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보수주의 물결에 체념한 스프링스틴
록 문화의 가장 유명한 분석가 중 한 명인 그레일 마커스는 브루스 스프링스틴(Bruce Springsteen)의 앨범 <네브래스카(Nebraska)>(1982) 발매 직후에 이 앨범이 “로널드 레이건의 미국에 대한 가장 완벽한 저항과 거부의 선언”이었다고 썼다.
최근 두 출판물이 이러한 평가를 조명했다. 작가이자 음악가인 워렌 제인스는 이 앨범의 탄생 과정에 집중했고, 음악 평론가 스티븐 하이든은 그 후속작인 유명한 <본 인 더 유에스에이(Born in the U.S.A.)>에 주목했는데, 이 앨범의 동명 곡은 앨범 <네브래스카>를 위해서도 녹음되었지만 수록되지 않았다.
스프링스틴은 이를 나중에 실수라고 여겼는데, 특히 이 어쿠스틱 버전의 절제미가 <본 인 더 유에스에이> 앨범의 전기 버전이 가진 군대식 리듬을 상쇄했을 것이기 때문이었다. 이것이 그가 가장 성공적이라고 여긴 <네브래스카>에 대한 유일한 후회였다. <본 인 더 유에스에이>가 상업적으로는 성공했지만, 스프링스틴은 이에 대한 의구심과 심지어 약간의 당혹감을 숨기지 않았다.
제인스의 흥미진진한 에세이는 마커스의 평가에 미묘한 차이를 두었다.(1) 그는 <네브래스카>가 내밀한 차원을 가졌지만, 이 앨범이 록커의 어린 시절인 1950년대의 폭력적이고 폐쇄적인 미국의 초상화를 그렸다고 강조했다. 로널드 레이건의 미국보다는 연쇄 살인마 찰스 스타크웨더의 미국이 <네브래스카>의 상상력을 구조화했다.
1957년 말부터 1958년 초까지 중서부에 피의 자취를 남긴 이 남자는 테렌스 맬릭 감독의 영화 <배드랜즈(Badlands)>(1973)와 이 노래에 영감을 주었다. 하지만 제인스가 지적했듯이 두 작품의 묘사는 달랐다. 영화감독은 낭만적인 해석을 했지만, 음악가는 범죄의 잔혹성과 무의미함을 강조했다.
<본 인 더 유에스에이> 앨범의 녹음 세션은 그의 비관적이고 환멸에 찬 인식을 확인시켰다. 활기찬 록 음악의 외향성 뒤에는 <댄싱 인 더 다크(Dancing in the Dark)>의 연약하거나 길 잃은 인물들, <다운바운드 트레인(Downbound Train)>에서 자신의 사생활의 실패를 바라보거나 <마이 홈타운(My Hometown)>에서 도시의 쇠퇴를 바라보는 인물들의 운명이 숨겨져 있었다.
녹음 세션 동안 스프링스틴은 <네브래스카>의 스타일로 곡들을 쌓아갔는데, 일부는 <총이 있는 모든 집(Gun In Every Home)>이나 <살인 주식회사(Murder Incorperated)>와 같은 곡들로, 폭력적인 미국의 탐구를 이어갔다. 스티븐 하이든은 미공개로 남은 ‘클랜스맨’이라는 곡에 대해 길게 다루었는데, 이 곡은 한 젊은 미국인이 폭력적인 인종차별단체인 KKK(Ku Klux Klan)에 가담하는 이야기를 다루었다.(2)
두 앨범은 형식적으로는 대조적이었다—하나는 DIY 미학으로 집에서 녹음되고 스프링스틴이 모든 악기를 연주했던 반면, 다른 하나는 사운드의 완벽함을 추구했다—하지만 제인스와 하이든이 강조했듯이 이 둘은 분리할 수 없는 한 쌍이었다.
하이든은 스프링스틴의 가장 많이 팔린 앨범(3천만 장)을 변화하는 문화적 맥락 속에 위치시켰다. 뮤직비디오와 MTV 채널의 등장, 레이건주의의 승리와는 다른 방식으로(톰 페티, 존 멜렌캠프, R.E.M.) 미국의 깊은 속내를 음악적으로 들려주려는 시도들이 있었다.
하이든은 이 아티스트들과 그들의 앨범들의 상업적 성공만큼이나 그들의 무력함도 상기시켰다. 1984년 <롤링스톤> 매거진에서 스프링스틴이 말했던 미국의 하트랜드와 그 선함은 결국 신보수주의 물결에 묻혀버렸다. 하이든의 에세이 제목이 잘 말해주듯이, 스프링스틴이라 할지라도 “할 수 있는 일이 아무것도 없었다.” 최근 콘서트 티켓 가격 폭등과 티켓마스터(3)라는 거대 티켓 판매업체의 ‘다이나믹 프라이싱’ 도입을 둘러싼 논란, 그리고 이 모든 것을 스프링스틴이 수용한 것은 적어도 그의 체념을 보여주었다.
글·파브리스 자보 Fabrice Szabo
문화평론가
번역·김주현
(1) Warren Zanes, Deliver Me From Nowhere. The Making of Bruce Springsteen’s <Nebraska>, Crown, New York, 2024, 320 pages, 18 euros.
(2) Steven Hyden, 『There Was Nothing You Could Do』, Hachette Books, New York, 2024, 272 pages, format ebook, 14,99 euros.
(3) Jean-Christophe Servant, 「아주 비싼 콘서트」,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2024년 10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