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배터리는 안전합니까?

금속에 대한 탐욕, 재활용의 한계, 그리고 화재 위험

2025-02-28     라울 기옌 외

스웨덴 배터리 기업 노스볼트(Northvolt)의 파산은 유럽 배터리 산업의 위기를 넘어, 전기차 산업의 방향성에 대한 근본적인 재고가 필요함을 보여준다. 특히 개별 차량의 전동화가 환경에 미치는 영향이 불확실한 가운데, 대중교통과 달리 개인 전기차의 환경적 효과는 제한적일 수 있으며, 증가하는 충전식 배터리 사용에 따른 새로운 위험요소들에 대한 진지한 검토가 요구된다.

 

“통제되지 않은 프로젝트, 위험에 처한 건강.”

2024년 2월 22일, 아베롱 지역 비비에의 주민 100명 여명이 이 현수막 아래서 우려를 표명했다. 주민 시위가 벌어지기 닷새 전에, 폐전지 재활용 회사 SNAM의 창고에서 1,200톤의 전기 배터리에 화재가 발생해 때로는 하얗게, 때로는 푸르스름하게 변하는 거대한 연기구름이 발생했다. 아베롱 지역의 ‘불복하는 프랑스’(La France Insoumise, LFI)의원인 로랑 알렉상드르에 따르면, 탄소 잔여물과 여전히 녹아있는 금속 부품의 일부가 4킬로미터 이상 떨어진 곳까지 떨어졌다고 한다.

 

잇따르는 배터리 폭발 사고와 안전 규제의 허점

화재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배터리는 종류별로 구분되어 방화벽으로 분리된 셀에 보관되어야 한다. 그러나 화재가 발생한 창고는 스남(SNAM)이 도시에 보유한 ‘세베소 상위 등급’ 시설에 포함되지 않았다. 폐기물 처리를 전문으로 하는 이 회사는 리튬 배터리를 포함한 잉여 물품을 환경 개선 및 가치 증진 협회(Society for the Improvement and Valorization of the Environment, Sopave)의 오래된 건물에 규제 없이 보관하고 있었다. 지역환경식품주택국(Dreal)이 과거 여러 불법 사항을 지적했음에도 불구하고, 정부 당국은 이 회사에 어떠한 제재도 가하지 않았다.

화재 발생 당일 주변 500미터 내 주민들의 임시 대피 후, 도청은 오히려 주민들을 안심시키려 분주했고, 다음날 “여러 차례 검사를 통해 이루어진 측정 결과는 안심할 만한 수준”이라는 내용의 보도자료를 냈다. 이와 관련, 알렉상드르는 “이런 종류의 화재가 주민이나 환경에 미치는 오염을 측정하기 위한 심각한 절차가 전혀 없다”라고 반박했다. “화재는 (화재 당일) 오후 2시경에 발생했지만, 첫 측정은 짙은 연기구름이 흩어진 훨씬 후인 저녁 초에야 이루어졌다.”

신문의 사건·사고 면에서 이런 종류의 사고를 보는 것에 익숙해져야 할까? 2024년 9월 1일, 니스의 한 아파트에서 충전 중이던 전동킥보드 배터리에서 화재가 발생해 건물이 전소되고 50대 여성이 사망했다. 2024년 9월 22일, 테르니에(엔 지역)에서는 자동차 배터리가 폭발해 소유주의 집과 차고에 불이 붙었다. 2024년 10월 15일, <랭데팡당(L’Indépendant)> 신문은 자전거 배터리 폭발로 인해 피부의 3분의 1이 화상을 입은 푸아의 한 주민의 증언을 게재했다.

 

편리함의 이면에 숨은 폭발위험

리튬이온 배터리가 위험한 이유는 역설적이게도 그것의 본질적 목적, 즉 최대한의 에너지를 저장하는 데 있다. 2022년 6월 17일 파리에서 열린 첫 배터리 위험 예방 콘퍼런스에서 모젤 지역 베올리아 배터리 재활용 센터의 아르노 슈브 센터장은 이렇게 설명했다.

“배터리 안에서 우연히 전기가 잘못 통하면 그 에너지가 불로 터져나올 수 있습니다. 특히 배터리에는 불이 아주 잘 붙는 액체가 들어있고, 리튬이나 코발트 같은 금속들도 있어서 한번 불이 붙으면 엄청난 열을 내면서 타버리게 됩니다.”

배터리는 간단한 충격이나 내부 결함만으로도 열 폭주가 일어날 수 있다. 이런 현상의 심각성으로 인해 소방관들은 오래 지속되고 위험한, 게다가 종종 폭발까지 동반하는 이런 화재를 진압하기 위한 특별 훈련을 받고 있다.

최근 몇 년간 리튬 전기 축전지는 여러 형태로 수많은 제품에 사용되고 있다. 재충전이 불가능한 축전지는 일회용 전자담배, 음악이 나오는 생일 카드, 장난감, 크리스마스 마켓에서 받는 기념품 등에 들어간다. 재충전이 가능한 축전지는 가장 흔한 용도만 봐도 휴대폰, 컴퓨터, 태블릿, GPS, 스마트워치, 전동공구, 드론, 전동킥보드, 자전거, 오토바이, 자동차 등을 작동시킨다. 불가피하게도 이렇게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리튬 배터리는 몇 년 뒤면 재활용 센터에서 규정을 제대로 지키지도 못한 채 산더미처럼 쌓이는 폐기물이 된다.

 

리튬 배터리의 연쇄 참사

비비에 참사는 단순한 개별 사례가 아니었다. 재활용기업전문연합(Federec)의 제랄딘 뷜로 사무총장은 최근 “지난 10년간 리튬 배터리 관련 화재가 150%나 증가했으며, 이 중 60%가 분류 센터에서 발생했다”라고 밝혔다.(1) 2022년 파리에서 열린 첫 콘퍼런스에서 환경리사이클링의 제롬 오클레르 대표는 회사 보험료가 14배나 폭등했다고 증언했다.

2023년에는 여러 재활용 기업에서 화재가 잇따랐다. 리브리루베르시의 분쇄 및 선별 환경회사인 BCE, 라센쉬르메르와 샤르트르의 파프렉(Paprec), 생캉탱팔라비에의 SNAM, 바르바장의 트리우에스트(Tri Ouest)가 그 현장이었다. 그해 10월에는 오트사부아 지역의 엑스코피에(Excoffier) 공장에서 배터리 화재가 발생해 시설이 전소되었고, 피해액만 3,500만 유로에 달했다.

2023년 1월, 센마리팀 지역 그랑쿠론의 볼로레 로지스틱스(Bolloré Logistics) 사업장에서 화재가 발생했을 때 도청은 안전하다는 분석 결과를 발표했지만, 이는 후에 거짓으로 드러났다. 1년 뒤인 2024년 10월 7일, 노르망디 지역환경식품주택국과 도지사는 법령을 통해 허가 없이 폐기물을 처리한 이 기업에 폐기물 제거와 지하수 오염 정화 참여를 명령했다. 더욱 비극적인 것은 화재 발생과 보호 시스템 오작동을 목격했던 한 직원이 2024년 9월 말 자살한 사건이다. 이를 계기로 ‘가중 괴롭힘’ 혐의에 대한 수사가 시작됐다.(2)

2023년 7월, 이제르 지역의 이조에 있는 아크앙시엘 리사이클라주 회사에서도 대형 화재가 발생해 20여 가구가 대피해야 했다. 이 회사의 폴 바르바르갈로 대표가 털어놓은 이야기는 불안감이 가득했다. “5월부터 9월까지는 매일 저녁 공장을 떠날 때마다 가슴이 답답했습니다. 여름철 콘크리트 바닥 온도는 46도까지 올라갔죠. 이제는 화재가 날 것인지 아닌지가 아니라, 언제 날 것인지가 문제입니다. 수거되는 배터리양은 2배에서 3배까지 늘었어요. 솔직히 말해서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더구나 모든 폐배터리가 보관이나 재활용을 위한 전문 센터로 가는 것도 아니다. 이 분야 전문 연구기관인 패러데이 인스티튜션(The Faraday Institution)의 연구진들은 전 세계적으로 가정용 쓰레기에 섞인 리튬 배터리로 인한 화재가 증가하고 있다고 밝혔다.(3) 또한 연구진들은 배터리가 분해되는 것만으로도 수많은 중금속, 화학물질, 분말, 그리고 아직 연구 중인 가스들이 방출된다고 지적했다. 때때로 목격되는 의문의 폭발성 유독 백색 증기도 그중 하나다. 마지막으로 연구진들은 전기 보조장치가 보편화되면서 중고품과 개조품 시장이 함께 성장할 것을 우려했다. 이는 필연적으로 불법 폐기와 빈국으로의 수출로 이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프랑스식 생태주의의 어둔 그림자

2035년부터 유럽연합이 새 내연기관 차량 판매를 금지하는 상황에서, 배터리 화재는 ‘탄소 제로’ 이동 수단, 특히 전기차 보급을 위한 불가피한 희생일까?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전기차가 산업과 생태를 화해시킬 것”이라고 강조했다(<리베라시옹>, 2024년 10월 31일). 2023년 12월에는 과세 기준 소득 1만5,400유로 미만인 프랑스인들을 위해 월 100유로대 전기차 장기 렌탈 상품을 출시하면서 “이것이 바로 프랑스식 생태주의다!”라고 선언했다.

하지만 신기술이 그렇듯, 전기 이동 수단이 초래하는 환경 피해는 남반구 국가들에 떠넘겨지고 있다. 이들 국가에서는 전기차에 필요한 금속들이 환경과 사회를 황폐화시키는 열악한 조건에서 채굴되고 있다.(4) 프랑스 정부가 최근 본토에 광산을 다시 세우겠다고 요란하게 홍보하고 있다. 이것은 광산 채굴의 피해를 함께 감당하겠다는 뜻일까? 실상은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면서 일부 광맥이 수익성을 띠게 되자 나온 적극성으로 보인다.

대표적인 사례가 알리에 지역 에샤시에르의 리튬 채굴 계획이다. 프랑스 다국적 기업 이메리스(Imerys)는 2028년부터 매년 3만 4천 톤의 수산화리튬을 생산해 70만 대의 전기차 배터리를 만들겠다는 야심 찬 계획을 내놓았다. 그러나 이런 목표는 모든 광산 개발이 그렇듯, 수많은 피해를 동반한다. 400미터 깊이의 갱도를 파고, 분리부터 전환, 정제에 이르는 생산 과정마다 수십 헥타르의 땅을 인공 구조물로 뒤덮어야 한다. 여기에 수 킬로미터의 배관을 설치하고 매년 120만 ㎥나 되는 어마어마한 양의 물을 써야 한다.

주민들은 위험한 폐기물이 쌓여갈 것을 걱정하고 있다. 또 예정 부지 바로 옆에 있는 나투라 2000 지정구역인 콜레트 숲은 물론, 수질과 지하, 생물다양성이 받을 수 있는 온갖 위협에 대해서도 우려하고 있다. ‘스톱 마인 03’ 반대 운동에 참여하고 있는 조셉은 이렇게 말했다. “이 지역의 옛 텅스텐과 카올린 광산들은 곳곳에 오염된 땅만 남겼어요. 우리는 이런 광산을 여기든 어디든 원하지 않습니다.”

프랑스 정부는 반대 여론을 잠재우기 위해 공론화 과정이 끝나기도 전에 강압적인 수를 두었다. 2024년 7월 7일, 총선 결선투표일에 맞춰 이 사업을 주요 국가 이익으로 인정하는 법령에 서명한 것이다. 이로써 행정 절차상의 특례와 사업 가속화 조치를 적용할 수 있게 되었다.

 

프랑스 배터리 산업의 불편한 진실

일부 환경운동가들은 광산 오염의 ‘우리 몫’을 떠맡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프랑스의 자동차를 전기차로 전환하겠다는 목표가 그대로라면, 국내 환경 피해가 지구 반대편의 오염을 대체하는 게 아니라 단순히 거기에 보태질 뿐이다. 셀리아 이조아르는 광산 개발 계획이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현실을 지적하며 이런 맹목적인 질주를 이렇게 설명한다.

“프랑스의 현재 자동차 3,900만 대를 전기차로 바꾸려면 코발트는 전 세계 연간 생산량을 1년 넘게, 리튬은 거의 2년 동안 쓸 양이 필요하다.”(5)

캐내어진 금속은 조립이 되어야 하며, 오드프랑스 지역에서 개발 중인 ‘배터리 밸리’의 대형 공장들이 이 조립 일을 맡고 있다. 엔비전AESC(Envision AESC), 오토모티브 셀스 컴퍼니(Automotive Cells Company ACC), 프로로지움(ProLogium), 베르코르(Verkor) 등이 이 계획을 이끌고 있다.

이 중 베르코르는 설립 4년 만에 6억 5천만 유로의 보조금을 포함해 30억 유로가 넘는 자금을 끌어모으는 전례 없는 성과를 거뒀다. “프랑스 내 제일 긴 건물”이자 “노트르담 대성당 18개와 맞먹는”(6) 이 회사의 공장은 됭케르크 근처 부르부르의 옛 농지 80헥타르를 차지했다. 2025년 여름부터 매년 생산할 9만 톤의 배터리는 쿠푸 왕의 피라미드 만한 크기가 될 것이다.(7) 이 배터리들은 “르노 그룹의 고급 차종, 특히 2025년부터는 알피느의 순수 전기차 C-크로스오버 GT”에 들어갈 예정인데,(8) 이는 판매 가격이 6만 유로를 훌쩍 넘는 레저용 SUV다.

 

됭케르크 배터리 밸리의 실체

그르노블의 신생 기업 베르코르와 대만 기업 프로로지움이 됭케르크 대형 해양항(GPMD) 부지를 선택한 것은 프랑스 북부에 대한 애정 때문이 아니다. 이 지역이 산업과 생태의 화해를 표방하며 막대한 공공 지원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기업 웹사이트에 따르면 베르코르는 약 6억 5천만 유로, 프로로지움은 15억 유로의 보조금을 받을 예정이다(<르피가로>, 2023년 8월 3일). GPMD는 1970년대에 수용한 수천 헥타르의 비옥한 농지에 “턴키(turnkey)” 방식(설계·시공 일괄 입찰 방식)의 간소화된 설치 절차를 제공한다. 게다가 해수면에 위치한 이 옛 습지 지역에는 워터랭그라 불리는 배수로가 산재해 있어 대량의 물을 끌어다 쓰고 오염된 폐수를 방류하면 북해의 조류가 이를 빠르게 분산시킨다.

더욱이 덩케르크 지역은 설비 가동을 위해 서유럽 최대 규모인 그라블린 원자력 발전소의 6기 원자로에 기대고 있다. 현재 공론화 과정 중인 EPR 방식의 원자로 2기가 추가될 수도 있다.

따라서 이 지역 산업은 원자력 발전 재개에 힘입어 탈(脫)탄소 신앙으로 전환하고 있다. 글로벌 철강기업인 아르셀로미탈(ArcelorMittal)이 철강 생산을 위해 추진하는 거대 전기로 2기 건설 계획(현재는 중단된 상태)이 실현된다면, 몇 년 안에 이 지역 전체 산업의 전력 소비량은 기록적인 수준에 이를 것이다. 

프랑스 송전망 관리자 RTE의 웹사이트에 따르면 2030년까지 3,500메가와트, 2040년까지 4,500메가와트로, 이는 450만 명이 쓰는 전력량과 맞먹는다. 나아가, 물류 이동도 폭발적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GPMD는 배터리 밸리의 모든 신생 기업들이 모여드는 컨테이너 터미널의 규모를 두 배로 늘릴 계획이다.(9)

이른바 ‘전환’을 위해 투입된 수십억 유로의 영향으로 이 지역은 심각한 노동력 부족을 겪고 있다. 부르부르의 지역 고용 지원 센터에서는 지역 내 인력만으로는 모든 일자리 수요를 충족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초콜릿 제조업체 세모이(Cémoi)조차 이미 노동자를 채용하거나 유지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덩케르크 도시 공동체는 향후 10년 동안 1만 2천 채의 신규 주택을 건설할 계획을 세웠다. 또한, 칼레 지역에서 약 40km 떨어진 곳에서 노동자들을 수송할 ‘해안 RER(광역 급행 철도)’ 프로젝트도 추진 중이다.

한편, 한 술집에서는 많은 주민들이 새롭게 들어서는 공장들로 인해 자신들이 “침략당하고 있다”라고 불만을 털어놓으면서, “우리의 정체성을 잃고 있다”는 말을 반복했다. 이러한 재산업화 정책이 마크롱 정부 출신이자 현재 의원인 롤랑 레스퀴르(Roland Lescure)에 의해 ‘국민연합(RN)에 맞서는 무기’로 제시되고 있지만, 정작 국민연합은 이 지역 모든 자치단체에서 지지율을 높여가고 있다.

앞으로 조성될 대형 공장들이 모두 ‘세베소(Séveso) 고위험 기준’에 해당하는 시설로 분류되는 만큼, 이들이 배터리 화재 사고를 피할 수 있을지는 지켜볼 일이다. 아시아에서도 배터리 화재 사고는 증가하는 추세다. 실제로 2024년 6월 24일, 한국의 한 공장에서 발생한 화재로 23명이 사망했다. 이 사건은 이미 차량 화재 사고가 빈번하게 발생하는 상황에 더해졌으며, <뤼진 누벨(L’Usine Nouvelle)>에 따르면 ‘집단적인 공포 심리’를 유발했다. 2024년 8월 19일 보도에 따르면, 한국에서는 많은 운전자들이 “전기차를 처분하고 싶어 한다”는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기술을 홍보하는 측에서는 배터리 화재를 사소한 문제로 간주하며, 인공지능(AI)을 활용해 이를 예방할 수 있다고 선전하고 있다.

 

 

무한 재활용이라는 신화

배터리 사용이 늘면서 그 처리 문제도 대두되고 있다. 자동차 한 대를 움직이는 데 평균 300킬로그램의 축전지가 필요한데, 수명은 8~12년 정도다.(10) 이 많은 배터리는 결국 어디로 가는 걸까? 산업계는 도시 광산이라는 폐기물을 무한히 재활용하는 선순환이 가능하다며 허황된 이야기를 퍼뜨리고 있다. 유럽연합은 2006년 9월 6일 지침으로 배터리 재활용을 의무화했지만, 이런 규제상의 의지는 현실에서 제대로 실현되지 않고 있다.

가장 단순한 방법인 ‘건식제련’은 배터리를 녹여 코발트, 구리, 철, 니켈 합금을 회수하는 것이다. 나머지 물질들, 즉 플라스틱, 흑연, 알루미늄, 망간과 리튬 같은 화학 성분은 이번에는 의도적으로 연기가 되어 사라진다. 주로 중국, 한국, 싱가포르에서 이뤄지는 이 공정은 에너지를 엄청나게 소비하고 오염을 일으킬 뿐 아니라, 유럽연합 지침이 요구하는 리튬 회수도 불가능하다.(11)

그래서 ‘습식제련’이라는 다른 공정을 선호한다. 이 공정은 먼저 배터리를 잘게 부숴서 플라스틱과 알루미늄을 분리하고, 여러 금속과 흑연이 섞인 ‘흑색 분쇄물’이라는 검은 가루만 남긴다. 그다음 독성이 있는 산성이나 염기성 용매로 이를 녹여 각종 금속을 추출한다.

공식적으로 이 공정은 그르노블 출신 파루크 테자르가 세운 레퀴필(Récupyl) 사가 프랑스에서 20년 넘게 해오고 있다.(12) 10년 전만 해도 그는 “‘도시 광산’의 구세주”, “배터리에 집착하는 사람”, “생태 광맥을 발견한 사람”으로 불렸다(<리베라시옹>, 2012년 11월 25일). 2014년부터 2020년까지 여러 프랑스 대사관과 영사관은 이 작은 회사를 “프랑스 대학의 우수성과 공공 지원의 효율성을 입증하는 사례”로 내세우기도 했다. 

하지만 실상을 보면, 그르노블 근교 도멘에 있는 이 회사는 여러 차례 화재를 겪고 법정관리를 받았으며 주인이 바뀌기도 했다. 2020년 1월 7일 오베르뉴론알프 지역환경식품주택국의 조사에 따르면 흑색 분쇄물 단계 이상은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다고 한다. 그럼, 이 분쇄물은 어떻게 되는 걸까? 레퀴필 홍보팀은 “유럽 밖의 다른 OECD 국가들, 아시아나 남미로” 보낸다고 귀띔했다.

 

약속만 요란한 배터리 재활용

습식제련 분야에서는 허황된 발표가 넘쳐난다. SNAM은 2018년 “재활용(13) 부품 80%로 만드는 새 배터리 공장”을 계획했다가 2022년,(14) 피닉스 배터리라는 이 사업을 포기했다. 모젤 지역 암네빌의 베올리아 계열사 세딜로르(Cedilor)도 습식제련에 큰 야심을 품었다. “2023년 말까지 이 화학 산업 전문 기업이 전기차 배터리 2만 톤에 든 금속을 재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15) 

하지만 현재 홍보팀은 회수한 금속염이 “배터리용 등급”이 아니라 추가 처리가 필요하다고 인정한다. 어디서 처리하냐고? 기업은 이에대해 자세한 설명을 하지 않고 있다. 배터리 밸리도 재활용 시설 두 곳으로 이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공언했다.

그러나 광산기업 에라메(Eramet)와 쉐즈(Suez)가 추진하던 리리브 프로젝트(The Relieve project) 사업은 발표 1년 만에 중단됐다. 이제 오라노(Orano, 2018년 원자력 기업 아레바의 새 이름)와 중국 대형 광산 그룹 계열사인 XTC 뉴 에너지(XTC New Energy)가 추진하는 네오마 프로젝트(Néomat project) 사업만 남았다.

오라노는 공정 연구를 위해 오트비엔 지역 베신쉬르가르탱프의 추출야금혁신센터(Cime)에 시범 생산라인을 설치했다. 이곳을 방문하면 전기 배터리와 용매의 무한 재활용이 만드는 선순환에 대한 온갖 미사여구를 들을 수 있다. 물론, ‘산업 기밀’ 때문에 볼 수 없는 단계가 많다.

“용매는 순환하므로 폐기물이 전혀 나오지 않습니다”라고 습식제련 전문가 로르 되위예는 말한다. 그는 코발트, 니켈, 망간, 리튬이 든 네 개의 플라스크를 보여주며 “이 모든 물질을 무한히 재활용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하지만 이 과정에는 수많은 화학물질이 필요하다. 오라노에 따르면 배터리 2만 9천 톤을 ‘재활용’해 금속황산염과 수산화리튬 3만 6천 톤을 생산하려면 매년 12만 톤(컨테이너 약 5천 개 분량)의 반응물질이 필요하다.(16)

 

노스볼트의 몰락이 보여주는 것

여기서도 우리가 알 수 있는 건 기업이 내놓는 홍보 자료뿐이다. 그들이 제시하는 모든 수치는 사실상 검증이 불가능하다. 이 추출야금혁신센터는 프랑스 경제회복 기금에서만 610만 유로를 받는 등 엄청난 공적 자금을 지원받았지만, 정작 기업들의 주장을 검증할 외부 전문가나 감독 기관은 찾아볼 수 없다. 네오마가 앞으로 더 커질 뒹케르크 산업항에 자리 잡는다는 사실은 의미심장하다.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흑색 분쇄물을 손쉽게 해외로 빼돌리려는 속셈이 아닐까.

학계에서는 이런 공정들을 연구하고 평가하고 있지만, 최종 산물에 대한 평가는 늘 부정적이다. 특히 에너지 소비량과 환경 오염 측면에서 더욱 그렇다.(17) 연구자들은 한결같이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라고 말한다. 배터리의 효율은 계속 높아지고 있지만, 이는 점점 더 복잡해지는 대가를 치르고 있다. 

정교하게 설계된 공식에 따라 수십 가지 다른 물질들이 들어가기 때문이다. 배터리가 효율적일수록 재활용은 더 어려워진다. 유엔환경계획은 이를 이렇게 설명한다. “카푸치노 한 잔에서 물, 커피, 설탕, 우유를 원래 상태로 되돌리려는 것과 같다. 다만 이 경우에는 물질 중 일부가 독성을 가지고 있다.”(18)

채굴산업 비판단체인 시스트엑스트(SystExt, 채굴시스템과 환경의 약자)는 이차 광산(재활용 시도)이 일차 광산보다는 낫다. 하지만 무제한 성장이 이뤄지는 상황에서 재활용은 단지 시간을 지연시킬 뿐이다. 20세기 중반 이후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한 금속 수요가 이차적 공급을 무력화시키고 있다”고 지적한다.(19) 

최근 세계에서 가장 친환경적인 배터리를 만들겠다며 재활용을 약속했던 스웨덴 배터리 대기업 노스볼트가 파산한 것은(20) 아마도 선의의 바람과 현실 사이의 간극을 보여주는 증거일 것이다. 습식제련이 “환경 영향을 줄인다”라고 하지만, 이는 리튬이온 배터리에 반드시 필요한 귀금속들(리튬, 니켈, 코발트, 망간)만 고려한 이야기다.

나머지 재료들, 즉 흑연, 알루미늄, 구리, 여러 종류의 플라스틱, 그리고 수많은 화학물질은 마치 환경에 아무런 영향도 끼치지 않는 것처럼 마음대로 생산하고 쓰고 있다. 모든 배터리에 들어가는 액체 용매인 전해질이 대표적인 예다. 여기에는 영원히 분해되지 않는 오염물질인 PFAS(21)가 들어있다.

신생 기업 베르코르의 주요 파트너인 다국적 화학기업 아르케마(Arkema)는 이런 영구 오염물질을 전 세계 곳곳에 뿌리고 있는 기업이다. 이처럼 전기 배터리를 대대적으로 사용하면 환경 위기는 더욱 심각해질 뿐인데도, ‘전환’이라는 말로 우리가 지금처럼 살아도 아무 문제 없을 거라 믿게 만드는 모순이 여기저기서 드러나고 있다.

 

 

글·라울 기옌 Raúl Guillén & 뱅상 페레 Vincent Peyret
언론인

번역·김도형


(1) 비올렌 콜메 다아주, 「소방관들의 악몽이 된 리튬이온 배터리 화재의 급증」, <르포르테르>, 2024년 10월 29일
(2) 얀 리발랑, 「루앙 인근 볼로레 로지스틱스 화재 목격 직원, 압박감 속에 자살」, <76악튀>, 2024년 9월 30일
(3) 보이체흐 므로지크 외, 「폐리튬이온배터리의 환경 영향, 오염원과 경로」, <에너지&환경과학>, 12호, 2021
(4) 셀리아 이조아르, 『21세기 광산 붐: 전환기 금속에 대한 조사』, 파리, 쇠이, 2024
(5) 셀리아 이조아르, 위의 책
(6) 소피 페이, 「됭케르크의 베르코르 배터리 공장, ‘노트르담 대성당 18개’만한 길이」, <르몽드>, 2024년 9월 18일
(7) ‘환경 허가 신청 서류’, PJ 46호, 보고서 번호 113783/C판, 2022년 6월
(8) 베르코르, 「르노 그룹과 베르코르: 저탄소 고성능 배터리 공급을 위한 장기 상업 파트너십」, 2023년 4월 13일
(9) 필립 리샤르, 「인공지능으로 배터리의 열 폭주를 예측할 수 있다」, <엔지니어링 기술>, 2024년 10월 11일
(10) 필립 무로, 「전기차 배터리의 실제 수명」, <룰뢰르 일렉트리크>, 2024년 5월 31일
(11) 폐기물환경연구협동네트워크(Record), 「배터리 재활용과 재사용의 현황」, 최종보고서, 2019년 7월
(12) 에르베 모랭, 「파루크 테자르, ‘새로운 도시 광산’에서 배터리 재활용의 길을 찾다」, <르몽드>, 2008년 12월 31일
(13) 마리나 앙젤, 「SNAM, 아베롱에 재활용 부품 80% 사용한 새 배터리 공장 설립」, <뤼진 누벨>, 2024년 1월 4일
(14) 자비에 뷔송, 「피닉스 배터리: 경영진, 사업 종료 결정」, ,<라 데페슈>, 2024년 10월 24일
(15) 모르간 에이맹, 「세딜로르, 전기 배터리 재활용의 선구자」, <레스트 레퓌블리캥>, 2022년 10월 4일
(16) 오라노-XTC 뉴 에너지, “됭케르크 지역 전기 배터리 재료 제조 및 재활용 사업 협의 자료”, 2024년 1월
(17) 시즈 천, 「주요 리튬이온배터리의 습식제련 공정 연구」, <물리학 콘퍼런스 시리즈>, 2378호, 2022
(18) 셀리아 이조아르의 앞의 책에서 인용
(19) 「광산 논쟁 - 제2장. 이차 광산과 재활용」, SystExt 연구보고서, 2024년 5월 4일
(20) 안프랑수아즈 이베르, 「스웨덴 노스볼트 공장의 자동차 배터리 재활용 도전과 전기 배터리 대기업 노스볼트, 파산 선언」, <르몽드>, 2024년 4월 25일, 11월 21일
(21) 제니퍼 L. 겔포 외, 「리튬이온 배터리 부품이 지속가능 에너지와 과불화화합물의 환경 배출이 만나는 지점에 있다」,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 15호, 20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