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레스타인인을 ‘인간 방패’로 삼는 이스라엘(1)

진실을 감추는 가해자의 논리

2025-04-03     마티아스 들로리 | 정치학자, 역사학자

팔레스타인 희생자가 대거 발생한 데 대해, 이스라엘은 그 책임이 팔레스타인 민간인들의 생명을 아랑곳하지 않고 활동하는 하마스 조직원들에게 있다고 비난한다. 물론, 민간인을 방패로 삼는 것은 국제법상 전쟁범죄로 간주된다. 그러나 한 가지 의문은 남는다. 단 한 명의 적을 제거하기 위해 이스라엘군은 도대체 몇 명의 민간인을 죽여야 하는가?

윤리적 딜레마에 빠진 가자 지구에서의 인권 실태에 대해 두 차례에 걸쳐 특별 진단한다.(편집자주) 

 

‘인간 방패’라는 표현은 비교적 최근에 등장했지만, 그 관행 자체는 전쟁의 역사만큼이나 오래됐다. 정치학자 네브 고든과 니콜라 페루지니는 이렇게 지적한다.

“7세기경, 중국인들은 터키-몽골 국경의 ‘야만’ 부족들을 ‘완충 지대’로 활용했으며, 몽골군은 정복 전쟁 과정에서 포로들을 방패로 내세웠다.”(1) 오늘날 국제법은 이러한 관행을 금지하고 있다.

국제형사재판소(ICC) 규정 제8조는 국가 간 분쟁에서 교전국이 ‘특정 지점, 지역 또는 군사력이 군사 작전의 대상이 되지 않도록 민간인이나 다른 보호 대상자의 존재를 이용하는 것’을 전쟁 범죄로 규정한다. 관습법은 이 금지를 비국제적 무력 분쟁으로까지 확대한다.(2)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동의 전쟁들은 다시금 민간인을 방패로 이용하는 전술을 부각시켰다. 이스라엘은 하마스가 가자지구에서 대규모로 ‘인간 방패’를 사용한 것이 민간인 사망률을 높인 주요 원인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이스라엘 또한 같은 방식으로 민간인을 방패로 삼고 있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3) 독일 외무장관은 최근 이스라엘의 이러한 주장에 신빙성을 부여했다. “테러리스트들이 민간 시설을 군사적 목적으로 악용할 경우, 그 시설은 민간인 보호 지위를 상실할 수 있다.”(4)

 

인간 방패의 진실과 오해 : 가자 분쟁의 윤리적 딜레마

팔레스타인 전투원들이 도시 한가운데에서 작전을 수행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는 해당 지역의 극도로 높은 인구 밀도와 주민들이 자유롭게 이동할 수 없는 갇힌 환경에서 비롯된 것으로 볼 수 있다.

‘인간 방패’라는 개념은 주민들을 강제로 억제하고, 의도적으로 군사적 보호막으로 삼는 행위를 전제로 한다. 비정부기구(NGO)인 <국제인권감시기구(Human Rights Watch)>는 2023년 10월 7일 공격 당시 하마스 전투원들이 이스라엘 민간인들을 방패로 삼으려 한 정황이 포착된 두 가지 사례를 확인했다.(5) 이후에도 팔레스타인 전투원들이 이러한 전술을 반복했을 가능성은 완전히 배제할 수 없지만, 과거 전쟁들에서도, 사후에 실시된 여러 조사들은 이스라엘이 제기한 유사한 혐의들을 반박해왔다.(6) 

이에 대해 고든과 페루지니는 다음과 같이 언급했다. “오늘날 우리는 이스라엘이 주장했던 ‘하마스가 알-시파 병원과 알-쿠드스 병원 아래에 본부를 설치했다’는 내용이 조작된 것이며, 이러한 주장이 해당 병원들에 대한 공격을 도덕적·법적으로 정당화하는 데 이용되었음을 알고 있다. 이는 이미 붕괴 직전에 놓여 있던 봉쇄된 가자지구의 생존과 필수 의료 인프라에 또 하나의 치명타가 되었다.”(7)

게다가 인간 방패 전략은 공격을 가하는 적대국이 ‘방패로 사용되는 사람의 인간성을 인정하고 그 사람을 다치게 하지 않기 위해 공격을 중단해야 한다는 도덕적 의무감을 느낄 때’만 의미가 있다.(8) 그러나 많은 국제 인권 단체와 전문가들은 이스라엘 군대가 가자지구 팔레스타인 민간인들의 생명을 경시하고 있으며, 일부는 이를 제노사이드로 규정하며 강하게 비난해왔다.(9)

 

 

글·마티아스 들로리 Mathias Delori
정치학자, 역사학자. 『생명의 가치. 자유주의적 폭력의 이론』(암스테르담 출판사, 파리, 2021년)의 저자.


(1) 네브 고든과 니콜라 페루지니, 『인간 방패: 포화 속에 선 사람들의 역사』, 캘리포니아대학교 출판부, 버클리, 2020년.
(2) 루이즈 도스발드-벡과 장 마리 헨카르츠, 『관습 국제인도법 제1권: 규칙』, 브뤼얀 출판사, 브뤼셀, 2006년.
(3) 패트릭 킹슬리, 나타 오덴하이머, 빌랄 슈바이르, 「이스라엘 군은 가자에서 팔레스타인인들을 어떻게 인간 방패로 보는가」, <뉴욕타임스>, 2023년 10월 14일.
(4) 피에르 랭베르, 안 세실 로베르, 「폭격하는 언어」,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프랑스어판, 2024년 11월.
(5) 「전쟁범죄와 반인도적 범죄: 10월 7일 무장단체 및 하마스의 행위」, <휴먼라이츠워치>, 2024년 11월 17일.
(6) 「이스라엘/가자. ‘캐스트 리드’ 작전」, 국제적십자위원회(CICR), 「이스라엘/가자: 분쟁-문답 자료」, 국제앰네스티, 2014년 7월 25일.
(7) 네브 고든과 니콜라 페루지니, 「의료 타블린: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의료체계를 공격에 활용하는 방식」, <팔레스타인 연구 저널>, 제53권, 제1호.
(8) 네브 고든과 니콜라 페루지니, 『인간 방패』, 앞의 책.
(9) 레일라 아즈락 벨카이드, 「이스라엘, 집단학살 혐의로 기소되다」,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프랑스어판, 2025년 1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