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레스타인인을 ‘인간 방패’로 삼는 이스라엘(2)

전쟁법의 변화, 유명무실해지는 민간인 보호 기준

2025-04-07     마티아스 들로리 | 정치학자, 역사학자

팔레스타인 희생자가 대거 발생한 데 대해, 이스라엘은 그 책임이 팔레스타인 민간인들의 생명을 아랑곳하지 않고 활동하는 하마스 조직원들에게 있다고 비난한다. 물론, 민간인을 방패로 삼는 것은 국제법상 전쟁범죄로 간주된다. 그러나 한 가지 의문은 남는다. 단 한 명의 적을 제거하기 위해 이스라엘군은 도대체 몇 명의 민간인을 죽여야 하는가?

윤리적 딜레마에 빠진 가자 지구에서의 인권 실태에 대해 두 차례에 걸쳐 특별 진단한다.(편집자주) 

 

비전투원 희생자 최소값, 이스라엘군은 매우 높게 설정해 

전쟁법(국제인도법)은 민간인 살해를 원칙적으로 금지하지만, 불가피한 부수적 피해까지 절대 금지하는 것은 아니다. 이는 통상적으로 알고 있던 것과는 다소 거리가 있다. 전쟁법(국제인도법)은 합법적으로 그렇게 할 수 있는 방식을 명시한다. 민간인을 직접적인 공격 목표로 삼아서는 안 되며, 불가피하게 발생하는 민간인 희생은 군사적 목표 달성에 따른 정당한 군사적 효과와 연관되어야 한다. 

이러한 구별과 비례성 원칙의 적용을 평가할 수 있는 지표가 있다. 비전투원 희생자 최소값(VSVNC)은 드론 조종사나 항공기 조종사가 특정 군사 목표물을 타격할 경우, 위험에 처할 수 있다고 판단되는 민간인 수를 의미한다. 매 공습 전에, 예상되는 부수적 피해(collateral damage)를 사전에 평가해야 하며, 해당 피해 규모가 VSVNC보다 낮을 것으로 예상될 때만 폭탄 투하가 허용된다.

2023년 10월 이후, 이스라엘군은 VSVNC를 매우 높은 수준으로 설정했다. 가자 전쟁 초기에는 일반 하마스 구성원 한 명당 15명, 간부나 지도자 한 명당 100명이었다.(10) 비교하자면, 미국 군대가 이슬람 국가(ISIS)에 대한 공중전에서 설정한 VSVNC는 일반 지하디스트의 경우 대부분 0명이었고, 조직의 간부와 지도자들의 경우 5명에서 10명 사이였다.(11) AI의 사용으로 제약 요소가 사라졌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스라엘의 VSVNC는 더욱 높게 보인다.

전투원 목표물을 식별하는 어려움이 그것이다. 이스라엘군 전 참모총장에 따르면, AI 이전에는 이스라엘 지휘부가 인적 정보(휴민트)를 통해 연간 약 50개의 목표물을 결정할 수 있었지만, 이제 기술을 통해 매일 100개의 목표물을 확보할 수 있다. 이스라엘이 벌였던 가자지구 전쟁에서의 매우 높은 치사율—일부 추정에 따르면 18만 명 이상의 사망자(12)—은 ‘자유주의적’ 전쟁 수행 방식의 혁신에서 비롯된 것이다.

 

전쟁법의 변화, 유명무실해지는 민간인 보호 기준

2010년대 ‘테러와의 전 지구적 전쟁’은 군사 개입의 개념과 법적 틀을 변화시켰다. 2015년 미국 전쟁법 매뉴얼에 따르면, 적이 민간인을 인간 방패로 사용하는 경우, 이러한 불법적 전술의 억제를 목적으로 일정 수준의 추가 민간인 희생을 허용할 수 있다고 명시되어 있다.(13)

그러나 당시 법학자 아딜 아흐마드 하크(국제법 및 전쟁법 전문가로, 비례성 원칙과 인간 방패 전술에 대한 여러 비판적 논문을 발표한 법학자—역주)는, 무력 분쟁 당사자들의 법적 의무는 상대방의 불법 행위 여부와 관계없이 독립적으로 적용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궁지에 몰린 미 공군 법률 자문관 찰스 던랩은 인간 방패 전술을 억제할 수만 있다면, 해당 지역의 민간인들에게도 ‘차악(次惡)’이라는 논리를 펼 수 있다고 강조했다.(14)

략적 필요와 인도주의적 명분을 뒤섞은 이러한 논리는, 단순히 일회적 군사작전에 그치지 않고, 전쟁법 해석과 실제 관행 전반에도 깊숙이 영향을 미친다. 특히, 이스라엘군 법무실장을 역임했던 다니엘 라이스너의 말처럼, “충분히 오랫동안 어떤 행위를 지속하면, 세계는 결국 그것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인다”라는 시각이 이러한 흐름을 더욱 부추긴다.(15)

 

팔레스타인 예술가들의 저항, “우리는 방패가 아닙니다”

현재 이스라엘에서는, 하마스가 팔레스타인 민간인들을 인간 방패로 이용하고 있다는 인식이 팔레스타인 생명에 대해 서로 다른 가치를 부여하는 일부 민간인과 군인들을 결집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한쪽에는 ‘단순한 민족 청소’를 지지하는 이들이 있는 반면, 다른 한쪽에는 윤리적·인도주의적 이유로 이러한 목표를 거부하는 이들도 있다. 그러나 그들은 전쟁의 필요성, 군사 전략, 그리고 인구의 비인간화에 대해 공통된 의견을 가지고 있다. 

철학자 주디스 버틀러는 ‘인간 방패’라는 표현이, 특정한 맥락에서 폭력의 무고한 희생자들에 대한 연민을 어떻게 비인간화하고 마비시키는지를 지적했다. 특히 이 표현이 아이들에게 적용될 경우, 그들은 ‘살아있는 존재’가 아니라, 공격자를 보호하는 금속과 강철로 뒤틀린 군사적 도구처럼 여겨진다고 비판했다.(16)

인간 방패라는 개념에 내재된 비인간화는 항상 비폭력적이고 예술적인 저항 행위를 불러일으켰다. 나시르 샤마의 ‘알-아미리야에서 일어난 일’이라는 음악 작품이 이를 보여준다.(17) 중동의 현악기인 우드 연주자인 그는 1991년 2월 13일 미 공군 전폭기들이 이라크의 알-아미리야 방공호를 폭격했을 때 바그다드에 있었다. 사건 다음 날, 펜타곤은 해당 장소에 하마스 지휘센터가 있었으며, 그날 사망한 400명의 민간인은 인간 방패 역할을 했다고 주장했다.

나시르 샤마의 음악 작품은 폭격 전 즐거운 생활 장면을 연상시키는 가벼운 도입부로 시작한다. 2분 후, 현악기 우드는 방공 사이렌, 폭탄의 휘파람 소리, 그리고 폭발을 표현하는 높은 음조로 올라간다. 나시르 샤마의 음악은 알-아미리야의 희생자들을 취약한 또 다른 자아로 계속 인식하도록 우리를 초대한다. 또한 나시르 샤마가 음악을 작곡한 영화 <그라운드 제로에서(From Ground Zero)>(2024)에도 같은 논리가 적용된다. 이 영화는 2023년 말, 어렵고 비극적인 상황에서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예술가들이 제작한 22개의 단편 영화를 모은 것이다. 정치, 적, 그리고 더욱이 증오에 대한 언급은 거의 없다. 이 단편 영화들의 감독들은 얼굴, 미소, 눈물, 희망을 보여준다. 그들의 메시지는 다음과 같다. “우리는 부수적 피해도, 방패도 아닙니다.” 

 

 

글·마티아스 들로리 Mathias Delori
정치학자, 역사학자. 『생명의 가치. 자유주의적 폭력의 이론』(암스테르담 출판사, 파리, 2021년)의 저자.


(10) 유발 아브라함, 「라벤더: 가자 폭격을 지휘하는 AI 시스템」, 2024년 4월 3일.
(11) 앨리 왓킨스, 「미국은 시리아에서 몇 명을 죽여도 되는지를 이렇게 결정한다」, <뉴욕타임스>, 2016년 2월 28일.
(12) 라샤 카팁, 대린 맥키, 살림 유수프, 「가자에서 사망자 수 세기」, <란셋>, 제404권, 제10449호, 2024년 7월, 런던.
(13) 아마드 알리우아 하크, 「인간 방패 살해에 대한 국방부의 변명의 여지 없는 입장」, <저스트 시큐리티>, 2015년 6월 23일.
(14) 찰스 J. 던랩, 「인간 방패와 국방부 전쟁법 매뉴얼: 논의를 더 발전시킬 수는 없는가?」, <저스트 시큐리티>, 2015년 6월 25일.
(15) 우리 블라우, 요탐 펠드만, 「동의와 조언」, <하아레츠>, 2009년 1월 29일, 예루살렘.
(16) 주디스 버틀러, 『전쟁의 틀: 언제 생명은 애도받을 수 있는가?』, 버소, 2009년, 런던.
(17) 나세르 샤르마, 『바그다드의 루트』, 상블랑, 하모니아 문디, 1999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