엉뚱한 사람들의 깨달음
소설 초반에 주인공 비루는 15살이다. 비루는 엄마를 싫어하고, 힌두교 신자임에도 무슬림들의 집에서 식사하는 것을 좋아해 엄마에게 혼난다. 비루는 펀자브의 작은 마을 카스바(현재 파키스탄에 위치)에서 친구들의 엄마를 부러워하며 시간을 보낸다. 이웃 사람들은 시크교인, 무슬림, 힌두교인들로 서로 그럭저럭 어울려 살지만 마음속에는 악감정과 질투도 있다. 소설의 배경은 영국의 인도 식민지 시대가 끝나가고 파키스탄이 독립해 탄생할 무렵이다. 인도와 인도 내 무슬림 지역(훗날 파키스탄) 사이의 긴장감은 점점 커지고 폭력적으로 되어간다. 비루는 이런 소용돌이 속에서 성장한다. 그로부터 몇 년 뒤 비루는 파란만장한 인도의 혼란한 상황과 살육을 피하기 위해 형성된 평화위원회를 보게 된다. 상황이 진정되는가 싶더니 1947년 유혈 소동이 일어나 소설 속 등장인물이 이에 얽히게 된다.
여기서 아이들의 눈으로 보는 어른들은 비겁하거나 불행하거나 위선자다. 이제 인도의 적은 영국 식민지배자가 아니라 이웃들이다. 힌두어 작가 중 위대한 작가 반열에 오른 크리슈나 발데브 바이드는 광기 어린 동족상잔에 참여하지 않는 유일하고 특이한 인물로서 미친 사람들과 청소년들을 그린다. 비루 친구들의 자유로운 정신은 소설의 큰 힘이 되고 교훈을 준다. 미친 사람과 청소년만이 성과 종교의 터부를 깨고 다양한 정체성을 보여줄 수 있다. 크리슈나는 냉소, 시적인 감성, 부조리함을 작품 속에 많이 나타낸다.
이웃이 절도를 하고 서로 죽이는 동안 비루는 카스바 마을의 현인에게 질문한다. 왜냐고? 사람들은 바보이거나 미쳤으니까…. 왜냐고? 거친 존재들이니까. 왜냐고? 인간이니까.
소설 <다른 시대를 위한 레퀴엠>은 몽상과 현실이 뒤엉키고 대화는 연극적이다. 진실은 건조하기 때문에 약간 미화할 필요가 있어서다.
크리슈나는 사뮈엘 베케트의 작품을 번역했고 프랑스 문학에 조예도 깊지만, 영어로 된 인도 문학에 익숙한 독자들이 많은 프랑스에서는 잘 알려지지 않았다. 인도에서는 도발적 문학 스타일 때문에 비주류 작가로 남아 있다. 2010년 힌디어 아카데미상을 놓친 이유인 그의 인도에 대한 반체제 사상 때문이다. 그러나 인습을 타파하려는 시도와 지혜는 크리슈나의 뛰어난 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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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나이키 데스크스네Naiki Desquesnes
번역 이주영 ombre2@ilemonde.com 한국외국어대 통번역대학원 졸. 역서로 <못생긴 씨앗 하나>(2012)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