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메이터 홍주훈 “K-애니메이션, 이제 도약을 준비할 때입니다”

1967년 50만 명의 관객을 동원한 한국의 첫 장편 애니메이션 ‘홍길동’을 시작으로 1976년 로봇 태권V, 1987년 TV애니메이션 ‘아기공룡 둘리‘, 2000년대 ’뽀로로’, 최근 장편애니메이션 ‘퇴마록’ 등 한국 애니메이션 산업은 꾸준히 성장해왔다. 하지만 이제 변화가 필요한 시점에 와 있다.

미국 플로리다 링링예술대학(Ringling College of Art and Design)에서 3D컴퓨터 애니메이션을 전공한 후 현재 미국 미네아폴리스 크리에이션 스튜디오 ‘Make’에서 애니메이터로 활동하고 있는 애니메이터 홍주훈(30) 씨와 한국 컴퓨터애니메이션산업의 정책과 발전 방향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봤다.

Q. 중국 애니메이션 ‘너자2’가 놀라운 흥행 수익을 올리며 중국 소프트 파워를 보여주고 있는 중입니다. 중국 애니메이션의 성공 이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너자2’의 성공은 중국 컴퓨터애니메이션 산업의 부상과 성장을 보여줬습니다. 정부와 기업, 민간의 지속적인 정책과 투자, 홍보가 뒷받침되고 시너지를 일으킨 결과물이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한국 컴퓨터애니메이션 산업도 획기적 발전을 이루고 국제 경쟁력을 갖추도록 이제 체계적으로 도약을  준비할 때입니다.

Q. 한국 컴퓨터애니메이션 분야의 가장 시급한 문제는 무엇인가요?
한국 컴퓨터애니메이션 산업의 가장 시급한 문제는 제작 환경 개선과 인재 양성 시스템입니다. 장기적인 투자 전략과 실무 중심의 교육시스템의 변화가 필요합니다.

또한 이제 더욱 하청 중심의 산업 구조에서 벗어나 IP(지적재산권) 중심의 콘텐츠 개발과 수익 구조 다변화를 통해 해외 진출을 위한 IP 보호와 계약 협상력 강화가 이루어져야 합니다.

Q. 국내 컴퓨터애니메이션 업계의 제작환경이 개선되려면?
2024년 한국콘텐츠진흥원의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애니메이션 스튜디오의 60% 이상이 예산 부족으로 프로젝트 진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합니다. 정부의 지원 정책이 거의 1~2년 단위 프로젝트로 단기적이고 형식적이라는 점이 문제입니다. 정부와 기업 차원의 중장기적이고 제작지원과 후속지원 등 체계적인 투자 전략이 필요합니다. 정부와 민간의 공동 투자를 통한 안정적인 제작 환경 지원 시스템 구축이 시급합니다.

Q. 직접 경험하신 한국과 미국의 애니메이션 교육 시스템 차이를 비교 설명해 주십시오.
저는 홍익대학교 애니메이션학과를 다니다가 미국 대학으로 다시 입학을 했습니다. 제가 다녔던 미국대학은 실무 중심의 교육과정이 철저합니다. 학생들에게  취업 현장과 동일한 시설과 장비를 충분히 제공하고, 교수진도 현업 전문가들로 구성됩니다. 비평(크리틱)과 피드백 중심 교육을 통해 학생들이 실무에서 바로 활용할 수 있는 능력을 기를 수 있도록 교육합니다.

Q. 한국 대학 애니메이션 교육의 개선방향은?
한국의 경우 2016년 정부의 대학 구조조정 정책에 따라 주요 예술대학의 애니메이션 전공학과가 영상학과와 통폐합되어 4년 동안 애니메이션 전공에 집중해서 교육받을 시간도 부족해진 현실입니다.

교육시설과 시스템이 학생의 필요를 더욱 충분히 충족시켜야 합니다. 산업 수요 맞춤형 교육과정을 개편해 현장 전문가 초빙과 산학 협력 교수제 도입 등으로 현장 전문가가 참여하는 교육과정을 정기적으로 업데이트해 실무 경험을 확충할 필요가 있고 교육설비에 대한 적극적인 투자가 필요합니다.

Q. 미국 애니메이션 업계 취업 전략에 대해 조언을 해주신다면?
미국 애니메이션 취업에서는 학점이나 학교 이름보다 포트폴리오가 가장 중요한 평가 기준입니다. 자기 작품을 꾸준히 제작하고 포트폴리오를 꾸준히 업데이트하며 현직 전문가나 선배들에게 조언을 구하며 실력을 키우는 일도 중요합니다.

언어 문제도 자연스럽게 토론하고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표현할 수 있도록 능동적으로 실력을 키워야 하고. 또 현지 문화를 이해하고 적극 어울려서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현장 중심의 실무 경험도 최대한 확보하기 위해 학교와 연계된 인턴십이나 현장 프로젝트를 통해 실무 능력과 네트워크를  형성할 필요가 있습니다.

Q. 한국 애니메이션의 글로벌 시장 성공 전략이 있다면?
한국 컴퓨터애니메이션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려면 정부와 기업과 민간의 장기적인 투자 환경의 조성과 실무 중심 교육 개편, 그리고 IP(지적재산권) 확보, 콘텐츠 다양성 확대가 요청됩니다. 아동용 콘텐츠뿐 아니라 전 연령을 대상으로 하는 깊이 있고 창의적인 콘텐츠를 더욱 개발해야 할 것입니다

해외 네트워크의 활용 등도 필요합니다. 해외 애니메이션 전문가들의 기술과 산업 노하우를 시장에 접목할 수 있도록 이제 산업 전반을 더욱 활성화시켜야 할 시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컴퓨터 애니메이션 산업 전반을 바라보는 세심한 시각과 전략이 필요한 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