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사화하는 유럽, 반사회적 폭탄 길로 역주행(2)
전쟁 케인스주의의 덫에 빠진 유럽
어제까지만 해도 유럽의 주요 정책 가운데 하나였던 기후 위기 대응이 갑자기 정치 담론에서 사라졌다. 유럽의 지도자들은 이제 다른 목표에 매달리고 있다. 러시아에 맞서고 도널드 트럼프의 요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국방력 강화에 대규모 투자를 하기로 한 것이다. 그러나 경제가 둔화하는 상황에서, 과연 이 군사적 케인스주의의 대가는 누가 치르게 될까? 전쟁을 위한 유럽인가? 재무장의 먹구름이 드리운 유럽 안보의 현 실태를 2회에 걸쳐 조명한다.
그러나 제국주의(군사적, 이념적, 종교적 제국주의 포함)와 자본주의 세계화 사이의 연관성은 세계사에서 확고한 사실이다. ‘자본주의의 첫 시대’(1415~1763)는 강제적이고 불공정한 무역, 불평등한 교환, 그리고 정복의 시대로 기록되었다.(4)
20세기에 오랫동안 경쟁하고 빈번히 충돌했던 식민 제국들의 종말이 국제 관계의 평화를 가져오지는 않았다. 미국을 필두로 한 지배적 강대국들은 군사력뿐만 아니라 이념, 무역, 통화, 금융을 통해서도 자신들의 영향력을 반영했다.(5)
유럽연합은 미국과 공통된 언어, 문화, 역사가 없는 상태에서 미국의 이념적, 경제적 영향력 아래 있었고, 에너지 측면에서는 러시아에 의존해왔다. 유럽연합은 21세기 초에 경제적, 정치적 자유주의와 보편적 가치—평화, 민주주의, 인권—를 자신의 정체성으로 삼았으며, 더 진보적인 인사들은 복지국가와 생태적 전환을 추구했다. 이는 다른 지역보다 상대적으로 높은 수준의 복지, 사회 및 환경 기준이라는 체감할 수 있는 결과로 이어졌다.
그러나 이제 이 시대는 막을 내린다. 이제 이러한 담론을 가장 분명히 주장했던 유럽의 상당수 환경주의자와 사회민주주의자가 급박하게 자신들의 신조를 재정립하고 있다. 유럽은 러시아에 맞서 민주주의 국가들의 이념적·군사적 결집을 의미하는 이름이 되고 있다.
독일 녹색당이나 폴란드 사회민주당 의원들처럼, 라파엘 글뤽스만도 같은 입장이라고 말했다. 그는 프랑스 사회당과 손잡은 플라스 푸블리크(Place Publique, 온건 좌파) 소속의 유럽의회 의원이고, 지난해 6월 유럽의회 선거에서는 이 정당의 대표 후보로 나섰다.
그는 “우리가 여기서 배워야 할 교훈이 있다. 맞다, 도널드 트럼프 말이 맞는 부분도 있다. 우리도 국방비를 늘려야 한다. 자기 스스로 안보를 책임질 수 없는 도시나 국가는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 결국, 유럽 방위체제를 만들기 위해 5천억 유로를 마련해야 한다”라고 말했다.(6)
유럽의 군사 전환, 누가 대가를 치를 것인가
이 계획은 당연히 그 재원에 관한 질문을 제기한다. 결국, 누가 이 대규모 재무장의 비용을 지불할 것인가? 많은 ‘국민 계도’가 필요할 한 가지 답변이 이미 발트해 국가들 위에 드리워져 있다. 에스토니아 총리 크리스텐 미할은 모호하게 “공공 서비스 예산 삭감”을 언급했다. 경제 침체와 함께, 한 야당 정치인은 “그들은 국방비를 GDP의 6%까지 올릴 만한 실현 가능한 계획이 없다”라고 지적했다. “그에 상응하는 금액을 빌리는 것은 사회계약을 다시 쓰는 것과 같을 것이다.”(7)
전쟁 케인스주의는 기묘한 역설을 가능케 한다. 정부들이 긴축 담론을 내세우며 일반 공공 지출은 절대 불가능하다고 선언하면서도, 반면에 군사 부문에서는 대규모 지출 증가를 추진하는 모순을 범하고 있다. 정치인들과 고위 관료들은 창의적인 재정 방안(대규모 국채 발행, 러시아 자산 몰수 등)을 앞다투어 제시하면서, 코로나 같은 보건 위기 때 예외적 조치를 했듯, 군사적 필요성도 긴축 원칙의 예외가 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가장 철저한 신보수주의자들이 계획하는 것은 분명하다. 그들은 지나치게 복지 중심적이라고 여겨지는 현재의 유럽을 실제보다 부풀려진 러시아의 위협에 맞서 싸울 준비가 된, 군사 중심의 스파르타식 유럽으로 탈바꿈시키려는 것이다.
“군사적 방어력 강화를 통해 사회적 보호의 파괴를 정당화하는 것”이라고 뤼테는 브뤼셀에서 만난 NATO 국가들의 국방장관들 앞에서 명확히 말했다. “행동이 시급하다. 우리의 자유, 번영, 생활 방식을 보호하기 위해, 여러분의 정치 지도자들은 여러분의 말을 들어야 한다. 내일 우리가 안전하게 지내기 위해 오늘 희생을 감수할 용의가 있다고 그들에게 말해야 한다.”(8) 그는 경험에서 나온 말을 하고 있다. 대서양동맹을 이끌기 전, 뤼테는 2010년대 초 네덜란드 총리로서 가혹한 긴축 정책을 주도했다. 교육비, 의료비, 문화 보조금 삭감, 은퇴 연령을 67세로 상향, 실업 수당 축소, 부가가치세 인상, 공무원 임금 동결…
트럼프의 상업적 요구와 이를 서둘러 수용하려는 유럽 지도자들의 태도는 역설적이게도 자체 방위산업 육성을 통해 유럽의 ‘전략적 자주성’을 확보하겠다는 오랜 명분을 완전히 무력화시키고 있다. 러시아라는 괴물을 물리치기 위해 유럽이 쏟아붓는 군사비의 대부분은 세계 방산업체 상위 5위를 모두 차지하고 있는 미국 무기 제조사들에 대한 직접 보조금으로 전락할 것이다.
스톡홀름 국제평화연구소(SIPRI)에 따르면, “2019~2023년 기간 동안 유럽 국가들의 무기 수입 중 55%가 미국산으로, 이는 2014~18년의 35%에서 크게 증가했다.”(9) 트럼프의 백악관 복귀가 이런 추세를 뒤집을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인다.
유럽의 군사화, 복지국가에서 전쟁 국가로
이처럼, 안보라는 명목하에, 유럽의 국가 원수들과 정부 수반들은 사회 보장을 희생시키면서 징수될 위장된 군사세를 도입하려 하고 있다. 그리고 이 세금은 주로 세계에서 유일하게 유럽연합 영토인 그린란드를 무력으로 정복하겠다고 위협한 국가(트럼프 미 대통령이 덴마크령인 그린란드를 미국이 구매하고 싶다는 의사를 표명했고, 덴마크가 이를 거절하자 트럼프가 불쾌감을 표시한 사건—역주)의 산업계에 이익이 될 것이다.
확실히 추가 비용도 청구서를 더 부풀릴 것이다. 미국 국방장관 피트 헤그세스는 이미 평화 협정이 체결될 경우, “우크라이나에 대한 미래 원조의 압도적인 부분—군사적이든 민간이든—은 유럽의 몫이 될 것”이라고 발표했다.(10)
현재까지 이러한 중대한 결정들은 민주적 심의는커녕 공개적 논의의 대상조차 되지 않는다. 유럽의 언론과 선출직 공직자들은 전쟁 케인스주의의 구체적인 결과를 공개적으로 밝히기를 꺼린다. 적당한 ‘국민 계도’ 방법을 찾을 때까지 지금 이대로 기다린다는 말인가?
글·프레데리크 르바롱 Frédéric Lebaron
파리 고등사범학교 사클레 캠퍼스 사회학 교수
피에르 랭베르 Pierre Rimbert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부편집장
(4) 피터 D. 웨즈만 외, 『국제 무기 이전 동향, 2023』, SIPRI, 스톡홀름, 2024년 3월.
(5) 알랭 비르, 『자본주의의 첫 시대』, 로잔/파리, Page 2/Syllepse, 2018.
(6) <BFM>, 2025년 1월 24일
(7) <파이낸셜 타임스>, 2025년 1월 27일.
(8) <유로뉴스>, 2024년 12월 12일.
사미르 아민, 『혼돈의 제국: 새로운 자본주의 세계화』, 파리, L’Harmattan, 1992.
(9) 피터 D. 웨즈만 외, 『국제 무기 이전 동향, 2023』, SIPRI, 스톡홀름, 2024년 3월.
(10) <뉴욕타임스>, 2025년 2월 12일.