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연재]기후국제정치. 기후 악당 트럼프의 거침없는 반 기후 행보, 향후 향배는?

트럼프 대통령 파리기후협약 탈퇴 등 거침 없는 반기후 행보 인플레이션방지법(IRA) 폐지 축소 여부가 향후 행보의 가늠자 세계 기후 대응 연대는 4년간 주춤할 듯. 그러나 방향은 지속될 것으로 진단

2025-03-31     신성은 국제정치 전문기자

기후 악당을 자처하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전세계를 뒤흔들고 있다.

도널드

 지난 2017년 집권 1기, 트럼프 선거캠프는 힐러리 대통령을 누르고 당선됐을 당시 승리를 예상하지 못했을 정도였다[당시 상황은 밥 우드워드의 '분노(Rage.2020)에 잘 기술되어 있다.] 그들은 워싱턴 정가에 익숙하지 못했고 인력풀이 적었으며 우왕좌왕 했다. 그러나 이번엔 다르다. 많은 우역 곡절을 겪었지만 이미 4년간의 집권 경험이 있다. 덕분에 집권 2기는 질풍노도처럼 무시무시한 칼을 거침없이 휘두르고 있다.

일견 세계화나 미국 외교의 근간이던 다자간 협의를 무시, 고립주의처럼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그는 모든 외교 관계를 초강대국 미국과 상대국, 일대일 관계로 정립함으로써 슈퍼 파워의 힘을 배경으로 상대 국가들을 압박하고 있다. 오히려 제국주의에 가깝다는 평이다.

그의 이러한 행보는 미국의 단기적 이해를 강제함으로써 엄청난 반발을 야기하고 있다. 관세장벽이 대표적인 정책이지만 예민한 경제적 군사적 이슈들에도 거침이 없다. EU는 물론 캐나다, BRICs 등 세계적인 강국들은 물론 미국을 따르던 일본마저 반발이 적지 않다.

기후위기 대응 정책도 마찬가지다.

미국은 EU가 주도하는 기후위기 대응에 일탈이 많은 국가다. 지난 1997년 역사적인 도쿄의정서 비준에 실패, 찬물을 끼얹었고 기후 선진국 중심의 기후기준에 중국과 러시아, 인도 등 개발도상국도 동참해야 한다고 주장함으로써 기후정의(Climate Justice)정책에 제동을 걸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도 비슷한 이유를 강조한다. 그는 지난 대선 TV토론에서 “파리협약은 우리에게 1조달러를 부담시키지만 중국과 인도, 러시아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라고 비난했다.

더욱이 트럼프 대통령은 “기후위기”를 “사기”라고 규정하고 힘겹게 쌓아 올린 합의들을 저버리고 정반대의 정책들을 강행하고 있다.

그는 이미 2012년, “지구온난화는 중국이 미국 제조업의 경쟁력을 떨어뜨리기 위한 목적으로 만들어낸 사기”라고 성토했다. 근거를 제시하지 않았다. 물론 중국은 미국보다 더한 기후 악당으로 손꼽힌다. 항상 산업발전이 우선이다. 

그는 이어 지난 2017년, 45대 미국 대통령에 당선되자마자 행정명령으로 파리기후협약을 탈퇴했다. 47대 대선에서도 이를 공약으로 내세웠으며 당선되자마자 마가(MAGA.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지지자 2만명이 모인 워싱턴 캐피털원아레나에서 파리기후협약 탈퇴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이어 화석연료의 확대를 공언했다. "화석 연료의 단계적 퇴출"은 UNFCCC의 핵심 의제이자 갈등의 핵심 테마다. 'COP26' "국제메탄서약"으로 석탄 화력발전 폐지를 의결했으며 'COP28'에선 진통끝에 가까스로 “화석연료의 단계적 폐지”에 합의했다. 

취임한지 얼마되지 않았지만 그의 반기후정책은 열거하기조차 힘들다.

그는 석유 등 화석 연료 시추를 확대하는 “Drill, Baby, Drill”을 외치며 "국가에너지 비상사태"를 선언했다. 가성비 높은 화석연료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화석연료 개발에 반하는 각종 규제를 철폐하고 전기차 보조금 축소 등 내연기관의 부활을 획책한다. 연방 공유지 시추 허용, 알래스카 북극보호지역 시추 재개, 국립공원 보호지 축소 및 개발 확대, 석유 가스 개발 인프라 확대, 석탄사업 규제 폐지, 낮은 수익율의 태양광 보조금 폐지, 차량 및 가전기구 에너지 효율 기준 완화, 환경 관련 예산 축소 및 인원감축, 발전소 건설 신속 승인 등 수많은 친환경 정책들이 폐지되거나 화석연료 개발이 확대되는 명령이 이어지고 있다. 미국 환경보호청(EPA)의 온실가스감축기금 지급을 중지하라는 명령을 내렸으며 국방부 기후프로그램을 폐지했다. IPCC(기후변화정부간협의체)에 미국 과학자들의 참여를 중단했다. 기후연구기금의 축소는 미국내 기후연구인력들의 해외 러시로도 이어지고 있다.

급기야 지난 3월에는 행정부가 직접 나서 “2030년까지 인류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지속가능한 발전 목표(SDGs)를 거부하고 포기한다”고 밝혔다.

이중에서 가장 관심을 끄는 법안은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Inflation Reduction Act)다.

IRA는 코로나로 인한 재정확대로 발생한 인플레이션을 억제하기 위한 법안이지만 골자는 오히려 전기차, 베터리, 태양광, 풍력 등 청정에너지 육성과 재생 에너지 및 전기차 제조업 강화를 위한 공급망 내재화 등 기후 산업 발전 관련 지원책이다.

더욱이 이러한 법안들은 주로 친 공화당 기조인 기업들과 밀접한 관련이 있고 공화당 의원들의 지역구에 관련 기업 70% 이상이 몰려 있다. 이에 따라 IRA 지원축소나 폐지는 공화당내 에서조차 반대가 적지 않다. 또한 석유, 가스 대기업조차 환경분야에 대한 투자가 커 이들조차 'COP29'에서 IRA 축소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천명했다. 속내를 들여다보면 석유 가스 개발 및 유통 규제에는 반대하지만 미래 산업 정부 지원에 대한 이권 역시 챙기고 싶은 것이다.

트럼프대통령은 대선 공약에서 IRA법이 미국 제조업 강화보다 외국 기업들에게 혜택을 줄 수 있다며 법안 폐지, 축소 가능성을 거듭 밝혔다. IRA에 근거, 미국내 생산기지를 서둘렀던 한국기업들에게도 큰 영향을 줄 수 있다. 특히 중국과의 치열한 경쟁에 힘겨웠던 국내 기업들은 이러한 정책들의 기저에 중국 배제라는 목표가 깔려 있기에 더욱 유리할 수 있다.

지난 1월 바이든 정부 시절, 현대 기아 자동차의 전기차는 보조금 대상에 포함됐다. 즉 구매시 7500달러의 보조금을 받을 수 있다. 세계 최대 전기차 테슬라의 일런 머스크가 트럼프옆에서 굳건하다는 점도 향후 보조금 향배에 불안감을 낮추고 있지만 트럼프는 IRA 폐지, 축소 공약을 취소하겠다고 공언하지 않았다.

이에 SK온과 코스모화학은 미국 자동차 부품업체 클라리오스와 맺은 폐배터리 재활용 공장 설립을 위한 3자 합작법인 설립을 보류했다. 불안하기 때문이다. 미에너지부로부터 승인받은 1억5천만달러 보조금 취소에 대한 우려가 이유다.

트럼프의 고관세정책은 관세가 높아지면 미국 서민들도 힘겨워지지만 트럼프가 밝힌 것처럼 미국내 외국기업 유치를 확대할 수 있다. 세계 최고의 반도체 업체 TSMC는 1,000억달러를 투자, 애리조나에 2개의 공장을 추가로 짓겠다고 밝혔다. 이는 바이든 시절 약속한 650억달러와 별개다. 이에 트럼프 행정부는 “미국이 세계 반도체 생산의 40%를 생산할 것”이라고 자랑했다.

IRA의 향배는 여전히 불안하다. 미국 제조업의 발전에 중요하지만 트럼프의 입맛에 맞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세계 기후위기 대응은 어찌될까?

우선 기후위기 대응의 주도권은 EU가 행사한다. 그리고 미국의 금융기업이나 대기업은 여전히 ESG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더욱이 이미 지난 2017년 트럼프 취임과 동시에 홍역을 치른 경험이 있다.

또 한 번의 일탈이 UNFCCC 30년 역사를 거꾸로 되 돌릴 수 없다. 미국 태양광 발전은 여전히 늘고 있다. 그리고 기후산업은 EU뿐만이 아니라 중국과 미국이 세계 투자순위를 놓고 치열하게 경쟁을 펼치고 있는 핵심적인 미래산업이다.

다만 트럼프의 반 기후정책이 그의 집권 기간동안 바뀔 것 같지는 않다. 화석연료 퇴출을 위한 행보는 분명히 멈출 것이다. 또한 여전히 산업발전이 지상과제인 BRICs 같은 인구 대국들의 산업화는 명분을 잃어 이산화탄소 감축에 심각한 장애가 될 것이다.

결국 트럼프 집권 4년은 세계적으로 기후위기 대응의 역사에서 위축의 시기가 될 것이다. 전문가들이 말하는 것처럼 그럼에도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세계적 제도화는 지속적으로 전진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