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현보와 전광훈 말고 보이는 목사가 없다
안치용의 한국 교회 톺아보기
지난해 12월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이후 전개된 탄핵 국면이 마무리되어 간다.
3월 말이나 늦어도 4월 초로 예정한 윤 대통령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탄핵 심판 선고가 ‘인용’으로 나오리라는 데에 개인적으로 일말의 의심이 없다. 탄핵 국면에서 극우 세력의 준동을 보며 언짢기도 했지만, 이 준동을 포함하여 탄핵 국면 전반은 대한민국이 정상국가임을 보여주는 과정이었다고 평가한다.
여러 여론조사를 근거로 대한민국에 극우세력이 이렇게 발호했다는 사실에 우려하는 사람들이 있다. 걱정스럽긴 하지만 큰 걱정거리는 아니다. 탄핵 반대 세력이 다 극우는 아니고 극단적이고 돌출적인 행동을 하는 극우 세력이 더 크게 보일 뿐이다. 순수하게 극우로 불릴 만한 세력은 막상 얼마 되지 않을 것이다. 그것이 10%든 그 언저리든 아직은 우리 사회가 통제할 만한 병증에 머문다.
걱정의 대상은 대한민국이나 우리 사회가 아니다. 기독교가 문제다. 이번 탄핵 국면에서 가장 피해를 본 세력을 들라면 기독교, 즉 개신교이다. 보수세력은 진보세력이 존재하듯 언제나 있을 수밖에 없고 두 세력의 긴장과 토론을 통해 국가와 사회, 종교까지도 발전한다. 한데 보수에 얹혀 있는, 사실 보수와는 완벽하게 다른 극우는 토론이 가능한 집단이 아니기에 병을 다스리듯 사회적으로 적절하게 통제하는 것만이 답이다.
문제는 계엄선포와 탄핵 국면에서 극우의 핵심, 또는 극우의 정체성이 개신교로 각인되고 있다는 점이다. 물론 양자가 필요충분조건의 관계는 아니다. 현실은 논리의 세계가 아니라는 데에 어려움이 있다. 기독교 일각의 부패한 또는 타락한 집단이 대한민국 극우의 중추를 맡았을 뿐이라고 기독교 내에서는 ‘보수적’으로 받아들이지만, 기독교 밖에서도 그렇게 생각할까. 기독교에도 다양한 목소리가 존재한다는 반론이 극우 기독교의 광분만이 도드라져 있어 씨알이 안 먹힌다. 그러면 이렇게 묻는다. 전광훈과 손현보 말고 지금 눈에 보이는 목사가 있느냐고.
탄핵 국면은 사회 지표를 통해 가뜩이나 편협하고 혐오로 가득 찬 종교로 취급받는 기독교에 극우 색채를 덧씌우는 계기가 되고 있다. 침몰하는 중인 한국 기독교란 배에 두 사람은 바닥에 큰 구멍을 뚫어버렸다.
이미 목사라는 호칭을 쓰기 어렵게 된 전광훈씨는 극우적 망동과 별개로 아들과 딸, 측근을 동원해 사악한 돈벌이를 일삼는 사기꾼 집단의 우두머리로 지탄을 받는다. 그가 총애한 수하들이 특임 전도사라는 명칭으로 서부지방법원 등에서 내란의 현장에서 폭동을 선도했지만, 구속된 이후엔 그들을 잘 모른다고 전씨는 손절하고 있다. 윤 대통령이 책임을 군인들에게 떠넘기는 모습과 너무 닮았다.
손 목사는 또 어떤가. 전씨 하나로 벅찬 마당에 전씨와 경쟁하며 극우 개신교의 색채를 더 강화하는 데 혁혁한 공을 세우고 있다. 부산에서 선교에 탁월한 재능을 발휘하여 큰 교회를 키워낸 그는 이번 탄핵 국면에서도 정치 마케팅 재능을 보여주었다. 한국사 강사인 전한길씨를 극우 스피커로 중용하여 바람을 일으키는 데 성공했다. 언론에서는 여의도파와 광화문파의 대립을 분석하며 두 집단의 경쟁 관계를 대서특필한다. 지각 있는 기독교 집단이 전씨에 맞서 갈등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정상인데, 극우의 주도권을 두고 두 사람이 경쟁한다. 그러다 보니 기독교는 두 사람의 세상으로 비친다. 전씨는 그렇다 치고, 손 목사는 그 자랑스런 고신 출신이 아닌가. 일제의 신사참배를 거부한 민족정기를 품은 교단의 목사가 어떻게 저런 허망한 길을 성공적으로 걷고 있는지 놀랄 정도이다.
최근에 ‘캡틴 코리아’란 닉네임을 쓰는 해괴한 인물이 극우 세계의 반짝스타로 떠올랐다. 그가 하필 장신대 출신이라니 얄궂다. 많은 장신대 출신 중에 별의별 사람이 다 있겠지만, 이 시점에 그가 부각된 게 너무 안타깝다. 그가 미군 장교 출신으로 모사드(이스라엘)와 CIA(미국)의 블랙요원을 주장한 모양새가 태극기 집회 그대로이다. 이런 병증은 정말 한국 기독교 일각의 문제가 불과한 것인가.
안치용
아주대 융합ESG학과 특임교수ㆍ전 경향신문 기자, 한신대 M.div 및 신학박사 과정 수료. 협동조합언론 가스펠투데이 기고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