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극 국가들, 러시아와의 ‘국경 갈등’(1)

발트해, 러시아와의 ‘하이브리드 전쟁’ 우려

2025-04-07     필립 레마리 | 언론인

우크라이나 전쟁을 둘러싼 갈등이 심화하고, EU-NATO와 러시아의 대립이 계속되는 가운데, 새로운 해상 항로 개척과 맞물려 북극 지역의 경제적 잠재력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이로 인해 북대서양, 북극해, 발트해는 냉전 시기와 유사한 전략적 중요성이 다시 부각하고 있으며, 최근 몇 달 동안 이어진 잇단 무력 시위와 사건들이 이를 입증하고 있다. 전략적 경쟁의 장으로 변한 대립 현장을 2회에 걸쳐 보도한다.

 

2016년,

이 같은 긴장 고조의 징후로, 발트 3국은 러시아와의 국경을 따라 방어선 건설에 착수했다. 이들 국가는 자체 공군 전력을 보유하지 못해 자국 영공 감시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에 의존하고 있다. 프랑스를 비롯한 여러 유럽 국가가 번갈아 가며 이른바 ‘영공 초계’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또한, 최근 몇 주 동안 NATO는 ‘발틱 센트리’(Baltic Sentry, 발트해 감시 작전)라는 해군 작전을 전개해, 10여 척의 함정들이 교대로 순찰하고 있다. 이 지역 상공에서는 감시 항공기들이 초계 비행을 하고 있는데, 지금까지는 영국의 포세이돈과 프랑스의 브레게 아틀란틱 같은 대잠초계기들이 그 역할을 맡아왔다. 그러나 이제는 성능이 훨씬 뛰어난 NATO 소속 공중조기경보통제기(AWACS)로 교체될 예정이며, 이는 최근 몇 달간 이어진 군사적 긴장 고조의 또 다른 단계라 할 수 있다.

러시아와 국경을 맞대고 있고, 역사적 트라우마를 간직한 데다, 상당수의 러시아어 사용 소수민족을 보유한 이들 국가는 1월 중순 열린 지역 정상회의에서 주요 인프라 보호 강화를 위해 협력하기로 했다. 이미 몇 년 전부터 폴란드는—이들 국가와 마찬가지로 최전선에 위치한 국가로서—국방비로 GDP의 4% 이상을 투입했으며, 주로 미국과 한국에서 무기를 구매했다. 발트 3국 역시 아직 그 수준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본격적인 재무장에 나서고 있다.
한편, 북극과 북대서양에서의 위협 수준이 크게 악화했다고 판단한 덴마크는 2025~2026년 동안 국방비로 약 70억 유로를 추가 투입하기로 했다. 이로 인해 덴마크의 국방비 지출은 GDP의 3% 수준으로 치솟을 전망이다(프랑스는 2%). 덴마크는 이를 위해 가능한 한 빠르게, 그리고 모든 방향에서 군 장비를 확보해야 하며, 필요할 경우 미국에서 ‘기성품’을 즉시 구매하는 방식도 고려하고 있다. 

설사 트럼프 미 대통령이 계속해서 “그린란드를 장악하겠다”라는 발언을 이어가더라도 말이다. 덴마크 지도부의 설명은 이렇다.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과 러시아의 푸틴 대통령 사이에서 어떤 거대한 거래가 시작된다 해도, 우크라이나와의 3년간의 전쟁으로 피폐해진 러시아는 지금의 군수산업 회복 속도를 감안할 때, 2년 뒤에는 다시 전쟁 수행 능력을 갖추게 될 것이다.” 덴마크는 이 메시지를 두 강대국에 동시에 보내고 있다. “국가의 영토와 주권은 반드시 존중되어야 하며, 국경은 무력으로 변경될 수 없다.”

 

발트해 연안 국가들, 러시아와의 ‘하이브리드 전쟁’ 우려

최근 핀란드와 스웨덴이 NATO에 가입하면서, 이미 가입해 있던 발트 3국과 폴란드를 포함해, 발트해는 사실상 ‘NATO의 호수’가 되었다. 이 사실상 봉쇄된 바다는 이들 국가 모두가 유일하게 접하고 있는 해역이다. 

반면, 주로 북쪽의 북극해를 접하고 있는 러시아는 발트해로 연결되는 두 개의 중요한 출구를 보유하고 있다. 하나는 폴란드와 리투아니아 사이에 위치한 칼리닌그라드로, 강력한 군사력이 배치되어 있지만 외부와는 사실상 고립된 상태다. 다른 하나는 핀란드만 최북단, 네바강 하구에 자리 잡은 상트페테르부르크다. 러시아는 이곳을 “자국 해군력의 요람이자, 유럽을 향한 군사력 및 경제력 투사의 전초기지”로 간주하고 있다. 이는 소련 해체 이후 경제적 측면에서도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1) 

하지만 발트해 연안 국가들이 실제로 우려하는 것은, 러시아와의 전면전 같은 가능성 낮은 시나리오보다는—예기치 않은 우발적 충돌 가능성 외에도(2)—각종 사고, 사건, 그리고 정체불명의 나포 사건과 각종 파괴 공작이 끊이지 않는, 이른바 ‘하이브리드 전쟁’(Hybrid Warfare. 전통적인 군사적 충돌에 더해, 다양한 비군사적 수단을 결합해 상대국을 약화하는 복합적이고 다층적인 전쟁 형태—역주)양상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 과정에서 정체를 드러내지 않은 간접 행위자들, 정보기관, 용병들이 동원되는 경우가 많다. (3) 이런 상황에서는, 누가 저지른 일인지 대체로 짐작은 가지만, 확실한 증거를 확보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대신, 피해 복구에 서둘러야 하고, 지속적인 감시와 억제 수단을 마련해야 하며, 이러한 대응에 드는 비용 또한 감당해야 한다. 그러나 사건의 진상을 밝혀줄 조사 결과를 기대하는 것은 사실상 포기해야 하는 상황이다.

지난 3년 동안 이런 유형의 사건이 12건가량 발생했고, 다소 성급하게 러시아 소행으로 지목된 바 있다. 이로 인해 발트해를 둘러싼 집단적 불안감은 극에 달했다. 가스관과 인터넷 통신 케이블, 전력 송전선의 해저 구간이 절단되거나, GPS 신호가 교란되는 등 각종 사건이 이어졌다.

발트 3국은 지난 2월 7일, 오래된 계약 종료와 함께 자국 전력망과 러시아 전력망 간의 연결을 해체하고, 폴란드를 통해 유럽 전력망에 접속했다. 그러나 이제는 새로 구축한 독립 전력망과 신규 전력 연결망이 공격 대상이 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4) 

이런 상황에서, 발트해의 얕은 바다를 오가는 러시아의 ‘유령 선단’도 불안감을 더욱 증폭시키고 있다. 이 선단은 ‘닻을 질질 끌고 다닌다’는 의심을 받고 있는데, 러시아산 가스를 실어 나르는 편의치적(便宜置籍) 선박, 즉 러시아 또는 중국 기업들이 대러 제재를 우회하기 위해 제3국에 등록해 운용하는 화물선이나 LNG 운반선들이다.

여기에 더해, 정식 정보 수집 임무를 수행하는 것으로 보이는 러시아의 정찰함과 정찰기들도 수시로 출몰해, 해저 케이블과 파이프라인의 위치를 파악하려 한다는 의혹까지 제기되면서, 발트해는 한층 더 긴장감에 휩싸였다.

 

 

노르웨이 해군참모차장, “모든 곳을 동시에 지킬 수는 없다”

영미권 군당국은 북대서양에서의 러시아 ‘경쟁자’의 새로운 활동 강화에 특히 우려를 표하고 있다. 지난 2월 4일, 프랑스국제관계연구소(IFRI)가 주최한 파리 해군회의에서, 올리버 베르달 노르웨이 해군 참모차장은 “사방에서 도전이 밀려오고 있다… 우리의 수단은 한정되어 있고… 모든 곳을 동시에 지킬 수는 없다”라며 우려를 드러냈다. 그러면서 그는 자국이 NATO 회원국이라는 점에 안도감을 표하며, “세계 최대의 동맹이 이렇게 무질서하고 위험한 상황에서 중요한 안정 요소”라고 강조했다.

같은 자리에서 영국 해군 참모총장 벤 키 경 역시, “우리의 해양 주도권을 확실히 지키려면 막대한 투자가 필요하다”라고 밝혔다. 이번 회의에 참석한 북유럽 주요 국가 해군 수뇌부들은 상선 보호 강화를 위해 군 해군과 민간 해운업계 간의 협력 강화를 공동으로 권고했다.

이미 2019년, NATO는 북대서양 지역을 담당하는 다국적 합동작전사령부(Joint Force Command)를 미국 버지니아주 노퍽에 신설하고, 그 지휘권을 미국 해군 제독에게 맡겼다. 이 제독은 이듬해, 북대서양과 북극에서 러시아에 맞서기 위해 재창설된 미 해군 제2함대 사령관직까지 겸임하게 됐다. 

이처럼 북극 지역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데는, 북극이 가진 잠재적 자원에 대한 기대와 함께, 빙하 해빙으로 점차 운항이 가능해지고 있는 북극 항로를 러시아가 자국 연안을 따라 통제하겠다는 의도도 크게 작용하고 있다. 프랑스국제관계연구소(IFRI)는 이와 관련해, 모스크바가 자국 대륙붕의 연장이라는 명목으로 북극해 상당 부분의 영유권을 주장하고 있으며, 북동항로를 통해 지나는 해상 교통로 역시 자국의 내수면으로 간주해 통제권을 행사하려 한다고 분석했다.

 

대서양 해역사령관, “북극은 이제 전략적 경쟁의 장으로 변했다”

뿐만 아니라, 러시아는 이미 몇 년 전부터 바렌츠해에 위치한 자국 핵심 방어 거점 보호를 명분으로 북극 지역에 대규모 군사 재배치를 진행해 왔다. 프랑스 브레스트에 위치한 대서양 해역사령부(CECLANT) 사령관이자 해양 도지사인 장-프랑수아 케라 부제독 역시, “북극은 이제 전략적 경쟁의 장으로 변했다”고 평가했다. 그는 이러한 북극에 대한 관심이 다시 높아지기 시작한 시점을 2014년 러시아의 크림반도 합병 때로 돌리며, 2022년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그 흐름이 더욱 가속화됐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2022년, 모스크바는 자국 해군 전략을 전면 수정하며, 북극을 태평양보다 우선하는 최우선 전략 지역으로 명확히 규정했다. 블라디미르 푸틴의 결정으로 러시아의 북극 지역 전역에서 전면적인 재군비 작업이 진행되고 있으며, 이에 따라 전투기 활주로, 레이더, 방공 시스템, 핵잠수함 기지 등의 시설이 속속 들어서고 있다. 나구르스코예 공군기지가 현대화되었고, 노바야젬랴 제도에 위치한 시아 기지와 라프테프해의 군항인 틱시도 같은 방식으로 재정비되었다. 

러시아는 이들 연안 지역에 대한 ‘주권’을 확대하기 위해 나름의 항해 규칙도 강제하고 있다. 외국 군함이나 정부 선박은 통과 3개월 전에 사전 통보해야 하며, 러시아 쇄빙선의 이용도 의무화하고 있다.

경제적으로는, 여름철 항로 개방이 확대되면서 새로운 기회도 열리고 있다. 북극 지역에 인터넷 해저 케이블을 설치하면, 아시아-유럽 간 인터넷 트래픽의 90%가 지나가는 말라카 해협과 수에즈 운하, 그리고 위험천만한 홍해 구간을 우회할 수 있어 거리와 연결 속도 모두 단축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이미 러시아는 블라디보스토크에서 무르만스크까지 연결하는 ‘폴라 익스프레스’ 해저 케이블의 첫 구간을 설치 완료했다. 서방측에서는, 캐나다와 그린란드를 경유하는 북서항로를 따라 설치하는 ‘Far North Fiber’ 프로젝트가 추진되고 있다.

 

 

글·필리프 레마리 Philippe Leymarie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