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의 프랑스어 문학 열기

2012-12-11     안 피텔루

오늘날 스위스의 프랑스어 사용 지역에서 무엇이 쓰이는지를 아는 프랑스 사람이 과연 얼마나 될까? 프랑스어를 쓰는 이 이웃은 풍성한 문학 생활로 활기에 가득 차 있고, 거기서 자신을 표현하는 목소리는 풍부하고 다양하다. 그러나 그 목소리는 프랑스 독자를 감동시키는 데 어려움을 느끼며, 종종 부당하게도 자기들 땅에서조차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이것은 인구가 200만 명이 채 안 되는 이 지역의 상황과 관련된 패러독스다. 프랑스어권 스위스는 이 지역에 접한 3개의 문화권이 만나는 교차로에 끼여 있다. 한쪽에는 언어와 문학작품 목록을 공유하는 프랑스가 있고, 또 한쪽에는 다수를 차지하는 독일어권 스위스가 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이탈리아어권 스위스가 있다.

올가을 3명의 프랑스어권 스위스 출신 작가들이 가을에 수여되는 주요 문학상 후보에 올랐다. 조엘 딕케르(<해리 크베르 사건에 관한 진실>, 라주 돔 출판사·베르나르 드 팔루아 출판사)와 카트린 사포노프(<광부와 카나리아>, 조에 출판사), 도미니크 드 리바즈(<로즈 앙비>, 조에 출판사)가 바로 그들이다. 이 예외적인 상황은 관례일까, 아니면 국경이 열리기 시작한다는 표시일까?

프랑스어권 스위스에는 산문과 운문, 희곡 분야에서 글을 쓰는 작가가 모두 200명 정도 있다. 매년 평균 1360종가량이 이 지역에서 출판된다. 책 도매상과 출판사, 서점협회(ASDEL) 사무총장 자크 셰레르에 따르면, 이 지역에는 100여 곳의 출판사와 약 150개 서점이 있다. 프랑스에선 서점이 인구 2만5천 명당 1곳이 있는 데 비해, 이 지역은 인구 1만 명당 1곳이 있다.

매년 1천만 권의 책이 팔리는데 그중 80%는 수입된다. 그리하여 프랑스어권 스위스는 프랑스 시장에 크게 종속돼 있고, 프랑스 출판시장 총매상고의 13%를 차지한다. 프랑스어권 스위스는 면적이 작아서 작가와 출판사 관련자, 비평가가 직접 만나 교류할 수 있다. 그렇지만 이 지역에서 출판되는 많은 책들은 지역 언론의 관심을 끄는 데 어려움을 느낀다. 왜냐하면 이 지역 언론들은 파리의 언론매체가 다루는 작가를 우선적으로 여기기 때문이다.(1)

출판사는 대부분 열정을 가진 사람들이 운영하지만, 대부분 규모가 영세해서 자기들이 펴내는 책을 국경 너머까지 알릴 만한 수단이 없는 독립 조직이다. 작가이자 로잔대학 교수인 제롬 메이조즈는 이같은 상황을 다음과 같이 분석한다. "우리는 프랑스가 우리를 이국적이라고 판단할 만큼 크게 다르지 않다. 아프리카 대륙이나 카리브의 작가들과는 다르다."

셰레르 사무총장은 스위스 문학의 수출에 늘 어려움을 느꼈던 것은 프랑스가 중앙집권화된 나라이기 때문이기도 하다고 말한다. "독일에는 프랑크푸르트나 뮌헨, 베를린처럼 강력한 문화적 중심이 여러 곳 존재한다. '독일어권'이라는 개념 자체가 없고, 프랑스와 프랑스어권처럼 중심부와 주변부의 분열도 일어나지 않는다. 프랑스어권 출판은 지방 출판사와 똑같은 문제에 직면해 있다."

프랑스와 독일어권 스위스 사이에 낀 프랑스어권 스위스는 이렇게 해서 이중으로 소수화됐다. 이런 감금 상태에서 빠져나오기 위해 프랑스의 출판사를 통해 작품을 출판하고, 나아가 프랑스에 정착하는 것(장뤼크 베노지글리오와 필리프 작코테, 베르나르 코망이 그랬던 것처럼)은 현실적인 성공 수단이다. 그것은 바로 조엘 딕케르의 경우로서, 이 작가가 쓴 <해리 크베르 사건에 관한 진실>은 프랑스 아카데미 대상을 받았다.

"프랑스어권과 독어권 사이의 이방문학"

제네바 출신인 이 젊은 작가의 소설은 로잔에 있는 라주 돔 출판사와 파리에 있는 베르나르 드 팔루아 출판사가 공동으로 출판했다. "베르나르 드 팔루아 출판사는 자기들이 발굴해낸 이 젊은 작가를 저널리스트들과 문학상 심사위원들에게 알리기 위해 올여름부터 온갖 힘든 일을 마다하지 않았다"고 2012년 10월 25일자 <라크루아> 신문은 보도했다. 카트린 사포노프와 도미니크 드 리바즈의 작품은 오랜 기간에 걸친 작업 덕분에 프랑스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프랑스어권 스위스 출판사인 조에에 의해 출판됐다.

그렇지만 카롤린 쿠토 조에 출판사 사장에 따르면, 이 지역 작가들의 불편한 위치는 몇 가지 이점이 있다. "상대적인 고립은 유행의 희생자인 현대 프랑스 작가들에 비해 상당한 자유를 우리에게 제공해준다. 그것은 더 독창적이고 진실된 목소리를 내도록 만들어준다. 예를 들어 장르는 이따금 시대에 뒤처지기도 하는데, 대담성과 진정성은 그 대가를 치러야만 하는 것이다."

'일부러 잘 못 쓴다'는 비난을 받았던 샤를페르디낭 라뮈즈는 이미 1929년에 베르나르 그라세에게 보낸 편지에서 그 점에 대한 자신의 입장을 정당화한다. 즉, 그가 통사 규칙을 따르지 않았던 것은 문법학자들의 죽은 언어를 살아 있는 말 속에 다시 담으려 했기 때문이었다. 문학의 국제적 순환에 관한 전문가인 파스칼 카사노바에 따르면, 작은 나라의 작가들, 즉 '중심을 벗어난 중심인들'은 문학을 짓누르는 주류의 속박에서 벗어났기 때문에 문학적 혁신을 이룰 수 있다.(2) 20세기 스위스 작가들은 오랫동안 무시당하다가 이제는 계속 인정받고 있다. 그냥 니콜라 부비에와 샤를알베르 생그리아, 코린나 빌, 카트린 콜롱브, 장마르크 레비, 로베르 발세르 정도만 인용하자. 시인이자 대학교수인 실비안 뒤퓌는 이렇게 쓴다. "이 작가들은 활동 무대가 다른데도, 이렇게 고립돼 있기 때문에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전위적 작가로서, 그리고 형식과 언어의 탁월한 발명자로서 진가를 아주 자주 발휘하고 있다."(3)

우리는 현대작가들 가운데 카트린 사포노프의 자전적 소설과 하이케 피에들러의 퍼포먼스와 시, 마리우스 다니엘 포프스퀴의 대하 산문, 작크 프롭스트의 주먹으로 내려치듯 폭력적인 연극 대사, 알렉상드르 브와사르의 참여적 서정시, 혹은 제롬 메이조즈의 짤막한 형태를 인용할 수 있다. 그런데 프랑스어권 스위스는 상당한 시적 전통을 갖고 있다.(4) 이처럼 독창적인 문학 생산물은 프랑스에서는 전혀, 혹은 거의 전파되지 않았기 때문에 독자를 발견하기 위해 프랑스 서점들의 유통망에 의존한다. 이 유통망은 촘촘하기는 하지만, 한편으론 취약하다. 2001년 이후로, 그리고 FNAC이 등장한 이후로 70개 이상의 판매처가 사라졌다. 작가와 출판사로서는 독자에 대한 접근로가 그만큼 줄어든 것이었다. 그리하여 그들은 자신의 매출액이 감소하는 것을 지켜보아야만 했다. 이같은 잠식 현상의 원인은 프낙과 아세트 출판사를 소유한 파이요 출판사 간에 '유인 상품'(이익을 남기지는 않으나 같은 상점이나 체인에서 판매를 늘릴 수 있게 해주는 상품)에 대한 덤핑이 이루어진 데 있었다. 즉, 책 도매상들이 제작 부수가 많은 작품에 대해 대폭 할인을 해줘 가격을 파괴하는 바람에 출판시장의 두 강자가 소규모 조직들의 붕괴를 가속화한 것이다.

스위스 출판시장은 지난 3월 국민투표가 실시됐을 때 거부당한 책정가제에 의해 규제받지 않는다. 프랑스어권 스위스에서는 책 도매상들이 프랑스 출판업자들이 표시한 판매가의 30~50%에 이르는 환산표에 따라 책값을 결정한다.

다시 부는 프랑스 문학 바람

프랑스어권 스위스에서는 모든 서점이 약 30만 권의 도서를 주문 48시간 이내에 받을 수 있다. 이 지역에서는 봉급이나 전세금과 마찬가지로 이같은 서비스 덕분에 책이 프랑스에서보다 더 비싸게 팔릴 수 있다. 그러나 일부 책 도매상(특히 프랑스 그룹의 스위스 지사들)은 수입된 책들에 대해 지나칠 정도의 부당한 가격을 책정한다. 책정가제가 거부당한 뒤 경쟁위원회는 이 제도에 대해 조사를 했다. 13개 책 도매상들은 불공정경쟁 혐의로 기소돼 막대한 벌금을 내라는 판결을 받았다. 프랑스어권 스위스에서 벌어진 도서정가제 캠페인은 최소한 책이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는다는 이점이 있다. 출판 전문가 장 리샤르는 "정치인들은 그들이 해야 할 일이 있다는 사실을 이해했다"고 말한다. 서점에 대한 지원, 문학관 건립 등 진행 중인 프로젝트들은 문학 행사들과 마찬가지로 문화 교류에 대한 욕구 증가를 반영한다.(5) 또한 그 프로젝트들은 작가들에게 그들이 프랑스어권 스위스에서 환영받는다는 것을 분명히 확인하도록 해준다. 문학적 교양은 학교에서 형성된다. 그런데 학생들은 우선 프랑스 작가들을 공부한다. 프랑스어권 스위스 문학은 전세계 수많은 대학의 커리큘럼에 등장하지만, 잘해야 무시당하고 최악의 경우에는 편견의 대상이 되기까지 한다. 프랑스어권 스위스 문학을 제네바대학에서 가르치는 실비안 뒤퓌에 따르면, 그것은 지방 문화에 대한 전형적인 경멸적 이미지다. 그렇지만 10여 년 만에 상황은 달라졌다. "나는 학생들이 점점 더 흥미로워하는 것을 확인한다. 열어야 할 비판 영역이 있고, 학생들은 매우 열정적이다." 다니엘 마게티는 로잔대학에 통합된 프랑스어권 스위스 문예연구센터를 이끌고 있는데, 그는 특별 커리큘럼을 제안하며 즐거워한다. "우리 학생들 중 일부는 이 문학을 다시 고등학생들에게 가르친다."

 

/ 안 피텔루 Anne Pitteloud 스위스 <르쿠리에>(Le Courrier) 기자.

번역 / 이재형

(1) 문학 관련 인터넷 사이트는 이런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노력한다. 특히 www.viceversalitterature.chwww.culturactif.ch를 참조할 것.
(2) Pascale Casanova, <세계문예공화국>(La République mondiale des lettres), 쇠유 출판사, 파리, 1999.
(3) Sylviane Dupuis, <프랑스어권 스위스 작가의 패러독스>(Les paradoxes de l’écrivain suisse romand), in Doina Spita, <현대 프랑스어권 지역의 문화적 다양성>(Diversité culturelle dans la francophonie contemporaine), 알렉산드루 로안 쿠자 대학출판부, 라시(루마니아), pp.11∼21, www.archive-ouverte.unige.ch, 2009.
(4) www.poesieromande.ch 참조.
(5) ‘루소 문학의 집’(Maison de Rousseau & de la littérature) 홈페이지(www.m-r-l.ch) 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