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 속의 캠핑

2025-01-31     그레고리 르젭스키 |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프랑스어판 기자

캠핑, 거기서 우리는 다시 만나고, 어쩌면 드디어 사랑에 빠진다. 여름이 저물어가는 가운데, TV 시리즈 <캠핑 파라다이스(Camping paradis)>는 <TF1> 채널에서 19번째 시즌을 시작한다. 파비앵 오테니앙이 만든 영화 <캠핑> 3부작 시리즈는 2006년 이후 1,200만 명 이상의 관객을 모았다. 심지어 작가주의 영화들도 고뇌에 찬 예술가나 학업이 늦어진 학생 같은 캐릭터들을 캠핑에 머물게 한다.

예를 들어, 엘레오노르 생타냥(Eleonore Saintagnan)의 2024년 작 <호수의 캠핑(Camping du lac)>은 가스가 누출되는 엔진 실린더 문제를, 기욤 브락(Guillaume Brac)의 2020년 작 <돌진(À l’abordage)>은 바퀴 허브의 손상으로 차고에 갇힌 상황을 각각 다루었다.

 

“서로를 바라보는 대신 서로를 인식하게 될 것”

사람들이 부품이 도착하기를 기다릴 때, 생각지도 못한 일이 벌어진다. 수영장에서의 화해, 모빌 홈에서의 시간적 여유, 그리고 함께 살아가는 사회에서 계급 없는 어울림이 이어진다. 
프랑스의 환경주의 지도자 마린 통들리에(Marine Tondelier)는 여름의 며칠을 브르타뉴의 캠핑장에서 보냈다고 이야기했다. 그녀는 “우리는 이제 얼굴을 맞대고 살지 않고, 나란히 살아갈 것이며, 서로를 바라보는 대신 서로를 인식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한다.

프랑스 공산당(PCF)의 당서기인 파비앙 루셀(Fabien Roussel)도 남코르시카에서 텐트를 쳤다. 두 사람 모두 <리베라시옹>지에 자신들의 캠핑 경험을 알리고 싶어 했다. 통들리에는 “거품 파티”를, 루셀은 “올림픽을 보며 아페로(술과 안주)”를 즐겼다. 이미 <르피가로>지와의 인터뷰에서 통들리에는 간단한 삶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고, 루셀은 캠핑장 2번 자리에서의 자신의 일상을 이야기했다.(1) 이것은 영화 <캠핑> 속의 인물 자키가 17번 자리에 있는 것과 비슷하다.

<캠핑> 3부작의 첫 번째 작품은 한 은퇴자의 혼란을 다루고 있다. 예약 소프트웨어의 오류로 인해 그는 자신의 카라반을 18번 자리에 설치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이미 고장이 난 차로 인해 주요 이야기가 엉킨다. 주인공인 외과 의사는 프랑크 뒤보스크(Franck Dubosc)가 연기하는 노동자와 텐트를 공유하게 된다. 평론가 프랑수아 루팽은 “부르주아는 결국 대중적인 사회성에 빠져들고, 떠나기 싫어지게 된다!”며, 이 영화가 왼쪽 정치 성향을 띤다고 이야기한다.

그는 이 영화를 이브 부아세(Yves Boisset)의 1974년 작 <뒤퐁 라주아(Dupont-Lajoie)>와 비교한다. “레저 스포츠 페탕크를 즐기는 평범한 프랑스 남자가 캠핑을 가서, 어린 소녀를 성폭행하고 이를 마그레브 출신 사람의 탓으로 돌리면서 집단 구타를 유발한다. (…) 이런 영화는 68혁명 이후 좌파 문화가 ‘프롤레타리아트’를 비판하는 맥락에서 만들어졌다.”(2) 부아세의 영화는 1973년에 남프랑스에서 알제리 이민자 50여 명이 살해된 인종 폭력의 맥락에서 만들어졌다.

반면, 오테니앙의 영화는 주로 방탕한 노동자와 이기적인 외과 의사를 훈계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외과 의사는 차가 수리되자마자 도망친다. 진정한 민중의 모습은 캠핑장에서, 현실과 허구 모두에서 찾아볼 수 있다는 생각이 자리 잡는다.

 

캠핑, 노동자 계급에서 더 선호되는 숙박 옵션

20세기 초, 영국의 상류층은 캠핑과 독일, 스위스의 젊은이 운동에 영향을 미쳤다. 이들은 진보의 폐해에 경악했다. 프랑스에서는 전쟁 이후, 유급 휴가의 연장과 자동차의 확산과 함께 캠핑이 대중화되었다. 캠핑을 즐기는 인구는 수백만 명에 달했다.

1959년에는 소음을 줄이기 위해 캠핑을 규제하는 법령이 제정되었다. 1968년에는 캠핑장 규정이 새로 제정되었고, 농업의 쇠퇴로 인해 캠핑장이 새로운 수익원으로 급속히 증가했다. 30년 만에 캠핑장의 수는 3배로 늘어났고(1995년에는 8500개), 캠핑장 자리는 열 배로 늘어났다(93만 개).

이는 ‘영광의 30년’(2차 대전 후 1945~1975년 약 30년 동안의 경제적 호황기-역주) 시기 동안 판매된 80만 대의 카라반과 점점 더 늘어나는 휴가객들의 일부를 수용하기 위한 것이었다.(3)

1964년과 1994년 사이, 여행 경험률은 45%에서 60%로 증가했고, 이는 특히 농민이나 독립사업자들의 혜택으로 이어졌다. 노동자들도 마찬가지였다. 경제적인 이유로, 캠핑은 노동자들에게 더 선호되는 숙박 옵션이었다(23% 선택). 반면, 관리층과 간부들은 8.5%만 캠핑을 선택했다.(4)

그러나 최근 몇 년 동안, 캠핑은 지적인 소시민들 사이에 취향이 없는 선택으로 간주되었고, 심지어 정치적 오판으로 여겨졌다. <샤를리 엡도(Charlie Hebdo)>와 <리베라시옹(Libération)>에 따르면, 캠핑은 파트릭 세바스티앙(Patrick Sébastien)의 대중적인 코미디나 축구처럼 우파 취향의 것이라고 여겨진다.

이제는 좌파가 카라반을 타고 다니는 사람들을 덜 비웃고, 오히려 그것에 매료되기까지 한다면, 그것은 주로 이러한 생활 방식이 점점 희귀해져 가고 있기 때문이다.

영화 <캠핑 3>(2016)은 감정을 담아 이런 이야기를 전했다. 한 다국적 기업이 플로 블뢰(Flots bleus) 캠핑장을 인수하고 매니저를 임명한 후, 가격을 올리고 텐트와 카라반이 자리 잡을 수 있는 몇 ㎡만을 남겨두었다. 더욱이 그 자리는 캠핑장 맨 끝에 위치해 있다. 이제는 (사용료가 좀 더 비싼) 이동 주택과 방갈로에 더 집중한다.

 

대기업이 등장시킨 4~5성급 캠핑장

이러한 변화는 허구가 아니다. 실제로, ‘임대용’으로 불리는 이러한 부지에서 발생하는 수익 덕분에, ‘나대지’로 남아 있는 부지는 이제 프랑스 내 캠핑장의 절반에 불과하다(2011년에는 70%였다).

일부 대기업들은 캠핑장을 인수하거나 프랜차이즈화하고 있다. 이들은 4성급 및 5성급 캠핑장의 비율을 절반 가까이 끌어올리며 고급화를 가속하고 있다. 이 부문의 매출은 40억 유로로, 30년 전보다 다섯 배 증가했으며, 그 놀라운 수익성은 투자자들을 매료시키고 있다.

아드리앙 글로아귀앙(Adrien Gloaguen)의 예를 들어보자. 파리에서 세련된 호텔들을 운영하는 귀드 뒤 루타르(Guide du routard) 창업자의 아들은 최근 브르타뉴에 4성급 캠핑장을 개장했다. <르피가로>는 “샬레와 이동 주택의 편안한 침구, 해변으로의 전용 접근이 가능한 빈 여유공간의 긴 의자, 그리고 지역 식재료를 사용한 훌륭한 식사”를 높이 평가했다(2024년 
6월 20일).

이곳 30㎡의 이동 주택에서 한 주를 보내면 1,000유로, 인근 투렌의 위토피아(Huttopia)에서 50㎡ 크기의 오두막에서 한 주를 묵으면 2,000유로를 내야 한다. 글래머러스(glamorous)와 캠핑(camping)을 결합한 ‘글램핑(Glamping)은 “야생적이면서도 편안한 캠핑의 환상”을 실현한다고 위토피아의 설립자 필립 보산느는 <르피가로>에 자랑했다. 그의 회사는 욕실이 완비된 텐트, 바이오 냉방 시스템, 디지털 디톡스 등의 제품을 취급하기도 한다.

2023년 여름, 캠핑장 방문객 증가의 주요 원인은 외국인들의 유입이다. 변화된 캠핑장 서비스는 일반 고객층을 크게 끌어들이지 못하고 있다.

 

다른 세계를 펼쳐내는, 시간이 멈춘 듯한 순간

지난 3년 동안 프랑스인의 3분의 1이 캠핑장을 방문했으며, 이들 중에는 고등 교육을 받은 사람들의 비율이 전체 인구와 동일하다.(5) 그러나 캠핑 자리 확보에 어려움을 겪는 저소득층 퇴직자들은 자신들의 카라반을 판매하려 시도하고 있다. 수천 명의 프랑스인이 이러한 어려움을 겪고 있고, 일부는 카라반을 몇백 유로에 급매하고 있어 그 가치는 크게 떨어졌다.

저서 『캠핑 생활하기(Vivre au camping)』에서 사회학자 가스파르 리옹(Gaspard Lion)은 “카라반의 개조나 이동 주택의 사용이 프랑스에서 주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안이 되어가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이 현상은 1990년대에 장기 거주를 위해 설계된 이동 주택이 등장하면서 더 확산되고 있다. 10만 명 이상이 캠핑장에서 살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전통적인 시장에서 만족할 만한 주거를 찾지 못한 사람들은 반(半)유동적인 소유권을 선택하거나, 노숙 대신 카라반을 선택한다. 가스파르 리옹은 이러한 다양한 사례들을 보여주지만, 이들 모두는 캠핑장 소유자에게 절대적으로 의존한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캠핑은 또한 가장 저소득층만의 주거 문제가 아니다. 캠핑은 여름철 수천 명의 불안정한 시즌 노동자들을 수용하며, 연중 내내 이동 노동자들과 저임금 근로자들을 수용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원자력 하청 노동자의 40%와 로프 공사 인력의 25%가 이러한 캠핑장에서 거주한다.(6)

이로 인해 어쩔 수 없이 택하게 되는 서민계층의 여가 활동과 문화 취향적인 소시민 계층의 여름철 상상 사이의 격차는 더욱 커지고 있다. 혼자 걷는 산책자의 몽상과 인민전선(1930년 대의 프롤레타리아 정권)의 신화가 얽혀 있는 이 상상 속에는 여전히 진지한 열망이 남아 있다.

녹음이 우거진 곳, 평범하지만 품위 있는 생활을 꿈꾼다. 각자의 자리에서 함께 사용하는 위생 시설, 파에야를 먹고 노래방에서 노래하며 다시 시작되는 ‘체니유’(chenille-애벌레의 꿈틀거림처럼 사람들끼리 줄을 서서 서로의 허리를 잡고 이동하는 프랑스의 전통적인 단체춤)…. 일상의 무거운 짐에서 벗어나, 그토록 가깝지만 멀리 있는 또 다른 세계를 펼쳐내는 시간이 멈춘 듯한 순간을 원하고 있다.

 

 

글·그레고리 르젭스키 Gregory Rzepski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프랑스어판 기자

번역·아르망


(1) <리베라시옹> 2024년 8월 9일 자; <르피가로> 2024년 7월 31일 자; https://madame.lefigaro.fr, 2024년 7월 12일.elphine Kowalski), 「프랑스인의 휴가: 꿈과 현실」, 생활조건 연구 및 관찰 센터(Crédoc), 파리, 1995년 6월. 또한 실비 몽테이로(Sylvie Monteiro), 「프랑스인의 휴가」. 
(2) 티보 브루탱이 저술한 『장 지로의 라 수프 오 쇼(La Soupe aux choux de Jean Girault)』, 크리네(벨기에), 2023년에 실린 인터뷰.
(3) 파스칼 고(Pascale Got)와 장-루이 레오나르(Jean-Louis Léonard)가 작성한 경제 문제 위원회 보고서, 2010년 9월 29일, www.assemblee-nationale.fr.
(4) 안 델핀 코왈스키(Anne-Delphine Kowalski), 「Les vacances des Francais : des rêves a la réalité 프랑스인의 휴가: 꿈에서 현실로」, Centre de recherche pour l’étude et l’observation des conditions de vie (Crédoc), Paris, juin 1995. 
실비 몽테이로(Sylvie Monteiro), 「Les vacances des Francais. Tendances longues et résultats détaillés de 1993 à 1994 프랑스인의 휴가. 1993~1994년 장기간 동향 및 세부 결과」, <Insee Résultats>, 제451~452호, <Consommation – Modes de vie>, 제80~81호, 파리, 1996년 3월 참고.
(5) 질 발레종(Gilles Valaison), 「2023년 관광 시즌. 비거주 고객이 복귀를 확정하다」, <Insee Focus>, 제306호, 2023년 9월 27일, www.insee.fr. 또한 ‘프랑스인과 캠핑’, 2023년 3월, www.ifop.com 참고.
(6) 다니엘 바르바(Danièle Barbat) 외, 「핵 하청업체 근로자의 생활, 작업, 건강」, <Références en santé du travail>, 제136호, 파리, 2013년; 베네딕트 비그날(Bénédicte Vignal), 바스티앙 술레(Bastien Soulé) 및 이자벨 로고스키(Isabelle Rogowski), 「프랑스 로프 액세스 작업자의 부상에 대한 역학 연구. 작업 조건과 부상 유형에 대한 현황」, 클로드 베르나르 리옹-1 대학, 2017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