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미 국가폭력의 퍼즐, ‘콘도르’ 계획
1970년대 초반 남아메리카. 민주주의 국가의 수는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였다. 점차 각국에서 군사 독재 정권이 들어서면서 억압이 심해졌고(이 시기에 콜롬비아와 베네수엘라만이 민간 정부의 통치를 유지했다), 많은 사람들이 군사 독재에 맞서기 위해 멕시코, 살바도르 아옌데의 칠레, 후안 페론이 귀국한 아르헨티나 등으로 향했다.
그러나 이들 나라도 곧 독재 체제로 넘어갔으며, 각국의 정치 운동가들은 국외에서 활동을 지속하고 독재 정권이 저지른 범죄를 알리기 위해 조직적으로 연대했다. 이처럼 중남미에서 망명자들의 정치적 활동이 커지자, 군사 정권들은 ‘초국가적 탄압’을 조직적으로 추진했다.
이들은 남미 전역에서 소위 전복 활동을 했다는 이유로 정치 운동가들을 체포하고, 비밀리에 구금하여, 고문하고, 대부분 본국으로 송환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프란체스카 레사는 『콘도르 계획의 재판』에서 최신 자료를 바탕으로 이러한 지역적 탄압이 어떻게 단계적으로 실행되었는지를 기록했다.(1)
콘도르 계획, 국가 폭력의 역사적 전환점
콘도르 계획 초기에는 개별 국가 간의 양자 협력으로 진행되던 것이 점차 다자 협력으로 확대되었고, 1976년에서 1979년 사이 콘도르 계획이 공식적으로 실행되면서 절정에 달했다.
이 과정에서 공동 데이터베이스 구축, 암호화된 통신 수단 도입, 해외에 파견된 경찰과 군인들이 자국의 망명자를 직접 고문하는 체제가 만들어졌다. 결과적으로, 남미 대륙 전역이 국경 없는 공포와 면책의 공간이 되었으며, 이 과정에서 미국 중앙정보국(CIA)의 지원도 있었다. 특히 우루과이, 아르헨티나, 칠레는 이 억압적 동맹의 핵심적인 참여국이었다.
런던대학교 유니버시티 칼리지(UCL) 부교수이자 우루과이 인권 감시 단체 루스-이바르부루 관측소 명예회장인 프란체스카 레사는, 콘도르 계획이 국가 폭력의 초국가화 과정에서 하나의 역사적 전환점이 되었음을 보여준다. 이러한 국가 폭력의 국제적 확산은 이후 정의의 국제화로 이어졌다.
1986년, 우루과이의 고위 장교들이 아르헨티나 법정에서 기소되었고, 2016년에는 이탈리아가 ‘콘도르 재판’을 개시해, 칠레, 우루과이, 볼리비아, 페루의 민간인 및 군인을 대상으로 재판을 진행했다. 이들은 이중 국적을 가진 남미 출신 이탈리아 시민들에 대한 범죄 혐의로 기소되었다. 그리고 2017년, 남미에서 벌어진 이 작전에 대해 유럽 법정에서 처음으로 유죄 판결이 내려졌다.
한편, 아르헨티나의 니콜라스 길 라베드라 감독이 제작한 영화 <이송(Traslados)>(2024)은 아르헨티나 국가 테러리즘의 정점이라 할 수 있는 ‘죽음의 비행’을 다루고 있다.(2) 이 영화는 1985년 아르헨티나 군사 정권 재판을 담당했던 판사의 아들인 감독이 연출한 작품이다.
독재 정권은 체포된 반체제 인사들을 비밀리에 구금한 후 마취 상태에서 비행기로 리오 데 라 플라타 해안 상공까지 옮긴 뒤, 그들을 산 채로 바다에 던지는 방식을 사용했다.
이 다큐픽션 작품은 생존자들의 증언, 인권 운동가들의 목소리, 판사들의 기록을 통해, 실종자들의 흔적을 찾고 진실을 밝히기 위한 집단적 투쟁을 조명했다. 실종자의 정확한 숫자는 여전히 밝혀지지 않았지만, 정의를 찾으려는 집요하고 끈질긴 노력을 통해 하나씩 맞춰지는 거대한 퍼즐과도 같은 과정이 진행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1990년대와 2000년대 초반에는 군사 독재 정권이 끝난 뒤 ‘민주적 이행’ 과정에서 군부와 민간 정치 세력 간 타협을 통해 군부에 대한 면책이 제도적으로 보장되었다.
그러나 레사와 라베드라는 이러한 면책 체제 속에서도 정의 실현을 위한 새로운 전략들이 생겨났으며, 그 과정에서 중요한 균열이 발생했음을 조명하고 있다.
글·닐 사빈 Nils Sabin
평론가
(1) Francesca Lessa, 『재판에 부쳐진 콘도르 계획: 국경을 넘은 탄압과 남미의 반인도적 범죄』, Syllepse, Paris, 2024, 320쪽, 20유로.
(2) Nicolás Gil Lavedra, 『이송(Traslados)』, Orca Films, Buenos Aires, Argentina, 2024, 1시간 30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