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석유, 서방의 제재를 우회하는 방법은?(1)

러시아 유령 선단을 원격 조종하는 그림자 네트워크

2025-04-07     샤를 페라쟁 & 기욤 르누아르 | 언론인

2025년 초, 미국과 유럽은 러시아 석유 수출에 대한 새로운 제재를 시행했으며, 이는 특히 러시아와 관련된 유조선들을 겨냥하고 있다. 2022년 서방이 모스크바에 대한 경제 봉쇄를 시행한 이후, 러시아산 석유와 가스를 판매할 수 있도록 돕는 ‘음지의 기업가 네트워크’가 형성되었다. 이들은 기존 세계화의 이면에 자리한, 또 다른 불투명한 세계화의 윤곽을 그려내고 있다.

 

스테판

타오르는 아라비아 사막의 태양 아래, 거대한 연료 탱크들이 도로 양쪽으로 줄지어 서 있다. 아랍에미리트의 푸자이라 항구에서 북쪽으로 가면, 세계 최대 석유 저장 지역 중 하나에 도달한다. 

“예전에는 여기에 알 쿠라이야라고 불리는 마을의 한 구역이 있었어요. 주민들은 결국 가솔린 냄새를 견디지 못하고 떠났고, 마을은 모두 사라지고 이 저장 탱크들로 완전히 바뀌었죠.” 낡은 차 운전석에 앉은 알람 쿠르시드 씨가 이렇게 말했다. 

5년 전부터 이곳에 정착한 파키스탄 출신 이민자인 그는 우리를 안내했다. 육지 쪽에서는 오만만에서 불어오는 거센 바람을 맞는 이 산업 지대를 더 확장하기 위해 산을 깎아내고 있다. 바다 쪽으로는 수평선이 유조선들로 가득 차 있다. 선박들은 연료를 보급하거나 화물을 내리기 위해 정박한다. 

케르치 해협, 아조프해 연안, 흑해 또는 발트해에서 온, 러시아 석유를 운반하는 이 선박들의 수는 계속 증가하고 있다. 2022년 말부터 유럽연합과 G7 회원국들이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한 대응으로 러시아산 석유의 직접 수입을 금지하면서, 이 항구는 폭발적인 활기를 띠기 시작했다. 2022년 이전 서부 러시아에서 유럽으로 직접 들어오던 하루 150만 배럴의 상당 부분이 이제 아랍에미리트의 이 항구를 통과하고 있다.

 

그림자 경제, 러시아 석유의 숨겨진 항로

호르무즈 해협 아래, 푸자이라 항구는 이미 10년 넘게 제재를 받은 이웃 이란산 석유를 위장해 싣는 곳이다. 세계 제2위 석유 수출국인 러시아산에 대해서도 대규모로 같은 방식으로 재생산한다. 여기서 좋은 가격에 재판매하기 위해, 일부 기업들은 석유를 저장하고 다른 곳에서 온 원유와 혼합하거나 정제하여 그 출처를 위장한다. 

“지금까지는 작은 정유소들만 있었지만, 대형 투자자들이 이곳에 들어오면서 처리 능력이 많이 늘어났다”라고 푸자이라 국립은행의 간부인 빌랄 하산 아슈라프 씨가 전했다. 이 항구는 값싼 러시아산 석유를 소비하고, 자국산 석유는 유럽에 더 비싼 가격으로 판매하려는 사우디아라비아 같은 걸프 국가들의 시장 관문이다. 그러나 이곳은 무엇보다도 제재 이후 해상 물류의 주요 경유지가 되었다.

“러시아 석유 산업은 드루즈바 파이프라인을 통해, 그리고 핀란드 만의 우스트-루가와 같은 서부 항구들을 통해 유럽을 향해 있었습니다. 이를 통해 러시아는 자체 정유소와 저장 시설을 보유한 로테르담까지 3일 만에 배송할 수 있었죠.” 프랑스 국제관계연구소(IFRI)의 에너지 기후 센터 책임자인 마르크-앙투안 에일-마제가 씨가 설명했다. 

2022년 유럽연합이 선언한 에너지 금수조치는 역사상 가장 극적인 에너지 흐름의 재편을 가져왔다. 우크라이나 키이우 경제대학(KSE)의 조사에 따르면, 몇 주 만에 러시아 원유 해상 수출의 90% 이상이 인도, 중국, 튀르키예로 방향을 바꾸었다. 전쟁 전에는 G7과 유럽연합 국가들이 이 흐름의 70%를 차지했었다. 우랄 지역이나 발트해에서 생산되는 모든 원유를 육로를 거쳐 중국과 가까운 러시아 극동의 코즈미노 항구 등으로 운송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이 때문에 원유 해상 운송 시간은 1년 만에 250%나 급증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러시아 에너지 산업은 매우 건재하다”라고 에일-마제 씨가 지적했다. “유럽은 러시아산 원유를 정제해 더 비싸게 서방에 되파는 인도, 중국, 튀르키예만 배를 불려줬을 뿐이다.” 

실제로, 이 제재는 유럽연합이나 G7 외의 제3국에서 수입하는 것을 금지하지 않는다. 단, 해당 원유가 일정 수준 가공·정제된 경우에만 허용된다. 인도에서는 인도-러시아 합작 기업 나야라 에너지나 인디언오일 코퍼레이션과 같은 거대 기업을 통해 잠나가르나 바디나르의 정유소에서 정제작업이 공개적으로 이루어진다.

해양경제고등연구소(ISEMAR)의 책임자인 폴 투레 씨는 “중국에서는 주로 푸젠성의 작은 민간 정유소들이 이를 담당하고 있으며, 대형 그룹들은 2019년 워싱턴이 이란 석유를 다루었다는 이유로 국영 운송업체 코스코의 두 자회사에 제재를 가한 이후 신중한 태도를 보인다”라고 분석했다. 튀르키예는 공공연히 금지 조치를 위반하고 있으며, 남부에 위치한 되르티올 터미널은 러시아산 정제유를 가공 없이 그대로 유럽과 미국으로 재수출했다.(1)

순식간에 모든 것이 재조정되는 해양 공간에서는 한 항구가 다른 항구를 대신한다. 그리고 세계화의 중심에 있는 석유는 결국 언제나 구매자에게 도달하게 된다. 2023년 말, 예멘 후티 반군의 공격으로 홍해 항로가 차단되면서 중동과 아시아를 오가는 물류가 혼란에 빠지자, 리비아의 밀수 조직들이 러시아산 정제유를 대량으로 유럽으로 보내기 위해 움직이기 시작했다.(2) 

해상 교통 분석 회사인 윈드워드의 대표 아미 다니엘 씨는 이렇게 설명한다. “배들이 더 이상 수에즈 운하를 통과할 수 없게 되자, 러시아에서 리비아를 거쳐 그리스, 이탈리아, 몰타로 이어지는 해상 운송이 갑자기 폭증했습니다.” 

원래는 유럽으로 향하던 정제유 잉여 물량 가운데 리비아나 튀르키예의 네트워크가 감당할 수 없는 물량은 아프리카 말리와 같은 친러 성향의 사헬 지역 군사 정권이나 브라질 같은 남미 국가들(3)에서 새로운 수요처를 찾았다.

 

 

글·샤를 페라쟁 Charles Perragin & 기욤 르누아르 Guillaume Renouard
기자


(1) Adam Samson과 Tom Wilson, 「튀르키예 터미널이 어떻게 러시아산 석유를 위장해 유럽으로 들여보내는가」, <파이낸셜 타임스>, 런던, 2024년 1월 30일.
(2) K. Oanh Ha, 「퀸 마제다호의 오디세이」, 2024년 2월 6일, www.bloomberg.com
(3) 「서아프리카에 러시아산 석유를 대량으로 공급하는 트레이더, 데멕스의 비밀」, 2024년 9월 2일, www.africaintelligence.f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