낡은 세계에 맞서라, 학생 동지들이여!

빈곤 문제로 저항의 목소리가 가라앉은 프랑스 대학가

2025-02-28     마엘 마리에트 | 기자

다섯 명 중 한 명의 학생은 끼니를 걸러야 하는 나라가 프랑스다. 그런데 이러한 현실에 대한 저항의 목소리는 의외로 작다. 여러 이유가 있다. 당장의 경제적 어려움이 학생운동 참여를 막고, 정치에 대한 불신이 노동조합 활동을 약화시키며, 학생들이 단결할 만한 공동의 큰 이슈도 찾기 어렵다. 이는 결국 젊은이들이 자신의 의지와 무관하게 이 개혁에서 저 개혁으로 떠밀려 다니는 오늘날의 현실을 보여주는 것이다.

 

오늘날 학생들을 움직이게 하는 것은 무엇인가? 그리고 프랑스 고등교육에 등록된 300만 명의 학생 중에서 실제로 행동하는 사람은 누구인가? 지역적이든 전국적이든, 학생들의 반대 운동은 지난 15년 동안 점점 줄어들었고, 시위 행렬도 한층 더 희미해졌다. 전국적인 규모로 진행된 마지막 주요 학생 시위는 2018년 ‘진로 및 학생 성공법(ORE법)’에 반대하는 운동이었다.

그러나 이 운동은 실패로 끝났다. 정부는 파르쿠르쉬프(Parcoursup, 프랑스의 대학 입학 원서 접수 플랫폼)를 통해 대학 입학 과정에서 ‘선별제’(대학이 기존의 추첨제나 선착순 방식에서 벗어나 신입생을 성적, 동기, 역량 등을 기준으로 선택할 수 있는 제도—역주)를 강행했다.

1986년에는 수십만 명의 대학생과 고등학생들이 같은 개혁(알랭 데바케 고등교육부 장관이 추진한 대학의 학생 선별권 강화와 등록금 인상이 주된 내용—역주)안을 막아냈다.(1) 그리고 20년 후, 첫 고용 계약법(CPE) 역시 대규모 시위의 압박 속에서 정부가 결국 이를 철회해야 했다.

 

프랑스 대학생들의 빈곤, 언론의 무관심

1968년 5월, 전후 인구급증 물결이 밀려들었다. 이를 수용할 수단이 부족했으며, 특히 신설 대학들에서 그러했다. 공사 중이던 낭테르에서는 2년 만에 등록생 수가 두 배로 늘었다.(2) 2010년 이후 고등교육 기관의 학생 수가 30% 이상(3) 증가한 것도 대학들의 재정 부족에 부담이 되었고, 여기에 학생들의 극심한 빈곤 문제(4)까지 더해졌다.

노조, 협회, 청년단체들은 이러한 상황을 정기적으로 고발하고 있다. 학생 5명 중 1명은 충분한 식사를 하지 못하고 있으며, 절반에 가까운 학생이 학업과 일을 병행하고 있다. 고등교육 학생 두 명 중 한 명은 주거환경이 열악하고, 절반 이상이 지난 12개월 동안 의료 진료 받는 것을 포기했으며, 10명 중 8명이 불안에 시달렸다.(5) 그러나 같은 단체들은 이러한 빈곤을 초래하는 정책들에 대항하여 대중을 움직이거나 언론의 관심을 끌어내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다른 형태의 행동들과 다른 이슈들이 언론인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예를 들면, 2022년 명문 공과대학인 아그로파리테크 졸업식에서 학생들이 “전반적으로 사회적, 생태적 파괴에 동참하도록 조장하는 교육”(6)을 비판한 연설에 언론의 관심이 모아졌다.

최근에는 팔레스타인을 지지하는 대학 봉쇄와 점거가 언론계 편집 간부들의 도덕적 공황을 야기했다. 24시간 뉴스 채널이나 주요 언론의 보도에 따르면, 연간 등록금이 15,000유로에 달할 수 있는 파리 정치대학에서는—파리의 매우 고급스러운 7구의 중심부에 위치한—마치 반란과도 같은 공포가 지배했다는 것이다.

 

엘리트 학교의 선택적 행동주의, “여기서 극좌파는 별 의미 없어요”

2학년생으로 이 학교 팔레스타인 위원회에서 매우 활발하게 활동하는 술레이만 섹은 이렇게 의견을 조심스럽게 밝혔다. “사실 여기서 극좌파가 되는 것은 별 의미가 없어요. 우리는 정부 인사들을 양성하는 학교니까요.” 다만 “극좌파에 대해서는 전혀 문제없죠. we love them!”

그런데 실제로 시앙스 포(Sciences Po. 프랑스의 가장 권위 있는 그랑제콜 중 하나. 정치·행정 엘리트 양성의 산실—역주)에서는 학생 빈곤 문제에 대해 행동에 나서고 있을까? “매우 중요한 주제입니다”라고 섹은 동의하면서도, “훨씬 더 개인적인 문제라서 반드시 행동으로 이어지지는 않아요. 여성 폭력이나 팔레스타인 문제는 예외적이고 긴급한 상황이며, 게다가 보편적인 문제잖아요. (…) 학생 빈곤은 모두가 해당이 되는 문제는 아니에요”라고 말했다.

작년까지 토론 진흥 단체 콘트라딕시오의 회장이었던 라파엘 젝스는 시앙스 포에서는 더욱 그렇다는 입장을 보였다. 회원들의 주된 관심사는? “환경이에요, 우리의 미래니까요. 그리고 우크라이나나 중동의 전쟁, 인도주의적 문제들이죠. 이런 것들이 오늘날 젊은이의 삶을 형성하는 중요한 문제들이에요.” 물질적 어려움은? “일정이 빡빡해서 제대로 토론을 하지는 못했어요. 하지만 충분히 관심 있는 주제이긴 해요.”

학교 사회당 지부의 전 대표이자 ‘페미니즘, 민주주의, 사회·환경 정의’를 ‘근본 가치’로 내세우는 오로르 파조는 “그런 주제들은 소수의 사람만 관심 있어 한다”며 한발 물러섰다. 시앙스 포 학생이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학생과 젊은이들의 단체’인 데클릭 콜렉티프의 공동대표 비올레트 필립과 살로메 길베르는 “빈곤이라는 단어가 굉장히 대중화됐어요. 우리 젊은 세대는 소셜 미디어를 많이 하니까 다들 알고 있죠”라고 평가했다.

 

계급이 만드는 학생운동의 온도차

언론에 비치는 시앙스 포와 소르본의 공산주의적이고 이슬람-좌파적인 이미지에 대해 린 단 르 라요낭은 불편함을 느꼈다. 그녀는 파리1-팡테옹-소르본 대학에서 전국대학연합(UNI)을 이끌고 있다. 그녀의 노조는 ‘노동의 가치’와 더불어 ‘학위의 가치’를 수호한다. 정치학자 로비 모르데르는 UNI가 1968년 5월 사태 이후 “엘리제궁의 자크 포카르 사무총장 집무실에서 탄생했다”고 설명한다.

“학생 좌파에 지나치게 유화적이고 대학 내 무질서를 초래할 수 있는 포르법(교육부 장관의 이름을 따서)에 반대하기 위해서였다.” 현재는 어떤가? “발레리 페크레스부터 에릭 제무르까지 아우르는 우파 연합의 노조”라고 르 라요낭은 정리했다. 소르본 공화당 부대표이기도 한 이 젊은 여성은 학생운동에 정치를 하고 싶은 열망으로 참여하게 되었음을 인정했다.

지네딘 아미안도 파리1 대학에서 공부하고 있다. 그는 일드프랑스 지역에서 학생연합을 총괄하는데, 이는 2023년 프랑스전국학생연합(UNEF)에서 갈라져 나와 진보정당인 불복하는 프랑스(LFI)와 가깝다고 여겨지는 단체다. 그의 설명으로는, 파리13대학인 소르본-파리-노르처럼 대중적인 대학들에서는 학생들이 직접적인 생활 여건, 대학식당인 크루스(CROUS)나 카페테리아의 상태, 강의실 난방 같은 문제에 더 관심을 가진다.

반면 시앙스 포나 상대적으로 명문인 학과들에서는 더 큰 요구사항들과 국가적 시각을 다루는 경향이 있는데, 아마도 사회학적으로 이들이 지도자가 되어야 한다는 사명감을 느끼는 사람들이기 때문일 것이라고 한다.

 

생존과 학업 사이, 일하는 학생이 4명 중 1명인 현실

실제로 2024학년도 개강 이후, (익명을 요청한) 마리의 문제는 식단이다. 다른 장학생들처럼 1유로 급식 혜택을 받는 그녀에게 매일 같은 메뉴가 점심과 저녁으로 제공된다. 빌타뇌즈 캠퍼스에서 만난 이 수학과 학생은 수업, 계산원 일, 물가 상승 때문에 밥을 해 먹을 시간도 돈도 없어 학생식당을 점심 저녁으로 이용한다. 학생 4명 중 1명 이상이 생계를 위해 일을 하고 있으며,(7) 이는 학업 실패나 중퇴로 이어질 큰 위험이 있다.(8) 하지만 “학생들은 체념한 상태로 학생 생활이란 힘든 법이고 그런 거라고 생각한다”라고 마틸드 자우엔은 전했다.

우리는 그녀를 아고라에(AGORAÉ)에서 다시 만났다. 이곳은 페데 B(서부 브르타뉴 학생연합)가 운영하는 연대 식료품점이다. 브레스트에서 법학을 공부하는 이 젊은 여성은 전국학생연합(FAGE) 산하의 수많은 단체 중 하나인 이 학생 조직의 대표다. 1990년에 설립된 이 조직은 독립성을 내세우며 정치적 노동운동과 선을 긋고자 한다.

2017년 전국대학복지위원회(CNOUS) 선거 이후 제1학생단체가 되었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이 자리를 지켜온 것은 UNEF였다. 과거 사회당과 가까웠던 것으로 알려진 UNEF의 몰락은 사회당의 쇠퇴와 연관되어 있으며, 이는 “학생운동을 크게 약화시켰다”라고 학생연합의 사무총장 카렐 탈랄리는 주장했다.

 

약화되는 프랑스 학생운동, 개혁주의에서 탈정치로

정치학자 파스칼 뒤푸르와 마리옹 르부셰는 “학생 단체 FAGE는 매우 드물게 저항운동을 호소한다”고  지적했다. “예를 들어, 2006년 최초고용계약(CPE) 반대 시위에도 뒤늦게 참여했고, 노동법 반대 시위에는 참여도, 저항 호소도 하지 않았으며, 이 시기에 ‘개혁주의적 접근의 성공’을 주장했다.”(9) 마뉘엘 발스 정부가 그들의 요구 일부를 받아들인 이후의 일이다. 2022년에는 경제적 합리성을 이유로 비장학생 대상 1유로 학생식사 유지 투표에서 기권했다. 이 때문에 2020년, 모든 학생에게 적용되었던 이 조치의 혜택이 비장학생에게서 사라졌다. 연맹은 운동권 활동보다는 아고라에와 같은 연대 식료품점처럼 시민적이거나 구체적인 활동 참여를 강조한다.

카렐 탈랄리에 따르면, 2017년 FAGE가 획득한 지위와 그들의 탈정치적 성향은 학생들의 시위참여를 크게 약화하는 데 기여했다. 사회학자 베르트랑 제이는 “학생들이 사회 변혁의 전망이 멀어지는 것을 보았고, 이와 함께 정치적 돌파구를 향해 투쟁을 이끌어가기 위한 집단적 조직의 필요성도 사라졌다”라고 확언했다.

하지만 다른 요인들도 작용한다. 탈랄리는 학생들이 직면하는 상황을 이렇게 설명했다: 행동에 나설 때마다 겪는 경찰의 폭력, 징계위원회 위협, 또는 친구들과 밥 먹거나 술 한잔 할 수도 없고, 단체나 노조에 참여할 수도 없는 빈곤 상황이다. 엑스-마르세유 대학 학생연합 대표 윤 뒤프렌은 “이러한 맥락에서 임금노동이 우리를 학생 환경으로부터 멀어지게 만든다”라고 지적했다.

 

거버넌스 개혁과 멀어지는 거리, 학생운동의 새로운 도전

동료 지네딘 아미안은 대학 밖의 두 가지 큰 변화를 지적한다. 하나는 코로나19 위기로 인한 운동권 문화 전수의 단절이다. 이 시기가 지난 후 지역 활동가들이 부족해졌는데, 보통 학생운동은 2~3년 정도만 참여하기 때문이다. 다른 하나는 학생들의 출신 지역과 환경이 가진 정치적 거리감이다. “파리13대학은 완전히 93지구 한복판의 동네 대학이에요. 학생들은 대부분 주변 교외 지역 출신들이라 그에 따른 모든 탈정치화를 대학으로 가져옵니다.”

대학의 특정 변화들이 이러한 탈정치화를 더욱 심화시키고 있다. 정치학자 트리스탕 오트와 파올로 스투피아는 이렇게 설명한다.

“2007년 대학자유책임법(LRU)이나 최근의 잇따른 기관 통합과 같은 연이은 대학 거버넌스 개혁으로 대학 평의회에서 학생 단체의 자리가 대학 외부 인사들에게 내주어졌다. 또한 평의회의 권한이 총장들에게 힘을 실어주기 위해 약해졌다. 끝으로 대학이나 단과대학 통합으로 인해 소수의 대표자들과 수천, 때로는 수만 명의 학생들 사이의 간극이 커졌다.”(10)

이런 상황에서 학생운동은 힘들 수밖에 없다. 뒤프렌은 이를 기꺼이 인정한다. “대학 개혁으로 어떤 캠퍼스들은 학장이 아닌 사기업이 운영하게 될 것이고, 그게 많은 나쁜 결과를 가져올 거라고 학생들에게 말해봤자, 꽤 모호한 얘기로 들릴 겁니다.”

 

오늘날 프랑스 대학의 현실, 사회적 참여 더 힘들어져

교육과정의 변화들도 비슷한 효과를 낳고 있다. 요즘은 참여 활동이 보상의 대상이 될 수 있고 심지어 학교 성적으로도 인정되지만, 이는 합의된 형태의 활동일 때만 해당하며, 노조 활동은 절대 해당하지 않는다. 특히 원격 수업, 일반화된 상시평가 제도, 과목 간 성적 보완 제도의 폐지, 학사와 석사 과정 사이의 선발 제도 도입은 캠퍼스의 노조 및 정치 활동의 생명력 상실을 설명한다. 오트는 “학생들이 대규모 시위나 때로는 몇몇 총회에 몇 시간을 할애할 수는 있어도, 운동에 지속적이고 일상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학생들은 더욱 드물어졌다”(11)고 지적한다.

소르본 대학에서 의학을 공부하며 동시에 페미니스트, 퀴어, 트랜스젠더의 단체인 레 팔로프의 대표이면서, 학생연대 노조에서도 활동하는 마농 파티에는 “정치화는 대학에서 많이 이뤄진다”고 상기시켰다.

“포스터에 담긴 정치적 문제들, 전단지를 나눠주는 사람들, 데모하는 사람들…. 이런 전체적인 분위기가 엄청난 차이를 만든다.” 하지만 오늘날 대학에서 공부하는 학생은 55%에 불과하다.(12) 현장실습 교육이 늘어나고는 있지만, 이런 정치적 분위기는 고등기술자격과정, 그랑제콜 준비반, 각종 학교들, 기술전문대학(IUT) 등 다른 과정에서는 체감되지 않는다.

 

“정치는 금기예요”, 공대생들의 솔직한 이야기

페린도 이를 확인해준다. 낭시 유럽재료공학학교(EEIGM) 학생회(BDE) 회장인 그녀는 이곳 학생들의 주된 관심사가 얼마나 단순한지 설명한다.

“공부예요. 우리가 공대잖아요, 허투루 할 수 있는 게 아니에요. 해야 할 공부도 꽤 많고요. 그리고 우리는 5월(통상적으로 프랑스의 학교 수업은 9월에 시작해 그다음 해 6월 중순에 끝난다)에 끝내버리는 일반대학이랑은 달리 한 학년을 제대로 다 해요.”

“그래도 동아리 활동은 회사에서 좋게 보죠. 인사팀에서도 인정해주고요.” 학생 빈곤은? “빈곤선 아래 사는 학생들도 있긴 한데, 딱히 신경 쓰진 않아요. 우리는 부모님이 뒤에서 받쳐주시는 게 정말 운이 좋은 거고, 취업도 문제없이 할 수 있다는 걸 알거든요.”

이런 상황에서 학교에서 정치 얘기를 하는 건 ‘금기’다. “우리는 그런 주제는 잘 안 다뤄요. 그냥 작은 운동 경기도 하고, 소소한 파티도 하고, 굳이 논쟁 같은 건 안 만들고 싶어요. 우리 목표는 그냥 뭐랄까, ‘안전지대’를 만드는 거예요.”

 

엘리트는 그랑제콜, 서민은 IUT로

30킬로미터 떨어진 뤼네빌의 낭시-브라부아 기술전문대학(IUT)에서 산업계측학 전공의 마리-에메는 공부와 미래에 대한 전혀 다른 관계를 설명한다.

“여기는 대부분 이 지역 사람들이에요. 이동하는 게 쉽지 않거든요. 운전면허도 필요하고 비용도 많이 들고요.” 그녀는 학교 근처 할머니 집에 살고 있으며, “나중에 일자리를 구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걸 알고 있다. 지난 6월에 IUT 과정을 마쳤지만, 3학년에 다시 등록했다. 학년 초부터 현장실습을 하고 있는 스프링 제조회사에서 곧 은퇴할 직원의 자리를 저임금으로라도 얻길 바라고 있다.

학생 라운지에서 그녀 주변의 대화는 주로 직장 세계에 관한 것이다. 직원들 간의 다툼, 사장과의 문제, 급여 수준 …. 이 젊은이들은 거의 가본 적 없는 낭시의 학생 파티를 모르고, 자신들은 학생이기 전에 실습생이라고 생각한다. 정치? “학교에서는 얘기하지 않아요. 회사에서 안 좋게 보고 문제가 생길 수 있거든요.”

페린과 마리-에메는 각자의 방식으로 1990년대부터 시작된 과정의 결과를 이야기한다. “학생들의 진로가 직업교육 과정으로 전환된 것이죠.” 이러한 전환은 사회학자 베르나르 콩베르가 설명하듯, 지난 40여 년간의 고용 위기에서 비롯됐는데, 이는 새로운 세대로 하여금—특히 교육 민주화의 수혜자인 취약계층 학생들을 중심으로—취업 시장에서 가장 쉽게 환금할 수 있는 학위를 중시하게 만들었다.(13) 일부는 그랑제콜로, 다른 이들은 IUT로, 대학에서 가르치는 이론 과목들을 부유층과 서민층이 객관적으로 기피하면서, 대학은 중산층의 영역이 되어가는 경향을 보인다.

 

 

생리 휴가권 인정이 대학가의 핫 이슈

푸아티에 대학에 다니며 학생연대 노조에서 활동하는 조르당 니콜라는 이렇게 말한다. “작년에 벌였던 대규모 캠페인을 올해도 다시 할 예정이에요. 극우 사상에 맞서는 투쟁인데 강당이 꽉 찼죠.”

한편 뒤프렌은 엑스-마르세유 대학의 개강 시즌 캠페인이 더 사회적인 문제, 즉 생리 휴가권 인정을 다룬다고 전한다. 생리통 때문에 수업에 갈 수 없는 장학생들이 무단결석 처리돼 장학금을 잃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다. “당연히 사람들이 움직이고 있어요. 2,000명이 넘게 서명한 청원도 있고요. 총장도 적극적이에요. 우선 생리대 배포부터 시작해서 인식을 높여갈 예정이에요.”

사회학자 베르트랑 제이는 최근 젠더 문제와 여성 권리를 둘러싼 정치화가 인상적인 수준에 이르렀다고 관찰하면서도, 이는 여전히 “대체로 중산층 출신으로 보이는 운동권의 작은 움직임”으로 이뤄지며, 모든 젊은이, 심지어 모든 대학생의 관심사도 아니라고 본다.

그들에게 중요한 것은 “경제적으로 여유로운 대학 생활을 하지 못하는 대신, 적어도 자신들의 열망에 부합하는 이런 운동권 활동을 통해 학생으로서의 정체성을 구축하는 것”이라고 그는 강조했다.

 

변화하는 프랑스 청년운동 : 팔레스타인 연대에서 극우 노조까지

팔레스타인을 위한 학생운동은 어떨까? 제이에 따르면, 이는 지난 세기 중반 세대처럼 국제적 역학 관계를 바꿀 수 있다는 생각과 연결되어 있지 않다. 도덕적 연대이긴 하지만, 우리 사회를 어떻게 변화시킬 것인가 하는 정치적 질문과는 연결되어 있지 않다.

국민연합(RN)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최근 몇 년간 반파시즘 운동이 많이 발전했지만, 이는 실제로 해방적 프로젝트를 추진한다기보다는 파시즘에 대한 반대에 그치고 있다. 극우파는 2015년에 코카르드 에튀디앙트라는 자신들의 전국 학생 노조를 만들었다. 대학생 탈랄리는 “그들은 신나치들이고, 민병대에 속해 있으며 인종 폭력을 일삼는 사람들”이라고 설명한다.

“2021년 리옹의 그들 대표는 누군가를 칼로 찔러 지금 감옥에 있어요.” 탈랄리의 동료 지네딘 아미안은 특히 그들의 성장을 지적한다. “그들은 몇 년 전만 해도 두세 개의 지역대학복지센터(CROUS) 선거에만 출마했는데, 이제는 10~15개예요. 그들은 RN당과 연계되어 있고, 주로 RN 대표인 바르델라(성일권 글 참고)와 가까운 사람들이죠.”

리옹 시앙스 포 학생이자 코카르드 에튀디앙트의 사무총장인 에두아르 비나에 따르면, 그의 노조는 주로 다른 우파 단체들 대부분이 외면하는 주제들, 예컨대 학생들의 빈곤과 불안정화 같은 문제를 다룬다. 그의 진영에서 노조가 좌파적이라고 비난하는 이들에게—로렌 지부 페이스북 페이지에 있는 링 위에서 싸울 준비가 된, 대머리에 보디빌더 체격의 남성이라는 극우적 이미지를 보면 놀라운 비난이다—비나는 이렇게 답한다. “우리는 단순히 학생들과 접촉하고 있을 뿐”이며, 나아가 젊은이들과 함께 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이제 그들은 “예전에는 ‘젊은이들은 국민전선을 싫어한다!’였는데, 이제는 30%가 조르당 바르델라에게 투표한다.” 팔레스타인을 위해 시위하는 학생들? “그들 중 상당수는 삶에서 특별한 문제가 없는 사람들”인 반면, 코카르드 에튀디앙트의 지지자나 회원은 이런 사람들이라고 한다. “월급날까지 버티기 힘들고, 부업을 해야 하고, 불안을 직접 목격했으며, 이민과 범죄 사이에 연관이 있다는 걸 봤죠.”

 

방황하는 대학생들을 끌어안는 극우

“부모님 둘 다 노동자예요.” 대학생이자 코카르드 에튀디앙트의 전국 코디네이터인 앙투안 파르망티에는 노조의 구성에 대해 같은 맥락으로 말한다. “제가 가장 선호하는 유형은 대학에 와서 좀 방황하는 학생들이에요. 고등학교를 갓 졸업하고, 정치에 약간 관심 있고, 우파적이고 애국적 성향이 있는 친구들이죠. 우리는 그들에게 전공 수업 외에 친구를 만들 기회를 주고, 그래서 20대를 제대로 즐길 수 있게 해요. 그들이 있는 곳에 뿌리내리게 돕고, 도시도 구경시켜주죠. 가톨릭 신자들은 함께 미사도 가고, 말하자면 일종의 공동체적인 면을 만들려고 해요.”

하지만 목표는 여전히 술 마시고 대학에서 전단지 나눠주는 것 이상의 더 깊은 참여로 이어지게 하는 것이다. 2022년 1월까지 사무총장을 지내다 2024년 RN 소속 유럽의회 의원이 된 피에르-로맹 티오네가 ‘매우 좋은 예시’라고 한다.

파르망티에가 말하길, 학생들을 설득하는 주된 ‘선거 논리’는 이렇다. “우리에게 투표하면, 여러분의 돈이 여러분과 관련된 일에 쓰일 거예요. 크루스가 드래그 쇼(익살스런 성인용 엔터테인먼트)처럼 인구의 0.1%만 즐기는 일에 쓰게 두는 대신.” 미국 극우파가 여기서 분명 모델인 듯하다. 캠퍼스에서의 문화 전쟁, 특히 성정체성 문제는 오래전부터 그들의 우선순위였다. 

하지만 코카르드의 코디네이터는 “가장 중요한 건 학생들이 불안정화에 맞서 싸우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예컨대 흔히 형편없는 상태인 크루스 기숙사를 개선하는 것이다. 이 문제의 다른 해결책? “학생 기숙사 배정에서 국적 우선, 아니 차라리 국적 우선권이죠.”

노조가 현재 500명의 활동가가 있다고 주장하는 가운데, 학생연합의 지네딘 아미안은 극우파의 실제 영향력을 우려한다. “코카르드가 득표로, 여러 대학에서 외국인 학생 등록금 면제 같은 것들을 없앨 수 있을까 봐 걱정”이라고 한다. 더 걱정되는 건? “그들이 현장에서 벌이는 문화 전쟁이다.”

하지만 우리가 만난 대부분은 이 노조가 더 성장하진 못할 거로 본다. 2024년 마지막 크루스(CROUS) 선거에서—투표율은 매우 저조—코카르드 에튀디앙트는 3% 득표에 그쳤다. 같은 선거에서 학생연합이 FAGE를 제치고 전국대학복지센터(CNOUS) 이사회 대표자 수 1위가 됐다. 극좌에서는 르 푸앵 르베가 이제 파리8대학이나 툴루즈 미라이유의 주요 세력이 됐다. 다른 측면에서는, 지난해 6월 유럽의회 선거에서 LFI가 18~24세의 33% 득표를 기록했다.

 

 

글·마엘 마리에트 Maëlle Mariette
언론인

번역·성지훈

*프랑스의회는 전체 대학 학생 식당의 식사를 1유로에 제공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이전까진 장학생(only 생활장학생만 존재, 전체의 37%)에게만 1유로에 제공하던 것을 올해 하반기부터 모두에게 적용하는 보편적 복지로 바꾼 것이다. 전체 학생의 1/3이 돈이 부족해 종종 식사를 거른다는 설문조사가 나온 이후 나온 조치다. 


(1) Annabelle Allouch, 「불안 시장에 내몰린 학생들」,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프랑스어판, 2018년 4월.
(2) Guy Michaud, 「학생 운동, 반란인가? 혁명인가?」,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프랑스어판, 1968년 6월.
(3) 「2010년 고등교육 학생 수: 증가 지속」, SIES 정보 노트, No. 2011-14, 파리, 2011년 11월; 「2023-2024년 고등교육 학생 수」, SIES 플래시 노트, No. 2024-19, 2024년 7월.
(4) Serge Halimi, 「학살」,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프랑스어판, 2019년 12월.
(5) 「CROUS를 움직여라. 학생 설문조사」, 2024년 1월 10일, 학생 총연합회(FAGE), https://fage.org; 「프랑스의 학생 불안정성: 2024년의 현실은?」, COP1-IFOP, 2024년 10월 17일, www.ifop.com; 「2023년 학생 주거 불안정성 조사」, 2023년 11월, https://union-etudiante.fr; 「2024년에 20세가 된다는 것」, 2024년 2월, https://linkee.co; 「위기에 맞서, 청년을 위한 반자본주의 프로그램. 2024년 Le Poing levé의 학생 불안정성과 생활 조건에 대한 조사」, Le Poing levé, 2024년 9월 5일, www.revolutionpermanente.fr.
(6) Rob Grams, 「엔지니어를 어떻게 할 것인가?」, 2023년 11월 13일, www.frust
rationmagazine.fr.
(7) Feres Belgith 외, 「후방의 위기? 2023년 학생 생활 조건 개관」, OVE 정보, No. 8, 반브, 2024년 9월.
(8) Vanessa Pinto, 「두 청년, ‘노동법’에 맞서다」,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프랑스어판, 2016년 4월.
(9) Pascale Dufour, Marion Leboucher, 「비정치적 노조? 학생 참여의 제도적 관리: FAGE 사례」, Participations, No. 33(2), 루뱅라누브, 2022.
(10) Tristan Haute, Paolo Stuppia, 「대학에서의 ‘기권 민주주의’」, Agora débats/jeunesses, No. 88(2), 파리, 2021.
(11) Tristan Haute, 「젊은이들의 (어려운) 시위 메커니즘: 세대 교체, 불안정성, 반개혁」, L’Anticapitaliste, No. 145, 파리, 2023년 4월.
(12) 「프랑스의 고등교육, 연구, 혁신 현황」, 프랑스 고등교육·연구부, 2024년, www.enseignementsup-recherche.gouv.fr.
(13) Bernard Convert, 『교육 민주화의 딜레마: 과학 분야 지원 감소에 대한 허구적 논쟁』, Raisons d’agir, 파리, 20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