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숙의 문화톡톡] 분열로 달려가는 시대
올 겨울 유난히 호된 추위는 겨울의 매서움을 제대로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아무리 춥고 살기 등등한 겨울도 숙명적으로 이길 수 없는 것이 있다. 바로 봄이다. 추위 속에서도 봄이 준비하고 있음이 느껴진다. 계절은 시간과 자연의 섭리로 결국 영원히 굴림하지 못하고 다음 계절에 자리를 내어준다. 이러한 순환과 반복이 자연의 섭리이다. 그러고 보니 역사의 섭리도 그 못지않다. 역사는 반복된다고 하지 않는가.
현재 한국 사회는 그 어느 때보다 혼란스럽고 복잡하고 흥분되어 있다. TV나 각종 언론은 읽기 어려울 정도로 방대한 양의 시대 현상에 대한 정보를 쏟아내고 있다. 무엇이 진실이고 무엇이 가짜인지 모르는 수 많은 정보가 선동에 가깝게 분열을 조장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 것은 왜 일까? 진실과 믿음이 깨어진 시대, 나와 같은 편이 아니면 적으로 여기는 시대, 비방과 음모, 여론몰이로 사회적 공개 재판도 서슴지 않는 무서운 시대, 이게 요즘 느끼지는 한국의 현대 상항이다. 말 그대로 분열의 시대를 지나고 있는 것이다. 진보와 보수가 첨예하게 대립하며 서로의 주장을 외쳐대고 있다. 현재 한국 사회에는 진보와 보수만 있는 것이 아니다. 객관적인 시각으로 판단하기를 애쓰는, 옳고 그름을 균형 있게 분별하는 사람들도 많이 있다. 꼭 어느 편에 서서 그 편의 이념을 위해, 또한, 세력 확장의 도구로 활용되거나, 반사이익을 위해 개인의 신념과 가치를 합리화하는 경우도 있지만 어느 한편에 서기를 좋아 하지 않는 사람들이 어쩌면 더 많을 것이다. 왜냐하면 이미 우리는 대한민국이라는 한편이기 때문이다. 내가 속한 편이 모두 진실은 아니고 정당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내편이기에 침묵하거나 동조한다. 중요한 것은 개인이나 단체의 편에서가 아니라 민족의 미래와 진실을 추구하는 편에서 봐야 할 것이다. 특히 상대 측에 대한 선입견과 고정관념의 시각을 가지고는 객관적으로 현상을 바라보기가 쉽지 않다. 나와 뜻과 신념이 같지 않은 상대방에게 편견과 왜곡이 쉽게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대 사회의 양분된 편가르기는 어떠한 신념과 가치관로 색을 나누고 어떠한 미래 가치를 향하기에 이처럼 극렬하게 달려가는가? 어쩌다 “가족이 모이는 명절에는 절대 정치 이야기를 꺼내지 말라” 라는 지침서까지 등장하게 되었는가. 무엇이 가족간, 친구간, 이웃간 분열을 초래하는 것인가.
한국의 편 가르기 문화는 왜 지속되는가?
현재 사회의 분열 현상은 단순한 이유 때문만은 아니다. 우리 사회의 편가르기 문화는 “역사는 반복된다”는 관점에서 되풀이되고 있다. 우리나라의 편가르기는 여러 시대를 거쳐오며 늘 존재해 왔다. 어느 시점에서 시작되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지만 역사적, 정치적, 사회적 요인이 결합하여 오늘날의 편 가르기 문화로 이어졌다. 삼국 시대에서 조선 시대에 이르기까지의 사회의 당파성, 신분제, 사회와 계층 간 대립은 갈등과 차별을 고착화했으며, 집단 간 대립을 조장하는 기초가 되었다. 특히 조선 중기 이후 사림파가 정국을 주도하면서 붕당이 형성되었고, 성리학적 명분론에 따라 정치적 대립은 더욱 극심해졌다. 『조선왕조실록』 숙종 대 기록을 보면, 이들은 서로를 철저히 배척하며 권력을 차지하려 했고, 자신과 반대되는 세력을 철저히 공격하고 배제하는 문화가 뿌리내렸다. 정치적 입장이 곧 도덕적 정당성의 문제로 이어졌으며, 상대를 악마화하는 태도가 강해졌다.
근현대사의 외세 개입과 이념 대립으로 친일파 반일 프레임으로 분열의 명문이 생겼고, 개항 이후 서구 문물과 개혁을 받아들이려는 개화파와 전통 질서를 유지하려는 수구파의 대립으로 그 방향이 바뀌었다.
해방 후 대한민국 정부수립 과정에서 좌익과 우익의 충돌이 격렬해졌으며, 이는 6.25 전쟁으로 폭발했다. 전쟁 이후 남북 분단이 고착화되면서, 반공주의와 친북, 진보와 보수의 구도가 명확해졌고, 정치적 편 가르기 문화가 강화되었다.
현대 한국 사회의 편 가르기 문화는 정치적 이념에 따라 국민들이 양분되는 현상이 고착화 되었다. 인터넷과 SNS의 확산으로 인해 정치적, 사회적 이슈에 대한 대립이 더욱 뚜렷해졌고 정치적으로는 진보와 보수구도가 더 명확해졌다. 특히 정치권이 진영 논리를 활용하여 갈등을 조장하고 있다. 한국의 편 가르기 문화는 단순한 현대의 문제가 아니라, 오랜 역사적, 정치적, 사회적 맥락 속에서 형성되고 지속되어 온 현상이다. 아직도 한국사회는 시대와 대상만 바뀌었을 뿐 역사의 악순환은 계속 진행 중인 것 같다.
역사를 통한 교훈은 어디로 ... 악순환의 반복
이념과 분열은 국가를 약하게 만든다. 내부 분열과 극단적 이념 대립은 외부의 침략이나 내부 붕괴를 초래하는 위험을 조성한다. 1950년 한국전쟁은 이념 갈등이 극단으로 치달아 분단되고 고착화된 바로 우리의 현실이다.
인류의 역사는 반복되면서도 발전하는 이유가 있다. 비록 유사한 사건들이 반복되지만, 인류는 역사적 경험을 통해 점진적으로 발전해 왔다. 그 발전의 과정에는 몇 가지 주요한 요소가 있다. 과거의 실패를 반면교사 삼아 더 나은 체제를 만듦으로 제도적 발전을 가져오고, 세대 간 경험의 축적을 통해 기술과 지식이 발전하였고, 이를 바탕으로 혁신이 이루어졌다. 인권과 자유에 대한 인식이 발전되면서 가치관의 변화를 가져왔다. 갈등은 반복되지만, 점진적으로 더 발전적이고 가치있는 방향으로 나아왔던 것은 역사를 통한 교훈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념보다 실용적이고 협력적인 태도를 가져야 하며 과거의 실패에서 배우고, 사회적 갈등을 생산적으로 해결해야 한다. 역사는 반복되지만, 그 반복 속에서 배움을 얻고 더 나은 미래를 만들 수 있는 선택을 해야 한다는 것이 역사를 통해 배워가는 가장 중요한 교훈이 되어야 할 것이다;
우리의 신념과 가치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는 어떤 신념과 가치관을 가지고 살아가고 있는가? 어떠한 신념과 가치가 이 시대를 이렇게 만들어 가고 있는 것인가? 내일을 이어갈 다음 세대들에게 이런 과정을 통해 어떤 신념과 가치관을 가지게 할 수 있는가? 과학과 정보기술의 발달이 어느 시대 보다 앞선 현대 사회에서 이념간, 세대간 소통은 어찌 더 퇴보하고 막혀 있는 것인가?
신념(Belief)은 어떤 사실이나 생각을 진실이라고 믿는 확신을 의미한다. 이는 경험, 교육, 문화, 종교, 이념 등에 의해 형성되며, 개인이 세상을 이해하는 방식에 영향을 주게 된다. 신념은 개인적이거나 집단적인 것일 수 있으며, 반드시 논리적이거나 검증된 것은 아니다. 반면 가치관 (Values)은 개인이나 사회가 중요하게 여기는 원칙과 기준이다. 신념이 특정한 사실에 대한 믿음이라면, 가치관은 삶에서 무엇이 더 중요하고 덜 중요한지를 결정하는 기준이 된다. 그렇기에 가치관은 신념과 깊이 연결되며, 개인의 행동과 선택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가 된다.
신념은 가치관을 형성한다. 사람들이 어떤 신념을 가지느냐에 따라 중요한 가치가 결정되고 가치관이 신념을 더욱 강화한다. 그러나 신념과 가치관은 변할 수 있으며, 때로는 서로 충돌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 평등을 중요하게 여기면서도 경쟁을 통해 발전이 가능하다는 신념을 동시에 가질 수도 있다. 이는 사회의 흐름과 시대적 요구에 따라 변화하며, 특정한 가치관이 지배적인 시대가 되기도 한다. 신념은 우리가 세상을 바라보는 렌즈이며, 가치관은 그 렌즈를 통해 선택하는 삶의 방향이라고 할 수 있겠다.
신념도 없이 사회 흐름과 분위기에 이끌리는 젊은이들도 적지 않다. 개인에게 자주적이고 그들이 꿈꾸는 미래를 위한 열심과 뜻 있는 성취대신 시대의 추세, 권력자의 정책방향, 어떻게든 더 많은 이득을 위해 힘 있는 편에 서야 되는, 그래서 정치적 의존을 종용하고 특정집단에 차별과 피해의식을 주입해온 정치 싸움은 성실하게 살아가는 일반인들에게는 한국정치의 부끄러운 민낯으로 보여진다.
한국은 눈부신 산업화와 자랑스럽게 민주화를 이루어온, 그리고 한국은 역사상 최고의 교육 수준을 받은 우수한 인재들이 세계의 주역으로 주목하는 국가가 되었다. 이것이 정치의 힘으로 이루어진 것은 아니다. 어찌보면 왜곡되게도 정치와 일반국민의 삶은 거리가 멀어 보인다. 정치는 정치인끼리의 세력 싸움이고 그것을 바라보는 국민은 한국사회에서 가장 낙후된 부류로 정치적 행태를 인식하고 있으며 한심스러워 할 뿐이다. 오늘날 대한민국의 모든 흐름은 애국을 강조하지만 실제 권력이 더 강한 세력의 입맛대로 정책이나 방향이 결정되고 원칙 없는 정책들과 수시로 바뀌는 제도 등으로 혼란과 무기력감에 빠져 들게 하고 있다. 국민은 정치에의 기대를 아예 포기하고 자립도생의 길을 택하는 사람들이 증가하고 있다. 정치는 결국 정치인들만의 것이 되어버린 것이다.
네편, 내편, 우리편
나와 뜻을 같이 하지 않으면 적으로 인식되는 현대사회, 동조 하지 않으면 공격을 당하고 강요를 받아야 하는 상황, 현재 한국에는 진보와 보수만 있는 것은 아니다. 동조하지 않는다고 매도하고 다른 의견을 갖고 있다고 적이 되는 시대적 광기의 도가니 속에 빠져 있는 한국의 현재를 어떻게 극복해 갈것인가? 우리는 모두 한국 사람이 아니었는가? 단군의 자손이 아니었는가? 단일 민족이라는 자부심의 순수한국 혈통을 자랑하는 민족이 아니었는가? 위기때마다 정치가 아니라 평범한 국민들이 위기를 극복하는데 희생과 목숨을 바쳐 지켜온 나라가 아니었는가? 각각의 모습으로 고군분투 하며 살아가는 한국의 일반국민들은 정말 수많은 어려움 앞에서도 최선을 다해 열심히 산다. 왜 정치는 우리를 의도하지 않은 분열의 양극화로 내몰고 있는가? 권력의 끝은 얼마나 대단히기에 나라의 미래를 뒷전으로 내미는가? 그래서 그렇게 쟁취한 권력이 우리사회를 위해 얼마나 대단한 일들을 해 왔는가!
글·이인숙
문화평론가, 교육학박사, 문화예술경영전공. 현재 청주대학교 영화영상학부 교수로 재직하고 있으며 한국ESG위원회 공연예술위원회 위원장, 북경수도사범대학교과덕대학 공연예술대학부학장역임, 한국연기예술학회이사, 국제문화예술교육교류협회회장, EINSchool대표이사, 국제문화&예술학회 국제이사, 청주시도시문화추진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