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시 킹스, 유네스코, 그리고 카탈루냐 룸바

2025-02-28     에리크 델아예 | 음악평론가

 

2024년 10월, 몽펠리에에서 열린 모자이크 집시 보헤미안 페스티벌에서는 카탈루냐 룸바를 국가 무형문화유산(PCI) 목록에 등재하는 프로젝트로 다시 추진하자는 논의가 있었다. 이는 유네스코 국제 등록을 위한 전 단계로, 해당 라운드 테이블 회의는 대체로 무관심 속에서 진행되었다. 

이 자리에는 프랑스 남부 집시 단체의 대표들, 문화 기관 관계자들, 그리고 1960년대 프랑코 독재 시절부터 큰 인기를 끌며 카탈루냐 룸바를 대중화한 페레(페드로 푸빌 칼라프, 1935~2014)의 딸 로사 푸빌이 참석했다.

카탈루냐 룸바는 1950년대 바르셀로나의 집시들에 의해 탄생한 음악으로, 플라멩코와 쿠바 봉고 연주, 그리고 로큰롤 요소가 결합한 장르다. 특히 빠른 손놀림으로 기타 줄을 긁으면서 기타 몸통을 두드리는 독특한 연주 방식인 ‘벤틸라도르(ventilador, 선풍기 기법)’로 유명하다.(1)

 

프랑스에서의 카탈루냐 룸바

프랑스에서는 집시들의 ‘생트 마리 드 라 메르(Saintes-Maries-de-la-Mer)’ 순례 행사를 통해 카탈루냐 룸바가 전파되었다. 이를 대표하는 인물은 마니타스 드 플라타로 불린 리카르도 발리아르도(1921~2014)로, 그의 83개 앨범은 전 세계에서 9,300만 장이나 팔렸다. 그의 조카와 사촌들, 즉 발리아르도 가문(몽펠리에)과 레예스 가문(아를)의 후손들이 결성한 그룹이 바로 집시 킹스(Gipsy Kings)다.

1980년대 집시 킹스는 〈밤볼레오(Bamboléo)〉, 〈조비 조바(Djobi, Djoba)〉 같은 히트곡을 발표하며 세계적인 명성을 얻었다. 이들은 대중적인 멜로디와 화려한 편곡을 가미하여 상업적 음악으로 변형시켰지만, 〈루트(Roots)〉 앨범에서는 다시 원래의 어쿠스틱 감성을 살리기도 했다.

이들의 음악적 영향력은 상당하여, 2021년에는 스페인 래퍼 C. 탄가나(C. Tangana)의 앨범 <엘 마드리레노(El Madrileño)>(2)에 초대되기도 했다. C. 탄가나와 스페인 팝스타 로살리아(Rosalía)는 플라멩코와 룸바를 트랩, 레게톤 같은 현대 도시 음악과 결합하는 시도를 했다.

 

룸바의 대중화와 변화

집시 킹스는 카탈루냐 룸바를 대중화하는 과정에서 상업적인 팝 스타일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였다. 이후 켄지 지락(Kendji Girac)도 같은 길을 걸었으며, 그의 기타리스트 케마 발리아르도(Kema Baliardo)는 마니타스 드 플라타의 손자이기도 하다. 반면 스페인에서는 록과 지역 전통 음악을 자연스럽게 융합하는 문화가 자리 잡고 있다. 

가령 에스토파(Estopa)는 카탈루냐 출신의 형제인 다비드와 호세 무뇨스가 결성한 밴드로, 이들은 1970년대부터 카탈루냐 룸바에 일렉트릭 기타를 도입한 집시 듀오 로스 아마야(Los Amaya)의 영향을 받았다. 1999년 첫 앨범 발매 후 꾸준한 인기를 누렸으며, 라틴 그래미상 후보에도 두 차례 지명되었다. 2022년에는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C. 탄가나의 콘서트에서 18,000명의 관객 앞에서 공연하며 카탈루냐 룸바의 지속적인 인기를 입증했다.

 

정식 음악 장르를 향한 자부심

이러한 성공들은 카탈루냐 집시들에게 자신들의 문화유산에 대한 자각을 불러일으키는 계기가 되었다. 안달루시아 지역에서는 이미 플라멩코가 오랜 시간 국가적 문화유산으로 인정받았던 것과 달리, 카탈루냐 룸바는 그동안 충분한 문화적 정체성을 확보하지 못했다. 더욱이, 표준화된 대중문화가 SNS를 통해 빠르게 확산하면서, 공동체 내부에서 구전되던 음악 전통이 사라질 위험에 처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몽펠리에와 페르피냥의 여러 협회에서는 음악과 춤을 가르치는 프로그램을 개설했다.

현재 스페인은 카탈루냐 룸바를 유네스코 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하기 위해 신청서를 준비 중이며, 프랑스도 여기에 합류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특히 바르셀로나 출신의 집시 운동가이자 밴드 사보르 드 그라시아(Sabor de Gràcia)의 리더, 시쿠스 카르보넬(Sicus Carbonell)이 적극적으로 활동하고 있다.

몽펠리에에서 열린 회의에서 로사 푸빌은 감격하며 말했다. “우리는 인정을 받기 위해 이 과정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것이 우리의 자부심이 될 것입니다.” 과거 마니타스 드 플라타와 집시 킹스는 대중에게 ‘민속적인(Folklorized)’ 이미지로 소비되었지만, 이제 카탈루냐 룸바는 정식 음악 장르로 인정받기를 원하고 있다. 

 

 

글·에리크 델아예 Éric Delhaye
음악평론가

번역·성지훈


(1) 페레, <Rey de la rumba>, Virgin, 2000. (록 밴드 ‘토킹 헤즈(Talking Heads)’의 리더 데이비드 번(David Byrne)이 게스트로 참여)
(2) 에스토파(Estopa), <Estopía>, Sony Music, 20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