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우 정당’ 국민연합(RN)은 누가 지지하는가?

2025-04-04     브누아 브레빌 |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프랑스판 발행인

프랑스에서 20년 만에 800만 표를 얻은 정당, 그 비결은 무엇인가? 어떻게 그런 성장이 가능했을까? 그 배경에는 어떤 이념적·사회학적 요인이 작용했을까? 이러한 질문들뿐만 아니라, 여러 분야에서 최근 출판된 다양한 연구들은 이에 대한 중요한 통찰을 제시한다.

프랑스에서 극우 정당에 투표하는 사람들은 누구이며, 그 이유는 무엇인가? 국민전선(FN, 2018년 이후 국민연합 RN으로 개명)은 40년 전 첫 선거에서 성과를 거둔 이후, 정치학자 알렉상드르 드제의 말처럼 “최근 수십 년간 가장 많이 연구된 프랑스 정치 정당”이다. 1980년대부터 2017년까지 FN에 관한 책만 최소 210권이 출판되었으며(1), 이 연구 흐름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그렇다면 RN의 지역별 지지 기반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RN의 부상은 프랑스 사회의 우경화를 반영하는 것일까? RN 유권자들은 주로 사회적 요인에 의해 영향을 받는가, 아니면 문화적 요인이 더 큰가? 

유권자들은 동일한 방식으로 RN에 투표하는 것이 아니다. 그들은 같은 이유로 투표하지 않으며, RN에 대한 애착의 정도 또한 다르다. 그들의 동기는 개인적 경험, 연령, 사회적·직업적·지리적 배경에 따라 달라진다. 따라서 단일한 RN 유권자가 아니라 ‘여러 유형의 RN 유권자들’이 존재한다고 봐야 한다. 

2024년 6월 유럽의회 선거에서 조르당 바르델라가 이끄는 RN 후보 명단은 모든 직업군에서 선두를 차지했다. 노동자층에서 53%, 사무직·서비스직에서 40%, 심지어 간부층에서도 20%의 지지를 얻어 라파엘 글뤽스만과 동률을 기록했다.(2) RN의 지지층은 대체로 대중 계층과 저학력자들로 구성되어 있지만, 일정 부분 부유한 계층의 지지도 확보하고 있다. 이에 따라 다수 학자는 RN에 대해 지나치게 일반적인 해석을 피하고, 특정 지역이나 직업군을 대상으로 한 세부 연구에 집중하는 경향을 보인다. 

그러나 언론은 이러한 세밀한 분석을 생략하는 경우가 많다. 이미 1990년대부터 지리학자 자크 레비는 ‘도시성의 경사(gradient d’urbanité)’라는 이론을 통해, FN(현 RN)의 지지가 도시 중심부에서는 낮고, 인구 밀도가 낮고 다양성이 적은 교외 및 농촌 지역으로 갈수록 강해진다고 주장했다.(3) 

도심은 국제적 연결성이 높고 다양한 문화가 공존하는 공간이지만, 반대로 외곽 지역은 지역적 정체성과 전통에 대한 애착이 강하다는 것이다. 즉, ‘밀도와 다양성’이라는 두 요소가 RN 투표 성향을 결정한다는 논리다. 하지만 지리학자 자크 레비의 이론은 수많은 반대 사례로부터 비판되었다. 통계 사용의 문제점과 사회적 요인을 간과했다는 비판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레비의 이론은 여전히 일정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대도시 vs 주변부: RN 유권자의 사회학적 특징

더욱이, 몇몇 후속 연구자들은 이 이론을 경제적 요인을 추가하여 더욱 정교하게 다듬었다. 그중 대표적인 인물이 지리학자이자 컨설턴트인 크리스토프 기유이로, 그는 2014년 베스트셀러(4)를 출간했다. 기유이에 따르면, 지역 간 격차는 분명 존재하지만, 이는 단순히 도심과 교외 간의 차이가 아니라 두 개의 프랑스로 나뉜다. 

하나는 ‘광역도시 프랑스(France métropolitaine)’로, 물류·금융·인적 자원이 활발히 흐르는 자본주의 중심지이며, ‘엘리트’와 ‘세계화의 승자들’이 거주하는 곳이다. 반면, 다른 하나는 ‘주변부 프랑스’로, 탈산업화의 타격을 받았으며, 부의 창출에서 소외되고, 일자리 밀집 지역에서 멀리 떨어져 있으며, ‘서민’과 ‘잊힌 사람들’이 거주하는 곳이다. 바로 이 주변부 프랑스가 극우 정당에 대거 투표하는 계층이라는 것이다.

여러 전문가는 기유이가 프랑스의 농촌 지역과 소도시를 지나치게 균질화하고, 그곳의 상황을 지나치게 암울하게 묘사하는 반면, 도시 외곽 빈민가의 현실은 미화했다고 비판했다. 일부 연구자들은 실증적 연구를 통해 주거지가 선택된 곳이며 생활 환경이 쾌적한 교외 지역에서는 극우 정당에 대한 지지가 높지 않다는 점을 지적했다.(5) 

또한, 선거구 단위에서 선거인 명부, 출구 조사, 인구 통계 데이터 등을 교차 분석한 연구에서는 거주 지역보다 연령, 학력, 직업이 유권자의 선택을 더 강하게 결정짓는 요인이라는 점이 강조되었다. 예를 들어, 지리학자 장 리비에르는 낭트 대도시권을 연구하며 “선거 패턴의 변화는 도시 내 각 지역의 사회학적 변화와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라고 분석했다.(6) 

2017년 에마뉘엘 마크롱의 당선으로 프랑스 정치가 세 개의 주요 진영으로 분열된 현상은 기유이의 이론에 일정 부분 타격을 주었다. 그러나 기유이는 여전히 자신의 주장을 고수하며, “프랑스에는 세 개의 정치 블록이 아니라 두 개만 존재한다. 즉, 대도시와 주변부 프랑스 간의 대립이다”라고 2차 투표 이후에도 주장했다. 

 

케밥, 캡슐 커피, 그리고 정치적 선택

프랑스에서 선거 결과를 분석하는 ‘충격적인 지도’를 내세운 설명들이 시장을 점령하는 가운데, 이제 컨설턴트들뿐만 아니라 프랑스 공공여론연구소(IFOP) 여론조사 부서장인 제롬 푸르케도 이 경쟁에 뛰어들었다.

그는 『프랑스 군도(L’Archipel français)』(Seuil, 2019)를 시작으로 『이후의 프랑스(La France d’après)』와 『정치적 풍경』(Seuil, 2023)까지 이어지는 3부작에서 기존 연구자들의 한계를 보완했다. 다양한 변수를 분석하고 여러 규모에서 연구하며 지역적 단절을 드러냈다. 푸르케가 그려낸 프랑스는 단순히 두 개의 프랑스로 나뉜 것이 아니라, 각기 다른 삶의 방식과 세계관을 가진 그룹들이 지역별로 분산된 ‘군도화(archipélisation)’된 국가였다.

예를 들어, 그의 연구는 알자스 지역에서 컨트리 댄스 클럽이 주로 극우 정당(RN) 지지율이 높은 교외 지역에 집중되어 있지만, 케밥 가게는 대도시(스트라스부르, 뮐루즈, 콜마르)와 그 교외 지역(좌파 정당 지지율이 높은 지역)에 주로 위치한다는 점을 보여준다.

또한, 캡슐 커피 머신을 사용하는 사람들은 2022년 대선에서 마크롱에게 더 많이 투표했지만, 커피 패드 머신을 사용하는 사람들은 마린 르펜을 지지한 경향이 높았다. 그리고 유기농 매장이 많고, 스타벅스와 브런치 카페가 즐비하며, 힙스터 식당 가이드 ‘푸딩(Fooding)’에 등록된 레스토랑이 많은 지역에서는 2020년 지방선거에서 녹색당이 강세를 보였다고 한다.

이러한 분석은 언론의 주목을 받으며 화제가 되었지만, 푸르케의 연구 방식에는 비판도 따랐다. 예를 들어, 그는 파리 18구를 설명할 때, 단순히 부동산 가격과 아프리카 상점의 존재 여부를 기준으로 ‘부유한 백인 vs 가난한 이민자’라는 대립 구도를 설정했다는 점에서 지나치게 단순화된 분석이라는 지적을 받았다.

 

풍력 터빈과 극우 지지율, 그 관계

이 두 가지 사례를 최근 학계 연구를 통해 살펴보자. 여러 연구자는 오드프랑스(Hauts-de-France) 지역의 풍력 발전소 문제를 조사했다.(7) 이들은 풍력 발전소가 설치된 지역에서 RN에 대한 ‘과도한 투표’ 현상이 나타난다는 점을 확인했다. 그러나 단순히 이러한 현상만을 지적하는 데 그치지 않았다.

해당 지역의 사회·인구학적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풍력 발전소가 있는 지역에는 노동자, 불안정한 고용 상태의 주민, 그리고 학력이 낮은 사람들이 더 많이 거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계층은 RN을 지지할 가능성이 높은 집단에 속한다.

사회학자들은 점점 더 풍력 발전이 사회적으로 불평등하게 확산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풍력 발전소는 주로 규제 완화가 이루어진 도시들, 즉 토지 개발업자들의 공격적인 마케팅에 저항할 경제적·정치적 여력이 없는 지역에 집중적으로 설치되고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RN에 대한 높은 지지는 극우 성향의 환경 반대 정서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 오히려 소외된 지역이 겪고 있는 사회적 불평등과 정책적 방치의 결과로 해석될 수 있다.

 

대도시권에서도 증가하는 마린 르펜 지지층

18구에 대한 푸르케의 분석은 이민자 빈곤층을 자동으로 좌파 정치인 멜랑숑 지지층과 연관 짓고, 부유한 도시 거주자를 마크롱 지지층과 동일시하는 효과를 낳는다. 그러나 파리 북부의 사회적으로 취약한 지역에서 진행된 한 연구는, 구트 도르(Goutte-d’Or)와 유사한 사회적 구성을 가진 지역에서도 서로 다른 현실이 존재함을 보여준다.(8) 

이 지역 주민들은 대도시권에 거주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2017년 대통령 선거 1차 투표에서 극우 후보인 마린 르펜에게 13.7%의 지지를 보냈다. 이는 파리 평균보다 거의 세 배 높은 수치였다. 이러한 유권자들 가운데는, 자신들이 사는 동네의 악화를 한탄하며 그 책임을 외국인과 무슬림에게 돌리는 백인 가정이 많았다.

그러나 RN에 대한 지지는 백인 주민들에게만 국한되지 않는다. 북아프리카나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 출신의 주민들 또한 RN을 지지하는 경우가 있다. 예를 들어, 전직 카빌 출신 노동자였으나 현재 장애 연금을 받는 압델말리크는 ‘이슬람주의자들’을 혐오한다. 또 다른 사례로는 콩고 출신의 가톨릭 신자인 나딘이 있다. 그녀는 비서학 학위를 취득했으며, RN을 지지함으로써 자신의 사회적 위치를 강조하려 한다. 

이처럼 RN을 공개적으로 지지하는 이들은 다른 유색인종과 자신을 구별함으로써 사회에 성공적으로 통합되었음을 과시하고, 자신이 ‘올바른 편’에 속해 있음을 드러내고자 한다. 이처럼 예상 밖의 사례들은 RN 지지 선택에서 ‘거리 두기’ 메커니즘이 강하게 작용함을 보여준다. 이는 단순한 정치적 성향의 문제가 아니라, 지역적 사회 갈등과 개인의 삶의 경로에서 비롯되는 복합적인 현상이다.

 

RN 지지층, 이민 문제보다는 사회경제적 요인에 더 주목

푸르케의 책은 의사와 소방관에 대한 폭력, 강도 사건, 마약 거래 지역, 무슬림 이름 등을 강조하는 수많은 인포그래픽을 통해, 마치 프랑스가 이민 증가와 함께 점점 더 우경화되고 스스로를 방어하는 사회로 변하고 있다는 인상을 준다.

그러나 선거 행동 전문가인 사회학자 뱅상 티베르는 이에 동의하지 않는다. 그는 수십 개의 여론조사를 종합하면서 신뢰도가 낮은 조사들을 제외한 후, 프랑스인의 문화적·사회적 성향과 관용 수준을 장기적으로 측정할 수 있는 장기적 선호 지수를 개발했다.(9)

그의 연구 결과는 기존의 통념과 정반대였고, <르 피가로>는 이러한 결과에 불편함을 드러냈다. 티베르에 따르면 ‘프랑스의 우경화’는 신화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오히려 프랑스는 점점 더 성소수자, 종교, 이민, 성평등 문제에 있어 더 관용적이고 진보적인 국가로 변화하고 있다. 예를 들어, 1981년에는 응답자의 29%만이 동성애를 ‘정상적인 성적 지향’으로 받아들였지만, 1995년에는 62%로 증가했고, 21세기 들어서는 이 비율이 90% 내외를 유지하고 있다. 1992년에는 응답자의 44%가 이민자를 ‘문화적 풍요의 원천’으로 인식했지만, 30년 후 이 비율은 76%로 증가했다. 사형제 폐지, 유대인 및 무슬림 소수자에 대한 인식, 마약 사용 문제 등에서도 유사한 경향이 나타났다.

이러한 변화는 정치학자 뤽 루방의 연구에서도 확인된다.(10) 그의 다양성 지수에 따르면, 심지어 RN 지지자들조차 과거보다 더 개방적이고 관용적인 태도를 보인다. 따라서 RN 지지층의 주요 동기는 문화적·이민 문제보다는 사회적·경제적 요인에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진보적 젊은 층, 정치권에 대한 실망으로 투표 기피

이를 뒷받침하는 증거로 루방은 시앙스포 정치연구소가 2022년 실시한 ‘정치 바로미터’ 조사를 제시한다. 이에 따르면, RN 지지자 중 38%가 가장 큰 관심사로 구매력을 꼽았지만, 이민 문제를 최우선 과제로 삼은 응답자는 18%에 불과했다. 그렇다면 왜 이러한 여론의 ‘좌경화’가 선거 결과에는 반영되지 않는 것일까? 티베르는 그 원인을 ‘대규모 이탈’, 즉 낮은 투표율에서 찾는다. 그는 이렇게 설명한다. “시민들의 가치관과 선거에서의 투표 결과 사이에 큰 차이가 존재하는 이유는, 많은 사람이 더 이상 정치적 의사를 표출하지 않기 때문이다.” 

보수적 성향의 유권자들, 특히 고령층은 언론을 통해 확산한 보수적 담론에 영향을 받아 결집하고 적극적으로 투표에 나서지만, 일반적으로 더 진보적 성향을 띠는 젊은 층은 정치권에 대한 실망감으로 인해 투표를 기피하는 경향이 크다. 

결국, 티베르는 시간이 좌파의 편이 될 것이라고 분석한다. RN 지지층을 설득할 필요조차 없으며, 젊은 세대가 베이비붐 세대를 대체할 때까지 기다리고, 정치에 실망한 유권자들을 다시 참여시키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직접 민주주의를 강화하는 것이 핵심이며, 특히 모든 수준에서 국민투표를 활성화하는 것이 젊은 층과 정치에 환멸을 느낀 유권자들을 다시 투표장으로 불러낼 방법이 될 수 있다.

 

시간이 흐른다고 좌파에 유리해지지 않아 

티베르의 분석은 주로 여론조사에 기반하고 있지만, 몇 가지 결함을 안고 있다. 우선, 젊은 층도 결국 나이를 먹는다는 점이다. 2002년 대통령 선거 2차 투표에서 18~24세 유권자 중 장마리 르펜에게 투표한 비율은 단 7%에 불과했다. 이는 25~34세 연령층(22%)이나 35~44세 연령층(18%)보다 훨씬 낮은 수치였다.

그러나 이들이 성인이 된 이후, 같은 집단(현재 38~44세)은 2022년 대선에서 마린 르펜에게 47%의 지지를 보냈다. 이는 65~79세 연령층(29%)보다 훨씬 높은 수치다. 즉, 시간이 흐른다고 해서 자연스럽게 좌파가 유리해지는 것은 아니며, 현실은 오히려 더 암울해 보인다. 특히, RN의 출발점이 이미 매우 높다는 점이 문제다. 2022년 대선에서 18~24세 유권자의 32%가 마린 르펜을 선택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단순히 시간이 흐르면 젊은 세대가 좌파로 기울 것이라는 가설은 설득력이 약해진다.

또한, 좌파 성향의 대규모 유권자층이 기권 층 속에 숨어 있다는 가설을 뒷받침할 만한 증거도 없다. 물론 일부 노동자 계층이 밀집한 외곽 지역에서는 이런 경향이 관찰될 수 있지만, 다른 지역에서는 확신하기 어렵다.

선거 연구에 따르면, 많은 유권자가 오랜 기간 투표를 하지 않다가 결국 RN에 투표하는 경향을 보였다. 게다가 기권 층의 사회적 프로필은 극우 지지층과 상당히 유사하다. 이들은 평균적으로 더 대중적인 계층이며, 학력이 낮은 편이다. 따라서 투표율이 높아진다고 해서 자동으로 좌파에게 유리한 결과를 가져온다고 볼 수 없다.

실제로 RN은 유권자들의 참여율이 높은 선거에서 오히려 가장 강한 성과를 내곤 한다. 대표적으로 대선에서 RN의 득표율이 가장 높았다는 점이 이를 잘 보여준다.

 

예측이 어려운 사회 변화의 전선

또한, 대규모 여론조사 방식은 사회적 가치 변화 속에서 실제로 작동하는 정치적 역학을 정확히 포착하지 못한다. 특히, 극우 정당이 특정 의제를 경쟁적으로 부각하는 방식—이민과 이슬람 문제를 여성과 성소수자 보호와 대립하는 의제로 재구성하는 전략—을 충분히 설명하지 못한다. 더군다나, 사회 변화의 전선은 결코 고정된 것이 아니다. 과거의 사회적 쟁점들이 어느 정도 해결되면, 새로운 논쟁이 등장하며, 이는 보수 진영이 문화적 대립을 지속적으로 유지할 수 있도록 한다. 

미국을 연구한 정치학자 맷 그로스먼과 데이비드 홉킨스는 이러한 패턴을 확인했다. 미국에서 공화당은 한때 동성애를 주요 공격 대상으로 삼았지만, 점차 그 이슈에서 물러나고, 대신 트랜스젠더 문제, ‘워크 문화(wokisme)’, ‘캔슬 컬처(cancel culture)’ 등을 새로운 공격 대상으로 삼고 있다.

이러한 패턴은 시간이 지나도 반복될 수 있다. 연구자들은 이를 다음과 같이 요약한다. “먼저, 보수 세력은 새로운 문화적 변화에 대해 강한 반감을 드러낸다. 반면, 진보 세력은 이를 보편적 가치로 옹호한다. 이후, 보수 세력은 점차 변화를 받아들이고 새로운 사회 규범을 인정하게 된다. 그리고 결국, 진보 세력이 승리하면서 기존의 진보적 가치가 사회적 합의로 자리 잡는다—비록 그 과정에서 여러 번의 선거에서 패배하더라도 말이다.”(11)

이러한 분석은, 단순한 여론조사 수치만으로 미래의 정치적 흐름을 예측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보여준다.

 

극우, 사회경제적 쟁점들과 연결해 세력 확장

더 관용적이고 덜 인종차별적인 사회? RN 유권자들이 주로 사회적 문제로 인해 투표한다고? 이러한 낙관적인 분석과는 달리, 2016년부터 2022년까지 프로방스-알프-코트다쥐르(PACA) 지역의 여러 소도시에서 진행된 펠리시앙 포리의 현장 조사는 또 다른 현실을 보여준다.(12) 그의 연구에 따르면, 인종차별적 정서가 끊임없이 드러나고 있다.

RN 지지자들—그리고 RN 지지자에 국한되지 않는 일부 유권자들—은 다음과 같은 다양한 사회적 문제를 ‘아랍인’, ‘튀르키예인’, ‘무슬림’과 연결 지으며 불만을 토로했다. 그들은 보육원 부족, 공교육 악화, 도심 전통 상점들의 사라짐, 공공서비스 접근성 문제, 구매력 하락, 높은 세금이 ‘게으름뱅이들’을 위한 복지로 쓰이는 것에 대한 불만 등의 사회적 문제와 연결 지었다. 사회학자인 포리는 극우 정당의 힘은 단순히 ‘이민’이라는 단일 주제를 공론화하는 것이 아니라, 이를 다른 사회적, 경제적, 정치적 쟁점들과 끊임없이 연결 지으면서 확장해 나가는 능력에 있다고 분석한다.

그는 따라서, 유권자들에게 여러 항목 중에서 가장 중요한 이슈를 선택하도록 하는 ‘정치적 관심사 우선순위 조사(바로미터 방식)’가 실질적인 의미를 갖기 어렵다고 평가한다. 왜냐하면, 유권자들은 단순히 특정 이슈 하나를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극우 담론이 제공하는 연결된 서사 속에서 문제를 인식하기 때문이다.

 

RN 지지자들, “국가가 다른 사람들을 우선시”

포리는 인종차별이 어디에나 존재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이를 “추상적인 타자에 대한 증오”로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경제적 문제와 얽힌 구체적인 물질적 이해관계의 산물”로 해석한다.

많은 연구가 탈산업화로 인해 쇠퇴한 지역을 분석한 것과 달리, 포리는 관광과 서비스업 중심으로 번영하는 지역, 하지만 부동산 가격 상승과 불평등 심화가 심각한 지역을 조사했다. 이곳에서 RN을 지지하는 유권자들은 주로 안정된 노동자 계층, 하위 중산층, 은퇴자이며, 특히 장인, 자영업자, 보안업 종사자가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나고 있다.

이들은 실업의 위험에서 비교적 자유롭지만, 자신의 경제적 상황을 불안정하다고 느낀다. 즉, 너무 부유하지도, 그렇다고 복지 혜택을 받을 만큼 가난하지도 않은 계층, “많이 내고도 아무것도 받지 못하는 사람들”로 인식한다. 이러한 인식은 국가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지며, 복지국가는 점점 더 불공정하고 실패한 제도로 여겨진다. 특히, 국가는 언제나 ‘다른 사람들’을 우선시하며, ‘진짜 자격이 있는 사람들’을 외면한다는 인식이 강화된다.

비슷한 현상은 사회학자 클라라 드빌이 프랑스 남서부 지롱드 지역의 리부른에서 수행한 연구에서도 나타났다.(13) 그녀는 사회복지 수급자들이 자신의 권리를 주장하는 과정에서 겪는 어려움을 추적했는데, 행정 창구 폐쇄, 디지털화, 엄격한 심사 과정 등이 이들의 좌절감을 키웠다. 그 과정에서 일부 조사 대상자는 “흑인과 아랍인들이 나보다 더 쉽게 혜택을 받는 것 같다”는 인식을 형성했다. 한 응답자는 이렇게 말했다. “내가 인종차별주의자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아니야. 그냥 내가 보기에, 가족수당청(CAF)에서 줄을 서서 지원금을 요구하는 사람들은 전부 흑인들이거든.” 이처럼 소수자들이 실제로 겪는 차별이 역설적으로 또 다른 부정적 고정관념을 강화하며, 이는 차별을 지속시키는 악순환을 만든다.

 

RN에 대한 지지, 병적인 현상이 아니라 논리적 선택 

프로방스-알프-코트다쥐르(PACA) 지역에서는 심각한 부동산 문제가 사회적 압박감과 맞물리며, 극우 지지자들의 불안을 더욱 증폭시킨다. 이 지역에서는 부동산 가격이 급등하고 거주 이동성이 크게 제한되어 있다. RN을 지지하는 유권자들은 주거 공간 사이에서 끼어 있다고 느낀다. 

한편으로는 너무 비싸서 접근할 수 없는 지역, 다른 한편으로는 원하지 않는 환경으로 변해가는 지역 사이에서, 자기 거주지가 쇠퇴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그들을 압박한다. 이러한 맥락에서, 포리는 다음과 같이 지적한다. “비백인(non-white) 주민들은 단순히 그곳에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해당 지역의 가치를 떨어뜨리는 존재로 인식된다.”

이들은 도시 외곽의 이민자 밀집 지역보다 자신이 사는 동네나 바로 인접한 지역에 새로운 이민자들이 유입되는 것을 훨씬 더 두려워한다. 예를 들어, 무알코올 카페나 할랄 정육점이 도심에 들어서는 것만으로도 지역사회에서 몇 달 동안 논란이 지속될 정도다. 이러한 현상은 지역사회 내에서 극우 지지가 점차 보편화되는 과정을 보여준다. 이는 사회학자 브누아 코카르가 스위스와 독일 국경지대인 그랑 데스트(Grand Est, 알자스, 로렌, 샹파뉴-아르덴 세 개의 옛 도시를 통합) 지역의 탈산업화된 농촌에서 관찰한 현상과도 맞닿아 있다.(14)

그곳에서도 극우 투표는 더 이상 예외적 현상이 아니라, 당연한 선택이 된 지역들이 존재한다. RN에 대한 지지는 노동자, 불안정 노동자, 젊은 층 사이에서 특히 두드러지며, 이는 단순한 일탈이 아니라 지역사회 내에서 점점 더 ‘일반적인 태도’로 자리 잡고 있다.

극우 투표는 더 이상 숨겨야 할 부끄러운 행동이 아니라, 자신 있게 내세울 수 있는 선택, 심지어 자부심의 대상이 되고 있다. RN에 투표하는 것은 단순한 정치적 선택을 넘어, “나는 복지에 의존하는 사람이 아니다”, “나는 ‘폐기물(cassos)’이나 게으름뱅이가 아니다”라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수단이 된다. 

즉, 이들은 “나는 시스템을 악용하는 사람이 아니다”라는 정체성을 강조하는 방식으로 RN을 지지한다. 이러한 태도는 지역사회 내에서 사회적 네트워크를 통해 점점 더 강화된다. 많은 사람이 “우리 동네에서는 다 이렇게 생각해”, “다들 그렇게 말해” 또는 “나만 이렇게 생각하는 게 아니야”라고 말하며, RN에 대한 지지가 주변인들과의 유대 속에서 점점 더 정상적인 것으로 자리 잡고 있음을 보여준다.

포리는 이에 대해, “이제 RN 투표는 더 이상 병적인 현상이 아니라 ‘논리적인’ 선택으로 여겨지며, 더 이상 극단적인 행위가 아니라 ‘지극히 정상적인 것’이 되었다”라고 분석한다. 브누아 코카르 역시 이에 동의하며, “이 지역에서는 르펜 지지를 공개적으로 드러내는 것이 이제 하나의 정당한 입장으로 여겨지며, 공개적으로 표현하는 것도 전혀 어려운 일이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좌파 지지에 덧씌워지는 프레임 

그러나 좌파를 공개적으로 지지하는 것은 같은 방식으로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그랑 데스트(Grand Est) 지역의 농촌에서 좌파를 표방하는 사람들은 게으르다거나 순진하다는 비판과 조롱을 받을 위험이 크다. 특히, 학력이 높은 사람들은 대도시로 이동하는 경향이 있어, 이 지역에서는 좌파가 거의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이 지역에서 좌파는 지역 엘리트들끼리의 폐쇄적인 모임, 혹은 잘난 척하는 파리 지식인들과 동일시된다. 그들은 안락한 삶을 누리면서도, 마치 도덕적 우위를 점한 듯 ‘설교하는’ 사람들로 인식되며, 위선적이고 거만하다는 이미지가 강하다.

이런 반감은 특히 교사, 학자, 예술가, 언론인뿐만 아니라, 지역 시민단체 활동가나 공공기관 관리자들에게 집중된다. 즉, 일상에서 ‘지식’을 상징하는 소규모 엘리트 집단이 이 지역에서 가장 불신받는 대상이 되는 것이다. 손자는 『손자병법』에서 이렇게 말했다. “전쟁에서 승리하려면 적을 아는 것뿐만 아니라, 자기 자신을 아는 것도 중요하다.” 

이제 필요한 것은 좌파의 현실을 냉정하게 분석하는 책들이다. 좌파의 지도자, 활동가, 유권자들을 심층적으로 탐구하며, 어떻게 좌파가 이토록 노동계급과 멀어지게 되었는지를 밝히는 연구가 더 많이 나와야 한다. 

 

 

글·브누아 브레빌 Benoît Bréville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프랑스어판 발행인


(1) Alexandre Dezé, 「국민전선에 대해 우리가 알고 있는 것은?」, Olivier Fillieule, Florence Haegel, Camille Hamidi, Vincent Tiberj (편), 『정치적 행태의 다원적 사회학』, 시앙스포 출판사, 파리, 2017.
(2) 「유권자 사회학과 기권자 프로필. 유럽 의회 선거, 2024년 6월 9일」, www.ipsos.com
(3) Jacques Lévy, 『정당한 공간. 정치 기능의 지리적 차원에 대하여』, 시앙스포 출판사, 1994.
(4) Christophe Guilluy, 『주변화된 프랑스: 어떻게 노동자 계층이 붕괴되었는가』, 플라마리옹, 파리, 2014.
(5) Éric Charmes, Lydie Launay, Stéphanie Vermeersch, 『파리를 떠난다고? 중산층의 주변과 중심 사이』, 2019.
(6) Jean Rivière, 『보보(Bobo) 투표의 환상: 프랑스 대도시의 선거적 구성과 사회 구조』, 렌 대학교 출판부, 2022.
(7) Jimmy Grimault, Tristan Haute, Leny Patinaux, Pierre Wadlow, 「바람의 목소리: 오-드-프랑스 지역에서 풍력 발전과 지방 선거 투표」, <Mouvements> 제118권, 3호, 파리, 2024.
(8) Lorenzo Barrault-Stella, Clémentine Berjaud, 「대중 계층의 민족·인종적 소수자들은 어떻게 국민전선을 지지하는가」, Safia Dahani, Estelle Delaine, Félicien Faury, Guillaume Letourneur (편), 『국민연합의 정치사회학: 현장 조사』, 북부 대학교 출판부, Villeneuve-d’Ascq, 2023.
(9) Vincent Tiberj, 『프랑스의 우경화: 신화와 현실』, 프랑스 대학 출판부(PUF), 파리, 2024.
(10) Luc Rouban, 『국민연합(RN)의 진정한 승리』, 시앙스포 출판사, 2022, 및 『국민연합 투표의 숨겨진 동력』, 시앙스포 출판사, 2024.
(11) Matt Grossmann, David A. Hopkins, 『학력 격차와 문화 전쟁이 어떻게 미국 정치를 변화시켰는가』, 케임브리지 대학교 출판부, 2024.
(12) Félicien Faury, 『평범한 유권자들: 극우의 정상화에 대한 조사』, Seuil, 파리, 2024.
(13) Clara Deville, 『거리 두는 사회복지국가: 디지털 행정과 농촌 노동자 계층의 권리 접근성』, Éditions du Croquant, Vulaines-sur-Seine, 2023.
(14) Benoît Coquard, 『남아 있는 사람들: 쇠퇴하는 농촌에서 살아가기』, 라 데쿠베르트, 파리, 20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