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피노자, 규방 철학
'사랑이란 무엇인가?' 오랫동안 다뤄진 철학적 질문이다. '사랑을 나눈다'는 것은 무엇인가? 이상하게도 이 문제는 오랫동안 철학자들이 거의 다룬 적이 없다. 철학과 성욕을 아우르는 저서들이 최근에야 나온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앙드레 콩트스퐁빌의 최근 저서(1) 역시 '인간의 은밀한 부분'에 관심을 갖는다. 성적 본능이 에로티즘으로 변신하는 인간의 은밀한 부분을 앙드레는 인간의 본성이라 생각한다. 올리비아 가잘레 역시 저서 <철학적으로 당신을 사랑해>(2)에서 성욕을 다루는 인간의 방식에 대해 알아본다. 성욕이야말로 인간적인 부분을 잘 보여주는 대상이다. 성에 대해 다룬 저서가 현재 많이 나오는데, 그만큼 내면적 부분을 다루는 철학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성을 철학적으로 유쾌하게 다룬다.
<섹스와 철학>(3)은 개그에 해당한다. 이 책은 철학교수와 외설문학가가 공동으로 집필한 것으로, 섹스는 철학가들이 직접 다루기 꺼리기 때문에 철학적으로 철저하게 외면받았다고 본다. 플라톤에서 마르틴 하이데거에 이르기까지 유명 철학가들의 사상을 인용한다. 챕터별 제목도 '데카르트와 더 기하학적으로 사랑을 나누다', '칸트 오럴섹스 혹은 다른 사람의 취향' 등으로 두 저자는 포르노그래피를 콘셉트로 한다. 가끔은 서정적인 문구도 나온다.
스피노자 철학을 전공하는 베르나르 포트라는 저서 <에티카 섹슈알리스>(4)에서 인간의 쾌락을 다룬 스피노자 철학 개념이 들어간 <윤리학>(1677)을 재해석한다. 스피노자 철학을 해석하며 합리적이고 도덕적인 성생활 조건에 대해 질문해보는 방식이다. 섹스가 직접적으로 다뤄지는 얼마 안 되는 스피노자 철학서의 구절을 기반으로 성욕에 대한 스피노자의 철학을 재구성한다. 스피노자는 성욕을 악으로 보지 않는다. 스피노자는 다만 성욕이 인간의 행동력을 높이는 데 좋거나 효과적인지에만 관심 있다. 서로 성적으로 끌리는 것은 독점적 사랑을 전제로 하기 때문에 간접적으로 슬픈 결과를 낳는다. 스피노자를 금욕을 비판하고 욕망을 추구하는 철학자로만 보는 사람들은 기쁨은 성적 쾌락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는 스피노자의 사상에 놀라움을 금치 못할 것이다. 포트라의 이론에 따르면, 스피노자는 어렵고 드물게 하는 것이야말로 건전한 성생활로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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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크리스토프 바코냉 Christophe Baconin
번역 이주영 ombre2@ilemonde.com
(1) André Comte-Sponville, <섹스도, 죽음도 아니다>(Le sexe ni la mort), Albin Michel, 파리, 2012.
(2) Olivia Gazalé, <철학적으로 당신을 사랑해>(Je t’aime à la philo), Robert Laffont, 파리, 2012.
(3) Francis Métevier & Ovidie, <섹스와 철학>(Sexe et philo), Bréal, 파리, 2012.
(4) Bernard Pautrat, <에티카 섹슈알리스>(Ethica Sexualis), Payot Rivages, 20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