지된 것에 대한 분노와 함께 많은 사람이 성을 배우고 성 정체성 형성에 있어서 독서와 글쓰기가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증언했다.
청소년 문학 규제는 1949년 7월 16일 법률 제49-956호의 규정에 따른 것이었다. 이 법안은 당시 각기 다른 이유로 여러 정치세력의 지지를 얻었다. 보수 가톨릭은 1904년 『읽을 소설과 금지할 소설』을 쓴 루이 베들레엠 신부의 사상을 따라 도덕적 타락 방지를 내세웠고, 개신교와 세속주의자들은 교육 현대화의 수단으로 보았다. 공산주의자들은 1934년 미키마우스 잡지가 들어온 이후 미국 문화의 영향력 확대와 저가 만화의 시장 잠식을 우려해 이 법을 지지했다.(1) 나치 점령기라는 암흑의 시기가 지나고 사회가 크게 동요하던 때에 이 법은 적용되었다.
갖가지 이유로 검열된 청소년 문학
이 법은 공포 이후 여러 차례 개정됐는데, “그 성격과 표현, 목적상 주로 아동과 청소년을 대상으로 하는” 모든 출판물에 적용되며(제1조), “아동이나 청소년의 도덕성을 해칠 수 있는 출판물에 대한 그 어떤 광고나 판촉도 포함해서는 안 된다”(제2조)고 규정한다. 여기서 “도덕성을 해친다”는 말은 도덕적 의식을 약화한다는 의미로 해석해야 한다.
입법자의 정의가 모호성을 해소하지 못했음에도, 이런 금지사항들이 제대로 지켜지는지 감시하기 위해 ‘청소년 출판물 감시통제위원회’가 만들어졌고, 이 위원회는 국사원(정부에 대한 법률자문 및 행정재판 업무를 수행하는 프랑스의 국가기관-역주)의 위원인 위원장을 포함해 16명으로 구성됐다.
폭력과 절도가 오랫동안 위원회의 주요 우려 대상이었다. 가톨릭 정신을 중시하는 벨기에 출판사 뒤퓌(Dupuis)는 여러 번 검열을 당했고, 때로는 출판사 스스로 검열을 예상하고 미리 대처하기도 했다. 1953년, 총기 장면이 너무 많다는 이유로 시리우스가 그린 만화 『푸른 매』 시리즈를 아예 중단한 것이 그 예다. 같은 해, 앙드레 프랑캥(André Franquin)의 만화 『스피루 모험』도 내용에서 권총들을 없애라고 요구했다.
위원회의 검열 조치는 갖가지 이유로 이어졌다. 1953년, 장-미셸 샤를리에의 작품 『버크 대니』는 한국전쟁을 다루었는데, 두 권의 만화책이 발간되자 위원회는 출판사에 “이후 이야기는 실제가 아닌 가상의 나라를 배경으로” 하도록 요구했다.
1965년에는 장 로바(Jean Roba, 1930~2006)의 작품 『불과 빌의 60가지 개그』에서 “가련한 강아지를 갖가지 방법으로 고문하는” 장면들(강아지의 귀가 비틀린 장면 등)을 삭제하고 출간하도록 했다. 1977년에는 베르크와 코뱅의 작품 『고릴라와 달러왕』에서 “경찰이 매우 폄훼되어 그려졌다”는 이유로 아예 출간을 금지했다.(2)
반항의 힘, 검열을 넘어서
하지만 검열의 역사에는 한 가지 일관된 점이 있다. 그것은 바로 검열의 목표나 의도가 과도하게 크고 지나치게 포괄적이라는 점이다. 그래서 검열은 이러한 과도한 야망에 비해 현실적으로는 제한된 방식으로 작동하며, 산발적으로만 영향을 미칠 뿐이다. 파리 10구의 유니베르 BD 서점 주인이자 카날 BD의 창립자인 올리비에 말트레는 할머니가 보던 잡지 <순례자(Le Pèlerin)>에서 일부 삽화 이야기가 위원회의 도덕적인 검열을 피했던 기억을 떠올린다.
1961년 만화 ‘빅 빌 파괴자(Big Bill le casseur)’ 같은 코믹스 스타일(미국식 만화의 특징을 차용한 작품을 지칭)의 작품을 그린 작가이자 출판인이던 피에르 무쇼(쇼트라는 필명으로 활동)가 유죄 판결을 받기까지 7년이나 걸렸다. 무쇼는 이후 사면되었지만, 결국 만화 작업을 포기하게 되었다.
논란이 된 만화를 서점 진열대에 그대로 둔 서점 주인을 두둔하며 다른 서점 주인은 이렇게 말했다. “모든 것을 다 통제할 수는 없습니다. 만화는 본질적으로 반항적인 매체예요. 검열이 완벽해질 수는 없습니다.”
이는 아무리 강력한 검열이라도 창작자와 독자 간의 소통을 완전히 막을 수 없음을 보여주는 사례라 할 수 있다. 전시가 금지된 책을 진열대에 놓아둔 서점 주인을 옹호하며, 변호사 모리스 가르송은 그의 의뢰인이 단지 300프랑(오늘날 약 5유로에 해당)만의 벌금형을 받도록 하는 데 성공했다.(3)
금지된 작품들, 다시 태어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검열은 제14조를 통해 강력한 도구를 손에 넣었다. 해당 조항의 초기 내용은 “외설적이거나 포르노적인 성격, 범죄를 다룬 내용”으로 인해 청소년에게 위험을 초래할 수 있는 모든 형태의 출판물을 대상으로 했으며, 이후 통제 범위를 확대해 “접근성, 표현 방식, 판매 경로로 인해 미성년자들이 직접 읽거나 볼 가능성이 있는” 성인 대상의 출판물까지 포함하게 되었다.
판매, 전시, 광고 금지는 종종 하나의 작품이나 정기 간행물의 생명을 끊는 데 충분했다. 제14조의 희생 작품 중에는 장클로드 포레의 만화 『바르바렐라』(Barbarella)』(Le Terrain vague, 1964)가 있다. 이 작품은 ‘수정된’ 형태, 즉 누드 장면을 줄인 버전으로 다시 출간되었다. 피에르 기요타의 소설 『에덴, 에덴, 에덴(Éden, Éden, Éden)』(Gallimard, 1970)은 1981년에야 금지가 해제되었다. 또한 주간지 <하라키리 에브도(Hara-Kiri Hebdo)>는 1970년 ‘전시 및 포스터 광고 금지’ 명령을 받아 종간되었지만 이후 <샤를리 에브도(Charlie Hebdo)>라는 이름으로 다시 태어났다.
검열의 법과 금지된 이야기들
검열 전문가이자 언론인 베르나르 주베르는 “좌파가 집권하면 1949년 법이 폐지될 날이 올 것이라는 이야기가 있었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1982년, 위원회의 의견을 바탕으로 내려진 명령에 따라 『프로로』(Prolo, 1982, 엘비프랑스)가 금지되었다. 이 작품은 은유적으로는 고용주들을 ‘짓밟고’, 나아가 고용주들의 아내들과 관계를 맺는 성적으로 과감한 노동자를 주인공으로 하고 있었다.
1987년 12월에는 ‘인종적 증오’와 ‘마약’이 제14조의 기준에 추가되었다. 그리고 두 달 후, 『히틀러=SS』(데 구리오와 뷔예민, 1987)의 코믹텔 버전(만화 잡지 <하라키리>에서 출간된 작품)도 금지되었다.
1990년, 매직 스트립에서 재출판된 동일한 작품 또한 다시 금지되었다. 해당 명령에서는 이 작품이 “홀로코스트와 강제 수용소에서의 학살을 극도로 경멸적으로 묘사하면서 나치 잔혹 행위로 인한 희생자들의 죽음을 가장 모욕적인 방식으로 표현했다”라고 명시되었다.(4)
검열과 상상력의 경계에서
베들레엠 신부에서 새로운 음모론에 이르기까지, 사실 보호되는 것은 아이가 아니라 특정한 사회와 도덕에 대한 관점이다. 즉, 검열의 목적이 표면적으로는 공공질서(사회적 안정이나 법적 질서)를 보호하려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특정한 도덕적 기준이나 사회적 관념을 유지하고 강화하려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가장 최근의 활동 보고서에서 위원회는 2018년 이후 “개인이나 범죄 및 급진화 예방을 위한 정부 간 위원회의 신고를 통해 이슬람 출판사의 일부 작품들을 검토하게 되었다”라고 밝혔다.(5) 검열자들은 청소년을 순진하고 취약한 존재로 묘사하며, 기회가 주어지면 쉽게 타락할 수 있다고 믿는다.
하지만 그들은 상상력이 지닌 다양한 기능, 즉 삶의 여러 측면과 마주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역할을 간과하는 듯하다. 상상력은 성인이 되어가는 과정에서 중요한 단계를 마련해 준다. 그렇다면, 검열자들이 우려하는 것처럼 소설과 만화가 정말로 그렇게 큰 위험을 초래할까? 그리고 창작자들에게 강요되는 자기검열이 그들이 주장하는 것처럼 과연 무해한 것일까?
변호사들에게 사전 검토받는 출판사들
실제로 부과된 제재는 드물다. 2020년, 위원회가 145권의 작품을 검토했지만, 단 3권에서만 지적 사항이 나왔다. 그럼에도, 출판사들은 점점 더 변호사들에게 자사의 출판물을 검토받고 있다. 법 적용이 불확실한 상황에 직면한 출판사들은 출판 전에 위험을 평가한 뒤, 일부 삽화를 수정하거나 내용을 재작성하는 등의 결정을 내리려 한다.
또한, 일부 출판사는 청소년용 도서에 경고문을 첨부하거나 연령 제한을 설정하며, 책을 비닐 포장 상태로 판매하기도 한다. 서점들도 이에 대응해 나름의 역할을 하고 있다. 예를 들어, 프랑스 남부에 위치한 로데즈의 서점 ‘메종 뒤 리브르’(Maison du Livre)에서는 다크 로맨스(dark romance), 즉 종종 도덕적 또는 법적으로 비난받을 수 있는 관계를 다루는 로맨스 소설의 하위 장르가 청소년 독자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고 있지만, 성인 도서와 함께 판매되고 있다.
반면, 북부 아라스의 젊은 독자들은 퓨레 뒤 노르(Furet du Nord) 서점의 진열대에서 이 장르의 베스트셀러 중 하나인 『아델린의 그림자(L’Ombre d’Adeline)』(론시에르 작)를 비닐 포장된 상태로 볼 수 있었다. 이 책에는 “틱톡에서 조회 수 10억 회 이상!”이라는 스티커가 붙어 있었다. 이러한 주의 조치가 항상 책의 홍보에 불리하게 작용하는 것은 아니다.
글·바티스트 데리크부르 Baptiste Dericquebourg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프랑스어판 기자
번역·김주현
(1) Thierry Crépin 및 Thierry Groensteen (편집), 『매 페이지마다 살인을!(On tue à chaque page!)』, Éditions du Temps, 로잔, 1999.
(2) 「검열됨?」, www.toutspirou.fr
(3) Maurice Garçon), 『검열에 맞서(Contre la censure)』, Les Belles Lettres, 파리, 2016.
(4) Bernard Joubert, 「만화 금지의 반세기」, 9e Art, 제4호, 앙굴렘, 1999년 1월.
(5)어린이 및 청소년 대상 출판물 감시 및 통제 위원회, 「2018-2020 활동 보고서」, www.justice.gouv.f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