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WS] 강력한 온실가스 에어컨 냉매 수소불화탄소(HFCs) 최근 24% 증가

이산화탄소보다 12400배 강력한 온실 효과 항공산업 전체 배출량의 2배. 한국, ‘키갈리 개정서’ 비준 늦은 데다 냉매 폐기·회수 등 전 주기 관리체계 부재. “자연 냉매로 전환 유도하고 냉매 관리 사각지대 방지할 제도 도입해야”

2025-03-26     신성은 국제정치전문기자

온실가스[1] 주범 이산화탄소(CO2)의 무려 24,000배 온실효과.

수소불화탄소(HFCs) 이야기다.

올해 역시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무더위가 기승을 부릴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에어컨 냉매로 사용되는 수소불화탄소가 강력한 온실효과로 강력한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는 보고서가 나왔다.

비영리 기후법인 기후솔루션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6대 온실가스중의 하나인 “수소부화탄소가 이산화탄소보다 무려 24,000배 강력한 온실효과를 발휘한다”며 “이에 대한 관리체계가 심각한 수준”이라고 주장했다.

무더위속 에어컨 등 냉방기는 필수다. 그런데 그 핵심 소재가 사람을 시원하게 하지만 지구는 뜨겁게 달군다는 지적이다.

에어컨 등 냉방기의 ‘냉매 원료’인 수소불화탄소는지구 온난화와 더불어 사용이 급증해왔다. 더욱이 뜨거운 열기가 최대 적이자 비용의 대부분인 데이터센터의 급증은 수소불화탄소 사용을 확대하는 주범이다. 데이터센터는 세계경제의 화두인 AI의 급속한 발전으로 날개를 달고 더욱 확대되고 있다. AI는 엄청난 데이터와 빠른 처리가 요구되며 데이터 센터 용량을 늘리고 엄청난 전기를 잡아먹는다.  

냉장고, 에어컨, 데이터센터의 냉각 시스템 등에서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수소불화탄소’ 가 이산화탄소보다 최대 1만 2400배 강력한 온실 효과를 유발함에도 불구하고, 효과적인 감축을 위한 제도적 기반이 부족하다고 지적한다.

HFCs는 이산화탄소 대비 최대 수만 배 높은 지구온난화지수(GWP)를 가진 온실가스로, 주로 냉매에 사용된다. 에어컨 등 일상 속 가전 제품뿐 아니라 최근엔 인공지능 산업의 핵심인 데이터센터 가동에 활용되면서 세계적으로 매년 10~15%씩 소비가 늘어나는 추세다. 현재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4%는 HFCs 등의 냉매가 주입된 냉동공조기기 사용에서 발생하고 있으며, 이는 항공 산업 전체 배출량의 두 배에 달하는 수치다.

그러나 HFCs는 오랜 기간 전 세계 기후위기 대응에서 주요 의제로 다뤄지지 못했다. 오존층파괴지수가 낮다는 이유로 오히려 오존층 파괴의 주범이었던 기존 냉매를 대체할 ‘친환경 물질’로 인식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구온난화 효과가 알려지면서 국제사회는 HFCs 배출 문제를 적극 논의하기 시작했고, 2016년에 이르러 HFCs 감축을 목표로 하는 ‘키갈리 개정서’를 채택하기에 이르렀다.

이에 따라 한국도 2045년까지 HFCs 생산 및 소비량을 2020~2022년 평균 대비 80% 감축해야 하는 국제적 의무를 지게 됐다. 더욱이 한국이 세계 5위의 냉동공조기기 생산국이며 국내 유통 제품 중 95% 이상이 HFCs 또는 이전 냉매를 사용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감축 책임은 더욱 크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한국 정부의 대응은 주요국 대비 매우 뒤처졌다. 우선 한국은 키갈리 개정서를 의무 시행 1년 전인 2023년에야 비준했으며, 이는 개정서상 같은 ‘개발도상국’ 그룹에 속하는 중국보다도 2년 늦었다. 다른 OECD 국가들도 일찌감치 개정서를 비준한 후 관련 법령을 제정하고 규제를 실시해왔다. 특히 유럽연합은 개정서가 비준되기 10년 전부터 HFCs 감축을 선제적으로 추진했으며, 그 결과 2009년부터 HFCs 소비량이 지속적으로 감소하는 추세를 보였다. 반면 한국은 2022년 기준 HFCs 배출량이 2018년 대비 40% 가까이 증가했으며, 같은 시기 국내 총 온실가스 배출량이 7.6% 감소한 것과 비교하면 더욱 두드러지는 상승세를 보였다. 

국내

HFCs의 대부분이 공식 통계에 뒤늦게 추가되면서 그동안 모르고 지나쳐온 2000만 톤(CO2eq·이산화탄소 환산량)의 배출량이 발견된 일도 있었다. 지난해 9월 국가 온실가스 인벤토리 산정 기준이 갱신되면서 기존 2종만 포함되던 HFCs가 새롭게 29종으로 확대됐기 때문이다. 이에 따른 재산정 결과, 2021년 HFCs 배출량은 기존의 4배로 늘어나 농축수산업 전체 배출량과 맞먹는 수치가 됐으며, 국내 온실가스 총 배출량 증가분 4470만 톤 중에서도 HFCs가 절반 가량(2230만 톤)을 차지할 정도로 중요한 영향력을 보였다.

기후솔루션 보고서는 이 같은 내용을 토대로 현행 HFCs 및 냉매 정책이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 달성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HFCs는 냉매 제품을 생산할 때는 물론 설치·사용·폐기 과정 등에서도 조금씩 장기간 배출되기 때문에, 당장 배출량이 나오지 않더라도 제품의 전체 생애주기에서 발생할 ‘잠재배출량’을 고려하는 일이 필요하다. 잠재배출량 관리를 소홀히 할 경우 향후 HFCs 배출은 계속 늘어날 수밖에 없으며, 실제로 HFCs의 잠재배출량은 매년 일정량의 배출계수를 적용한 실제배출량보다 약 2배 많은 수치를 보인다.

그러나 현재 냉매의 전 주기를 통틀어 HFCs 배출을 측정하고 관리하는 체계는 부재한 실정이다. 우선, 현행 ‘오존층 보호법’에는 HFCs의 폐기 등을 규제할 규정이 마련돼 있지 않다. 냉매 사용량을 신고하거나 회수하여 처리 및 보고하는 등의 사항도 제품별로 각각 다른 법이 적용되어 사각지대가 발생하는 문제가 있다. 일례로 현재 국내에서 성공적으로 회수 및 폐기가 이뤄지는 냉매의 비율은 전체 유통량의 1%에 불과하며, 법 적용 대상 역시 ‘냉동능력 20톤(20RT) 이상의 냉매 사용 기기’ ‘전자제품 및 자동차’로만 한정돼 있어 이외 제품은 사실상 방치되고 있다.

 

출처

더불어, HFCs의 대안이 불확실한 상황도 한계로 지적된다. 지난해 12월 정부가 발표한 ‘수소불화탄소 관리제도 개선방안’에는 HFCs를 지구온난화지수가 낮은 물질로 전환하는 내용이 담겼지만, 구체적으로 어떤 물질을 사용해야 할지에 대해선 명확한 언급은 없었다. 현재 냉동공조업계에서는 ‘수소불화올레핀’(HFOs)이 유력한 대체 후보로 거론되고 있지만, 이는 대기로 배출될 경우 유독성 물질로 바뀌거나 비를 통해 식수를 오염시킬 위험이 있어 지속가능한 해결책으로 보기는 어렵다.

이에 기후솔루션 보고서는 HFCs의 실질적인 감축을 위해 △HFCs를 HFOs가 아닌 자연 냉매로 전환할 것 △’전주기 냉매관리 체계’(LRM, Lifecycle Refrigerant Management)를 도입할 것 △HFCs가 속한 불소계열 온실가스(F-gas)를 통합 관리할 법 제정을 검토할 것 △HFCs 국가 온실가스 통계를 고도화할 것 등을 제언했다. 특히 전주기 냉매관리 체계를 도입할 경우, 키갈리 개정서 이행과는 별도로 390억 톤의 온실가스를 추가로 감축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있어 시급성이 높은 과제로 주목받고 있다.

기후솔루션 메탄·HFCs팀 박범철 연구원은 “지구온난화로 인해 냉장고·에어컨 등 냉동공조기기에 대한 수요는 계속 증가할 것이고, 이는 다시 HFCs 배출로 이어져 기후위기를 더욱 가속화할 것”이라며 “냉매 원료인 HFCs가 정작 지구 온도는 높이는 역설적인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러한 악순환을 끊기 위해서는 HFCs가 7대 온실가스 중 가장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는 사실을 기억하고, 정부의 적극적인 정책 대응을 통해 냉동공조업계의 신속하고 효율적인 HFCs 감축 및 전환을 유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1] 태양으로부터 오는 가시광선은 통과시키고 지면에서 복사된 적외선의 복사열을 흡수하여 대기중 기온을 높이는 역할을 하는 기체를 뜻한다.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법 제2조 제5호는 "적외선 복사열을 흡수하거나 재방출하여 온실효과를 유발하는 대기 중의 가스 상태의 물질로서 이산화 탄소(CO2), 메탄(CH4), 아산화 질소(N2O), 수소불화탄소(HFCs), 과불화탄소(PFCs), 육플루오린화황(SF6) 및 그 밖에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물질"로 정의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